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② 단독기획(○)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더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의 한편에는, 서민들에게 짙게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삼중고 속에 가계의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빚은 순식간에 불어났고, 가족은 흩어졌으며, 사회와의 연결도 끊겼습니다. 파산은 불황의 가장 극단적인 결과이자, 그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KBS 창원의 기획 보도는 파산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불황의 실체를 거꾸로 추적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는 식당 주인부터 자식 교육에 전 재산을 쏟아붓고 빈곤에 내몰린 노년층, 학자금과 생활비에 짓눌린 채 빚만 늘어나는 청년들까지. 파산이라는 종착지에서 만난 불황의 얼굴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파산 이후 나타나는 가족 해체부터 사회적 낙인,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연쇄를 되짚어 파산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 지도 들여다봤습니다. 파산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꿈에 그리던 사회에 복귀했지만, 수백가지에 달하는 취업제한 법률과 금융 실패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또, 서울에 집중된 통계와 대도시 위주의 신속 처리 절차는 지방 파산자들에게 재기의 차별을 안겨주고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어쩔 수 없이 파산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충분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지,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 파산 실무자와 전문가를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2. 출품 보도물 목록
번호 보도일시 보도 제목
1 2025. 10. 20 법정에 몰린 사람들…파산 현장을 가다
2 2025. 10. 21 빚의 끝에서…무너진 건‘가족’이었다
3 2025. 10. 22 족쇄가 된 정책 자금…“제도의 실패”
3. 보도제작경위
· 취재진은 파산 법정에 몰린 이들의 사연을 통해 한국 사회 위기의 민낯을 마주했습니다. 장기 침체, 고물가, 고금리에 서민들이 버티지 못하고 법원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방송사 처음으로 서울회생법원 파산 법정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서울회생법원에는 매주 수백 건씩 파산 신청이 몰리고, 대기 줄은 끝이 없었습니다. 지방 법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산은 더 이상 ‘특수한 절차’가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사는 게 무서워서 망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파산 대란’이었습니다.
· 취재진은 파산 선고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파산은 단지 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집을 잃고, 자녀 교육도 중단된 사례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울증, 가족 해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도 점점 늘고 있었습니다. 파산 이후 삶은 외면당하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정부가 새출발을 위해 지원한 코로나19 지원금과 귀농 지원금 등 ‘정책 자금’을 쓴 이들마저도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을 확인했습니다. 파산 선고와 면책을 받고 난 이후에도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보도에 담았습니다. 법적으로는 빚을 벗었지만, 실생활은 회복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정이 함께 무너지는 이 현실은 ‘경제 위기’가 아닌 사회 붕괴의 신호라는 것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드러냈습니다.
· 파산은 빚으로부터 벗어나 새 삶을 시작하도록 돕는 제도이지만, 취재진이 만난 파산자들은 법정 문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벽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신용 회복엔 5년 이상이 걸렸고, 대출은 막히며, 취업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의안정보시스템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무려 240여 개에 달하는 법과 제도가 파산자의 일상 복귀를 구조적으로 막고 있었습니다. 변호사 비용 3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파산을 주저하는 이들까지 있었습니다. 결국 살아보기 위해 다시 빚을 지고, 다시 파산을 택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법원행정처 정보공개를 통해 서울과 수원의 재파산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고, 결국 파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사실을 취재를 통해 알렸습니다.
· KBS 취재 결과 법원에 해마다 수만 명이 파산을 신청하지만, 이를 둘러싼 전체 통계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왜, 어디서’ 파산이 발생하는지, 또 파산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서울과 부산, 수원회생법원에서 관련 통계를 수집하지만 이마저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제외한 12개 법원은 아예 기본적인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통계는 단순한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은 법원 통계에서 청년 파산이 증가하자 아예 청년 전담 상담센터를 만들어 맞춤형 복지 지원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통계가 없는 지방은 서울에 비해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구조였습니다. 파산 제도가 이들의 새출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 단위 통계 수집과 정례화된 통계 발표가 시급한 상황임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알렸습니다.
