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024년이 시작된 첫 달, 두 청년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1월31일 경북 문경 공장화재 당시 출동한 2명의 소방관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경향신문 전국사회부도 당시 화재와 소방관 순직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습니다. 이들의 죽음은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유족과 동료 등을 통해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2019년 소방관이 된 김수광 소방교는 “119 구조대원이 ‘소방의 꽃’”이라고 말해왔다고 합니다. 특전사 출신인 박수훈 소방사는 “사람 구하는 일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며 2022년 2월 뒤늦게 소방관이 됐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람을 찾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두 청년 소방방관은 ‘영웅’으로 예우 됐습니다. 정부는 훈장을 추서하고 1계급 특진시켰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가면서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여럿 발견됐습니다. 왜 소방관들이 구조 대상이 없는 공장으로 들어간 것인지,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돈가스를 튀기는 공장에 위험한 식용유가 가득 있었지만 현장 진입대원들은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친분이 있던 한 소방서장이 말했습니다. “또 젊은 소방관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소방관의 죽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웅’을 떠나보내는 장례식에서 이런 의문들을 섣불리 보도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시 추적한 건 소방청이 지난 3월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경 화재 순직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습니다. 소방청은 ‘소방관 순직 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일부 소방 대응의 문제점이 적혀있었지만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방수 개시 등 현장 활동 정보 공유 미흡’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일선 소방관들은 “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소방청이 순직사고가 발생하면 소방관과 전문가들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원인을 분석해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대외 유출 금지’ 라고 표지에 적혀있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이 보고서들을 입수해 분석하고 현장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소방관 순직 사고의 이면을 파헤친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는 5월7일부터 3주간 경향신문에 모두 5화 연재됐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죽으면 ‘영웅’이 되는 소방관
“소방관이 죽으면 소방청이든 언론이든 일단 영웅부터 만들어요.”
취재 초기 순직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사무총장이 했던 말입니다. 사무총장은 “솔직히 사람을 구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은 손가락에 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영웅’들이 돌아오지 못한 진짜 이유를 찾으려면 여러 건의 순직사고 조사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문경 화재를 통해 소방청이 순직사고 때마다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보고서를 만든다는 사실이 파악된 만큼 처음에는 쉽게 입수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 3월 국회의원 3명을 통해 차례로 순직보고서 공개요청을 했지만 소방청은 모두 거부했습니다. 10년간 발생한 순직사고 현황 정도만 제공했습니다.
소방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제5호에 의한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모두 1계급 특진과 훈장을 추서 받고 국립 대전현충원 소방공무원묘역에 안장됐지만 소방청은 이들의 죽음에 대한 객관적 사실은 감추고 있었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취재팀은 순직보고서 작성에 일선 소방관과 외부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위원이나 현직 소방관 20여명과 접촉했습니다. 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위원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여러 곳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처음 문경 화재 순직사고와 2023년 전북 김제 단독주택 화재, 같은해 12월 제주 창고 화재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이어 2021년 경기 광주 소방차량 전복 순직사고, 같은 해 6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같은 달 울산 상가건물 화재 순직사고, 2022년 경기 평택 신축 물류창고 화재 사건의 조사 보고서도 입수했습니다. 7건의 순직 사고보고서를 입수하는 데에만 한 달여가 소요됐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가 알던 영웅은 없었습니다. 소방관 순직이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 고장 난 시스템으로 인한 인재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영웅의 죽음’ 뒤, 알려지지 않은 사실
취재팀은 우선 보고서 분석에 매달렸습니다. 많게는 100여쪽 달하는 순직사고별 보고서에는 그동안 국민이 알지 못했단 사고 원인이 객관적으로 분석돼 있었습니다.
보고서를 여러 차례 읽다 보니 ‘반복되는 문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5년차 이하 신입 소방관들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부분 사고에서 숨진 소방관들의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2017년 정부의 ‘소방관 2만명 증원’ 계획에 따라 소방관이 된 사람들에게 사고가 집중되고 있었던 겁니다. 소방청은 신입 소방관이 늘어나자 교육 기간을 대폭 줄여버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고백했습니다.
‘지휘관의 역량 부족’ 내지는 ‘판단 실수’도 모든 사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소방청이 순직 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지키도록 강조하는 ‘절대불변 4대 원칙’도 현장에서는 쉽게 무시됐습니다.
