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몸 담고 있는 방송국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방송국을 지탱하는 중요 재원 구조가 흔들렸고, 전사적으로 제작비 절감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앞으로 제작하고 싶은 뉴스나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라 회의했고, 또 누군가는,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제작자들 사이에 무기력감이 확산하던 시기, 기획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고, 큰 고민 없이 아이템을 선정했다.
말하자면 ‘2023 대한민국 마이너리티 리포트’다. 올해 초부터 우리 사회에 이상한 균열이 빠르게 번진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가 생겨났다. 성소수자들의 축제가 공권력 다툼으로 확산하는가 하면, 출근길 장애인들의 시위는 비장애인들과의 갈등으로 변질되었다. 타투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타투이스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있었다. 큰 주제를 ‘소수자’로 정했고, 5가지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 더 늦기 전에 혐오와 차별, 냉소와 조롱을 중단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했다. 약자와 소수, 소외계층과 비주류 등 경계선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울타리 너머 구성원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로 한 발 전진하기 위한 ‘정책적’인 접근 방안을 고민하는 기획으로, ‘소수자의 권익을 위해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취지에 따라, 공동체의 자유가 보장되고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제작하는 내내 <방송법>을 애써 기억하고자 했다.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데일리 뉴스’라는 형식의 파괴
제작에 앞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아이템을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냐, ‘뉴스’로 만들 것이냐 하는 점이었다. 사회적 소수자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구성물은 많지는 않아도 더러 있었다. 뉴스는 어땠을까. 뉴스는 소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사건, 사고’라는 틀 안에서, 이른바 ‘발생 기사’ 수준으로 다루어 왔다. 작정하고 해 보자는 무모함으로 이번 아이템을 ‘뉴스’로 만들어 내보내자고 결정했다. 다큐가 하나의 시대를 ‘묘사’한다면, 뉴스는 하나의 사회를 ‘기록’하는 매체라고 봤다. 지금 이 시대를, 이 시대의 사람을, 그리고 이 시대의 목소리를 ‘기록’하고자 했다.
뉴스 형식의 다양화는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지만, 다양화의 울타리를 한 번 더 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길어도 2~3분을 넘기기 어려운 방송뉴스다. 데스크에 아이템의 성격을 전달하며 편당 5분의 시간을 편성해 달라 요청했고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지역 뉴스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큐형 뉴스’ 5부작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기획보도의 1부 주제를 ‘동성혼’으로 정하는 일을 두고도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오갔을 정도로 ‘뉴스’의 견고한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다.
② 주제를 대변하는 인물 선정, 그리고 당사자성(性)
이 기획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이었다. 노출과 공개를 꺼리는 사회적 소수자임을 고려할 때 통상 뉴스에서는 ‘블러(blur)’라는 기술적 처리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는 관행이 지배적이다. 그 벽을 넘어야 했다. ‘소수자’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님을 이야기하려는 이 뉴스에서 이들을 ‘모자이크’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례자 발굴이 시작되었고, 이 과정은 예상보다 꽤 어려웠다. 가족이나 지인이 알게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또는 괜한 손가락질을 받기 싫다는 이유로 뉴스 프로그램의 참여해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저어했다.
집중적인 사례자 발굴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는 더없이 충분한 취재원이 구성되었다. 이번 뉴스기획의 핵심은 이들의 ‘목소리’를 깊이 듣고, 우리가 내야 할 ‘목소리’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20~30명에 이르는 취재원들의 인터뷰 시간이 매우 길었던 이유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뉴스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한 사람당 10분 이상 소요되는 인터뷰는 다소 무리한 작업이다. 전체 영상이 5분에 이르는 완성물을 만들기 위해선 10분이라는 인터뷰 분량에서 30초만 골라내야 한다.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 중에서 듣는 이들의 귀에 가장 울림 있게 도달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담길 수 있다고 믿었다.
