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올해 6회째를 맞은 '서해수호의 날'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11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맞서다 전사한 해병대원 고(故)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58)씨였습니다.
문씨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9년 전부터 취재 때문에 문씨를 수차례 인터뷰했고, 전북 군산에 있는 문씨 집을 찾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3월 26일 그해 '제4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때 문 일병이 근무하던 연평부대 소대장이 문씨를 찾아 와 '연평도 포격전' 발발 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아들 사진 3장을 건넨 사연을 다룬 <[단독]北 포격 맞서다 숨진 해병 아들 9년 전 사진 보고 울음 터진 父>를 보도했습니다.
문씨와는 2년 만에 연락이 닿은 셈입니다. 서로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그는 조심스레 본론을 꺼냈습니다. 문씨는 "지난해까지 '서해수호의 날'(3월 넷째 주 금요일)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표현했다"며 "유가족으로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설명을 더 들어봤습니다. 문씨는 "당시 우리나라 영토에 (북한이 쏜) 포가 떨어지고, 북한 영토에도 우리 포가 떨어졌다"며 "실제 전쟁을 했는데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하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한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죽은 아이들 명예도 있고, 중·경상자들도 죽기 살기로 싸우다가 다쳤다"며 "해병대의 명예와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씨는 "해병대사령부에서만 '연평도 포격전'이라 부르고,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이 주관하는 대부분의 행사에선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이 왜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 부르고, 이 용어를 고집하는지에 대해선 몰랐습니다.
문씨 의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했습니다. 문씨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알기에 다시 물었습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연평도 포격전'으로 부른다고 약속하셨다"며 자신이 문 대통령과 만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문씨는 "2017년 3월 23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단독 면담을 할 때 '연평도 포격 도발' 대신 '연평도 포격전'이란 표현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며 "문 대통령도 제 뜻에 공감해 그 이후부터 연설 등을 할 때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표현하셨다"고 했습니다.
4년 전 문 대통령이 전주에서 문씨를 만난 날도 '제2회 서해수호의 날'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문씨에게 "박근혜 정부 동안 나라가 어려워지고 국민들도 고통스러웠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송구하다"며 "지난 대선 때보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백하건대 문씨가 설명해 주기 전까지 저는 '연평도 포격 도발'과 '연평도 포격전'의 차이를 몰랐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없었습니다. 45년간 분단국가에 산 국민이자 2년 2개월 만기 제대한 예비역 병장이면서도 '연평도 포격전'은 먼 나라 아니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겁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문 일병과 '연평도 포격전'을 수년간 기사화했지만, 그저 취재 대상으로서 피상적으로 접근한 탓입니다. 역사의식은커녕 '연평도 포격전'의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도 까막눈이었습니다.
문씨 아들은 어떤 군인이었을까요. 전북 군산이 고향인 문 일병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기습적으로 포격하던 날 해병대 진지에서 포탄을 나르다 적의 포탄 파편에 맞아 숨졌습니다. 군장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해 8월 '한반도 평화는 내가 지킨다'며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비극입니다. 사망 당시 문 일병은 스무 살이었습니다. 당시 북한의 도발로 문 일병과 서정우 하사 등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고, 군인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문씨는 왜 명칭 변경에 직접 나서게 됐을까요. 그는 "해병대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하는데 현역들은 군인 신분이라 말을 못 하니 유가족이자 '명예해병'인 제가 (명칭 변경에) 나서게 됐다"고 했습니다. 앞서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 일병 부모가 지난해 11월 23일 해병대사령부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마련한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제10주기 추모식'에서 명예해병으로 임명됐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부하 장병들을 잃은 부대장의 마음은 절절했습니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지난해 명예해병 임명식에서 "당시 연평부대장으로서 10년 전 오늘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전사자들의 희생에 무관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서 하사의 모친 김오복씨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정우, 광욱에게'라고 시작하는 추모 편지에서 "평화라는 이유로 북한 도발을 애써 외면하며 비난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습니다.