지휘관의 역랑 부족이 ‘순직’으로 이어졌지만 책임을 묻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소방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10년간 소방관 순직과 관련한 징계 현황을 요구했습니다.
소방청에서 받은 정보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40명의 소방관의 순직하는 동안 책임을 물어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검찰이 교육 중인 소방관 순직과 관련해 책임자 등을 기소하면서 이뤄진 징계였습니다.
지휘관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초급간부인 소방위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기본교육 이수율은 2023년 기준 전국 평균 18.9% 였습니다. 지휘 능력 향샹을 위해 2021년 도입된 ‘지휘관 자격인증제’ 이수율은 전국 평균 4.9%에 불과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은 119구급대원이었습니다. 응급차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처치해야 할 구급대원이 왜 소방호스를 잡다 숨졌는지, 전국에 이런 소방본부가 10곳이 넘는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소방관을 대표하는 구호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온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2021년부터 인명 검색을 하던 구조대원이 숨진 모든 사고에서 건물 내부에 구조 대상은 없었습니다. 소방관들이 왜 구할 사람이 없는 건물에 들어가야 했는지, 일선 소방관들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입수 자료 중심이 아닌, 그들의 진짜 이야기
취재팀은 이번 기사가 보고서 7건에 대한 단순 분석 보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웅’으로 알았던 소방관 죽음의 이면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당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죽음이 ‘개인의 실수’가 아니었다는 점도 보여줘야 했습니다. 매번 문제를 알고도 영웅으로만 칭송하며 대책 마련에는 미적대는 당국에 경종을 울리려면 국민의 공감도 끌어내야 했습니다.
그렇게 순직사고 유가족의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 10여명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일부 유가족은 인터뷰 일정까지 잡았지만 보도가 시작된 이후 갑자기 연락이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전북 김제 단독주택 사고로 순직한 성공일 소방사의 아버지 성용묵씨는 아들 죽음의 원인을 담은 보고서를 처음으로 보게 됐습니다. 이런 보고서가 있는 줄도 몰랐다는 그는, 보고서에 적힌 12가지의 문제점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현직 119안전센터장인 조상열 소방경을 통해서는 순직사고가 날 때 반복적으로 지적된 ‘지휘관의 역량 부족’ 문제를 전달했습니다. 취재팀은 ‘지휘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현직 지휘관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고, 취재 섭외에 공을 들였습니다.
현장에서 동료 구급대원을 잃은 소방관도 어렵게 설득해 내부에 사람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대원들은 진입시키는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강릉 석란정 화재로 소방관이었던 가족을 잃은 두 유가족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더는 다치지 않고 제발 돌아오게 하소서.”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경기 물류센터 화재에 출동했던 박세형 소방위(가명) 한 명입니다. 기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현직 소방관인 점과 본인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보도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제보인과 특별한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모든 취재는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취재한 내용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방관 순직과 관련해 해당 지역 언론에서 단편적인 선행보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순직소방관의 사연과 그들의 영웅적 스토리를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7건의 보고서 중 보고서 일부분을 바탕으로 보도된 내용도 있었지만, 개별사건에 대한 보도로 인해 소방의 전체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소방관의 영웅적 면모가 아닌 이들의 순직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고 있는 절대불변의 4대원칙을 바로 세우고 신입 소방관 교육 부족, 능력없는 지휘관 문제, 소방 조직의 안일한 안전관리 등의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전국의 많은 소방공무원들은 경향신문의 시리즈가 보도될 때마다 내용을 카카오톡 등으로 동료들과 공유하며 읽었다고 전해왔습니다.
전국소방공무원 직장연합협의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소방관 순직 사고와 관련해 지휘관 책임 강화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소방관들의 요구사항은 경향신문이 지적한 문제였습니다.
이지운 소방공무원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향신문 보도가 성명 발표의 계기가 됐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경향신문 보도로 그동안 내부에서 쉬쉬해 왔던 순직사고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회차별로 보도될 때마다 많은 소방관들이 기사를 공유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도 지난달 30일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과 승진 적체 해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순직 소방관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소방청도 순직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소방청은 신입 소방관들의 교육 기간을 늘리고 지휘관 훈련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방청은 5월 말 1차 회의를 했고 조만관 2차와 3차 회의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방청은 “각 부서별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 종합적인 대책을 담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의 지원은 없었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도 없었습니다.
