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 3월에 발생한 통영 제석초등학교 화재!
필로티 구조의 1층 분리수거장에서 처음 시작된 화재는 순식간에 학교 건물 5층까지 번져나갔습니다. 1,200여명이 급히 대피하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복구비만 100억 원에 이릅니다. 화재가 순식간에 학교 건물로 옮겨 붙으며 피해가 커진 점에 주목하던 중 제보 한 통이 들어 왔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방염 천장재가 불길을 더 키웠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학교 천장재의 성능은 <불연>과 <준불연>, <난연>, <방염> 소재로 나뉩니다. 불연은 말 그대로 불에 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돌이나 유리 소재 등이 해당됩니다. 준불연은 불연에 준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방염은 어떨까? 흔히 방염이라고 하면 불에 잘 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방염 처리만 했을 뿐 사실상 가연물입니다. 2003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화재 등 학교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에서는 학교 천장재로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을 법으로 규정했습니다. 학교 천장재의 경우 불연이나 준불연 이상 제품만 쓸 수 있고, 방염 천장재 시공은 현행 법상 불법입니다.
취재팀은 제석초 화재 현장을 가장 먼저 살펴봤습니다. 불이 제일 처음 시작된 곳은 1층 분리수거장이지만 불길이 제일 거셌던 곳은 바로 조리실 천장 부분이었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방염 천장재로 의심됐지만 학교도 교육청도 방염 제품 여부를 알지 못했습니다. 화재를 키운 제석초 조리실 천장재가 방염 제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실험을 해봐야 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화재 실험으로 밝혀진 방염 천장재의 위험성>
흡음 천장재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주로 학교에서 시공하는 천장재입니다. 강판에 구멍을 뚫고 그 뒤에 흡음재를 붙인 제품으로, 소음 규제가 있는 학교 시설물에서는 필수로 쓰입니다. 취재진은 불연 천장재와 방염 천장재 그리고 제석초에 쓰인 천장재에 대한 화재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불연 천장재는 불길에 노출시켜도 멀쩡했지만 방염 천장재와 제석초에 쓰인 천장재는 아니었습니다. 흡음 구멍을 뚫고 올라온 불길은 천장재 뒤 흡음재로 곧바로 옮겨 붙으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값싼 부직포 재질의 흡음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것입니다. 심지어 제석초에 쓰인 천장재는 일반 방염 천장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천장재 뒤 흡음재로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실험을 통해 제석초에 쓰인 천장재가 방염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불법 방염 천장재, 학교 수백여 곳에 납품>
방염 천장재가 쓰인 학교는 제석초 만이 아니었습니다.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를 통해 방염 천장재 생산 업체들을 확인하고, 방염 천장재가 납품된 학교들도 확인했습니다. 방염 천장재가 납품된 학교는 지난 1년여 사이에만 부산경남에 120여곳, 전국적으로는 900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교는 면적이나 층수 제한 규정으로 인해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화재에 더 취약해 불연이나 준불연 천장재를 써야하지만, 방염 천장재는 전국 학교에 납품되고 있었습니다. 천장재를 잘못 사용하면서 학교가 다른 건물들보다 화재에 더 취약한 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KNN 보도 전까지 방염 천장재 시공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몰랐고, 얼마나 많은 학교에 방염 천장재가 시공됐는지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험 성적서와 다른 방염 천장재 시공>
취재진은 조달청 사이트를 통해 방염 천장재가 쓰인 학교 현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영의 한 초등학교가 기존의 플라스틱 천장재를 지난해 방염 천장재로 교체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조달청에 올라온 업체의 제품 규격서에는 방염 제품이라고 명시돼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업체가 제시한 시험 성적서를 근거로 교체된 천장재가 준불연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천장재 제조사 역시 시험 성적서 제품이 그대로 시공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험 성적서를 발급해 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고, 시험 성적서에 나온 제품과 실제 시공된 제품은 다른 제품이었습니다. 화재를 예방하겠다며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화재에 취약한 천장재로 교체한 사실이 취재 결과 드러난 것입니다. 이 초등학교는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통영 제석초등학교 바로 인근의 학교였습니다.
