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대법관들이 패거리를 지어 특정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만 내리고 있다.”
사회적 이목을 주목시키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엔 의례적으로 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쏟아집니다. 법률 분쟁에 대한 최종적 판단 주체인 최고법원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언론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법관들은 “비판이 사회적 울림을 갖기 위해선 단순한 인상비평이 아니라 객관적 근거와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맞서곤 합니다.
아쉽게도 그간 언론의 판결에 대한 분석 기사는 비판보다는 인상비평에 가깝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습니다. 일부에서 통계적인 분석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평면적인 분석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의 문제인식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한국 사회의 분쟁과 갈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용광로’와 같은 대법원 판결을 평면적으로 서술하기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석 시기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취임한 2005년 9월부터 김명수 현 대법원장의 임기 절반을 맞은 2020년 9월까지 이뤄진 전원합의체 274건을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최근 15년간 대법원은 중도와 보수 진보로 평가되는 대법원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 사회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범위로 가장 알맞다고 평가했습니다.
2005년 9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진행된 274건 전원합의체 판결문 전체 분량은 총 5800여 쪽에 달했습니다. 적게는 10쪽, 많게는 130쪽에 달하는 개별 판결문의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토해야만 각 판결에서 개별 대법관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5800여 쪽의 판결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입력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 판결문 뿐 아니라 전원합의체의 보도자료의 해설 내용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한 판결 내에서 쟁점이 다수인 사건의 경우 현직 판사들에게 도움을 구해 쟁점별 의견을 정확하게 구분해 나갔습니다. 특히 각 대법관이 내린 다수의견과 반대의견뿐 아니라 다수의견과 결론이 같더라도 이유가 다른 별개의견까지 세세하게 분류해 판결성향의 유사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도록 분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6월부터 시작해 세 달에 걸친 시간을 투입해 46명 대법관의 의견을 엑셀 파일에 주문별로 추출해 로데이터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폴랩 연구팀에 저희가 작성한 엑셀 파일 로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서울대 폴랩은 베이지언 모형을 활용해 한국 국회의원들의 이념 성향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는 연구진입니다.
분석 과정에선 해당 사건의 성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가령 정치인 사건인지, 혹은 노동 사건인지 등은 변수가 아니었습니다. 별도의 표기 없이 모두 다수, 별개, 반대의견이라는 결과만을 가지고 분석했습니다. 통계 결과가 특정 값을 염두해뒀거나 연구진이나 취재팀의 의도가 개입될 수 없는 객관적인 분석 값인 이유입니다.
해외 언론의 법조 기사 형태를 취재한 결과 뉴욕타임즈(NYT) 등 미국의 유력지에서는 미국 연방대법관 9인의 판결 성향을 분석하며 이미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NYT 등이 연방대법관 분석 보도를 하면서 근거로 삼는 대표적인 통계기법은 미국 워싱턴대 총장인 앤드류 마틴 교수가 2002년 개발한 ‘베이지언 잠재변수 모형’입니다. 판결에 있어서 유사한 결론을 내리는 대법관들에게 비슷한 성향점수를 매기는 통계 방식입니다. 대법관별 상대적 유사성을 근거로 판결성향의 데이터 값을 도출해 진보성향(Liberal bloc)과 보수성향(Conservative bloc)의 대법관을 계량적으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3달여 간의 취재 과정을 거쳐 최근 15년간 한국 대법원을 거쳐간 46명의 대법관의 판결 성향 변화를 보여주는 ‘판결성향지수’가 도출됐습니다. 취재팀은 이 같은 판결성향지수를 현재의 대법원관들의 성향 분포도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미시적 접근과 최근 15년간 대법원의 변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인 분석 기사를 동시에 소개했습니다.
현직 대법관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나타난 김선수 대법관과 박정화, 김상환, 민유숙, 노정희 대법관 등 진보성향이 두드러진 대법관의 분포를 포착해 ‘신(新) 독수리 5형제’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또 현재 김명수 코트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인 이동원, 안철상, 이기택, 노태악 대법관 등을 ‘보수 4인방’이라는 키워드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여성 대법관의 진보 성향 지수가 높다는 결과를 도출해 한국 대법원 다양성과 법리의 진보에 기여하는 여성 대법관 역할을 조명했고, 대법원장별 시기의 전원합의체에서 전원일치의 비중 변화를 통해 각 시기의 전원합의체 토론 문화를 조명했습니다.
취재팀은 대법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선임재판연구관, 재판연구관 등 전현직 다수의 대법원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보도해 데이터가 말하지 못하는 행간의 의미와 숫자로 표현되기 어려운 전원합의체 도출 과정 등을 생생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결을 분석하면서 기존의 인상비평식 보도가 아닌 과학적 계량적인 통계 분석 도구를 기반으로 대법관 사이의 실증적 관계망을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대법관 판결성향지수 보도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상황에 따라 익명과 실명을 혼용했습니다. 취재진과 판결성향 분석을 협업한 한규섭 서울대 교수팀의 경우 실명을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들의 경우 생생하고, 내밀한 대법원 내부 분위기를 소개해 주었기 때문에 취재원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익명 처리했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현장 취재기자와 후속 취재기자 등 바이라인 명기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국 연방대법관 분석에 쓰이는 대법관 판결성향 분석의 경우 국내 언론에서는 동아일보가 2016년 6월 처음으로 시도해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후 4년 3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23일자 대법관 판결성향지수 보도는 4년 전 분석기법인 베이지언 모델 기반 분석 기법에 더해 15년간 시계열적 분석을 가능케하는 EM알고리즘 분석 기법도 적용해 국내 언론에서 사용한 최초의 판결성향 분석입니다. 타 매체에서 선행 보도를 하거나 표절은 없었습니다.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 3주년인 9월 25일을 기점으로 각 언론사에서는 유사한 기획 기사를 내보면서 동아일보 보도의 주요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조선일보는 9월 26일자 기사에서 동아일보 처음으로 제시한 ‘신 독수리 5형제’ 키워드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9월 29일자 기사에서 본보가 분석한 대법원장별 전원일치 비율 변화를 보도했고, 문화일보, 법률신문 등 주요 언론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후속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 전현직 대법관과 고등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 부장판사, 일선 현장 판사 및 변호사 단체 등 법조계에서는 뜨거운 화제가 됐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의 인상 비평식이 판결 비난이 아닌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대법원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관료적인 색채가 짙은 유럽 사법부의 대법원과 달리 미국 연방대법관이 행정부에서 확실히 분리돼 독립성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언론과 학계에서 객관적이면서 건강한 비판이 가하기 때문에 철저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한국 대법관의 판결성향지수와 같은 과학적 분석 기반이 있어야 사법부가 긴장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21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사위원이 동아일보의 판결성향지수 기사를 인용해 대법원에 대한 질의를 하는 등 법조계를 넘어 정치권 등 사회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보였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함께 진행한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은 새롭게 만들어진 판결성향지수 데이터를 통해 추후 학계에 발표할 논문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론, 법조, 정치권 뿐 아니라 주요 학술자산을 만들어 내는 등 학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 받았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윤리강령과 동아일보 내부 취재보도준칙을 준수했습니다. 현재 동아일보 사내 포상 추천을 받아 심사를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지원 없이 동아일보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서울대 교수팀과 협업해 취재 보도한 기사입니다. 반론신청 및 언론중재위 피소는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