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V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V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①[중고나라 사기의 덫] 적금통장 무제한 개설 ‘악용’…중고거래 대금 먹튀(2021.03.10.)
저는 이 기사에서 중고나라 먹튀범이 어떻게 제도를 회피하며 수십 개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는지에 주목해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의 구조적인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그간의 ‘중고나라 사기’ 기사는 대개 △사기의 규모 △사기의 수법만을 지적하는 데에서 그쳤습니다. 저는 매번 반복해 벌어지는 ‘중고나라 사기’는 단순 보도에 그쳐 예방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여타 기사들과 보도 방향을 달리했습니다. 그 결과 구체적인 시스템적 오류를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는 제보 메일 1통에서 시작됐습니다. 메일은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서 소위 먹튀(물품 대금을 입금했으나 물건을 받지 못함)를 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고나라 사기’에 대한 기사는 중고나라가 생긴 이래로 계속 나왔기에 ‘이 제보는 보도 가치가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며 사건을 알아보던 중, 이 먹튀범이 같은 은행의 거의 연속적인 24개의 계좌를 돌려쓰며 100명 남짓의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먹튀범이 수십 개의 계좌를 돌려가며 쓰는 이유는 자신을 여러 명처럼 보이기 위함입니다.
많은 돈을 갈취하려면 더 많은 상품을 판다는 게시물을 올려야 합니다. 이때 상품을 파는 이가 한 계좌를 쓰면 그 많은 물건을 한 사람이 팔아 구매자는 사기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먹튀범은 여러 계좌를 돌려쓰며 여러 명처럼 보이고 여러 상품 판매 글을 게시했습니다. 아래는 먹튀범이 범죄의 사용한 계좌번호의 일부입니다.
ㅇㅇ은행 939323 00 0016‘49’
ㅇㅇ은행 939323 00 0016‘52‘
…
ㅇㅇ은행 939323 00 0016‘78’
ㅇㅇ은행 939323 00 0016‘81’
…
ㅇㅇ은행 939323 00 0017‘19’
ㅇㅇ은행 939323 00 0017‘22’
…
ㅇㅇ은행 939323 00 0017‘48’
ㅇㅇ은행 939323 00 0017‘51’
이처럼 먹튀범이 사기에 이용한 계좌번호는 앞 10자리가 모두 동일하고 뒤 4자리가 최소 3씩 차이 났습니다. ㅇㅇ은행의 계좌번호는 해당 금융 상품이 예금인지 적금인지를 구분하는 △상품 코드 △개설 지점 코드 △일련번호 △검증 번호 △당일 통장이 개설된 순서 등으로 이뤄집니다. 맨 끝자리들은 당일 통장이 개설된 순서입니다. 이 자리가 미세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미뤄보아 먹튀범이 하루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2010년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과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만든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상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는 개인이 2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할 경우 1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20영업일 뒤에야 2번째 계좌를 만들 수 있어 ‘1개월 1계좌’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입출금이 자유로워 사기에 악용될 개연성이 높은 예금 성격 계좌만이 대상입니다. 적금은 돈을 찾으려면 해지해야 하는 구조라 사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로 이 제도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저는 먹튀범이 제도에서 제외된 ‘적금’을 활용해 하루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했을 것에 무게를 두고 추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범죄 이용 계좌의 상품 코드만 떼어내 해당 은행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그 계좌는 적금 계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먹튀범은 미꾸라지처럼 제도를 빠져나가며 90여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입니다.
②[중고나라 사기의 덫] 경찰·은행, 피해자 신고받고도 계좌 정지 못 시켰다(2021.03.10.)
이 먹튀범이 적금 계좌로 피해간 것은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기 의심 계좌에 대한 부정 인출 등록’도 적용받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제보자는 경찰을 통해 은행에 ‘사기 의심 계좌에 대한 부정 인출 등록’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사기당한 직후에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막힌 것입니다.
통상 중고나라 사기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경찰을 통해 해당 은행에 ‘사기 의심 계좌에 대한 부정 인출 등록’을 신청합니다. 사기범이 은행에서 계좌를 인출할 때 해당 은행이 바로 이를 인지해 경찰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은행과 경찰청의 사이버ㆍ금융 범죄 예방 등에 관한 업무협약에 근거한 것으로 ’계좌 부정사용범 현장검거체제 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적용 대상은 경찰관서장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은행에 의뢰한 계좌로 보통예금, 저축예금, 자유저축, 가계종합, 기업자유예금 등입니다.
이 제도 역시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와 같이 적금은 대상이 아닙니다. 먹튀범은 중고나라 사기의 만능 방패인 적금을 사용해 금감원의 제도와 은행과 경찰청의 업무협약을 빠져나갔습니다. 제보자와 먹튀범에게 입금한 100명 남짓의 피해자는 은행으로부터 어떤 구제도 받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으론 돈을 돌려받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리고, 먹튀범이 돈을 모두 인출해 사용했다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불투명해집니다.
