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O), 제보(O)
▶여성 경찰관에 대한 경찰 동료들의 성추행과 성희롱 피해가 특정 경찰서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는 제보를 접한 것은 지난해 12월입니다. 경찰 내부 취재원으로부터 접한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동료의 사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지구대 직원이 불법으로 모텔 CCTV를 열람했다”, “여경에게 간부급 동료 경찰관이 순찰차에서 벨트를 매달라고 부탁해 신체 접촉을 유도했다”, “간부가 여경에게 콧물을 닦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등 수십 건의 성폭력 사례가 수집됐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여성 경찰관만 3명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내부 직원을 형사 고발하는 ‘직무 고발’도 이뤄졌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이 얘기는 소문이 아닌, ‘실체가 있는’ 팩트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하지만, 바로 취재에 착수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인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접근하기가 조심스러웠던 겁니다. 때문에, 피해자의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터뷰 요청을 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피해를 봤다는 여성 경찰관들은 나서기를 꺼렸고,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2달 정도가 지난 올해 2월 말, 피해자 중 한 명인 송영화(가명) 씨가 갑자기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서둘러 인터뷰 장소를 섭외하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피해자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방송에 나와 진술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에, 최대한 부담을 덜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 거주지 인근에서 외진 곳을 찾아 조명과 가림막을 설치한 뒤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피해자 여성 경찰관은 여경 휴게실에 무단 침입해 속옷 사이에 꽃을 놓고 간 일, 남자친구였던 동료 경찰관이 모텔을 찾아가 CCTV 영상을 제공받은 불법 뒷조사 사례, 무단 차량 조회,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등 현직 경찰관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울분에 찬 표정으로 털어 놨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들이 발생한 뒤 직무 고발까지 이뤄졌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들이 여전히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양성평등 기본법에 따른 경찰관 내부 규칙에는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피해자만 인근 경찰서로 전보됐습니다.
▶피해자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제대로 된 피해사항을 진술하도록 인터뷰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취재진은 사건이 일어난 태백경찰서와 관내 지구대로 향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찰관은 모두 8명. 한 명씩 모두 만나 반론을 들었습니다. 가해나 불법사항을 인정한 경찰관도 있었고, 파악된 가해를 전면 부인한 경찰관도 나타났습니다.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해자 3명의 사례부터 보도를 시작해 나갔습니다.
▶송 씨는 인터뷰에 응하기 전에 이미 피해 상황을 정리한 장문의 피해 호소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유서의 형태입니다. 취재기자에게 호소문을 내부망에 게시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왔고, 저희 취재진은 여파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최초 보도가 나간 후 3일 뒤에 현직 경찰들이 열람할 수 있는 내부망인 ‘현장 활력소’에 호소문이 게시됐습니다. 12만여 명의 경찰관 중 6만8,000명이 넘는 경찰관이 피해 호소문을 봤고, 댓글도 1,200개 넘게 달렸습니다. 게시된 내용을 구두로 공유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경찰관이 이 사건을 알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깁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다만, 호소문은 이미 취재과정에서 송 씨에게 받았기 때문에 피해 내용이기 때문에 후속 보도와 계획된 보도를 병행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익명취재원은 성폭력과 조리돌림 피해자이거나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 송 씨를 비방한 글을 올린 강원도 태백경찰서 직원들입니다. 모두 사건 관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제보한 사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직 경찰관입니다. 제보자와 이해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는 취재원은 신원을 밝히지 않았고, 인터뷰는 모두 동의를 받고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취재와 보도 자체가 피해자의 2차 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피해자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모든 취재와 인터뷰는 수차례 동의 확인을 거쳐 진행했습니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보도는 취재진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을 살린 기사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인 송 씨는 이미 인터뷰 전 세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송 씨의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많이 웃기 시작했고, 울면서 나눴던 대화는 어느새 웃음과 함께 이어졌습니다. 최근 취재기자에게 한 피해자 송 씨의 말이 이번 기사와 보도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님. 보도 덕분에 살고 싶어졌고, 삶도 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타 매체 반향 리스트 참고)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후속 보도와 인용 보도 수십 건이 이어졌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보도 이후 경찰청은 감사관의 지시로 인권보호팀 등 경찰관 10여 명으로 구성된 T/F를 꾸려 현지에 내려 보냈습니다. 경찰청은 성추행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된 경찰관 3명을 강제추행 등 혐의로 추가 형사 고발했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지 않은 태백경찰서장 등 간부에 대해서도 징계가 내려질 예정이라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직원의 성 비위 근절을 위한 대책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며, 여성가족부와 인사행정처 역시 직권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등 파장은 현재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백경찰서의 상급기관인 강원경찰청에서도 직원을 내려 보내 성 비위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음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을 적절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해 공감을 얻은 수작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해당 취재와 보도가 피해자 송 씨가 자신이 속한 경찰 조직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도운 점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는 언론의 사명을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나옵니다.
▶형법을 집행하고,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경찰 조직 내부의 치부를 대중에 알려 경각심을 일으킨 점 역시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위와 같이 소속사의 확인을 거쳤으며,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고, 취재와 보도에 대한 어떤 이의제기도 없었습니다.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