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0)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보도가 보궐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뉴스가 아니라 KBS 취재진이 지난 2018년부터 취재·방송해 온 보도라는 점입니다. 공적설명서 분량이 제한돼 있으니 가급적 요약해서 이번 취재가 시작된 2018년부터의 상황을 아래와 같이 설명 드리겠습니다.
①KBS는 지난 2018년 국정원의 이른바 ‘4대강 불법 사찰 요약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합니다. 시민단체 활동과 상관없는 KBS 취재진의 독자적인 입수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교수 등 민간인들을 상대로 불법 사찰한 내용이 1장으로 요약돼 있는 문건입니다. 이 요약문건은 2018년 보도 당시 국정원에서 실체를 공식 인정한 문건입니다.
②KBS와 별도로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은 2017년부터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계속했고, 오랜 기간 법정 소송 끝에 2020년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냅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곽노현·문성근 씨 등 피해자들의 사찰 원문이 일부 공개되면서 관련 보도가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③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2021년 2월, 환경단체들은 2018년 KBS가 보도했던 ‘4대강 사찰 요약문건’을 토대로, 이 요약문건이 작성된 근거라 할 수 있는 ‘사찰 원문’ 자료를 공개하라며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합니다. 한 달이 걸렸고, 지난 3월 드디어 107쪽짜리 4대강 사찰 원문이 처음 세상에 공개됩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107쪽짜리 원문이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이 2018년 KBS의 ‘요약문건’ 덕분이었으니, 이번 원문 자료를 KBS에 제공해 단독 보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위와 같이 2018년부터 시작된 취재 경위에 따라 저희들이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중순까지 모두 7개의 리포트와 1개의 스튜디오 출연을 방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107쪽 원문 자료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확실하게 연루된 문건 2건(총18쪽)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박형준 후보가 연루된 사찰 원문이 확인된 것은 KBS 보도가 처음입니다. 문제의 문건을 보면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에 따라 4대강 사찰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표기됩니다. ‘배포처’에도 홍보기획관이 나옵니다. 여기서의 홍보기획관이 바로 박형준 후보입니다.
다시 말해 홍보기획관이 요청해 국정원이 사찰 문건을 만들었고, 완성된 문건을 홍보기획관에게 보냈다는 의미가 됩니다. 여기서 ‘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는 표현은 매우 중요한 대목입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입에 의해 불법 사찰 원문이 작성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며, 이는 KBS가 보도한 문제의 2건 원문에서만 유일하게 확인되는 부분입니다. 방송에서 다뤄지듯 문제의 2건의 문건은 적나라한 불법 사찰 내용을 담고 있으며, 취재진은 이 문건 2건을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KBS 취재진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청자들이 혹시나 가질 수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18년부터 계속돼 온 취재 경위를 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상히 설명했고, 한정된 방송시간을 감안해 자세한 텍스트 기사로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사찰 원문 자료가 나온 이상 박형준 후보에게 또렷한 물음을 던지는 것은 응당 필요했기에 집요하고 정밀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7개의 리포트를 보도했고, 별도로 취재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다각도로 이번 사안을 설명했습니다. 박형준 후보의 반론도 물론 충실히 담았습니다. 취재진은 박 후보가 연루된 문제의 2건의 문건을 인터넷에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이 문건 내용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고, 박 후보 해명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를 판단하실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참고 : ‘4대강 사찰’ 박형준 후보 연루 국정원 문건 공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36590 )
취재진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당락과 무관하게, 관련 정보가 속속 공개되는 데 맞춰 속보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것이 이번 탐사보도를 더욱 집요하고 끈질기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 없습니다. 2018년 4대강 사찰 요약문건을 보도할 당시에도 단독 보도였고, 그것을 토대로 107쪽 원문이 공개된 이번에도 첫 보도이자 단독 보도였습니다. 저희 보도 이후 다른 언론에서 박형준 후보가 정무수석을 할 때 ‘배포처’에 정무수석이 등장하는 문건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 후보의 불법 사찰 연루는 이번 보궐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문·방송·인터넷 매체 불문하고 사실상 모든 언론에서 이 사안을 다루었기에 타 매체 보도 리스트를 따로 출품 자료에 넣지는 않았습니다. KBS를 직접 인용한 보도도 많았고, KBS 언급 없이 정치적 공방 뉴스로만 이 사안을 다룬 경우도 많았습니다.
취재진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주진우 라이브> 등 주목도 높은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이번 사안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이번 KBS 보도와 저희들의 취재를 직간접 인용한 많은 영상물들은 유튜브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총합 조회수가 백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KBS가 1장짜리 ‘요약문건’으로 보도했던 당시의 다큐멘터리와 뉴스도 덩달아 뒤늦게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비되고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KBS가 이번 사안을 단독 보도한 이후 4대강 사찰 피해 환경단체들은 박형준 후보를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박 후보가 거짓 해명을 하고 있고 이것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니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차원입니다. 이제 검찰 수사 단계에서 더 많은 사실들이 드러날 공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적 기관이 아닌 국가정보기관이 작성한 원문에 ‘요청사항’이 표기되고 있는 만큼,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박 후보의 상세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저널리즘 윤리와 원칙을 지켰으며, 박형준 후보의 반론도 직접 인터뷰로 담았습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KBS 취재진을 고발하거나 언중위에 제소하거나 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보도는 2018년부터 계속해온 취재진의 끈질긴 ‘4대강 사찰’ 탐사보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