중고 거래 사기는 대부분 소액이라 피해자가 형사 고소 시 법원이 사기범에게 벌금 등만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립니다. 형법 347조 1항에 따르면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습니다. 법원이 약식명령을 결정하면 피해자는 사기범에 대해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민사 소송도 돈을 돌려받기 힘든 것은 마찬가집니다. 소액 사기의 경우 민사 소송을 하는 데 드는 소송비용과 시간에 비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적습니다. 돈과 시간을 들여 민사소송에서 이겼다고 해도 사기범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으면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제도의 구멍 때문에 애먼 피해자가 생긴 데에 주목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했다’식의 기사는 기자만 편한 기사일 뿐 문제의 해소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피해자들의 피해구제에 집중해 형사소송도 민사소송도 돈을 돌려받기는 힘들어 소송으로 가지 않게끔 제도의 빈틈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③[중고나라 사기의 덫] 정희용 의원 “보이스피싱만 통신사기로 보면 안 돼“(2021.03.10.)
‘중고나라 사기’와 관련해 법안을 낸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을 인터뷰해 기획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정 의원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게 된 경위를 세밀히 보도해 현행법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항은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라는 부분 단서가 있습니다. 정 의원은 이를 삭제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을 가장하거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온라인 중고 거래도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개정안이 중요한 이유는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돈을 보낸 후 금융사를 통해 사기 의심 거래 계좌에 대해 이체 또는 송금을 지연하거나 일시 정지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이런 종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지급 정지를 꼽기도 합니다.
정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가속화되면서 중고 거래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당 개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인 더치트에 따르면 2015년 9만836건이던 피해 사례는 2019년 23만2035건으로 폭증하고 피해액 역시 2015년 758억 원에서 2019년 2767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중고나라 사기의 구조적 오류를 지적한 이 기사는 지금 시점에 꼭 필요했던 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④'법꾸라지’ 중고나라 사기범, 경찰에 자진 출석(2021.03.15.)
기사가 나간 후에도 경찰에서 이 먹튀범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속해서 사건을 팔로업했습니다. 덕분에 먹튀범이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먹튀범 검거를 손꼽아 기다리던 피해자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썼고 먹튀범이 지인 2명의 명의를 도용해 동일한 방식(적금 개설)으로 4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는 것을 추가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저는 먹튀범이 사기에 이용한 은행 2곳을 ㄱ은행, ㄴ은행 등으로 가렸습니다. ‘제도의 빈틈’을 지적하고자 했던 본질이 흐려질 것을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은행 이름이 밝혀지면 독자들의 관심이 제도가 아닌 특정 은행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제도의 설계가 잘못됐다는 점이 아닌 은행의 잘못으로 기사를 오독하는 것입니다. 제 기사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거대 은행일지라도 그 피해를 막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해 두 은행을 익명 처리했습니다.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익명 처리를 최소화하려고 했고 그 결과 ‘중고나라 사기의 덫’ 시리즈에서 익명 취재원은 단 1명 나옵니다. 이 취재원은 ㄱ은행 관계자로 실명이 밝혀지면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고민 끝에 익명 처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중고나라 사기의 덫’ 기획은 단독기획, 단독취재로 이뤄진 보도이며 타 보도를 표절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진 ‘중고나라 사기의 덫’을 타 매체가 받은 것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중고나라 사기의 특성상 소액이고 피해자가 일반 시민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수법의 새로운 사기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기사화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적금으로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와 ‘사기 의심 계좌에 대한 부정 인출 등록’을 피해가는 수법이 알려졌기 때문에 향후 이와 동일한 수법을 쓴 사건이 나온다면 제 기사가 참고자료가 되리라생각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기사가 나간 후 먹튀범은 경찰서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먹튀범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먹튀범이 경찰에 붙잡히자 피해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먹튀범의 수법이 치밀해 행여 이 범인을 놓칠까 불안했던 마음을 해소한 것입니다. 적금으로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와 ‘사기 의심 계좌에 대한 부정 인출 등록’을 회피한 수법이 이제야 알려져 제도 변화를 꾀하기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래에 같은 수법의 중고나라 사기범이 나타난다면 제 기사가 제도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비대면 거래 중 하나인 ‘중고나라’ 사기를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중고나라 사기 기사는 사기의 규모에 집중해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제보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피해자 100명 남짓이 40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는 기사를 썼다면 기존 보도에서 발전된 것이 하나 없는 기사였습니다. 제보자가 기자를 찾는 의미는 수사기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제보자의 제보를 살리고자 이번 기사로 여타 기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사건을 단순한 접근에서 탈피해 중고나라 사기범의 특정 수법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중고나라 사기에서 ‘적금’이 제도를 피해 하루에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고 피해자의 사후구제도 어려운 사기범의 만능 무기가 된다고 지적하는 기사는 그간 없던 기사였습니다. 언론이 개인의 일탈을 막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 이를 바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먹튀범이 어떻게 제도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 세세히 분석해 시스템적 허점을 꼬집어 변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보자는 제게 “먹튀범과 ㅇㅇ은행과 커넥션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기간에 계좌 개설이 불가능함에도 먹튀범은 거의 연속적인 계좌번호를 발급받아 사기에 동원했고, 경찰이 은행에 사기 동원 계좌의 지급정지 요청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먹튀범의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와 ‘지급정지 요건’을 취재했고 이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2조 ‘공정보도(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를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결과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기사화하는 게 아닌 제보자의 주장에서 사실을 걸러내고 이 사실을 바탕으로 추가 취재해 제도의 결함을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받지 않았으며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7회 전체 총평
