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불법 발판에서 또 한 명이 숨졌다.>
청소 노동자는 우리 사회 ‘필수 노동자’입니다. 이들이 단 하루만 일을 멈추면, 우리는 쾌적한 환경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필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의 일터는 위태롭고, 위험합니다. 지난 3년간 일하다 끼이고, 추락하고, 또 과로로 숨진 노동자만 90명이 넘습니다. 거듭된 사망 사고에 정부는 기존 대책에, 또 하나의 대책을 얹어놓지만, 사망 사고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안전 대책이 현장과 들어맞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경남 양산에서 일어난 사고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을 그리며 청소 일에 몸담은 60대 청소 노동자는 1년 반 만에 가족과 동료의 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순간 그가 발을 디디고 서 있던 곳은 청소차에 달린 불법 발판이었습니다. 정부가 이미 12년 전 위험하다며 사용을 금지한 발판이었습니다. 폭 30cm, 길이 2m, 노동자가 겨우 올라설 수 있는 작은 발판은 단순히 작업 편의를 위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위탁업체의 이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자는 왜 불법 발판에 올라설 수밖에 없었을까?’하는 물음이 기획 취재의 시작입니다.
<‘불법 발판’ 환경미화원 숨져…단속 사각지대>
취재진은 숨진 노동자의 동료에게서 당시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단독으로 확보했습니다. 영상에는 10여년간 정부가 불법이라며 금지해 왔던 ‘위태로운’ 발판 작업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수소문해 찾은 사고 업체 창고에는 청소차에서 떼어낸 발판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업체 대표는 자동차 검사 때만 발판을 떼어냈다가, 다시 부착하는 방식으로 수년간 작업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망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감독 권한이 있는 양산시가 이를 묵인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취재진은 양산시가 외부 기관을 통해 진행한 청소 위탁업체 평가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사고 업체뿐만 아니라, 양산시 관내 업체 대부분이 불법 발판을 사용해 온 정황이 담겨있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양산시도 불법 발판 작업이 이뤄졌던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환경부는 12년 전 불법 발판 작업 금지에 이어, 6년 전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조치까지 내렸지만, 현장에선 ‘법 따로, 현실 따로’인 현실이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한국형 청소차도 ‘불법 발판’…‘법 따로 현실 따로’>
경남 양산만의 문제일까? 취재진은 다른 지역으로 취재 범위를 넓혔습니다. 청소차와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경남 창원의 수거 현장을 동행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된 수거 작업에서 노동자들이 불법 발판 위에 올라선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차가 속도를 높이는 큰 도로에서도 발판 탑승은 계속됐고, 안전모를 안 쓴 채 발판에 올라선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국형 청소차’에도 불법 발판이 달린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한국형 청소차는 불법 발판을 막기 위해 환경부가 2018년 도입한 안전 대책의 핵심이었습니다. 운전석 뒤에 노동자들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든 건데, 노동자들은 안전한 공간 대신, 위태로운 발판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습니다. 탑승과 하차를 반복하는 시간만큼 인건비가 더 책정돼야 하지만, 원가는 발판 탑승을 기준으로 계산되고 있었습니다. 또, 노동자들이 정해진 작업 시간을 넘길 경우 추가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8시간 안에 작업을 끝마치기 위해서는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발판에 올라서야만 하는 현실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발판 없애니 ‘3만 3천보’…“과로사 위험”>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양산 지역 위탁업체들의 발판 사용을 금지하고, 단속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조치 이후 노동자들의 쓰레기 수거 작업에 동행했습니다. 새벽 4시부터 정오까지 측정된 환경미화원의 걸음 수는 3만 보를 훌쩍 넘겼습니다. 거리로는 20km, 하프 마라톤을 뛰는 수준이었습니다. 10년 경력의 청소 노동자도 처음 경험하는 작업 강도였습니다. 그동안 발판 작업에 익숙해진 탓입니다. 이들의 주당 근무 일수는 6일, 노동자들의 다리는 파스로 온통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추락의 위험은 줄어든 대신, 과로의 위험은 오히려 더 커진 것입니다.
발판 금지에 따라 그에 맞는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하지만 대책은 없었습니다. 위탁업체들은 1년마다 자치단체와 노무비와 경비 등 작업 원가를 산출해 계약을 갱신합니다. 원가 산정 때 차량에는 GPS를 달아 작업량을 산정하는데, 정작 노동자들이 걸어서 수거하는 업무량은 반영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경남의 청소 노동자 70% 이상이 위탁업체에 소속돼 현실성 없는 원가의 적용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감독이 느슨해지면 노동자들은 언제든 다시 불법 발판에 올라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알렸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 내용 중 양산 청소 노동자와 자치단체 관계자를 익명 인터뷰하였으며, 이는 취재원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취재, 촬영기자가 직접 현장 취재를 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경남도민일보]"양산 환경미화원 사망 사고, 실질적 권한 쥔 시 책임"
[경남도민일보]“양산시, 한국형 청소차 보급하고 수거 인원 늘려라”
[연합뉴스]"청소차 추락사망 책임 물어야"…경남 노동계, 양산시장 고발
[오마이뉴스]"사망사고 발생했는데, 청소차 발판 제거만 하면 끝인가“
보도 이후 노동계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발판 제거 명령 이후 근무시간이 최대 3시간가량 더 늘었고, 폭염 속에서 20㎞ 안팎 거리를 걸어서 작업해야 해 또 다른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 대책으로 청소차와 인력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 중앙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또, 양산시가 사망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양산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내용의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사고 전 노동자가 차량 발판에 타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 구역 조정과 인원 충원 등이 이뤄져야 했지만, 관련 조치가 없었다는 취지였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반복되는 청소차 ‘불법 발판’…“법 개정 논의”>
KBS 기획보도 이후 환경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환경부는 우선 발판 탑승과 관련한 법률 개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청소차 발판 사용을 금지한 지 12년 만에 관련 논의가 다시 이뤄지는 것입니다.
