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지난해 11월에 제보를 받았습니다. 국내의 한 트랜스젠더 병원에서 심각한 수술 부작용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성 성기를 만드는 수술(성기재건수술)이었는데, 피해자들의 사타구니 전체에 극심한 염증이 번졌습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수반됐지만, 의사는 사전에 의료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습니다. 항의 전화에 대충 얼버무리며 답을 피한 지 4년째. 확인된 피해자만 5명이었습니다.
일반 의료 피해였다면 발 빠르게 취재해서 단독으로 내보냈을 법한 사례였습니다. 제보자 역시 이미 법률 단체와 다른 언론사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부 거절당했습니다. ‘사안이 너무 생소하다’ ‘의료 문제여서 부담 된다’ 등 이유였습니다. 그런 반응이 있을 법도 합니다. 우리 사회엔 트랜스젠더가 성확정 수술을 하며 어떤 일을 겪는지 알려진 적 없었습니다.
이에 트랜스젠더의 건강권 문제 전반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른 성소수자와 달리 트랜스젠더는 성확정 과정 탓에 의료 문제가 개입됩니다. 건강권이 달린 영역이지만, 혐오와 차별 탓에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수술을 받고, 후유증을 감수합니다. 병원이 두려워 감기가 걸려도 상비약을 먹으며 버티기도 합니다. 제보 내용뿐만 아니라, 의료 시설과 관련된 트랜스젠더의 어려움을 두루 살펴 의료 실태를 조망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제보자 검증_지침도 전문가도 없어]
제보자의 주장을 검증하는 취재는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수술 자체도 생소했는데, 이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가진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의사를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병원은 환자가 인터넷에 악평을 남기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 글을 내리게 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신중을 기해야 했지만, 보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이나 시스템조차 없었습니다.
의료계 지침도 없고 참고할 논문도 없습니다. 트랜스젠더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의사들은 극소수였는데, 성기재건수술에 전문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국내에서 성기재건수술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확정 수술 의사 3명은 전부 평가가 안 좋았습니다. 환자에게 모욕을 주거나, 부작용이 있어도 모른체 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문제가 된 병원도 이 3곳 중 한 곳입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 홍보실에 취재 요청을 보냈지만 응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일반 대학 병원 비뇨기과에서도 이 수술과 유사한 수술을 한다고 들었지만, 나서거나 알려진 의사는 없었습니다. 번역가에게 의뢰해 트랜스젠더 건강을 위한 세계 전문가 협회(WPATH)나 해외 의료기관에 장문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 시민단체는 의료 전문 지식이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시민단체를 통해 지방의 한 대형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 교수는 일반 남성을 대상으로 성기성형수술을 하는데, 트랜스젠더 관련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수 도움을 받아 피해자의 상황을 검진하고 성기재건수술 관련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때 파악한 자료와 피해자 취재를 토대로 문제가 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4년간 ‘원래 그런 수술’이라며 발뺌하던 병원장은 취재 내용을 들은 뒤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여전히 이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의료 소송 등 추가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소변줄 막혀도 응급실은 “관련 경험 없다”]
이 병원 외의 의료 문제도 함께 다뤘습니다. 트랜스젠더들은 성확정 수술뿐만 아니라 일반 병원을 이용할 때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실태조사를 발표했지만, 숫자에 가려진 생생한 현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소변줄이 막혀 응급실에 방문했으나 의사마저 “관련 경험이 없다”고 말해 진료를 받지 못한 사례, 병원을 방문했다가 법적 성별과 다른 외모 탓에 불쾌한 일을 겪고 나왔던 사례, 정신과에 갔다가 “군대 가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비의학적인 핀잔을 들은 사례 등을 보도했습니다.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지적했습니다. 명확한 지침이 없는 탓에 병원 별로 다른 진단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학계가 정신과 진단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해 표준 지침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14년 유럽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에 따르면, 전 세계 118개국 중 39개 국가가 국가건강보험이나 공공의료체계를 통해 성확정수술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 아무 정보가 없는 트랜스젠더들이 기사를 보고 수술의 범위와 부작용을 알 수 있게끔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의대 윤현배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가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가르치는 수업을 개설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교수는 이 내용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려 했으나, 학교 측에서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내용이라 부담스럽다며 거절 의사를 밝힌 적 있습니다.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묻힐 뻔 했던 정보를 찾아내 알린 셈입니다.
지난 2월 15일 스스로 삶을 등진 고(故) 김기홍씨의 마지막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고인의 사망 9일 전에 했던 인터뷰였습니다. 자살 보도 준칙에 따른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사망 9일 전까지도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었고, 끝내 지워진 희망과 용기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해 기사로 다뤘습니다. 자살을 미화하거나 절망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최소화 했고, 고인과 가깝게 지내던 제주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과 보도 적절성 여부를 논의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없습니다. 제보자와 이해관계 없습니다. 취재 기자가 기사 작성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확정 수술의 어려움 관련한 선행 보도 없습니다. 일반 의료시설을 이용하는 데 따른 불편은 인권위 실태조사 보도자료를 여러 언론사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성소수자를 다룬 기사는 사회 활동이나 심리적 어려움에 집중돼왔습니다. 또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성소수자 중 한개 집단을 자세하게 다룬 보도도 적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트랜스젠더, 그 중 의료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보도로 성소수자 삶의 새로운 측면을 조명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열악한 의료 환경에 처해있는 이들의 현실을 알린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실제 시민단체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본보 취재 과정을 보며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의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의료 실태를 파악한 자료가 전혀 없으니 시민단체가 나서겠다는 취지입니다. 어떤 지역에 어느 병원을 이용하는지, 어떤 수술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환경인지 등 의료시설 이용 경험을 취합해 정제된 의료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은 “폭넓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연속 보도”라며 지난달 31일 본보 기획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소속사 확인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 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