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0 )
한 통의 제보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에는 생후 18일 된 신생아에 대한 산후도우미의 심각한 학대 내용과 상황 설명, 아기의 상태 그리고 충격과 죄책감으로 모유 수유가 어려워진 산모의 상황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첨부된 CCTV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작고 여린 신생아, 아직 신체 기관이 다 발달하지 않아 섬세히 다뤄야 할 생후 18일 된 아기를 산후도우미는 마치 인형 다루듯 대했습니다. 그것도 소중한 인형이 아닌 자신의 분노와 화를 푸는 대상으로서 인형을 다루듯 대했습니다. 대변을 본 아기를 화장실에 가서 엉덩이를 씻긴다며 두 발만 잡고 거꾸로 들고 가질 않나, 심지어 물기를 턴다며 거꾸로 들고 흔들어대기까지 합니다. 쿠션에 아기를 거칠게 던지더니, 아기 입에 젖병을 쑤셔 넣듯 밀어 넣고, 젖병을 물린 채 셀프수유까지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은 커피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핸드폰을 보고 아기를 그대로 방치합니다. 우는 아기를 본 체도 하지 않고, 달랜다며 위아래로 머리를 심하게 흔들기도 합니다. 산후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아기를 돌보는 이 여성의 행위는 엄연한 학대입니다. 우려되는 점은 이 행위들이 아기 엄마가 첫째 아이 등원을 위해 자리를 비운 단 20여 분 동안 CCTV에 찍힌 영상이라는 점입니다. 전날 아기 엄마는 외출하면서 산후도우미의 수상한 속삭임을 들었습니다. 산후도우미가 우는 아기에게 "엄마가 나가니까, 울면 맞아야지."라는 말을 건넸고, 순간 엄마의 등골은 서늘해졌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그날 밤 집에 CCTV를 설치했고, CCTV를 설치하자마자 이런 영상을 확인한 겁니다. 과연 산후도우미가 집에서 아기를 돌봤던 일주일 동안 이러한 학대가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후도우미가 집에 온 뒤로 아기는 잘 먹지 못했고, 5분에 한 번씩 깨서 자지러지게 울어 이상하게 여겨지던 차였습니다. 어쩌면 말 못 하는 아기가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보낸 신호였을지 모릅니다. 처음 아기 엄마와 통화했을 때 엄마는 내내 울먹였습니다. 그 떨림과 화, 걱정과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아기 병원 진료를 기다리며 조심스럽게 진행한 인터뷰에서 엄마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보건소에서 추천받은 산후도우미였기에 더 신뢰했다." 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화가 난다." 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말 광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생후 25일 된 신생아를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가 폭행한 건데,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수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신고센터를 개설했지만, 일 년 뒤 똑같은 사건이 또 발생한 겁니다.
양적인 성장에만 급급해 온 산후도우미 지원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산후도우미는 40~6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은 1년에 단 30분에 불과했습니다. 학대 전과가 있어도 재취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고, 이제 막 태어난 아이를 다루는 일이지만 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전무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해도 산후도우미 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없고, 해당 업체엔 경고만 줄 뿐이었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스템이 허술한 건데, 정부가 비용만 지원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민간 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행태였습니다. 계속되는 학대 사건을 산후도우미 한 명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갓 태어난 신생아와 그 가족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도 큽니다. 정부 지원 사업에 걸맞게 문제가 터지면 수습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좀 더 튼튼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TJB의 단독 기획 보도는 시작됐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엄마가 나가니까, 울면 맞아야지."
생후 18일 된 아기에게 산후도우미가 건넨 말을 엄마가 그냥 흘려들었다면, 또 이런 충격적인 행태에 대해 고발할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해당 산후도우미는 버젓이 다른 가정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을 인형처럼 다루고 있었을 겁니다.
