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2020년. 두 달 가까이 쉬지 않고 내린 장맛비, 사상 유례 없는 물 폭탄, 원도심과 신도시를 가리지 않는 침수, 아파트와 공단을 덮친 산사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등 잇따른 초강력 태풍의 습격...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재라는 것에서 취재는 출발했다.
단독기획
올여름 7월부터 시작된 재해의 회오리는 지리산 바로 아래 경남 산청부터 화계장터의 하동, 거제의 아파트에서 김해의 공단을 넘어 부산, 그것도 원도심 동천에서 신도시 센텀시티, 나아가 마천루가 한데 모인 마린시티를 가리지 않고 휘감았다. 낙동강의 제방이 무너지고 떠내려간 소들은 축사 지붕위, 저 멀리 강변 혹은 90km를 떠내려간 먼 도시에서 열흘이 지난 뒤 발견되기도 했다. 30분만에 도로가 계곡으로 변했고 100층 건물에서도 주민들이 공포 속에 긴급 대피했지만 기상청의 예보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라며 공포를 부르짖을 때, 우리 취재팀은 “과연 이것이 정말 자연재해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를 경고하고 국가차원에서, 그리고 바다와 산맥을 끼고 있는 부산경남 차원에서의 대책과 변화를 촉구하기 시작한 것이 이미 10년, 아니 20년 이상 지난 지금 아직도 이런 상황을 단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로만 치부하고 피해복구와 재난지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이며, 우리는 지금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제대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구심을 출발점으로 올해의 자연재난을 다른 시각으로 분석하면서 KNN 기후취재팀은 이미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더 이상 기상이변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기상의 변화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고 이를 뉴스소비자들이 가장 널리, 보편적으로 피부에 느꼈던 물폭탄과 침수, 장마와 강풍, 태풍과 산사태 같은 기상현상, 재난재해를 통해 하나씩 풀어서 전달하고자 했다. 이번 보도를 위해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시각화 전문업체를 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물 폭탄과 같은 강수현상을 구현했으며 이외에도 NASA에서 제작한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과학적 현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 또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RISS)와 한국방재학회, 대한토목학회, 한국환경정책평가원구원 등 전문학술 기관과 연구채널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포함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견해를 통해 자료 중심, 통계 중심, 영상 중심의 설득력 있는 보도로 보도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보도의 기초에는 발로 현장을 뛰며 사례를 수집하고 가장 소구력 있는 영상과 인터뷰를 확보해 부산경남 지역민들의 우려와 공포가 더 이상 자연재해라는 핑계 아래 매몰돼서는 안 되며 이제는 인재(人災)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고층건물의 빌딩풍까지 현재 10회의 기획보도를 방송했으며 앞으로도 현상의 이면에서 추가적으로 발굴되는 원인, 또 기후변화에 의해 확산되거나 새롭게 발생하는 각종 재해들에 대해 지속적인 기획보도를 해나갈 계획이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이 기획취재를 통해 가장 의미 있는 시도는 지역방송으로서 보기 힘든 선순환, 즉 보도특집과 다큐멘터리 등 같은 맥락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면서 갈수록 심층화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Multi Use) 구조를 이뤄냈다는 점이다. 기후취재팀은 이미 기획보도 취재과정에서 축적했던 자료와 인터뷰, 영상 등을 초강력태풍인 9호 마이삭과 10호 하이선이 내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뉴스 보도로 충분히 활용하면서 재난재해보도 자체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태풍 마이삭으로 부산경남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태풍 하이선이 곧바로 접근해오면서 이런 데일리 뉴스의 포맷을 넘어서 기자의 시각을 통해 태풍의 위험성을 전달해야할 필요성에 보도국 전체가 공감했다. 따라서 짧은 시간의 한계에도 기후취재팀의 역량을 모두 동원해 40분에 이르는 <KNN 보도특집 프로그램 “태풍의 경고”>를 제작해 태풍 하이선이 근접한 9월 7일 저녁과 8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하였다. 이렇게 단기간에 전력을 쏟아 붓는 형태의 보도특집은 결코 쉽지 않은 제작이었고 특히 지역방송으로서는 보기 드문 시도였지만 사전에 충분한 기획취재로 쌓아둔 내공과 특집 제작의 경험, 젊은 기자들의 패기와 데스크의 지휘 아래 가능했다. 또한 이런 기후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취재팀에서 활약한 기자가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제비의 눈물”>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9월 24일 방송되면서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문제의식을 전달했다. 기후취재팀에 속해 취재과정과 내용을 공유하면서 동시에 보도특집과 다큐멘터리를 진행해가는 과정은 분명히 힘겨웠지만 이를 통해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다양한 내용과 다양한 포맷을 통해 지역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 기획보도가 태풍이나 침수, 산사태 등 기존의 데일리 뉴스식 사건사고 발생보도와는 완전히 다른, 별도의 취재와 제작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즉 단순히 사안이 발생했으니 취재를 하고 분석을 덧붙여 보도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변화, 더 이상 기상이변이라고 불려서는 안 되는, 이제 “일상이 된” 변화에 초점을 맞춰 기획보도를 구성했다. 따라서 이 보도를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충분한 논문과 학회지, 학술지 등 문헌 검색, 기상청은 물론 대기환경관련 학과나 환경단체, 토목학회에 심지어 해양대 항해학 교수까지 폭넓은 전문가 그룹을 통해 취재팀 스스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과 이해를 확보하는 과정이 지난했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반복해왔던 상식적인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의 도식을 넘어서야만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익숙한 자료를 다시 보여주는 수준을 이번에는 넘어서서 이제 우리가 맞닥뜨리는 현실이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그동안 수없이 경고되어왔던 기후의 변화이며 여기에 대처하지 못한 인재(人災) 라는 점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익히 알면서도 성취하기는 힘든 목표였다. 