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장애인 상대로 사기를 친 형제가 구속됐대.“
평소 알고 지낸 취재원에게 들은 짤막한 정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장애인을 상대로 어떤 사기를 쳤을까. 피해 장애인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했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작정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 우려로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해당 지역 장애인복지시설들을 찾아가 '장애인 상대로 한 소송사기' 사건에 대해 아는지 수소문했습니다. 그러던 중, 피해자가 거주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알고 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장애인 거주시설 관계자를 통해 중증 지적장애인이 돈을 빌린 것처럼 가짜 차용증을 만들어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내려 한 60대 이 모 씨가 구속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이 씨는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자 형부였습니다.
구속된 이 씨는 법원의 지급명령 제도를 악용해 소송사기를 벌였습니다. 법원의 독촉절차인 지급명령은 대면 심사 없이 서류만으로 사건을 판단합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주로 이용하는데, 정식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신속한 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채권자가 제출한 지급명령 신청서와 서류들을 토대로 결정이 내려지고, 상대방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돼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이 씨는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소송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점을 알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고 편리한 사법절차가, 장애인에게는 치명적이고 위험한 도구로 악용된 겁니다. 취재진이 장애인 소송사기 실태를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된 배경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법원에 제출된 소송 서류들은 ‘가짜’였다
KBS 취재 결과 구속된 이 씨 형제는 3년 전인 2021년 피해자에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적장애인인 피해자가 20여 년 전, 3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빌렸으니 갚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피해자가 거주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협조를 받아 법원을 찾아갔습니다. 이후 2021년 내려졌던 지급명령 결정문과 이 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을 입수해 검증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 서류들은 ‘가짜’였습니다. ① 거액의 돈을 빌렸다는 2002년 당시 피해자는 10대 미성년자였고 ② 피해자는 돈을 빌릴 수 있는 인지 능력이 없는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으며 ③ KBS가 필적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피해자가 작성했다는 변제 각서와 차용증의 글씨 역시 피해자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씨 형제가 지급명령 신청을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는 보도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지적장애인 자매가 상속받은 땅도 넘어가
취재진은 이 씨 형제의 범행이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진이 피해자가 숨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땅 5필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모든 땅에서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 씨 동생의 이름이 발견됐습니다. 이 땅은 공시지가로만 10억 원이 넘는 곳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동생 이 씨는 지적장애인 피해자 자매의 땅 일부를 2019년에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의 자매들 역시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는데, 동생 이 씨는 2019년 확정판결을 통해 자매의 땅 일부를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이 확정판결은 상대가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지 않았을 때 재판부가 선고하는 '무변론' 판결이었습니다. 지급명령 사례처럼 소송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점을 알고 땅을 빼앗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취재진은 장애인 전문기관과 함께 장애인 자매를 데리고 법원으로 가 판결문을 확보했습니다. 판결문에는 피해 지적장애인 자매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받지 못했고, 2010년 자매의 아버지가 자신의 땅을 넘기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이 씨 형제가 수년에 걸쳐 중증 지적장애인 자매의 땅을 빼앗으려 한 한 정황을 취재해 보도하게 된 배경입니다.
올해 3월 내려진 엉터리 판결
취재진은 장애인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지적장애인 자매에게 제기된 소송기록들을 모두 살펴봤고, 올해 3월 피해 지적장애인에게 내려진 황당한 판결을 추가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확정판결도 상대가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내지 않거나 자백할 때 내려지는 '무변론 판결'이었습니다.