보도 이후 경찰은 산후도우미를 입건해 조사했고, 그동안 돌봐온 가정에서 이러한 문제는 없었는지 수사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문제가 불거지자 산후도우미는 이전에 아기를 돌봤던 가정에 오랜만에 연락해 회유하려 했습니다.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산후도우미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집에 CCTV를 설치한 가정이 있었다면 확인할 수 있는 피해 사례는 분명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취재 결과 문제가 된 산후도우미가 속한 업체는 정부의 현장 평가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상위 40% 안에 드는 업체만 현장 점검 대상인데, 나머지 업체들은 자체 평가로 평가조차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입니다. 산후도우미 운영 업체도 허가제가 아닌 허가제로 사무실만 갖추고 산후도우미 10명만 있으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 도입 이후 사업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이 사업이 지원 예산이나 서비스 제공업체 수 등 양적으로만 성장했지, 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습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면 시행하는 전수조사도 형식적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에 사례 취합을 요청하면 지자체가 업체에 문의하는 형식인데 여가부가 관리하는 아이 돌보미의 경우 이용자 7만 가구에 직접 학대 신고를 받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부모들은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신뢰하고 보건소에서 추천하는 업체에 자신의 소중한 아기를 맡겼지만, 서비스는 그 기대에 한참을 못 미쳤습니다. TJB의 지속적인 보도에 국회와 보건복지부도 공감했습니다. 사실상 예산만 지원하고 사업을 민간 업체에 맡겨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 지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약속한 겁니다. 산후도우미 자격을 철저히 검증하고 학대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등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대책이 형식에만 그치지 않도록 TJB는 지속해서 감시하고 보도하겠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SBS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지상파 방송 3곳을 비롯해 종편 채널과 신문, 인터넷 매체 등에서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습니다. SBS에서는 이례적으로 후속 보도까지 내보낼 정도로 전국적인 특종 보도라고 평가했고, 민방 베스트 리포트 3분기 금상을 수여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물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당일 조회 수가 가장 높은 뉴스였을 뿐 아니라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린 뉴스였습니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연약한 신생아를 폭행하고 상습적으로 거꾸로 흔든 건 살인 행위라며,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관련 사건에 대한 보도를 이어나갔고,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가 나아갈 방향과 대책 등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관련 내용 첨부)
4. 사회에 끼친 영향
TJB 기획 보도는 산후도우미 한 명의 신생아 학대에 대한 특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제도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을 이끌어 낸 보도였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산후도우미 자격 검증을 강화하고 학대 예방을 위해 학대 전과가 있는 산후도우미의 재취업을 막기로 했습니다. 산후도우미가 아동을 학대했을 경우 자격을 정지 또는 취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이러한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산후도우미 대상 학대 예방 교육 시간을 늘리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또 지자체마다 산후도우미 학대 사례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 등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도 계속되는 산후도우미 학대 사건을 심각하게 여기고, 이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학대 예방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산후도우미와 산후조리원 내에서 만연하게 이뤄지는 셀프 수유 등도 아기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엄연한 학대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하며 지속해서 교육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올라와 2만 명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습니다. 지역 학계와 지자체에서도 탁상공론에 그치는 대책을 내놓지 않도록 향후 산후도우미 사업 운영에 대해 각자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부에서 추가로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관리 감독하는지, 계속해서 추적하겠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TJB 시청자 위원회는 이번 보도가, 묻힐 뻔한 산후도우미 학대 사건에 대한 전국적인 특종 보도일 뿐 아니라 정부 지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산후도우미 사업 전반을 돌아보고 제도 개선 등 대안을 마련한 의미 있는 보도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보도가 단발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후속 보도를 통해 깊이를 더했고, 양적 성장에만 집중해왔던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경종을 울렸으며 산후도우미의 자격 검증 강화와 보수 교육 실시 등 체계적인 대책을 제시한 보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산후도우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직접 녹여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제안했다는 점 또한 언론의 책임감 있는 사회 감시자 역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언론 윤리 위반 관련 제소 사항은 없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거꾸로 매달린 아기는 흔들림 증후군을 겪을 수 있는데 심하면 시력 장애와 청력 장애, 행동 장애와 학습 장애, 그리고 뇌사나 사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믿었던 산후도우미의 보살핌을 받던 아기가 여러 차례 학대를 당했고, 아기의 진료를 본 의사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듣는다면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산후도우미는 참 친절했습니다. 정부 지원 서비스로 보건소에서 추천을 받았던 업체에
속한 산후도우미라 그런지 늘 웃는 얼굴이었고, 아기를 잘 돌봐줬습니다. 문제는 엄마가 옆에 있었을 때 만이었습니다. 엄마가 외출한 사이, 심지어 다른 방에 있는 사이에도 산후도우미의 괴롭힘은 이어졌습니다.
