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산복도로는 피란 수도였던 부산의 역사성을 담은 곳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은 평지가 좁고 산이 많아 땅이 부족했다. 전국에서 피란 온 사람들은 살 곳이 마땅치 않자 산으로 올라갔다. 한국전쟁 때도 피란민들은 봇짐을 지고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산복도로는 피란민에게 안식처이자 희망의 터전이었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산복도로는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높게 이어진 계단과 빼곡히 들어선 판잣집을 보고 사람들은 ‘가장 부산 다운 풍경’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산복도로 밖에서 내려진 평가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라는 외부의 시선에서 조명되어 온 산복도로,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현장을 조명하고, 10년 간 이어져 온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평가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산복도로에 갇힌 주민들
직접 걸어 본 산복도로는 ‘걷기 좋은 부산’이라는 부산시 슬로건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부산다운 풍경이라 칭송받았던 산복도로의 계단은 주민들에게는 이동을 가로막는 ‘벽’에 불과했다. 무너져 내리는 계단의 폭은 성인 여성도 겨우 한 발을 디딜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측정한 계단의 너비는 30cm가 채 되지 않았고 부식돼 떨어져 나간 곳의 너비는 20cm 남짓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계단이 무서워 비가 오는 날이면 간단한 외출조차 꺼리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산복도로에 갇힌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이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일보> 취재진은 <‘걷기 좋은 부산’ 무색한 산복도로 ‘골병’ 보행권> 등 보도를 통해 부산 산복도로의 문제를 짚었다.
■7일간의 동행 취재
첫 보도 이후 취재진은 산복도로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고충을 더욱 가까이서 조명하고자 기획 보도를 시작했다. 잠시 현장을 둘러보고 마는 르포식 취재 방식으로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다. 주민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오롯이 나누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함께해야 했다. 취재진은 동구와 사하구의 산복도로로 향했다. 동구의 산복도로는 마을 곳곳을 가로막은 계단으로 주민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곳이었으며, 사하구의 산복도로는 감천 문화마을이라는 관광지로 개발되며 주민들이 마을 뒤편으로 밀려난 곳이었다.
동구 산복도로에서 만난 최선이(79) 할머니는 지난해 초 양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1983년 산복도로에 정착한 후 수십 년간 오르내린 계단이 남긴 상흔이다. 무릎 수술은 산복도로에 사는 할머니들의 통과 의례와 같다. 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저마다 닮아 없어지는 무릎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선이 할머니와 함께한 7일간 취재진은 2662개의 계단을 올랐다. 서구 산복도로에서 만난 임순자(72) 할머니는 하루 종일 텅 빈 세탁소에서 관광객들이 붐비는 밖을 바라본다. 감천 문화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이전인 2014년 2633명이던 인구는 2022년 1558명으로 급감하며 세탁소를 찾는 이도 줄었다. 퇴근조차 쉽지 않다. 관광객의 동선 위주로 편성된 버스는 할머니의 집을 지나지 않기에 할머니는 집으로 향하는 마을버스를 끈질기게 기다린 후에야 겨우 퇴근길에 올랐다. 7일간의 동행 취재를 통해 취재진은 산복도로 주민들의 삶의 무게를 여실히 느꼈고 보도를 통해 이를 세상에 알렸다.
■주민 없는 도시 재생
산복도로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부산시는 2011년부터 10년간 진행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예산 809억 원을 투입했다. 이토록 많은 예산과 시간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삶은 왜 개선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취재진은 10년간 진행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예산안을 확보했다. 부산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사업에 투입된 예산을 △관광 문화 조성 △거점시설 설치 △주민 생활 개선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그 결과 관광 문화 조성에 투입된 예산은 50.6%로 총 409억 1700만 원이었으나, 주민 생활 개선에 투입된 예산은 101억 8500만 원으로 전체의 12.5%에 불과했다. 809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에서 주민들의 생활은 뒤편으로 밀려났다. 최선이 할머니와 임순자 할머니가 느낀 삶의 아픔은 ‘이유 있는 고통’이었음이 명확해진 순간이었다.
■방치된 거점시설
<부산일보> 취재진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예산의 36.9%인 298억 원이 투입돼 조성된 거점시설의 운영 현황도 점검했다. 거점시설은 지역 활동가와 주민들이 직접 특산물 가게나 커피숍 등을 운영하며 마을의 활성화를 이끌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시설이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총 63개소가 신설됐다. 이들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자 거점시설이 설치된 7개 구로부터 각 시설의 매출과 이용객 현황을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거점 시설의 78%가 3000만 원에 못 미치는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현장도 통계와 다르지 않았다. 고장난 냉장고는 문밖에 덩그러니 방치되고 있었으며, 거점시설을 운영하는 주민은 공공요금만 내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거점시설 개설 이후 사후 관리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운영 교육은 진행되지 않는 현실을 보도했다.
