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올해 초 56년 전 성폭력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실형을 선고 받은 최말자 할머니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한다는 내용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여대생이 생면부지의 30대 남성의 혀를 깨물었고, 그 남성이 여성을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여대생이 피의자가 된 것입니다. 남성은 당시 만취상태로 길에 앉아 있던 여대생을 차에 태워 산길로 이동한 뒤 강제로 키스했다가 혀를 물렸습니다.
최말자씨 사건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성폭력 피해여성은 방어행위로 처벌 받을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피해 여대생은 경찰 공무원 준비생으로 자칫 기소가 돼 법정에 서게 되면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 1989년 강제추행을 당하던 여성이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문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여성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었지만, 피해 여성은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제보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설득 끝에 피해 여성을 만났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성폭력 사건에서의 혀 절단 행위가 정당방위임이 인식될 필요가 있으니 취재에 협조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첫 기사에서는 현장을 둘러보며 파악한 사건의 실체를 심층 보도했습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성폭력 사건에서의 방어행위에 대한 법원 판단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외국과 달리 국내는 사법부가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것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세 번째 기사는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를 역임한 여성인권 분야 전문가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의 인터뷰였습니다. 정춘숙 위원장은 가해자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폭력 상황을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성폭력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8월 20일과 21일 사건 현장인 부산을 찾았습니다. 사건 당시 여대생은 만취상태였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와 영수증, 카카오톡 대화 등을 토대로 그날의 기억을 재구성했습니다. 피해 여대생이 머물었던 숙소와 술을 마신 장소, 남성이 여대생을 태운 도로변, 강제키스가 벌어진 황령산 등산로길, 남성이 사건을 신고한 광남지구대 등 주요 포스트 5곳을 직접 찾아 사진을 찍고 동선을 체크했습니다. 여대생이 머물던 숙소에서 포장마차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을 걸어서 직접 측정하고, 렌터카를 이용해 서면역에서 황령산 등산로까지 이동해보는 등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증언이 신뢰할 만한 내용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황령산 등산로는 차 없이는 가기 어려운 곳이었고, 인적이 드물어 다른 이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장소였습니다.
-판결서 인터넷 열람 제도를 활용, 최근 10년간 있었던 혀 절단 사건 정당방위 사례들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추려서, 어떤 경우에 정당방위로 인정되는지 보도했습니다. 정당방위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교수들과 법조인들에게 연락해 해당 사건에 대한 의견을 청취 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사건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경찰도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고 알려왔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9월 10일 한국일보 보도 이후 연합뉴스(‘정당방위일까 중상해일까…그날 부산 황령산서 무슨 일이’), SBS, 조선일보(‘남자 혀 깨문 여자, 그녀에겐 키스가 아닌 추행이었다’), 중앙일보(차 블랙박스에 담긴 아, 야 비명...혀 잘린 남성 성추행 공방), KNN(정당방위 vs 중상해...여성이 남성 혀 깨물어 절단), 부산일보(여성이 남성 혀 깨물어 절단... 정당방어일까), 국제신문(첫만남 입맞추다 혀 잘려...남 중상해 혐의로 신고 여 강간하려 했다 고소), 미디어오늘 등에서 본보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한국일보 보도 이후 성폭력 사건에서의 혀 절단 행위가 정당방위인지 과잉방위인지에 대한 논의가 국회와 시민단체, 법조계를 중심으로 활발해졌습니다.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부산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에서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수사기관 취재에만 의존해 기사를 쓰지 않고, 사건 현장 5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현장감을 살린 기사를 썼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