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한국기자협회 5월(405회)의 기자상 출품작]
국내 언론 최초‘전국 식품사막 지도’를 내놓다
보도제작 경위
■ 숨어있는 통계자료에서 ‘식품사막’을 발견하다
본지 식품사막 기획은 최근 ‘호남지방통계청’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시작했습니다. ‘전북내 행정리 단위 가운데 상당수가 가까운 식료품점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고 통계청에 연락해 전국단위 통계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 식품사막(농촌 등에서 일어나는 식료품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다룬 기사나 보고서는 있었지만 전국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전무했습니다.
식품사막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문제와 직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농촌소멸을 가속화할 핵심요인이라 판단하고 숨어 있는 통계를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청과 여러차례 통화한 끝에 ‘행정리 단위 식품접근성’이 담긴 통계는 ‘2020 농림어업총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상기 조사의 하위 분류 안에 전국 행정리의 소매점 유무, 가장 가까운 소매점의 시간대 접근성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대한 양의 통계자료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기획 초반엔 ‘통계자료가 방대하니 시군단위가 아닌 광역단위로 묶어 기사화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참여기자간 장시간 토의 끝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전국단위를 세분화한 식품사막 현황을 다뤄보자’는 쪽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시군단위별 행정리내 식료품점 유무, (만약 점포가 없다면) 가장 가까운 식료품점과의 접근성 등을 정리하는 일은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3일간 엑셀 파일에서 유의미한 자료를 추려야 했고, 시도부호·시군구부호·읍면동부호와 통계자료를 일일이 맞춰야 하는 수작업도 필요했습니다. 결국 전국 최초로 ‘전국 식품사막’ 현황을 파악할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 국내 언론 최초 ‘전국 식품사막 지도’를 그리다
‘독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유의미한 통계자료를 찾은 후 직면한 다음 고민이었습니다. 국내 농촌을 중심으로 식품사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알려야 할 것인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기획을 맡은 당사 전국사회부는 세차례 걸쳐 편집부와 회의했고 ‘행정리내 소매점이 없는 비율’에 따라 색깔을 달리해 전국 지도를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비율이 높을수록 빨간색에 가깝게 낮을수록 노란색에 가깝게 칠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언론사 최초로 ‘전국 식품사막’ 지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농촌소멸 가속화하는 ‘식품 접근성’, 현장에서 ‘Grey Swan(회색 백조)’을 목도하다
기사는 단순히 숫자와 통계로만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통계청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시군만 아니라 읍면리 단위 가운데 식료품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지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십분 활용해 북한강이 굽이치는 지형탓에 주변에 식료품점이 전무한 ‘강원도 춘천시 청평2리’를 중심으로 농촌의 열악한 식품사막 현장을 담았습니다.
해당 기자는 김재길 청평2리 이장을 따라 ‘대파와 과일’ 같은 간단한 식료품을 사보는 체험을 했습니다.
취재결과 도시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습니다. 왕복 80km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오가야 대파 한단을 살 수 있는 마을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레이 스완'(Grey Swan)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거나 이미 인식되는 악재지만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탓에 위태로움이 존재하는 일을 뜻합니다. 이번 본지 기획기사이후 더 이상 농촌을 포함한 우리나라 ‘식품사막화’를 당연히 여기는 문화가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 ‘약자에게 식품을 許하라’ 발빠르게 대안을 제시하다
인구가 줄면 생활문화 인프라가 열악해지고 그 과정에서 식료품점도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식품사막’은 우리 사회 중심에서 밀려난 약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기획에서 식품사막에 대응할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할애했습니다. 특히 농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동장터’를 운영하는 지역농협의 사례를 심도있게 다뤘습니다.
식재료와 식료품을 싣고 마을 곳곳을 누비는 경기 포천 소흘농협, 전남 영암농협, 경남 거제 하청농협의 이동장터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아울러 공공 식료품점을 포함해 식품사막을 막으려는 국내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을 소개했습니다. 농촌·지방 소멸, 지역주민 삶의 질 저하, 도농 격차 심화와 직결되는 식품사막을 더 이상 손을 놓아서는 안되며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막으려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상기 내용 참조
3. 취재 및 보도 과정의 특이 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의 상당성 여하 : 모든 취재원은 실명에 기반해 작성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 여하 : 통계청의 통계자료에서 시작한 기획으로서 본 기사는 제보자가 별도로 없습니다.