③ 취재 데이터의 압축, 자막 그래픽 구성
인터뷰 다음으로 집중한 것은 자막 구성이다. 5분이라는 시간적 제약은 의외로 제작에 큰 걸림돌이었다. 이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려면 뉴스 기사의 핵심을 뽑아내는 자막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5편의 뉴스에 포함된 자막은 취재진이 밀도 있게 취재한 국내외 사실 관계를 포함하면서도 가급적 간결하게,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고민한 결과물들이다.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글자 수는 최소화하되, 내용은 무게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가장 최근의 국내외 데이터를 취재했고, 관련 기관의 협조를 받아 가급적 최신 통계 자료를 확보했다. 두루뭉술한 사례자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2023년 지금의 대한민국을 기록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④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관심 가지기 어려운 분야를 다루어줘 고맙다. 이런 이야기들을 이토록 솔직하게 뉴스에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들 앞에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시에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동성혼을 합법화한 타이완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이다. 타이완에서 시행 중인 성소수자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 조사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받은 가장 심한 차별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언론’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고정관념을 심화시키는 행위가 차별 대우를 확산시킵니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되새기게 한 대목이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음.
5. 사회에 끼친 영향
본 기획보도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하여, 이 시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위한 작업이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자유’와 ‘다양성’을 향해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미풍’의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본 기획보도는 수면 위로 꺼내 놓고 공론화하기에 여전히 쉽지 않은, 우리 사회 분야별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소수자들의 '당사자성(性)'을 살리는 데에 집중했다. 당사자들의 내면 깊은 곳의 '목소리'를 깊이 있게 듣고,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느낀 감정과 생각을 가급적 사회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아울러 당사자 목소리에 치우쳐 균형을 잃지 않도록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는 입장도 충분히 반영했다. "동성혼을 법제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 기준으로는 이르다"고 주장하는 단체의 대표, "타투 합법화는 국민의 건강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의사협회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을 담은 이유이다.
본 기획보도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 여러 '목소리'를 다양하게 듣고, 이를 이해하고 인정해 보자는 취지이고, 이 주제를 살리기 위해 제작 과정에서의 '형식적 민주주의'도 담보하고자 했다. 이쪽과 저쪽, 나와 너의 다른 이야기들을 건강하게 들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용기 있는 논쟁을 이어나갈 때 우리 사회는 한 발 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7. 기타 고려사항
취재팀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일방적 이야기에 편향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자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객관적 데이터를 충분히 취재했으며, 국내외 현황과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본 기획보도는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 사항이 없음을 밝힙니다.
회차 심사평
제399회 전체 총평
제399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10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우수한 기사가 많아 7개 부문에서 8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오마이뉴스 광주전라본부의 〈검경 사건브로커 비리〉 보도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이 결정됐다. 전직 치안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입법부까지 힘 있는 권력기관 인사들이 두루 연루된 의혹이 있어 취재가 상당히 어려운 사안임에도 끈질기게 보도를 이어간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요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취재해 경찰의 고질적 인사 비리가 밝혀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언론의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 보도라는 호평이 나왔다.
경제보도부문에선 MBN의 〈은행발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 보도가 상을 받았다. 이미 큰 피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파문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을 발 빠르게 포착한 점이 돋보였다. 금융기관들이 ELS 상품을 권유할 때 형식적으로는 복잡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내용을 상세히 이해하기 힘든 고령자 등 취약층에겐 사실상 불완전 판매인 점을 잘 지적했으며 생생한 피해 사례를 발굴한 점에서 차별화된 보도였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의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와 한국일보의 〈K 스포츠의 추락, J 스포츠의 비상〉 보도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외국인 250만 시대, 달라진 대한민국 일자리 지도〉 보도는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서울 대림동을 비롯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사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세밀하게 취재했으며 대안 제시까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경우 KBS의 〈수의계약으로 뭉친 녹색카르텔〉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산불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수의계약으로 세금 낭비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여러 언론이 지적해왔지만, 이 보도는 디테일한 팩트를 날카롭게 지적해서 차별화된 심층성을 확보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귀한 세금을 어이없이 낭비하는 폐해는 아무리 지적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에서 기사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국제신문의 〈영구임대 30년 보고서〉 보도가 선정됐다. 많은 언론이 부동산을 다루면서 아파트 재건축 이슈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지만, 영구 임대아파트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해왔다. 지역의 실정을 취재하면서 서울의 상황을 대비해 해법을 모색한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선 KBS창원의 〈형사공탁 1년 보고서-판결문 988건 분석〉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루면서도 상세한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형사공탁을 심층적으로 조명해 유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취재했으나 전국적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사진보도부문 수상작으로는 한겨레신문의 〈사람아 사람아-제노사이드의 기억〉 시리즈가 선정됐다.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을 장기간 연재한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독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출품작들은 기존에 다뤘던 주제라 해도 세밀한 취재와 생생한 사례를 더 하면 훌륭한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기사가 많았다는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