367회 이달의 기자상은 ‘LH 투기 사건’ 보도로 출품작이 많았고, 선정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YTN의 <광명·시흥 신도시 ‘전북 원정투기’ 등 각종 의혹>과 TV조선의 을 수상작으로 뽑았다. ‘결·과·적·으·로’라는 다섯 음절 안에 얼마나 많은 토론과 고민, 숙고가 있었는지를 소상히 전해달라는 심사위원들의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유는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LH공사 직원 투기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다. 최종 후보에 오른 관련 출품작만 10편이나 됐다. 모두 수작이었다. MBC의 은 LH공사와 직원의 우월적 구조에 초점을 맞췄고, 시사저널의 보도는 구체적인 수주 근거와 전관 명단으로 기사에 무게감을 실었다. 한국일보의 <자기 땅에 도로 낸 광양시장, 이해충돌> 역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국민청원에서 기사를 건져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KBS의 보도와 KBS 대전총국의 <전 행복청장 재임 중 세종시 국가 산단 투기 의혹> 보도도 취재와 영향력에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 국민일보의 <광명·시흥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 보도도 막판까지 수상을 놓고 저울질할 정도로 좋은 기사였다. 특히, 경인일보는 이미 2019년 3월 <‘도면 유출’ 2년 만에 드러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예정지 투기 실체>를 보도하면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를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들게 했다. 정말로 기사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차라리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를 했다’는 방패막이를 앞세워 수상작을 선정하지 말자는 논의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LH공사 직원 투기라는 고질적 문제와 관련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몇 번의 토론 끝에 가장 굵직한 이슈였던 ‘원정투기’와 ‘강 사장’ 보도를 수상작으로 뽑았다. YTN의 <전북 원정투기> 보도는 사건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급력이 큰 기사였을 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수상에 이의가 없었다. TV조선 보도 역시 ‘강 사장’이라는 상징적 인물 취재와 지역농협의 유착까지 기사화했다는 점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나고 사건을 되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을 만한 기사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취재보도 1부문에서 수상한 YTN의 <제약사 ‘원료 용량 조작’ 문제점> 보도는 국내 언론이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약물 불법 제조 실태와 식약처 직원의 유착 의혹, 여기에 식약처 점검 결과 대형 제약사의 불법 제조 실태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심사위원은 정부의 엄청난 R&D 지원이 들어가는 바이오·제약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관련 보도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매일경제의 <내로남불 김상조, 임대차법 이틀전 전셋값 14% 올려 외 2건> 보도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라는 파급력은 물론 이미 공개된 자료를 다른 시각으로 분석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의견이 쉽게 모아졌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KBS <낙인, 죄수의 딸> 보도는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송의 솜씨가 단연 돋보였다. 현실감 있고 심층적인 취재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이 결국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아쉽게 수상작에서 빠졌지만 한국일보의 <트랜스젠더 의료는 없다> 보도도 기사의 높은 독창성과 인권의 사각지대를 새롭게 조명했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에 빠뜨렸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영남일보 <‘구미 3세 여아’ 외할머니가 친모였다> 보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오갔다. 언젠가는 알려졌을 시간차 특종에 대한 평가,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진 점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팩트가 갖는 묵직함이 이런 우려를 충분히 압도했고, 꼼꼼한 취재와 확인 과정도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인천일보의 <인천형 청년 베이비부머 연구록>은 우선 기사 내용이 훌륭했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만 26세에서 30세 연령층의 삶의 기록을 구체적인 통계와 함께 솜씨 좋게 버무려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이 어떤 보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가점을 받았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KNN의 <상괭이의 꿈>은 꽤 오랜 기간 취재에 공을 쏟은 기자의 열정이 상괭이 개체수 감소와 환경오염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넉넉하게 이겨내고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같은 부문 KBS 광주총국의 <학대 피해자가 외면하는 장애인 쉼터>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MBC경남의 <공영주차장 특혜 20년, 불법 눈감은 창원시>는 지역의 고질적 부패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다.
심사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출품작의 경우, 크게 다르지 않은 보도 내용을 놓고 서로 단독기사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확인 결과 보도 시점이 6일이나 차이가 났다. 출품에 앞서 개별 언론사 기자협회 차원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도 보다 신중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367회 심사부터 최종 단계를 추가했다. 최종 투표를 마친 뒤에 선정작에 대한 마지막 이의 제기 절차를 신설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은 없는지, 아쉽게 탈락한 작품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의 부족함으로 혹시나 동료, 선후배 기자의 노력이 묻히지 않을까 두렵고 또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