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 8월 11일 금요일 오전, ‘젊은 사람이 부산 연제구 거제동 DL이앤씨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떨어져 숨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평소대로, 경찰에 사고를 문의했다. 29세의 노동자가 6층 높이에서 유리창 새시를 교체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는, 평소와 같은 답을 들었다. 평소처럼, 온라인 단신으로 20대 노동자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때만 해도 더 챙길 만한 내용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머지않아 이 사고를 좀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멘트라도 구할 겸 전화를 건 부울경건설지부 김경호 노동안전부장으로부터 ‘죽은 청년은 하청업체 소속이었는데, 사고 당일이 출근 첫날이었다는 얘기가 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다. 생때같은 청년이 일터에 나간 첫날 망자가 된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넘겨져선 안 된다고 여겼다. 그 청년이 어쩌다 공사 현장으로 나서게 됐는지, 무엇이 청년을 죽음으로 밀어 넣었는지, 왜 사고는 예방되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했다. 가족을 잃은 유족에게는 위로를, 젊은 청년을 잃은 사회에는 자성과 경각심을 줘야 했다. 특히 해당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DL이앤씨 사업장에서 발생한 8번째 사망 사고였다. 반복되는 죽음을 대하는 DL이앤씨의 태도나 개선 의지를 반드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일이 간단하게 풀리지는 않았다. 사고를 당한 청년은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던지라 노조 차원에서는 사실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 경찰 또한 막 조사를 시작한 터라 사고 경위 이외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원청 DL이앤씨의 현장사무소는 어떤 물음에도 답하지 않았다. 남은 방법이 유족과 직접 만나는 것밖에 없으니, 결례를 무릅쓰고 빈소를 찾아가 사연을 여쭙기로 했다.
뜻밖이었다. 빈소에는 원청과 하청이 보낸 형식적 화환 외에 그 무엇도 없었다. 친구나 지인 등 조문객 또한 아무도 없었다. 빈소에 오고 나서야 이름을 알게 된 고(故) 강보경 씨는 영정 속에서 해병대 정복을 입고 있었다. 영정 앞에 놓인 국화는 한 송이도 없었고, 향을 피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고인의 모친과 누나, 삼촌 내외만이 쓸쓸하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유족으로부터 고인의 사정을 전해 듣는 동안은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강 씨는 거제동 신축현장으로 출근한 첫날 사고를 당한 게 맞았다. 창호업체 KCC 소속 하청 노동자로서 당일 작업에 나선 것 또한 사실이었다. 본격적인 취업에 앞서 당장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고인은 인제대 나노융합공학부 석사 과정을 마친 인재였다. 박사 과정을 밟으라는 학교 측 권유에도 불구, 서둘러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집안의 가장이기도 했다. 고인의 가족은 경남 통영에서 거주했는데, 아버지와는 아주 어릴 적부터 떨어져 살아 생계가 극도로 힘들었다. 맏이인 누나는 통영에서 홀어머니를 돌봤고, 둘째인 고인은 가족의 생활비와 어머니의 병원 치료비나 약값을 내고자 스무 살 무렵부터 갖가지 일을 해왔다. 반찬이 없어 케첩에 밥을 비벼 먹는 날도 많았지만 고인은 항상 어머니에게 웃음을 보이며 재롱을 부렸다.
사고 직후 유족은 고인의 휴대 전화조차 인계받지 못했다. 원청과 하청은 물론, 경찰도 당시에는 휴대 전화를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고인 휴대 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로 부고를 전할 수가 없었다. 가까운 친구, 지인 그 누구도 고인의 사망 소식을 몰랐으니 빈소는 텅 빌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떨어져 살다 보니 영정으로 쓸 만한 사진을 찍을 여유도 없었다. 이 때문에 군 복무 시절 촬영한 사진을 써야만 했다.
사고 당시 작업 환경은 고인과 같은 초보자에겐 문자 그대로 치명적이었다. 당시 고인과 함께 작업에 투입된 동료 2명 중 한 명은 경력이 수개월인 저숙련공이었다, 다른 한 명 역시 경력이 5년 내외였다. 기존 공정상 계획된 작업이 아니었던 터라 일과 직전 열리는 툴박스미팅(당일 공정 안전 확인 절차)도 듣지 못한 채 투입됐다. 추락을 막을 안전방호망이나 안전 고리도 없었는데, 외부 미관 작업이 끝나 안전장치를 세우기가 번거로웠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원청이나 하청 소속의 안전관리자 또한 배치되지 않았다. 저숙련자로 구성된 3인 1조가 감시자도 안전장치도 없이 맨몸으로 위험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통계를 살펴봤을 때 부산지역에서 산재를 당한 청년의 대부분은 강 씨처럼 경력이 짧은 저숙련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족은 DL이앤씨 등으로부터 보상금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처지였다. 위로금 등을 지급하려면 부모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십수년간 떨어져 살며 행방을 모르는 아버지로 인해 지급 절차가 막혔기 때문이다. 기막힌 일이었다.
고인의 누나인 지선 씨는 국제신문에 당부했다. “(빈소를 취재하러 왔다고) 미안해하지 마시라. 오히려 텅 빈 빈소에 기자님이 찾아와주셔서 관심을 보이니 우리가 고맙다. 착한 내 동생이 당한 일을 지면에 꼭 실어 달라.” 국제신문은 지선 씨와의 약속을 지켰다. 지선 씨 또한 ‘착한 동생이 당한 일’을 알리고 합당한 사과를 받고자 싸웠다.