문씨는 해마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왔습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55명의 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북한의 무력 도발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2016년 제정됐습니다. 문씨는 3월 26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에도 참석한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기념식 전에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해병대사령부 등을 취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홈페이지 등을 검색해 일일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지만, 모든 기관으로부터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문씨 주장에 대해 국방부 측은 "공식적인 문서나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 표현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전'은 해병대에서 전투 의지 고양의 의미로 쓰는 것으로 안다"며 "2010년 11월 정부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로 명명했고, 국방부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한 이 명칭을 공식 용어로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다양할 수 있지만, 국방부 차원에서 따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보훈처는 국방부에서 쓰는 공식 명칭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사자들의 희생과 공훈을 기리는 기념식은 보훈처가 주관하지만, '서해수호의 날'에 들어가는 3가지 개별 사건에 대한 개념 정의와 명칭은 국방부에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병대사령부는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용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맞지만, 해병대 내부 행사에서는 '연평도 포격전'으로 쓰고 있다"며 "전사나 싸움의 함의 등을 고려해 우리가 전투에서 북한과 싸워서 이겼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그는 "국방부는 북한이 포격으로 도발했다는 행위 주체를 부각하기 위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고 쓰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한 듯한 해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전) 5·6주기 때부터 계속해서 국방부에 명칭 변경을 요청해 왔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문씨와 수시로 통화하고 취재 내용을 공유하며 기사를 다듬고 완성했습니다. 지난달(3월) 25일 오전 11시 디지털 기사로 빛을 본 <[단독]"文 '연평도 포격전' 약속해놓고…" 숨진 해병父 호소>는 문씨와 저의 합작품입니다. 해당 기사는 이튿날 '제6회 서해수호의 날' 당일 <"연평도 포격전 명명은 문 대통령 약속">이란 제목으로 중앙일보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해당 보도 과정에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익명 처리했고, 인터뷰한 문영조씨와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출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자는 전북에 주재하지만,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해병대사령부 등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기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연평도 포격 도발'→'연평도 포격전' 명칭을 둘러싼 전사자 유가족의 주장은 더러 다뤄졌지만, 국방부·국가보훈처·해병대사령부 등 유관기관의 공식 입장까지 확인해 보도한 것은 중앙일보가 처음이어서 선행 보도 없습니다. 국방부의 명칭 변경 결정 이후 신문과 방송 주요 언론을 포함해 인터넷 매체 등에서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하거나 추종 보도 했습니다. 타 매체 반향 관련 목록은 별도로 첨부하겠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문영조씨의 진심이 통했을까요. 보도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은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불의의 피격에도 당당히 이겨낸 연평도 포격전 영웅들께도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연평도 포격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3월) 31일 "각급 부대에 '연평도 포격 사건'의 공식 명칭을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해 사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하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엿새 만에 문씨의 소원이 이뤄진 겁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유족과 해병대에서 명칭 변경을 주장해 왔고, 전투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공식 명칭을 바꿨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다시 문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사자 유가족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 같다"고 기뻐했습니다. 문씨는 "대통령님과 국방부 관계자님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해병대 장병들이 명예롭게 군 생활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문씨는 "행사장에서 김정숙 여사 뒷자리에 앉았지만, 대통령님과는 대화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대통령님이 행사 전 제2연평해전 전적비에서 참배할 때 저를 유심히 쳐다보셨다"며 "말씀은 못하시고 긍정적인 눈빛을 보내셨다"고 했습니다.
문씨는 "행사장 뒤편에 서 있던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들과 함께 가슴 졸이며 대통령님의 기념사를 들었다"며 "대통령님은 항상 '연평도 포격전'이라 불러 주셨는데 이번 연설할 때는 연평도 포격 다음에 약간 띄면서 '전'에 액센트를 살짝 넣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중앙일보 보도([단독]"文 '연평도 포격전' 약속해놓고…" 숨진 해병父 호소) 직후 국방부 관계자가 해병대사령부에 전화해 '연평도 포격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차이 등을 묻더니 명칭을 바꾼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들었다"며 "내년이나 (변경)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바꿀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해병대사령부도 명칭 변경을 반겼습니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용어 변경에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전' 영웅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서북도서를 사수해 평화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아 4월 1일 오전 5시 속보 형식으로 디지털 기사 <"연평도 포격전 부르며 文 액센트 줬다" 소원 이룬 해병 부친>을 출고했습니다.
