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해 11월 신문 1면을 산재 사망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빼곡히 채운, 경향신문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시리즈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경향신문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산재 사망사고를 전수조사한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에 이어 산재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된 죽음을 지속적으로 탐사보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보도된 <바다 위의 김용균>은 잘 보이지 않았던 어선원 노동자들의 죽음을 조명한 기획기사였습니다. 올해 9월 보도된 <사각지대에 방치된 농업인 재해>는 ‘바다’뿐 아니라 ‘논밭’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바다 위의 김용균> 기획 취재 중 취재원으로부터 농업 분야도 ‘대표적 사각지대’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1명이 농작업 재해로 사망하고 있지만 이 죽음들은 산재보험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6월 중순부터 기초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농촌 현장의 농업인, 농작업 분야 안전보건 전문가, 국회 농해수위 의원실 등을 두루 접촉했습니다.
기획을 준비하면서 주안점을 둔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온전한 농작업 재해 사망자 통계를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기획은 농작업 재해 사망자 통계가 종합적으로 담긴 첫 보도였습니다. 그간 농업 전문지 등에서 간헐적으로 나왔던 기사는 정책보험인 ‘농업인안전재해보험’의 3가지 종류 중 하나인 농업인안전보험 사망보험금 지급 통계만 다뤘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획에는 농업인안전보험뿐 아니라 농기계종합보험·농작업근로자안전보험 사망자 통계도 처음으로 포함됐습니다. 3가지 정책보험의 사망보험금 지급 통계는 일반에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실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관련 통계를 제출받았습니다. 아울러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농업인(3.3%) 중 연간 사망자 숫자도 합산했는데 이 통계는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확보했습니다.
다음으로 농작업 재해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 사례 취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획 준비 초기에 적어도 하루에 1명이 농작업 재해로 숨진다는 이야기를 접한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농촌에서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이 죽는지 궁금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획에는 총 10명의 농업인이 등장하는데 5가지 방법으로 사례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3명은 직접 농촌을 찾아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3명은 직접 만나는 것을 꺼려해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경향신문의 기획 취지에 공감하고 농작업 재해자에게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30대에 충남 논산으로 귀농한 뒤 딸기 하우스 재배를 하던 농업인이 2016년 장마철에 감전사한 사례는 유족 측과 접촉이 어려워 고인과 생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이외에도 농촌진흥청이 농업인 안전재해 사고사례를 모아둔 사이트 ‘농업인안전365’,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중대재해 조사 의견서 등을 참고했습니다.
이번 기획기사가 새롭게 드러낸 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그간 농촌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 침해 문제를 다룬 보도는 많이 나왔지만 안전보건 분야에 초점을 둔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기획은 국내 농업인은 부족하나마 산재보험을 대신하는 농업인안전보험에 65%가량 가입해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 가입률이 약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습니다. 이는 농촌 이주노동자를 지원해온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그간 파악하지 못했던 대목이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번 기획은 단순히 농촌에서 농작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인 대다수가 자영농이라 산업안전보건법이 농촌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힘을 잃는 만큼 농작업 안전보건을 규율할 다른 법·제도가 마련돼야 하는데 이 역시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점도 짚었습니다. “회원국들은 ‘농업 분야 안전보건 협약’에서 정한 보호를, 경우에 따라 점진적으로 자영농업인들에게 확장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농작업 안전재해 예방 기본계획(2020~2024년)’에는 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 격인 ‘안전보건 관리관’ 제도를 도입한다고 돼 있지만 예산 미배정으로 이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지적했습니다. 안전보건 전문인력 확보 없이 농작업 재해 예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보수 정부든 개혁 정부든 대선 때마다 ‘농업인안전보험의 사회보험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본격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별도의 제보자는 없었고 자체적으로 기획을 구상했습니다. 농업인 인터뷰의 경우 당사자들이 익명을 요구해 이를 수용했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농업 전문지 등을 중심으로 농작업 재해 문제를 다룬 보도는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전한 사망자 통계, ‘사각지대 중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농촌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 농업인 대다수가 자영농이라 산업안전보건법이 잘 적용되지 않는 문제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디어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은 9월17일자 2면 기사(논밭에서도 안타까운 죽음이 있습니다)에서 취재기자를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김지환 기자의 산재 사각지대 조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엔 ‘바다 위의 김용균’이란 화제를 꺼냈다. 이번엔 농촌의 ‘산재 사각지대’였다”며 “매일 농업인 1명이 작업 중 재해로 사망한다고 추정되지만 이들은 산재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농업인 대부분이 자영농이지만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보호망에서 비켜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SNS 등을 통해 잘 보이지 않았던 일터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습니다. “농업부문 안전보건 이정표 기사다. 농림부, 고용노동부 등 당국에 정제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강태선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죽음을 계속 찾아내는 경향. ‘바다’에 이어 ‘논밭’이다”(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일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그간 소외되어 있던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의 권리에 대한 기획보도들이 일간지의 1면에 등장하는 것이, 여전히 드물기는 하지만 완전히 낯설지는 않게 만든 것은 경향신문의 공인 듯하다. 어선원에 이어서 이번에는 농촌 노동이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소장), “정책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너무나 중요한 기사다”(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박사) 등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에 주목한 것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노동법 연구자는 박은정 인제대 교수는 “얼마 전 나라에 내는 보고서에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보장하고 보상할 수 있는 법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이때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근로자와 1인 자영업자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특수고용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이 그림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노동법을 공부한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노동법이라는 틀에 담고자 하는 노동의 의미가 얼마나 자본주의적이었는지 이 기사를 통해서 깨닫고 있다. 산재보험법의 일반화를 얘기하면서도 농업인들은 안전보험제도가 있잖아하는 식의 안일함도 있었다. 깊이 반성하며, 감사하게 기사를 받아 읽는다”고 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은 “농업 산업재해는 기본적으로 자영업자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기사가 잘 지적해 주었듯이, 지속적인 감시와 계도 체계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재해보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기획 보도 이후 농작업 재해 관련 제도 개선도 예상됩니다. 지난 9월17일에는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주재로 고용노동부·농림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는데 회의 주제가 농작업 재해였습니다. 기획 보도 영향 때문이라고 정부 관계자가 확인을 했습니다. 앞서 <바다 위의 김용균> 기획 뒤에도 고용노동비서관실에서 고용노동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고, 최근 들어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돼 있던 어선원 노동자 근로·안전감독 업무를 해양수산부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정부 대책이 나왔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이번 기획은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보도 이후에도 산재보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어선원 노동자, 농업인)를 지속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은 없었고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도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