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6개월 만에 이뤄진 새 운영 기관 공모…취재의 단초
지난 2월 광주광역시의 인터넷 홈페이지 고시․공고에 게시물 한 건이 올라왔습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운영을 맡을 새 수탁기관을 공모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한 사회복지법인에 위탁을 맡긴 지 반년 만에 새 운영 기관을 찾는 공고였는데 뚜렷한 단서는 없었지만,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위탁 운영 과정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곧장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뒤늦게 드러난 10대 발달장애인 소녀 입소 거부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시는 매우 거친 반응과 함께 ‘위탁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며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은 오히려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암시했고, 취재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이후 취재 과정에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를 운영해온 수탁기관 측이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해 갈 곳이 없었던 10대 발달장애인 소녀의 입소를 자의적인 판단과 함께 거부했고, 쉼터는 물론 지자체도 학대 피해자를 위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획보도를 검토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학대 피해 장애인 입소 거부는 전국적 현실
취재팀은 광주시의 사례에서 취재에 착수했지만, 이런 문제가 전국적으로 빚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쉼터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해 스스로 밝히길 꺼렸고, 취재에도 협조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과 접촉해 쉼터 운영 과정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에 대한 입소 거부 사례는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장애인 피해자가 쉼터 입소를 거부당해 모텔과 펜션을 전전하다 학대 현장으로 돌아갔고, 갈 곳이 없어 병원에서 머물다 결국 다른 지역 가정폭력 피해자 시설로 간 피해 장애인도 있었습니다. 쉼터들의 입소 거부 사유는 다양했지만 결국은 모두 ‘관리 부담’이었습니다.
■무자격 가족 채용까지…돈벌이 전락한 쉼터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무자격 가족 채용부터 24시간 운영 약속을 어긴 채 심야에 학대 피해 장애인을 홀로 두고 직원들은 퇴근하는 등 사실상 특정 단체의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쉼터의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거나 묵인 또는 방조해왔고, 뒤늦은 행정 조치로 쉼터가 석 달째 다시 문을 열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쉼터의 현실이었습니다.
■숫자 늘리기만 급급…운영 매뉴얼도 없고 예산도 부족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그동안 쉼터의 개수 늘리기에만 급급해 설령 학대 피해 장애인이 쉼터에 들어가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제로 전국의 시도마다 보통 한 곳씩, 전국에서 15개 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학대 피해 장애인을 ‘임시보호’만 할 뿐 ‘사회복귀 및 자립을 위한 지원’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쉼터는 설립 취지를 어긴 채 단기보호센터 등 다른 장애인시설과 통합 운영돼 유명무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쉼터 수탁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17년 본격적으로 쉼터 설치를 시작하면서도 5년째 운영 매뉴얼조차 만들지 않았습니다. 쉼터의 예산은 제대로 된 인력을 뽑기에도 빠듯했고, 학대 피해 장애인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취재팀은 입소 거부 실태부터 시작해 이런 구조적 문제까지 12차례(속보 포함)에 걸쳐 집중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취재팀은 학대 피해 장애인에 대한 이번 취재·보도 과정에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고, 특정 지역에 대한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학대 피해 장애인의 얼굴이나 신체, 주거 환경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는 한편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자극을 줄일 수 있는 삽화를 별도 제작해 활용했습니다. 또 전직 지방의원이 대표로 있던 사회복지법인이 쉼터 운영을 수탁 받고, 이 과정에 동료 의원의 도움도 있었던 정황도 취재했지만, 이번 보도가 자칫 특정인에 대한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 쉼터 운영 실태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흐려질 것을 우려해 실제 보도에서는 내용을 과감하게 배제했습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 당사자나 쉼터 운영 기관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실명 취재원을 보도에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해 보도의 신빙성을 높였습니다. 취재․보도 과정에 별도의 제보자는 없으며 광주와 전남은 물론 경기도 등 현장을 직접·현장 취재했습니다. 비판과 함께 모범 사례를 현장 취재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기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의 입소 거부 실태와 매뉴얼 부재 등 운영상 문제 전반을 다룬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입소 거부 전수조사…쉼터 운영 매뉴얼 마련 추진
KBS 보도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전국에서 운영 중인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15곳에서 일어난 입소 거부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통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입소 거부 사례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쉼터의 두 가지 기능인 ‘임시보호’와 ‘사회복귀 및 자립을 위한 지원’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운영 매뉴얼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뉴얼 마련을 위한 관련 연구용역을 올 상반기 중 추진할 예정입니다. 쉼터 운영을 위한 사업비를 늘리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쉼터 인력․시설 보강…예산, 올해보다 2배 늘리기로
보도 이후 광주시는 쉼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 해 예산을 현재(2억2600만원)보다 배 이상 많은 5억6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쉼터 종사자를 충원하기 위한 인건비 1억3400만원에 전용 건물 확보 비용 2억원 등 3억3400만원을 상반기 추경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관계기관과 쉼터 운영 방식을 놓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전라남도 역시 쉼터 종사자를 한 명 더 늘리기로 하고 추경에 관련 예산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단기보호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쉼터를 별도 건물을 마련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 개선 법 개정 추진
국회에서는 쉼터를 세분화하거나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검토되는 개정안에는 쉼터의 설치․운영 기준과 함께 남녀 쉼터의 구분, 일반 쉼터부터 가족 쉼터까지 다양한 쉼터의 종류, 학대 피해 장애인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 지원 의무 등이 담겨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보도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자인 장애인, 그 중에서도 장애와 학대라는 이중의 아픔을 가진 학대 피해자에 대한 심층 기획보도로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보도였습니다.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보여준 모범적인 보도라는 사내 심의와 시청자위원회의 평가가 있었습니다.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