· 취재진은 통계가 없는 지역의 파산 통계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취약계층의 신용 회복을 지원하는 경남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최근 3년간 경남 지역의 파산 신청자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습니다. 지역 파산 상담자의 직업과 이혼 여부, 채무 규모, 대출금융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부분 생활비와 병원비 등 생계형 지출이 빚의 시작이었고 고금리 대출이 파산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파산이 개인 과소비나 사치가 아닌 사회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 서울에 비해 지방이 차별받는 것은 통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파산 신청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습니다. 서울은 평균 6개월이면 끝나는 절차가, 지방에선 2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기간이 법원마다 다르다 보니 ‘상경 파산’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파산 절차가 길어질수록 파산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 제한 차별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취재진은 이를 통해 ‘주소 값’에 따라 새출발의 기간이 차이 나는 문제점을 알렸고, 서울과 지역 간 보편적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논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4.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은 음성변조 및 얼굴 가림 동의를 받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의 제보자는 따로 없습니다. 취재기자가 직접 현장을 취재했고, 방송한 날과 촬영 날이 차이 날 경우 날짜를 명기했습니다. 기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5.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타 매체의 선행 보도는 없습니다.
6. 사회에 끼친 영향
취재진은 버티고 버티다 파산을 신청한 사람들을 긴 설득 끝에 인터뷰했습니다. 파산 기일마다 법정을 찾아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파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연을 숨겨야 할 정도로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출발을 위한 파산 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점검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채무자회생법 시행 20년, 파산 제도가 재기의 발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한 보도입니다. 그 결과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파산 기간의 차별이 이뤄지고 있었고, 서울 위주의 통계로 지역의 새출발 지원제도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또, 200여 개에 달하는 법안이 파산자의 새출발을 막고 있었고, 사회에 나오더라도 ‘1201’이라는 공공정보는 5년을 넘게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파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고 파산 제도를 실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발판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7.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언론 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8. 기타 고려사항
해당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법원 등 기관의 반론 신청과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422회 전체 총평
제42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서 73편의 기사가 출품됐다. 특히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15편이 몰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 부문에서 올라온 기사들이 모두 빼어나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언론환경 속에서도 현장 기자들이 빛나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반가움이 컸다. 반대로 기자상 심사를 하는 위원들의 고민은 그만큼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논쟁과 협의 끝에 이번에는 7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취재보도1부문에선 매일노동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보도가 선정됐다. 최근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숨진 청년이 주 80시간씩 일했다는 사실과 직원들에 대한 포괄임금제, 초단기 계약(쪼개기 계약) 등 불법·탈법적 인사·노무 관리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보도는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화려한 브랜드 이면에 숨겨진 업체의 잘못된 경영 방식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착수했고 업체 대표가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진 데에는 이 보도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데 심사위원들간 이견이 없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선 제주CBS의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 의혹>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기사로 인한 사회적 파장은 엄청났다. 단순히 판사들이 근무시간에 노래방에서 음주난동을 부린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을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식 징계’에 이어 ‘판사 유흥접대 논란’, ‘사법거래 의혹’으로까지 끌고간 것은 CBS 기자들의 끈질긴 취재 덕분에 가능했다. 국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면서 성역화된 사법부에 경종을 울리고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두편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노컷뉴스 <이상경 국토차관, 갭투자의 민낯> 보도는 국토부 차관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차단된 ‘갭투자’를 오래 전부터 해 오고 있었다는 점을 최초 보도, 당사자 사퇴라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 이 보도로 현 정부에서 한 명의 차관 사퇴를 넘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발시켰다는 점도 수상작으로 선정되는데 한몫했다.
KBS 보도는 ‘기부’를 명분으로 거래처에 납품 계약을 유도하고, 이후 기부금 지출분을 다시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보전하는 ‘이중구조’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대기업이 복지시설과의 이러한 거래를 통해 이용자 주머니를 갈취하는 행위를 밝혀냈다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본권력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한 기사라고 평가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선 뉴스1 <경계선의 집> 보도와 세계일보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경계선의 집> 보도는 몇년 전부터 국내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실태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고, 그 숫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단체’와 특정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행과 성폭력 의혹 등을 파헤쳐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린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기사였다. 이 보도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나선 점 또한 제도 사각지대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언론 본연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일보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보도는 식상한 주제를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국적 인공지능(AI) 자연어 처리 공약 분석 방법론을 국내 최초로 도입, 13대 대선부터 21대 대선까지 38년간 주요 대선후보 24명의 10대 공약 217개를 직접 분석하고, 여기에 여론조사와 해외 사례 취재까지 더해지면서 자칫 지루할 것만 같은 기사에 힘을 불어넣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약관리 부실을 문제점으로 꼽은 것도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유였다.
사진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 <피감기관서 축의금 받은 최민희, 본회의 중 ‘환급 문자’>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휴대폰 사진을 촬영, 보도하는 것은 많았지만 이 사진은 많은 매체에서 기사는 물론 사설까지 내용을 인용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결국 이 사진 보도 이후 최민희 의원이 사과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력’을 새삼 깨닫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