문씨 집에는 아직 문 일병이 학창 시절 보던 책과 고등학교 교복, 29년 전 아기 때 신었던 신발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문씨는 "사고 나기 한 달 전(2010년 10월 23일) 마지막으로 외박 때 (숙소) 침대에서 아들을 끌어안을 때 그 체온과 숨소리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몸과 귀에 느껴진다"며 "아들 물건을 치우면 영원히 떠나보내 버리는 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11년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고집하던 정부를 움직여 '연평도 포격전'으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 보도를 계기로 '연평도 포격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사자의 희생과 유가족의 아픔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중앙일보는 문씨의 바람대로 해병대 현역 장병뿐 아니라 군에 자원입대하는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길 희망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위키트리 <"도발 아닌, 포격전" 북한 공격에 아들 잃은 아버지가 절절히 호소했다> (2021.03.25)
https://www.wikitree.co.kr/articles/632262
-뉴스1 <연평도 영웅이 희생자인가…'연평도 포격 도발' 명명 논란> (2021.03.26)
https://www.news1.kr/articles/?4254358
-조선일보 <[단독] 국방부, 연평도 포격전으로 명칭 변경… 유족 요구 수용> (2021.03.31)
https://www.chosun.com/politics/diplomacy-defense/2021/03/31/UMKM4INV4ZHALK7T7GF33EVMPI/
-동아일보 <국방부, 연평도 포격 도발→포격전으로…'전투 승리' 강조> (2021.03.31)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331/106175799/2
-연합뉴스 <국방부, 연평도 포격도발→포격전으로 공식 명칭 변경> (2021.03.31)
https://www.yna.co.kr/view/AKR20210331092900504?input=1195m
-뉴스1 <국방부, '연평도 포격 도발→포격전' 명칭 변경> (2021.03.31)
https://www.news1.kr/articles/?4259075
-MBC <국방부, 연평도 포격도발→포격전으로 공식 명칭 변경> (2021.03.31)
https://imnews.imbc.com/news/2021/politics/article/6135247_34866.html
-세계일보 <국방부,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포격전으로 명칭 변경> (2021.03.31)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331511288?OutUrl=naver
-TV조선 <국방부, 연평도 '포격전'으로 공식 명칭 변경…유족 "다행스럽고 감사"> (2021.03.31)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3/31/2021033190085.html
-뉴시스 <연평도 포격 도발, 연평도 포격전으로 공식명칭 변경> (2021.03.31)
https://newsis.com/view/?id=NISX20210331_0001389718&cID=10301&pID=10300
-국민일보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포격전’으로 공식명칭 변경> (2021.03.31)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691474&code=61111911&cp=nv
-국방일보 <국방부, ‘연평도 포격전’ 공식 명칭 사용> (2021.03.31)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210401/11/BBSMSTR_000000010021/view.do
-KBS <국방부, 연평도 ‘포격도발’→‘포격전’으로 공식 명칭 변경> (2021.03.31)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1851&ref=A
-노컷뉴스 <군,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포격전'으로 공식 명칭 변경> (2021.03.31)
https://www.nocutnews.co.kr/news/5526813
-YTN <국방부, '연평도 포격 도발' 명칭,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 (2021.03.31)
https://www.ytn.co.kr/_ln/0101_202103311412400641
-경인일보 <정부, 연평도 포격사건 공식 명칭 '연평도 포격전' 변경> (2021.04.01)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331010006704
-MBN <국방부,'연평도 포격도발'서 '포격전'으로 명칭 변경> (2021.03.31)
https://www.mbn.co.kr/news/politics/4464947
6.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 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소속사 확인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당사자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