이후 고인의 죽음을 기억하고 진상을 밝히기 위한 노동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유족은 서울로 올라가 이들과 연대해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국회에서 DL이앤씨 아파트 현장에서의 죽음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인의 죽음 이후 103일, 국제신문의 빈소 보도 이후 98일 만에 원청과 하청은 유족에게 공개 사과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보도 이후 강 씨의 유족은 국제신문에 DL이앤씨 등을 상대로 ‘싸우는 방법’을 문의했다. 어떻게 해야 시민사회 등과 연대할 수 있는지, 며칠을 투쟁하면 고인의 죽음을 사과받을 수 있을지, 기자가 소개해줄 수 있는 연대체 등은 어떻게 되는지, 싸우면 이길 수 있는지 등이었다. “여자 둘(고인 누나와 모친)이라고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으려 드는 것 같다. 사과를 꼭 받아야겠다”는 게 고인 누나 지선 씨의 뜻이었다.
고민이 많았다. 유족의 바람은 투쟁에서 이겨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원청이 중대재해의 책임을 인정한 전례가 없거니와, 인정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가늠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시민사회 등과 연대한다 하더라도 70대 노모와 30대 여성이 낯선 서울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몇날 며칠을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됐다. 객관자인 기자가 유족의 움직임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결과적으로는 유족의 뜻이 상당 부분 이뤄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제신문은 유족의 연락처를 시민사회에 제공하는 등 간접 지원을 했다. 지역언론으로서 지역민이 겪는 당장의 곤경을 우회적 방법으로나마 돕는 것이 같은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라 믿기로 했다. 투쟁이 끝나는 날 고인의 삼촌 이한진 씨가 국제신문에 전화를 걸어 “지역신문이 관심을 가져준 덕에 잘 해결됐다”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이 사건은 국제신문의 온라인 단독으로 처음 보도됐다. 유족을 취재해 그 사연을 보도한 것 또한 국제신문이 처음이었다. 해당 보도 뒤 여러 매체에서 강 씨 유족의 투쟁을 취재해 보도했다.
※온라인 게재일 기준
-한겨레 10월 4일 <“29살 동생이 일곱번째…디엘이앤씨, 여덟번째 죽음 없어야”> 등
-경향신문 11월 17일 <상복 위 패딩을 입고 어머니는 거리에 남았다···“9번째 영정이 놓이지 않도록”> 등
-MBC 10월 4일 <DL이앤씨 '죽음의 행렬'에 유족·시민단체 대책위 꾸려‥공식 사과 요구> 등
-연합뉴스 11월 11일 <"공사장 추락사한 스물아홉 내아들…자식 잃는 아픔 더는 안돼"> 등
-한국일보 10월 21일 <"이왕 울 거 밖에서 울자"...건설 현장서 29세 아들 잃은 노모의 절규>
등 다수 매체 보도
5. 사회에 끼친 영향
-원청의 중대재해 사과 첫 사례
DL그룹과 KCC는 지난 11월 21일 고인 사망 103일 만에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중대재해와 관련해 원청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죄의 뜻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과 이후에도 국회와 시민사회 등 관계기관은 DL그룹 현장에서의 산업안전 실태를 질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열린 청문회 때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원청이 노동자의 죽음에 고개를 숙인 전례는 없었다. 법정에서 형사적 책임 인정 유무만을 다퉜을 뿐, 유족에게 반성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도의적 책임을 지는 장면은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물었다. 하청의 재하청, 중층적 도급관계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지목되는 현실에서 원청이 법원 판결 전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도가 귀중한 이유다. 향후 우리 사회의 대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때 어떤 자세로 망자와 그 유족을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선례가 만들어진 셈이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원청 DL이앤씨와 하청 KCC 등 외부기관의 이의제기는 없었다. 고인의 실명, 생애 과정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유족의 동의 하에 공개했다.
회차 심사평
제399회 전체 총평
제39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의 〈검경 사건브로커 비리〉 보도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다. 전직 치안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입법부까지 힘 있는 권력기관 인사들이 두루 연루된 의혹이 있어 취재가 상당히 어려운 사안임에도 끈질기게 보도를 이어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요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취재해 경찰의 고질적 인사 비리가 밝혀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보도라는 호평이 나왔다.
경제보도부문에선 MBN의 〈은행발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 보도가 상을 받았다. 이미 큰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파문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을 발 빠르게 포착한 점이 돋보였다. 금융기관들이 ELS 상품을 권유할 때 형식적으로는 복잡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내용을 상세히 이해하기 힘든 고령자 등 취약층에겐 사실상 불완전 판매인 점을 잘 지적했으며 생생한 피해 사례를 발굴한 점에서 차별화된 보도였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와 한국일보의 〈K 스포츠의 추락, J 스포츠의 비상〉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보도는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서울 대림동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세밀하게 취재했으며 대안 제시까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경우 KBS의 〈수의계약으로 뭉친 녹색카르텔〉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불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으로 세금 낭비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여러 언론이 지적해왔지만, 이 보도는 디테일한 팩트를 날카롭게 지적해서 차별화된 심층성을 확보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귀한 세금을 어이없이 낭비하는 폐해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기사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국제신문의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많은 언론이 부동산을 다루면서 아파트 재건축 이슈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지만, 영구 임대아파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해왔다. 지역의 실정을 취재하면서 서울의 상황을 대비해 해법을 모색한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창원의 〈형사공탁 1년 보고서-판결문 988건 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루면서도 상세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형사공탁을 심층적으로 조명해 유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취재했으나 전국적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으로는 한겨레신문의 〈사람아 사람아-제노사이드의 기억〉 시리즈가 선정됐다.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을 장기간 연재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독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출품작들은 기존에 다뤘던 주제라 해도 세밀한 취재와 생생한 사례를 더 하면 훌륭한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기사가 많았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