<방염 천장재, 교육당국은 몰랐다?>
어린 학생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전국의 많은 학교에 방염 천장재가 시공되면서 사실상 불쏘시개를 천장에 올리는 현실. 가장 큰 문제는 천장재를 구매하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관련 규정을 확인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제품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일종의 관행이기도 했습니다. 학교 화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천장재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허술한 교육 행정 탓에 아이들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조달청, 천장재 분류 방식도 문제>
교육당국의 방염 천장재 구매와 시공 이면에는 조달청의 잘못된 천장재 분류 방식이 있었습니다. 흡음 천장재를 방염 제품인 실내 장식용 흡음재와 묶어서 벽천장용 흡음재로 분류했던 것입니다. 마감재인 흡음 천장재는 학교에서 불연이나 준불연 제품을 써야하지만, 실내 장식용 흡음재는 실내 장식물에 해당돼 방염 제품 사용이 가능합니다. 흡음 천장재와 실내 장식용 흡음재가 벽천장용 흡음재로 혼용해서 쓰인 것입니다. 이때문에 천장재 업계는 물론 교육당국조차 흡음 천장재를 흡음재로 오인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또 벽천장용 흡음재의 경우 불연과 준불연, 난연, 방염 시험 중 1개 이상만 만족하면 조달청 등록이 가능했습니다. 불연이나 준불연에 비해 방염 시험은 통과하기 쉬워 천장재 업계도 굳이 불연이나 준불연 시험을 어렵게 거친 제품을 등록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조달청의 천장재 분류 방식이 방염 제품 난립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번 기획보도의 첫 제보자는 천장재를 시공하는 업체 관계자였습니다. 제보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전국 학교에 천장재가 시공되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이권 등이 개입한 제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실 확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 기획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비슷한 제품들을 생산하는 업체의 연락을 받으면서 교차 확인이 가능해 보도 내용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난 3월 발생했던 통영 제석초등학교 화재는 모든 언론사가 발생 기사로 다뤘습니다. 하지만 화재 당시 불길이 갑작스럽게 커졌던 원인에 주목한 것은 KNN이 유일했습니다. 방염 천장재가 불법으로 시공되는 사실을 확인하고 화재 실험을 통해 방염 천장재의 위험성을 알린 매체도 KNN 뿐이었습니다.
KNN 기획보도처럼 방염 천장재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심층 보도한 매체는 없었으며, 경남도의회에서 경남도교육청을 상대로 방염 천장재 시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질의가 나오자 이를 기사화한 지역 언론들은 일부 있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방염 천장재가 학교에 납품되고 있다는 보도 이후, 경남도의회에서는 질타가 잇따랐습니다. 불법인 방염 천장재 사용을 전혀 몰랐던 경남도교육청은 앞으로는 준불연 이상의 천장재를 시공하고, 구매 담당자가 규정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남도의회에서 밝혔습니다.
방염 천장재 사용은 경남도 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학교 천장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집중적으로 조명해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조달청의 제도 개선이 알려지면 전국의 다른 교육청 역시 학교 천장재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달청은 KNN 기획 취재에 협조하지 않는 등, 나라장터의 분류 체계가 구조적인 문제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획보도가 이어지면서 결국 문제점을 인정하고, 자체 회의를 열어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개선 내용으로는 벽천장용 흡음재로 등록하던 것을 흡음용 마감재와 실내장식용 흡음재로 구분해 분류하는 방안이 검토 중입니다.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안전하고 법 규정에 맞는 천장재 제품을 정확히 명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조달청 나라장터의 분류가 개선되면 교육 당국도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부산 민언련은 모니터 평가를 통해 KNN 기획보도가 화재 실험과 취재를 통해 방염 천장재의 취약성을 직관적으로 잘 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초등학교 화재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없던 점을 모두 다행스럽게 여기고 발생 기사로 그치는 가운데, 화재가 갑자기 커졌던 점에 주목하고, 때마침 접수된 관련 제보를 파고든 과정은 취재기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세입니다.
또 학교 천장재라는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일선 학교와 교육청, 조달청, 제조업체 등 여러 기관들을 다각적으로 취재해 풀어 나간 과정도 기획 취재의 좋은 사례입니다. 기획보도를 통해 제도를 곧바로 개선하게 된 것은 이번 KNN 보도의 가장 뚜렷한 성과였습니다.
천장재 제조업체들 역시 취재 대상이었던 가운데, 조심스러운 취재를 통해 정확한 팩트들을 하나씩 찾아 나갔습니다. 취재 보도 전체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였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