■보존vs개발 넘어 나아가야 할 곳은
산복도로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산복도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일각에선 ‘고도 제한 해제’등을 주장하며 산복도로가 살기 좋은 곳으로 재개발되길 바랐다. 반면 전문가들은 산복도로 재개발이 자칫 고유의 역사성을 해칠까 우려했다. 개발과 보존의 대립 속에서 취재진은 균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답은 소외됐던 주민들의 목소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산복도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모아 ‘미니 반상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산복도로에 관광객보다 주민들을 위한 이동수단이 많이 설치되고, 함께 모일 수 있는 동네사랑방이 조성되길 바랐다. <부산일보>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시즌2’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10년간 진행된 사업이 남긴 ‘주민 소외’라는 아픔을 발판 삼아 주민들이 더 이상 사업의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함을 강조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동행취재에 응한 주민에게 별도의 보수는 지급되지 않았으며, 이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산복도로의 보행 환경, 과도한 관광지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역지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정도에 그쳤으며 ‘산복도로 볕 들 날’처럼 산복도로 주민들의 삶을 동행취재를 통해 집중 조명하고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종료 후 예산과 거점시설 운영 현황을 분석한 보도는 <부산일보>가 유일했다. 이후 변화에 대해 타 매체에서 보도하기도 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1) 부산시·구·군의 대책
산복도로 보행권에 대한 첫 보도 이후 6월, 산복도로를 품고 있는 부산 동구와 서구는 보행권 개선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세웠다. 동구는 보도에서 지적된 증산동 계단 등 7개 사업장에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계획했고, 서구는 모노레일 등 수직 이동시설 도입과 계단 정비를 추진했다. 이후에도 동구는 산복도에 산재한 ‘골병계단’ 정비를 위한 전수조사 계획을 세웠다. 전수조사는 1억 6000만 원을 투입해 5개년에 걸쳐 진행되며 내년 용역에 들어간다.
거점시설 활성화에 대한 방안도 마련됐다. 부산시는 보도 이후 2개월에 걸쳐 거점시설의 실태 조사를 마쳤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15분 도시’와 연계해 3단계 사업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영도구 역시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2) 산복도로 소재 기초 지자체 연대
<부산일보>의 보도는 산복도로를 품은 원도심 5개 지자체를 연결했다. 동·서·중·영도·부산진구 구청장과 각계 전문가가 모여 산복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산복도로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들은 부산시에 거점시설에 대한 실태 조사를 요구하고 구 차원에서도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20km에 이르는 산복도로의 단절을 없애기 위해 이동 편의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시즌2’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서한을 작성해 부산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협의체는 앞으로도 정기 회의를 통해 산복도로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3) 문제 공론화·공론장 마련
<부산일보>의 보도는 산복도로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 만난 산복도로 주민들은 ‘목소리를 내는 일’에 지쳐 있었다. 그들은 “사람도 얼마 살지 않는 이 동네에서 국회의원한테 무엇을 해달라고 해 봤자 들어나 주겠냐”고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보도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은 산복도로 주민들을 모아 문제 해결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난달 부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부산시의원은 “<부산일보>의 보도를 인용하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약 300억 원을 들여 설치한 거점 시설이 사실상 방치 수준”이라며 지적했다.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설치된 거점 시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상황임을 통감하며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답한 뒤 최근 개선 방안을 내놨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이나 반론 신청, 언론중재위원회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9회 전체 총평
제39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의 〈검경 사건브로커 비리〉 보도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다. 전직 치안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입법부까지 힘 있는 권력기관 인사들이 두루 연루된 의혹이 있어 취재가 상당히 어려운 사안임에도 끈질기게 보도를 이어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요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취재해 경찰의 고질적 인사 비리가 밝혀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보도라는 호평이 나왔다.
경제보도부문에선 MBN의 〈은행발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 보도가 상을 받았다. 이미 큰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파문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을 발 빠르게 포착한 점이 돋보였다. 금융기관들이 ELS 상품을 권유할 때 형식적으로는 복잡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내용을 상세히 이해하기 힘든 고령자 등 취약층에겐 사실상 불완전 판매인 점을 잘 지적했으며 생생한 피해 사례를 발굴한 점에서 차별화된 보도였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와 한국일보의 〈K 스포츠의 추락, J 스포츠의 비상〉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보도는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서울 대림동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세밀하게 취재했으며 대안 제시까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경우 KBS의 〈수의계약으로 뭉친 녹색카르텔〉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불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으로 세금 낭비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여러 언론이 지적해왔지만, 이 보도는 디테일한 팩트를 날카롭게 지적해서 차별화된 심층성을 확보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귀한 세금을 어이없이 낭비하는 폐해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기사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국제신문의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많은 언론이 부동산을 다루면서 아파트 재건축 이슈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지만, 영구 임대아파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해왔다. 지역의 실정을 취재하면서 서울의 상황을 대비해 해법을 모색한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창원의 〈형사공탁 1년 보고서-판결문 988건 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루면서도 상세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형사공탁을 심층적으로 조명해 유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취재했으나 전국적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으로는 한겨레신문의 〈사람아 사람아-제노사이드의 기억〉 시리즈가 선정됐다.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을 장기간 연재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독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출품작들은 기존에 다뤘던 주제라 해도 세밀한 취재와 생생한 사례를 더 하면 훌륭한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기사가 많았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