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기획>
# 쪼개기 마트 “행정 무력화”
취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착수했습니다.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자연 녹지에 중형 마트 규모의 판매시설이 들어섰다는 제보가 시작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원주시 개운동에 들어선 A 마트는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소매점 두 동을 따로 지어 하나의 건물처럼 연결한 뒤 판매시설처럼 영업하고 있었습니다. 건축물 쪼개기로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던 겁니다.
하지만 원주시 공무원은 불법이 아니여서 행정에서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순간 절망하기도 했지만, 취재를 접을 순 없었습니다.
법의 허점이 명확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 5개월 만에 또 판박이
지난해 10월 첫 보도 이후 거짓말처럼 5개월 만에 또 하나의 판박이 마트가 원주에 들어섰습니다. 2차 취재에 착수할 당시엔 마트가 영업도 하기 전이었지만, 이미 건축 설계와 허가 단계에서부터 각종 편법을 동원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편법 마트가 또다시 들어섰다는 것만으로도 보도 가치는 충분했고, 심지어 불법 행위를 동원한 정황도 다수 포착 돼 심층 보도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더 교묘해진 수법
이번 취재를 위해 교수와 법조인 등 여러 전문가를 접촉했고, 이러한 편법 행위는 결국 국토계획법을 무력화시키고, 영업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선 B마트의 경우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각각의 소매점은 법인 등기부등본 상 대표 이사와 감사가 서로 역할만 바꿔 맡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사내이사 두 명 등 두 법인 구성원 4명 모두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편법 쪼개기 마트 설계를 위해 동일한 사업자가 무늬만 다른 법인 두 개를 설립하는 등 한층 교묘해 진 겁니다.
# “손놓은 지자체”..편법 마트 성행
편법 쪼개기 마트가 원주에서 성행할 수 있었던 건 원주시의 안일한 행정도 한몫 했습니다.
최근 들어선 B마트의 경우 마트 공사를 위해 도로로 사용할 수 없는 완충녹지를 1년 넘게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원주시는 원상회복을 구두로 명령했을 뿐, 그 어떤 행정 조치도 없었습니다.
또, 건축 허가 당시에도 도시계획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 전문가 자문을 거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지만, 원주시는 이마저도 생략했습니다.
이같은 안일한 행정이 반복되는 사이 유통업계에는 거대한 생태계 교란종이 하나 둘 잠식하게 된 겁니다.
# 지자체 “입맛대로 잣대”
편법 쪼개기 마트는 원주 뿐 아니라 경기도 안성시와 평택시에서도 문제가 불거진 바 있습니다. 두 지역에서 영업을 시작한 마트 두 곳 역시 원주 사례처럼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천㎡ 이하 소매점을 각각 4개와 3개씩 지어 건축 허가를 받은 뒤, 하나의 판매시설 처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응은 달랐습니다. 안성시와 평택시는 마트의 영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겁니다.
사실상 당초 허가 받은 소매점 용도가 아닌, 천㎡ 이상의 판매시설처럼 운영 중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이에 두 지자체는 두 마트의 영업 행위를 건축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 명령 및 경찰 고발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저희 취재진이 보도한 이후부터 편법이란 이유로 손 놓고 있던 원주시 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 시의회도 강력 질타
최근 들어선 편법 쪼개기 마트는 각종 부작용도 유발했습니다.
학교 앞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덩치있는 마트가 들어서다 보니 기형적인 진출입로가 생겼습니다.
때문에 학생은 물론 주민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졌고, 교통대란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논란이 일자, 원주시의회에서도 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학부모들은 각종 민원을 쏟아냈고 의회에선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 마트 영업 불법 ‘수두룩’
해당 마트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수 차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영업 방식에 무엇이 문제가 있냐, 불법이 있다면 달게 벌을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불법 행위가 수두룩 했습니다.
마트 개점 이전부터 주차장을 무려 1,700㎡ 가량 불법 조성한 사실이 취재진에 적발됐고,
진출입로 290㎡ 또한 불법 조성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또 원주시가 마트 개점 이후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상당 규모의 면적을 판매시설로 불법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트 측은 이와 같은 불법 행위 대부분을 시정하지 않고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주시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마트 관계자를 지난 3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 가운데 익명 취재원은 자치단체 공무원 등으로 익명 처리를 원한 취재원들입니다. 모든 취재는 현장 취재를 중심으로 진행됐으며, 수 개월에 걸쳐 취재하고 촬영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편법 쪼개기 마트 보도는 1년 가까이 추적한 결과물입니다.
편법으로 지어진 마트가 주변 소상공인에게 가는 피해가 얼마나 큰 지 알았기에 근절을 위한 취재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 개월에 걸친 심층 취재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갔습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불법으로 간주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유독 원주시에서는 편법이라며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가 원주시가 시정명령을 내리게 한 단초가 됐다 생각합니다.
쪼개기 편법과 관련한 심층 보도물은 타 매체에서 전례 없던 결과물 입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 원주시, 건축 허가부터 ‘원천 차단’
원주시는 지난해 10월 취재진의 첫 보도 이후 5개월 만인 지난 3월에도 사전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서 2개 이상의 대지에 2개 이상의 소매점이 들어서려 할 경우 이를 같은 건축물로 보고 건축 허가와 용도 변경을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원주시 사례를 근거로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편법 쪼개기 마트는 건축 허가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려 더 이상 확산할 수 없는 안전 장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보도 이후 “편법도 결국 불법으로 규정”
특히 이번 보도의 가장 큰 성과는 원주시가 편법 쪼개기 마트의 영업 방식을 불법 영업으로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입니다.
보도 이전에는 원주시가 사실상 편법 영업에 손을 놓고 있었지만, 보도 이후 7개월여 만에 대응을 180도 달리 한 겁니다.
이같은 배경에는 경기도 평택과 안성 사례까지 보도해가며 원주시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기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원주시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선 마트 두 곳에 대해 모두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 명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또 불법으로 조성된 마트 진·출입로와 불법 사용되고 있는 사무실 등에 대한 원상복구 명령도 내렸습니다. 특히 취재진이 이렇게 집요하고 끈질기게 보도를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 해당 마트의 영업 행태가 온갖 불법까지 동원하며 행정을 심각하게 기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국토계획법을 무력화시키고 건축법을 피한 편법 쪼개기 건축.
법령 검토부터 시작해 지자체 조례까지 수 개월간 취재했습니다.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 다른 자치단체를 방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냈고,
이를 원주시 공무원들과 공유해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관련법 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던 원주시를 상대로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건축위원회의 자문 회의 결과 수백 건을 들여다 봤습니다.
이제는 저희 보도 이후 쪼개기 마트는 더 이상 적어도 원주시에서 만큼은 들어설 수 없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들어선 대형 마트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유통업계 종사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개선점을 도출해 냈다는 점입니다.
편법은 말 그대로 법망을 피해가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입니다.
결국 이러한 편법은 불법을 수반하고 건전한 질서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법에 위반되지 않았다고 침묵한다면 유통 질서는 망가질 것이고,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볼 것입니다.
보도국 내부에서도 법과 행정까지 무력화하는 편법의 그림자를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좋은 보도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또한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언론 윤리 강령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 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