취재후기
(405회)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 경향신문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경향신문 김현수 기자
“소방관이 죽으면 소방청이든 언론이든 일단 영웅부터 만들어요.”(순직 소방공무원 추모기념회 김종태 사무총장)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최초 기획 방향은 지난 1월 발생한 경북 문경공장 화재 50일을 맞아 순직 소방관들의 생전 모습과 영웅적인 면모를 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어쩌면 이들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인재’일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쌓여갔습니다.
기획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 건 소방청이 지난 3월 순직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습니다. 발표 자료에는 일부 소방 대응의 문제점이 적혀있었지만, ‘부정확한 정보 전달과 방수 개시 등 현장 활동 정보 공유 미흡’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했습니다. 소방청에 ‘조사 보고서’ 원본을 요청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비공개 대상 정보”였습니다. 최근 10년간 화재진압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이나 됩니다. 이들은 특진과 훈장을 추서 받고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됩니다. 숭고한 죽음에 대한 예우입니다. 하지만 소방청은 이들을 ‘영웅’으로 예우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객관적 사실은 감추고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순직사고 조사에 참여한 위원들과 접촉해 보고서 조각들을 힘들게 모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7건의 순직사고 보고서에는 우리가 알던 영웅은 없었습니다. 고장 난 시스템으로 인해 희생된 소방관들만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소방청은 순직사고 예방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고장 난 시스템에 의해 더는 우리의 영웅이 현장에서 쓰러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묻고 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재 기자 특성상 장기간 취재로 인해 발생한 공백을 불평·불만 없이 메워주시며 끊임없이 격려해신 전국사회부 선후배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405회 전체 총평
제405회 ‘이달의 기자상’심사에는 69편이 출품돼 4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이 많았으나 수상작은 적은 편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4주년을 맞아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으로 4편의 우수한 기사가 올라왔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트로트가수 김호중씨의 음주 뺑소니를 다룬 기사를 놓고서도 심사위원들의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13편이 경쟁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KBS의 <‘얼차려’ 훈련병, 가혹행위 사실확인>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군부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이라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인권센터가 먼저 사망 사고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완전군장에 1.5㎞ 구보, 팔굽혀펴기 등의 팩트를 확인해 얼차려가 규정에서 벗어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면서 사건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구조적 문제까지 짚었더라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보안이 철저한 군을 대상으로 하는 어려운 취재였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었다.
10편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윤석열 정부 예비비 사용내역, 조서 입수>가 이견 없이 일찌감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 국가 비상금이나 다름없어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할 예비비를 정부가 함부로 쓰는 실태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은 이견이 없었다. 정부의 예비비 편법 사용 문제는 언론에서 그동안 지적한 문제이기는 하다.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각 부처에서 사용내역에 대한 자료를 어렵게 구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기사라는 평이 많았다. 단발성이 아니라 후속 보도가 이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기사가 될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가 영광을 안았다.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언론은 어김없이 소방시설 등 안전기준 미준수나 소방서와 지자체의 소방점검 부실,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나 건물 자재 사용 등에 주목한다. 화재 진압 도중 숨진 소방관에 대해서는 평소 소방관으로서 헌신적인 면모를 조명하고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사가 뒤따른다. 경향신문 기사는 이런 도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소방 현장에서 지휘관의 판단미숙과 현장지휘가 문제가 될수 있고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 이송 인원이 현장에 투입되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소방서장의 퇴임식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소방관들에게 물었더니 거의 모두 공감하더라”고 전한 말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주는 최고의 심사평이 될 듯싶다. 앞선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후속 기획물을 통해 기획을 더욱 심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을 전한다.
지역 부문은 우리 지역 언론계의 저력과 노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라서 심사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신선함과 고민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인천일보가 지역 취재보도부문에 출품한 <여고생 사망-합창단 연관 의혹>을 선택했다. 종교집단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성역처럼 돼 있는데 지역언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 실상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인천지역 언론이 타 지역인 대전까지 취재해서 17살 여고생의 죽음이 교회 합창단, 음악학교와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 것에 대한 좋은 평가도 있었다. 보도 이후 합창단장 구속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에 미친 파장도 컸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국책사업이나 난개발을 다룬 기획보도물이 호평을 받았으나 수상작에 들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