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019년 7월,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이 자신이 가르치던 유소년 선수들에게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금지약물을 투약한 사실을 <CBS 심층취재팀>이 최초 보도했을 때 청취자·독자들에게 약속했다. 금지약물의 또다른 유통경로를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언급한 까닭은 당시 이여상이 확보하고 있던 금지약물의 양이 상당히 많았고, 모 트레이너로부터 금지약물을 넘겨받은 이여상이 사실상 중간도매상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전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CBS 심층취재팀>은 그때도 금지약물이 다른 곳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지만, 더 이상 취재가 진척되지 않아 일단은 숙제를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다만 당시 접촉했던 취재원들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했다. 체육계 금지약물의 거래가 은밀하다 해도 그 내부 사정을 알 만한 취재원들 눈에는 언젠가 실마리가 포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나 결국 연락이 왔다.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여상으로부터 금지약물을 받은 것 같다는 제보였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제보만으로 보도할 수는 없었다.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건네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파장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투약했던 이여상은 구속까지 됐지만 형사처벌을 면한다 해도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금지약물에 연루된 스포츠 선수들은 체육계에서 영원히 퇴출될 수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파장이 예상되기에 꼼꼼한 사실 관계 확인이 우선이었다. 우선 해당 전직 투수 및 현직 투수의 경력을 이여상의 경력에 맞춰보았고, 체육계 안팎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이미 전직 투수에 대해서는 KADA 차원의 조사가 있었고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사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당사자의 해명과 반론을 듣기 전에, 더 구체적인 팩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침내 금지약물이 전해진 시점과 장소까지 우리는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담담하게 ‘이여상으로부터 줄기세포인 줄 알고 받았다가 다시 돌려줬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의아함은 더 커졌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택배로도 금지약물을 전달받았는데, 어떤 줄기세포를 택배로 받아 스스로 자신에게 주사한단 말인가. 여기에 금지약물의 대가로 1,600만원이 건네진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팩트들을 들고 다시 당사자에게 연락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느냐’고 놀라며, 한동안 머뭇머뭇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했다.
<CBS 심층취재팀>은 그러한 반응 모두를 담아 ‘베테랑 투수 A 전직 투수 B, 금지약물 구매정황 포착’이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했다. 다만 A와 B의 실명은 굳이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이여상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으면서도 ▲줄기세포로 알고 주사기와 함께 받았다’는 믿기 어려운 변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여전히 ‘금지약물인 줄은 몰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체 규명의 마지막 마침표 찍기는 KADA 등 권위기구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이번 취재에서 익명 취재원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 구체적인 신원을 밝힐 수는 없었다. 취재원들로부터는 앞선 ‘이여상의 유소년 선수 금지약물 투약’ 보도 때에도 도움을 받은 뒤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때와 지금 모두 취재원이 드러날 경우 애꿎은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어 익명을 유지키로 했다. 그리고 취재원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KADA와 해당 프로야구 구단 등에 사실 관계를 확인하였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CBS의 최초 보도가 나간 즉시 각종 매체의 기사들이 앞다퉈 금지약물 파문을 보도했다. 또 파문이 커지면서, 익명으로 보도된 송승준 선수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는데, 그 해명은 우리의 보도에서 이미 담아냈던 바와 같다. 타 매체 보도 내용을 간략히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프로야구 선수 불법약물 구매 의혹...‘이여상 스캔들’ 터지나(연합뉴스, 3월 11일)
-프로야구 선수 불법 약물 구매 의혹, 소속 구단 “사실 확인 중”(KBS, 3월 11일)
-프로야구에 약물 의혹...송승준 ‘강력 부인’(SBS, 3월 11일)
-프로야구 전·현직 선수 약물 의혹...KBO, “사실 밝혀지면 강력 징계”(YTN, 3월 11일)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2명, 금지약물 구매 의혹(서울신문, 3월 12일)
-또 이여상發 약물 스캔들...이번엔 프로야구로 번지나(조선일보, 3월 12일)
-금지약물 구입 의혹 송승준 “돌려주고 질책”(동아일보, 3월 12일) 等
송승준 선수의 해명이 나오자, 이번엔 이여상 선수가 직접 그 해명을 공박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이후로도 파문은 확산일로이다.
-이여상 “송승준, 금지 약물 알고 받았다...돌려받은 적 없어”(연합뉴스, 3월 12일)
-이여상 “송승준, 금지약물 알고 받았다”(KBS, 3월 12일)
-이여상 추가 ‘약물 권유’ 정황...롯데 “확인 중”(SBS, 3월 18일) 等
한편, CBS 단독보도는 타 보도를 표절한 바 없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CBS 보도가 나가자 한국야구위원회는 KADA로부터 전직 투수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뒤늦게 조사가 이뤄진 현직 투수에 대해서도 곧 상벌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보도는 한동안 잠잠했던 금지약물의 유혹이 여전히 프로 스포츠 선수들 곁에 있음을 환기해주었다. 건강에 대한 위해성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금지약물에 연루됐을 때는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 개별 선수들이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KADA 관계자는 보도 이후 “프로 선수들의 경우 금지약물의 유혹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상시적인 감시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전·현직 프로선수들이 연루된 금지약물 파문 보도는 ‘이여상의 유소년 선수 금지약물 투약’ 사건 보도의 후속 성격이다. <CBS 심층취재팀>은 이여상에 대한 단독 보도로 그치지 않고, 1년 반만에 후속 취재 약속을 지켰다. 저널리즘에서 숨겨진 팩트의 발굴도 중요하고 문제된 사안에 대한 끈질긴 추적도 중요하다면, 이번 보도는 그 모두에서 취재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체육계를 두고는 고유한 스포츠 저널리즘이 형성돼 있는 탓에, 그 외부 시각을 반영한 감시와 견제가 이어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CBS 심층취재팀>은 체육계 안팎의 취재원을 두루 접촉해가며 영역을 가리지 않는 비판 정신을 구현해 냈다고 자평한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위 보도와 관련해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은 없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