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0)
지난 3월 1일 삼일운동 102주년을 맞아 KBS 취재진은 3개월 동안의 취재 끝에 마무리한 특집 뉴스를 <KBS 뉴스 9>에 방송했습니다. 데일리뉴스에서는 이례적으로 9분 가까이 되는 분량을 할애했고, 촬영과 영상 측면에서도 사실상 ‘미니 다큐’ 수준에 해당하는 보도였습니다.
1919년 삼일운동이 일어나고 이듬해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승전이 있은 후, 일제는 그 보복으로 간도 지역 한국인들과 독립운동가들을 대거 학살합니다. 교과서에서는 이른바 ‘간도참변’으로 부르는데 3천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술됩니다.
KBS 취재진은 간도참변에 가담한 한국인 경찰관 48명의 ‘공적서’를 일본 외교사료관에서 최초 발굴했습니다. 물론 이때의 ‘공적’은 일제 입장에서 공적이지 우리 입장에서는 반민족 행위이자 동족학살을 뜻합니다. 간도참변 학살에 가담한 한국인 경찰관들의 구체적 행위가 적시된 문서가 발굴된 것은 학계와 언론계 통틀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학문적 가치가 매우 높아 학계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취재진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번 발굴 자료를 토대로 ‘친일의 그늘’을 청산하지 못한 대한민국 경찰의 현 주소까지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발굴한 문서는 일제가 간도참변에 참가한 한국인 경찰관 48명에게 상훈을 주기 위해 그들의 공적을 작성한 것으로 600쪽 분량입니다. 공교롭게도 방송일에서 꼭 100년 전인 1921년 3월 1일 간도총영사가 결재했다고 표기돼 묘한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일제가 삼일운동의 트라우마 때문에 이렇게 3월 1일에 자신들만의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48명 경찰관의 업무는 참으로 다양하고 전방위적이었습니다. 민간인 학살, 마을 초토화, 독립운동가 체포, 무기 압수, 통역, 회유 등입니다. 공적서에는 이들의 실명과 함께 이들이 종로서, 용산서, 동대문서 등 전국 각지 경찰서에서 차출된 ‘유능한’ 사람들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일제 입장에서는 ‘에이스 경찰관’들을 차출해 간도로 보낸 것입니다.
3월 1일 당일, 취재진은 두 개의 리포트를 방송했습니다. 첫 번째 리포트는 4분 50초 분량으로 이번에 발굴한 문서의 세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을 담았습니다. 두 번째 리포트는 4분 분량으로, 이번에 발굴된 48인의 이후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대한민국 경찰이 그동안 ‘친일의 그늘’을 청산하는 데 사실상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은 바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전국 경찰청·경찰서 홈페이지 274곳을 전수 조사해 70여 명의 고위 간부들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경찰이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경찰청사에 (임시정부 초대 경찰청장인) 김구 선생 동상을 세우며 과거사 청산을 밝힌 바 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성과물도 내놓은 적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번 발굴 자료를 단지 과거의 참상을 돌아보는 것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던져주는 현재적 의미와 과제가 무엇인지를 다각도로 짚어본 것이었습니다. 이번 취재에 대한 각 기관의 반응 및 반향 등은 별도 리포트로 담아 <뉴스 9>에 또 방송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KBS 보도국은 출입처 중심의 뉴스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하고자 외부 전문가 또는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적극 추진하고 그에 대한 예산을 배정해 오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해에는 6개월 동안 산업재해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핀 <일하다 죽지 않게> 연중 기획물을 9시 뉴스에서 매주 방송한 바 있는데, 이 역시 노동 전문기관과의 장기간 협업 아래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이번 자료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 일본 외무성 산하 ‘외교사료관’에서 입수한 다량의 문서 가운데 일부로, KBS는 객원연구원 및 학계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협업 시스템 아래, 입수한 문서들에 대한 1차 검토 작업을 수개월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입수 문건 중 <간도참변 한국인 경찰관 48인의 공적서> 600쪽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용의 단독성과 의미 등을 고려해 삼일절에 방송하는 것을 계획하고, 즉각 정밀 번역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본격적인 자료 번역·분석·48인 추적 등을 이어가는 데 3개월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정 부분 제약 조건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KBS는 앞으로도 역사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협업 아래 사료 발굴을 통한 기획물을 적절한 시점마다 보도할 계획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 보도 없습니다.
3월 1일 방송된 9분 분량의 2꼭지 보도는 영상과 편집 완성도 측면에서도 ‘미니 다큐’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3월 30일 현재 해당 리포트 유튜브 조회수가 40만 회에 육박했고 3천 7백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했다는 평들이었습니다. TBS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출연 요청이 와 네티즌들의 많은 호응과 조회수를 이끌어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방송 영상에도 나오지만, 민족문제연구소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아 <친일인명사전> 증보판 발간을 계획 중인데, KBS가 발굴한 이번 공적서에 등장하는 인물들 상당수를 거기에 등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보훈처와 경찰청은 보도 이후 취재진에게 발굴 자료 제공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보훈처는 자료 제공에 감사하다는 뜻과 함께 이번 자료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독립유공자 발굴과 공적 검증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자료에는 48명에게 피해를 입은 독립운동가들도 17명 등장하는데 상당수가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은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경찰도 KBS 보도에 나오는 70여 명의 <친일인명사전> 등재 간부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경찰은 여전히 ‘친일 이력 병기’에 대해선 내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주는 데 그쳐, 취재진은 보훈처와 경찰 각각의 대응과 한계를 별도 리포트를 통해 후속 보도했습니다.(출품 영상 참조)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에서 저널리즘 윤리에 저촉될 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3개월 동안의 제작 기간을 투입해, 데일리뉴스에서는 매우 드물게 사실상 다큐멘터리에 육박하는 수준의 영상·편집의 완성도를 선보였기에 기획보도 방송부문에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주목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