첫 단독 보도를 했던 그 날, 취재하는 내내, 보도가 나가는 동안, 보도 후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제 마음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엄마 기자가 된 이후에 연약한 생명에게 가해지는 학대에 대한 보도는 참 힘듭니다. 못된 산후도우미를 만난 탓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아기는 수십 장의 X-ray 촬영을 받아야 했고, 복부초음파와 뇌 MRI 촬영을 위해 약물을 주입해 힘든 검사를 받았습니다. 아기는 어깨 골절 의심 소견을 받았고 머리 부분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 탓에, 지금 당장의 검사 결과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도 적어도 2년 동안은 발달에 이상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여전히 잘 먹지도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합니다. 산모는 충격으로 모유량이 줄어 수유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운이 없어 못된 산후도우미를 만났다고 이해를 바라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신생아와 가족의 몸과 마음에 새겨질 상처도 너무 큽니다.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어린 생명이 희생되고, 부랴부랴 땜질 처방을 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은 물론 저출산 극복을 위해 양적인 성장만 거듭해 온 정부의 산모 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TJB도 끝까지 사회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1회 전체 총평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36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0개 부문에서 69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4편이 1차 평가를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모두 10편이 출품된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MBC의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축소·허위신고>가 뽑혔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은 공개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취재진이 이전에 공개된 재산내역들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후 공개된 재산내역과의 비교를 통해 축소 또는 허위 신고된 내용을 밝혀냈다. 파장이 컸던 보도였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관련한 제도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한겨레의 <이통사, 가입자 휴대전화 위치확인 정보 몰래 축적>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 기자는 최근 ‘이태원 클럽’ 사태 당시 이동통신사들의 협조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이태원 클럽에 머물렀던 1만1000여명을 특정했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발표에 언급된 ‘기지국 접속기록’을 이동통신사들이 어떻게 축적해 보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하기 시작했고, 3개월여 동안 취재를 통해 이동통신사들이 그간 이용자들에 대한 고지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지국 접속 기록을 축적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통제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축적되어 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세계일보의 <언택트 시대, 소외된 노인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간 디지털 세계에서 노인들이 겪는 소외 문제에 대해 다룬 보도들이 많았으나, 언택트 시대에 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라면 끓이다 화재 참변 당한 인천 초등생 형제>가 뽑혔다. 취재 기자는 사고 현장에 가서 이웃들을 통해 이들 형제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웃 주민들이 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를 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순 화재 사고로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구조적 문제들을 조명함으로써 전국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많은 위원들이 좋은 점수를 주었다. 6편이 출품된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NN의 <하동화력발전소 주변 수백억 지원금 엉터리 집행> 기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발전소 주변 지원금이 피해 주민들에게 쓰이지 않고 ‘눈먼 돈’으로 엉뚱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발전소로 인한 농촌주민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망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보도 사진보도부문에서는 동아일보의 <카카오 들어오라하세요> 보도가 수상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화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포털사이트의 언론 기사 편집 문제부터 여당 의원의 포털뉴스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 여러 의혹의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