이를 위해 지역방송의 데일리 뉴스로서는 이례적으로 별도의 예산을 들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업체를 통해 강수량을 시각화함으로써 그 위력과 위험성을 시청자들이 한눈에 알 수 있게 구성하였다. 이는 지역방송 취재팀의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전달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기상이변 보도는 이미 선행보도를 따지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기간 계속돼왔다. 특히 이번 여름 기나긴 장맛비와 폭염, 태풍에 침수피해까지 부산경남 전역에서 쉴새없이 터져나오면서 지역언론 대부분이 피해에 대해 경쟁적으로 나열식, 피해위주의 선정적 보도만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KNN 기후특별취재팀은 보이는 현상에만 천착하는 기존의 경마식 재해보도를 벗어나 숨은 원인과 우려되는 상황, 보완하고 개선해야할 현실 등 심층보도를 이어갔다. KNN의 보도 이후 다른 지역언론에서도 기후위기보도(인류가 만든 대재앙,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창간74주년 기획>(9.10~) 기후 변화의 역습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91018573160405 (부산일보),그린뉴딜 도시미래 지킨다 기획보도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39406) (경남도민일보,9.14~) 등이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기획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체감과 반성, 그리고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언론이 그런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각성이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기획팀의 보도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를 경고한 최초의 보도는 아니지만, 올해 현실로 다가온 기상재해에 한발 앞서 타 지역언론에게 기후위기보도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지역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이번 KNN 기후특별취재팀의 기획보도는 더 이상 매년 뉴스보도에서 반복되어온 기상이변, 천재지변, 자연재해 라는 프레임, 인력으로는 피할 수 없는 재난이라는 시각이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이제는 언론 역시 이런 기상상황과 그에 따른 피해가 당연히 닥칠 줄 알면서도 그동안 외면하고 방치해온 인재(人災)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각에서 취재팀은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만 발생하면 복구와 지원에 나서는 익숙한 모습 대신 기상 변화의 원인과 계속 더 달라져갈 미래에 대한 전망, 그리고 그것을 늦추거나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실천의 촉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어젠다를 지자체를 포함한 지역민들에게 제시했다. 이런 노력에 대해 부산 민언련은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더이상 자연재해는 없다>는 기획을 내고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비해야 할 곳들을 짚었습니다. 재난이 닥쳤을 때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상황을 발빠르게 전달하고 행동 요령을 알리고 기후 위기에 대비하려면 부산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 환기하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는 보도”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9월 들어 부산시가 기후위기 선언에 나서거나(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34443&ref=D) 경남교육청이 새로운 형태의 환경교육을 강화하고(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5293) 부산교육청과 관련해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움직임에 동참하는 금융기관에 부산시시 교육청금고 입찰시 가점을 주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90815132607067) 다양한 지역사회의 동참이 늘어난 것이 반드시 <더이상 자연재해는 없다>로 인한 것이라고 규정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변화에 자그마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며 특히 일회성 기획보도가 아니라 앞으로도 다양한 후속보도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위기와 개선방향을 제시해나갈 것이라는 점에서 부산경남 지역사회 기후정책 의제 설정에 있어서 의미있는 한 걸음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KNN 내부에서도 사건사고, 재해재난보도에 그치지 않고 심층적인 기상이변, 기후변화에까지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도의 깊이를 더한 이번 <더이상 재연재해는 없다>에 대해 호평이 이어졌으며 특히 태풍 마이삭에 이어 곧바로 닥친 초강력태풍 하이선으로 부산경남 모든 가용한 보도팀 인력이 총동원된 가운데 보도특집 <태풍의 경고>와 다큐멘터리 <제비의 눈물>까지 제작해낸데 대해 지역방송 보도국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획취재 모델로 평가받았다. 특히 100층이상 마천루가 밀집한 부산 엘시티와 마린시티부터 100년 가까이 한번도 물난리가 없었던 원도심 동천까지,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경남 김해의 공단지역부터 영호남의 화합을 상징해온 하동 화계장터까지 부산과 경남으로 평소 따로 나눠져 각자의 영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하나의 취재팀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인 협업 역시 물리적 한계를 화학적으로 극복한 취재사례로 평가받았다. 덧붙여 KNN 기후특별취재팀 기자들은 취재 전 과정에 있어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철저히 준수하였으며 책임 있는 지역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바와 이뤄내야 할 바에 충실했음을 서약한다.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