현재 청소차에 발판을 달고 사람이 탑승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입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별도의 안전 표준을 만들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발판 설비를 갖춰 탑승시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 같은 사례의 도입이 가능한지 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과 논의하고, 자치단체와 청소 노동자들도 논의에 참여시켜 찬반 의견을 묻기로 했습니다.
보도에서 지적한 작업 원가도 현실화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환경부는 위탁업체와 원가 계약을 맺는 자치단체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현실성 있는 원가 산정을 요구했지만,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청소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근무 환경을 원가에 반영하고, 인력 충원과 청소차 증차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부 차원의 ‘원가 산정 지침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위 보도는 경남 양산의 60대 청소 노동자 사망 사고를 집중 조명해 정부가 금지한 불법 발판 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현장을 확인했고, 사망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동자들이 불법 발판에 올라설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정부가 핵심 안전 대책으로 내놓은 한국형 청소차에서도 불법 발판이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고, 현실적인 원가 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법 발판 작업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과로사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알렸습니다.
보도 이후 환경부가 12년 만에 발판 탑승과 관련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또한, 불법 발판 작업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원가 산정’의 현실화를 위한 지침 개정을 추진하기로 해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 마련에 기여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408회 전체 총평
제40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는 71편이 출품돼 7개 부문에서 8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평소보다 출품작과 수상작이 많았다. 특히 수상작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경제보도부문에 발군의 작품들이 출품돼 동시에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7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뉴스토마토의 <검찰 ‘정치·언론계 3000명’ 통신조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검찰이 피의자로 지목한 인사들과 연락했거나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된 약 3000명에 대해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대응 움직임이 이어졌다. 수사 편의를 위한 과도한 개인정보 확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재보도2부문에선 세계일보의 <대한배드민턴협회 각종 비리 의혹> 보도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림픽 기간 중 안세영 선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협회와 대표팀 운영에 대해 비판한 후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상황에서 회장의 갑질 폭언, 페이백 부속 합의 논란, 기념품 리베이트 의혹 등에 대한 기사를 통해 관련 보도의 흐름을 주도했다. 배드민턴협회의 민낯을 드러낸 일련의 보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두 편이 수상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경제신문의 <中 수집상, 고물상 돌며 구리 스크랩 ‘싹쓸이’ 外> 보도는 국내 구리 시장이 교란돼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을 추적해 낸 점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리 스크랩이 고철로 위장돼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보도 후 부산본부세관의 단속이 이어졌고, 이후 국내 구리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등 문제 해결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앙일보의 <4000만명 쓴 카카오페이, 中알리에 고객정보 넘겼다> 보도도 우리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인식에 경종을 울린 기사로 평가받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그룹의 자회사 카카오페이가 중국 업체에 고객정보를 넘겼다는 사실 자체로 충격적인 보도였고, 사회적 파장도 컸다. 법 위반이 있었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문제 제기 자체로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이후 금융 당국과 관계 기관의 조치도 뒤따르고 있어 후속 보도가 기대된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국일보의 <추적: 지옥이 된 바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내·외에 걸쳐 수십 명 취재원과 광범위한 현장을 통해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대안도 충실히 제시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기자들의 열정이 돋보였고, 매회 2개 면에 걸쳐 펼쳐진 기사도 가독성이 높았다는 평가다. 보도에 포함된 그래픽과 편집도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캄보디아의 내부자들-불법 리딩방의 비밀> 보도가 수상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제보를 바탕으로 불법 리딩방 사기 수법을 재구성했고, 캄보디아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인 총책 밑에서 사실상 감금 상태로 한국인들이 사기에 가담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기자 신변이 걱정될 정도로 열정적인 취재가 있었고, 몰입도 높은 결과물을 만든 탐사보도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전주MBC의 <드론축구와 200억,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보도가 선정됐다. 200억의 예산을 투입한 사업에 성과 분석조차 없었고, 이익을 보는 구조의 중심에 한 민간 기업이 있었다는 점, 회계 부정과 부실한 대회 등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지역 언론의 저력과 노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사진보도부문에선 경인일보의 <녹색의 요단강을 건너다>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저수지에 보트가 지나는 시각적으로 평화로운 모습과 대비되는 메시지가 충격적이었고, 보도 이후 안전성 문제로 조정대회가 연기되는 등 사회적 파장도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