더구나 소장과 판결문 등을 송달받을 장소로 기재된 곳은 피해 지적장애인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소송사기를 친 이 씨의 동생이 거주하는 곳이었습니다. 법원이 무변론 판결로 신속하게 선고를 내리는 사이, 법과 제도에 가장 취약한 지적장애인은 자신에게 소송이 제기된 것도, 판결이 내려진 것도 모른 채 재산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이러한 엉터리 판결과 송달 문제도 취재해 후속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신분증, 휴대전화 없이 홀로 남겨진 지적장애인 언니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 씨의 아내 역시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습니다. 남편인 이 씨가 구속된 이후 집에서 한 달 가까이 홀로 지내고 있는 피해 지적장애인 언니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집을 방문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는 신분증, 복지 카드, 휴대전화도 없이 집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지적장애 언니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과 새 신분증과 복지 카드를 재발급받기 위해 지역 면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면사무소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지적장애인 언니가 홀로 지낼 수 있도록 1인 가구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반찬 지원과 모니터링 등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허술한 사법 체계 드러낸 ‘지적장애인 소송사기 실태’ 연속보도는 KBS제주가 직접 발굴해 보도한 단독 보도물입니다. 첫 보도였던 ‘[단독] 지적장애인 상대 억대 소송사기 성년후견인 구속’ 보도 이후 중앙지 등 여러 언론사가 관련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KBS는 단순 사건 보도를 넘어 소송사기 실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와 대안을 취재해 10여 차례 연속 보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사회적 약자에게 취약한 소송제도...법원행정처 “대책 마련”
이 씨 형제는 중증 지적장애인 자매의 땅을 빼앗기 위해 지급명령과 무변론 선고를 악용했습니다. 판결의 신속성을 위해 도입된 지급명령, 무변론 판결과 현 송달제도가 사회적 약자에겐 위험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던 겁니다. 취재진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장애인법연구회, 장애인부모연대, 관련 변호사 등을 상대로 자문을 들으며, 제도 개선을 위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① 자신이 소송 당사자가 된 줄도 모르는 중증 지적장애인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장애인 사법 지원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제정하고 ②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장애인의 주소지를 법원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을 넣는 개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③ 또 원고와 피고 등 소송 당사자들의 장애 유무를 소장 제출 단계에서부터 필수적으로 표기하는 방안과 ④ 이럴 경우, 무변론 판결로 가지 않도록 재판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KBS 보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원행정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사법정책연구원 등 내외부 전문기관에 연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며 “무변론 판결 선고 사건의 경우 다른 사건보다 송달에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조금 더 세심히 신경을 써 이와 같은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급 법원에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부모연대는 제주도청 앞에서 오체투지를 진행하면서, 발달장애인 맞춤 사법 지원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KBS 보도와 관련해 이번 사례처럼 소송사기를 당한 장애인이 추가로 더 있는지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은 법원행정처가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 지켜보고, 대책안에 대해서도 후속 보도를 통해 다시 검증할 계획입니다.
KBS 보도 이후 추가 수사...법원은 ‘엄벌’ 선고
KBS 보도 이후 담당 경찰서인 서귀포경찰서는 지적장애인 자매의 땅이 이 씨 형제에게 넘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동생 이 씨에 대한 추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구속 기소 된 60대 이 씨에게 징역 4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5일 검찰의 구형대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는 엄벌을 내렸습니다. 이번 선고는 이 씨가 사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 한 달 만에 내려진 선고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성년후견인의 지위를 이용해서 위조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지급명령을 받았다”며 “성년후견인의 범행으로 크게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이 사건으로 법원의 신뢰가 실추될 우려가 있는 등 그 여파가 큰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KBS가 보도한 소송사기 실태가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난 겁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진은 우리 사회 약자인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법 지원을 받고, 비슷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지적장애인 소송사기 실태 연속보도는 단순한 사건 보도를 넘어, 허술한 사법 체계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허점을 짚었고, 결과적으로 법원행정처의 제도 개선 검토까지 이끌어 낸 취재물입니다. 특히 철저한 검증을 통해 소송사기 행위를 직접 증명한 점, 홀로 남겨진 중증 지적장애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 기관과 대책을 마련한 점, 취재원 보호 등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신중하게 취재를 진행한 점 등도 높이 평가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 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