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기획(○)
□ 기획 배경
○ 아이와 병원에 갈 일이 많았습니다. 열이 펄펄 끓으면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갑니다. 애간장이 녹는단 걸 절감합니다. 그런데 진료실 안 풍경은 묘합니다. 돈을 내는 고객은 환자인데, 부모들은 대개 이렇게 얘기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성심 성의껏 아이를 돌보고 걱정해주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환자입니다. 환자가 서비스 제공자에게 철저한 ‘을’이 되는 기이한 현상. 왜일까요?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 달리 유독 의사들의 권위는 독야청청입니다. 여러 제보를 받았습니다. 출산 중 아이를 잃은 엄마들, 쌍꺼풀 수술을 하다 한쪽 눈이 실명된 30대 여성 등. 의료 분쟁입니다.
증거가 부족한 환자들은 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 사법연감 데이터를 살펴봤습니다. 한 해 약 5천여 건의 의료 분쟁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민사 소송에서 환자가 100% 승소할 확률은 1%가 채 안 됐습니다. 낮아도 너무 낮은 승소율. 사실 저희는 2년 전에도 비슷한 기획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좀 더 깊게 들어가봤습니다.
○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고 권대희 씨 사망 사건으로 재점화됐습니다. 권 씨의 수술실이 고스란히 담긴 CCTV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공장식 수술 현장에서 권 씨는 환자가 아닌 마루타였습니다. 해당 의사는 여전히 병원에 있습니다. 출산 중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병원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과실 증명은 거의 환자 몫입니다. 의무기록지엔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과실의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부분 의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의사의 과실이 명백한 케이스를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정으로 가면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기록을 남기자고 말합니다. 경기도 의료원이 도입한 수술실 CCTV는 환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습니다. 80%의 환자가 녹화를 원했습니다. 도 의료원의 의사들은 “막상 해보니,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다수 의사들은 ‘의료진 인권’을 주장하며 반대합니다. 국회도 수술실 CCTV 법제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미적지근합니다. 이익단체인 의사들의 눈치를 보는 겁니다.
○ 그렇다면 의사들의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올까. 결정적 순간이 있었습니다. 2000년 의료법 개정입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5명 의원 중 5명이 의사였습니다. 규제 완화와 의약 분업을 앞두고 빅딜이 이뤄졌습니다. 의사 면허 취소 기준을 완화한 겁니다.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처럼 의사도 모든 법의 금고형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됐었습니다. 그런데 의료 관련 법 위반만 취소되는 걸로 느슨하게 풀어준 겁니다. 그 폐해는 20년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억 원 리베이트를 받아도, 불법 사무장 병원을 열어도 의사 면허는 멀쩡합니다. 길어야 3년이면 되살아납니다. 강력 범죄는 더욱 문제입니다. 살인과 강도를 저질러도 그들은 출소 즉시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로 마취된 환자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한 의사에서부터 만삭 아내를 목 졸라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까지. 그들의 면허엔 이상이 없었습니다.
○ 발굴한 제보 외로는 정보공개청구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했습니다. 문제 의식을 공유한 몇몇 의원실은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2년 전에도 관련 기획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장벽이 높습니다. 이번에도 무엇이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누구나 안심하고 병원 갈 권리를 위해 보도하겠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없음
4. 사회에 끼친 영향
○ 수술실 CCTV 법제화 및 의사 면허제도 기준 강화를 위한 국회 개정안 발의가 3건이 제출됐습니다. 본 보도의 피해자로 등장하는 부산 산모의 국민 청원글은 20만 건. 2년 전 JTBC 보도를 첨부로 한 의사들의 불사조 면허 제도를 바꿔달라는 청원은 35만 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청와대 신문고 답변에서 “국민이 상식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2016년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한 리베이트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소제약사 파마킹 사건입니다. 금품을 받은 의사만 500명이 넘었습니다. 당시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정부도 근절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이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274명의 의사 중에 면허 정지가 된 의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 행정처분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정보공개로 받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이유가 황당합니다. 검찰의 범죄일람표만으로 의사들의 범죄를 특정할 수 없단 겁니다. 나중 의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면 질 거란 예측도 담겼습니다. 담당자 공무원에게 물어보니, 각 의사들의 범죄 판결문을 못 구해서 그냥 넘어갔단 겁니다. 저희는 이 사실을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들에게 알렸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관련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및 보도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