③ 직접 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 여하 : 식품사막지도는 본지에서 직접 작성했으며, 1회 식품사막 심각한 강원 춘천 청평리, 2회 이동 장터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 모두 본지 주재기자가 현장을 찾아 르포 형태로 기사화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5월10일 첫 보도 이후 본지가 정리한 ‘식품사막이 심한 지역’의 표나, 통계를 그대로 인용하는 언론사가 다수 나왔습니다. 특히 모 신문사에서는 2회때 다룬 이동장터를 운영하는 지역을 찾아 현장 반응을 담은 특집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지방지와 지역방송에서 해당 지역에 맞게 통계를 추출해 ‘식품사막’의 심각성을 다루는 사례도 쏟아졌습니다. 타 매체 반응은 아래와 같습니다.
[점포 없는 ‘식품사막’ 마을_한겨레신문]
6월7일자 한겨레신문이 1면과 6면에 전국 식품사막 통계와 이동점포를 운영하는 마을 소개. 본지가 정리한 통계청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으며, 식품사막을 이동장터 운영으로 해결하는 ‘전남 영암’ 사례를 집중 취재
[빨라지는 '식품 사막', 장 보려면 반나절..못 사_MBC]
5월29일자 경남 MBC는 함안군의 고령층이 식품을 구하는데 애를 먹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음. 본지 방식대로 ‘행정리내 소매점이 없는 경남 지역’을 집중 조명
[확산되는 ‘식품 사막’…‘오아시스’ 정책 필요_KBS]
5월24일자 방송에 본지 기획에서 언급한 ‘전남 영암 이동장터’ 사례를 깊이 있게 다룸. 본지 방식대로 통계청 자료 일부를 발췌해 지역 사정에 맞게 보도
[“장 보려면 차로 한시간”…10곳 중 6곳 ‘식품사막’ 마을_강원도민일보]
5월16일자에 본지 1회때 다룬 ‘춘천 청평리’의 마을 주민 인터뷰 실음. 본지와 같은 방식으로 ‘농림어업총초사’ 통계를 강원 지역에 맞게 활용
5. 사회에 끼친 영향
■ [지자체] ‘식품사막의 위험성과 심각성’ 일깨워
전국 행정리의 식료품점 유무 등 전국 식품사막 현황을 다룬 기사가 나가면서 각 지자체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특히 지방의회에서 지자체에 ‘식품사막’을 대응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습니다. 충북 괴산군 의회가 대표적입니다. 16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329회 임시회에서 김주성 의원은 “농촌지역에서 식료품점이 사라지고 있어 농촌주민이 식료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농촌 식품사막 가속화’를 지적한 본지 기획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정부] 농식품부 정책 반영을 위한 질의
본지 농림축산식품부 출입기자와 농협중앙회 등을 통해 농식품부와 농업기관 등으로부터 다수의 질의가 전달됐습니다. 본지 기획이 시작된 배경, 농촌 식품사막의 심각성, 지역별 식품사막 편차, 국내외 식품사막 대응방안을 주로 물었습니다. 일부 농식품부 담당자는 ‘식품사막을 주요 의제로 삼고 정부차원에서 농촌의 식료품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중’이라는 답변도 내놨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 농촌사회 문제를 국민적 관심으로 이끌었다는 자체 평가
내부적으로 이번 기획이 농업분야를 넘어 전국 식품사막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농촌의 식품사막이 가속화하면 결국 중소도시, 종국에는 대도시 일부 소외지역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를 우리사회에 알린 점은 고무적입니다.
■ 언론사 최초 ‘전국 식품사막 지도’ 제작에 따른 사회 반향, 추가 해외 취재 계획
언론사 최초로 ‘전국 식품사막 지도’를 제작한 것도 호평받았습니다. 농업전문지·지방지는 물론 주요 언론사까지 식품사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식품사막 지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자칫 지엽적인 문제가 될 수 있었던 식품사막 문제를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봐야 할 주제로 끌어 올렸다는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이번 기획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판단하고 현재 6월중 일본을 포함한 해외 취재도 계획중입니다. 이번 기획에서 국내 열악한 식품사막의 상황을 알렸다면 해외 취재에서는 다른 나라의 식품사막 대응정략을 분석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끝.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