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매일노동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과로사 의혹
매일노동뉴스 정소희 기자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청년 노동자가 과로사했다는 제보를 받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고 이후, 회사가 고인과 유족에게 보인 비인간적 언행을 지켜보며 이 사안을 제대로, 정확히 알리고 싶었습니다.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유족과 고인이 받아야 할 사과와 정당한 대응이 외면되지 않도록 사실을 정확히 알리는 것이 기자의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초단기 계약과 통제적 노무관리를 활용해 청년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구조적 문제를 확인하며,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노동 현실에서 비롯된 사례임을 알게 됐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며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착취해 온 데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누구도 일하다 죽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상식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도 컸습니다. 과로를 유발하는 포괄임금제·쪼개기 계약·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 등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이번 보도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에게 분명한 경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자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선적 가치여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기사는 취재하며 만난 수많은 산재 노동자와 활동가들께 배운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일하다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번 보도와 앞으로의 보도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유족과 고인께 깊은 연대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제주CBS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제주CBS 고상현 기자
올해 6월 한 법원 관계자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제주지법 부장판사 3명이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노래방에서 음주난동을 벌였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제보 내용을 선뜻 믿기 어려웠습니다. 설마 판사들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수개월 취재 과정에서 실체가 점점 드러나면서 ‘설마가 현실’이 됐습니다. ‘법복의 권위’가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평소 밤늦게까지 재판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쓰느라 고생하던 판사들만 봐와서 그런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판결의 힘은 큽니다. 이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판사들의 비위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법부의 조처는 징계가 아닌 ‘법원장 훈계’가 전부였습니다. 더욱이 이들 판사는 제주대 로스쿨 강의 중 욕설하거나 유흥주점 접대 사법거래 의혹, 배석판사와의 합의 없이 즉일 선고하는 등 불법재판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각종 의혹에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형식적인 조사에 그쳤습니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판사에 대한 내부 자정작용이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겁니다. 판사 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성역화’ 된 채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습니다. 독립된 권력과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동의어가 아닙니다. 헌법의 사법부 독립은 법관 독립이 아닌 재판 독립을 뜻합니다.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사법부의 성찰이 이뤄지고 견제 장치가 마련돼 법복의 권위가 다시 바로서길 바랍니다.
이상경 국토차관, 갭투자의 민낯 노컷뉴스
이상경 국토차관, 갭투자의 민낯
노컷뉴스 장윤우 기자
이번 취재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역을 검토하던 중,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공직자 재산 신고는 공개 정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제 주소지를 파악하거나 거래 시점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와 재산 변동 내역이 일치하는 부분을 찾아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일일히 대조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혹’과 ‘사실’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시간적 선후 관계를 정리했고, 이것이 단순한 부동산 거래가 아닌 갭투자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정황들이 쌓여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조심스러웠습니다. 한 사람의 공직 생활과 명예가 걸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여러 차례 당사자 측에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해명 기회를 드리는 것이 언론의 기본 책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종 보도 직전까지도 팩트 하나하나를 다시 검증했습니다. 데스크와 팀장, 팀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었습니다.
보도 이후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습니다. 여러 매체들이 후속 보도를 이어갔고, 당사자는 사퇴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저널리즘의 본질은 권력 감시에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사실에 기반한, 공익에 기여하는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CJ프레시웨이 ‘수상한 기부금’ KBS
경계선의 집 뉴스1
경계선의 집
뉴스1 신윤하 기자
9월 경계선지능인 지원단체가 운영하던 대안가정에서 전 대표가 폭력, 성폭력, 노동착취를 일삼았단 제보를 받았습니다. 한 경계선지능인 피해자는 피해사실을 털어놓으며 “2~3주만 더 있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가해자는 다수 언론과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로 유명세를 얻고, 경계선지능인 분야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유명 작가가 설립자라며 명의를 도용했단 사실도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아버지’로부터, 이 집으로부터 탈출하기까지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취재진은 경계선지능인이 그루밍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게 단순히 특정 단체와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숫자마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집단입니다. 국가의 역할이 부재하다 보니, 경계선지능인 개개인은 ‘지원단체’라 불리는 민간단체 및 개인에게 의존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시설에 아이들과 취약한 사람들이 맡겨지고, 감독의 손길이 닿아야 할 영역이 지금도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계속 질문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보도가 이 질문의 시작이 됐으면 합니다.
김기성 편집국장을 필두로 통신사 사건팀에서 기획보도에 집중할 수 있게 격려해 주신 김현 사회부장, 박응진 캡께 감사드립니다. 똘똘 뭉쳐 으쌰으쌰 일하는 뉴스1 사회부 사건팀 선후배들께는 늘 빚진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취재해 준 권진영·권준언 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세계일보
매니페스토, 내일을 바꾸는 약속
세계일보 조병욱 기자
대통령실이라는 출입처가 부끄러움으로 전락한 순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역행을 막고 싶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누군가는 정책선거를 외치고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20년 전 처음 국내에 매니페스토를 소개한 세계일보 선배들의 기사가 등대 역할을 했습니다. 역대 대선 공약을 확인하려던 정보공개 청구에서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약으로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유권자와의 약속이자 정치인의 임기 내 계약서라는 공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공약의 중요성을 부각하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독일의 공약 분석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민주화 이후 대선 공약의 변천사와 의미를 해석했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정책선거 예산 부족, 난해한 공약집 문제 등도 집중 보도했습니다. 그 결과 선관위는 중단했던 공약집 발간을 재개했고 디지털 아카이브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다만 공약의 주체인 정당은 여전히 무관심한 상황입니다.
수습 교육이 끝나기도 전에 불려와 넉 달을 밤낮없이 고생한 정세진·장민주 기자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이 기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팀 구성을 결단하고 응원해주신 박희준 편집인, 이천종 편집국장, 이우승·우상규 부국장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제4의 팀원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용출 선배께 영광을 돌립니다.
피감기관서 축의금 받은 최민희, 본회의 중 ‘환급 문…
피감기관서 축의금 받은 최민희, 본회의 중 ‘환급 문자’
서울신문 홍윤기 기자
10월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주한 한 장면이 이번 보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 자녀 결혼식으로 논란을 겪던 최민희 위원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보였고, 확인을 위해 각도를 바꿔 셔터를 눌렀습니다. 화면에는 피감기관과 정치권, 방송사, 대기업 관계자들의 축의금 명단과 액수가 적혀 있었고, 즉시 관련 인사와 의원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의원실은 해명을 내놓았고, 국감 마지막 날에는 최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간 부적절한 관행이 명확히 드러났고, 청탁금지법 적용의 실효성도 다시 논의됐습니다. 한 장면이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과 기록하는 일의 책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의원 휴대전화 화면 보도’가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늘 있습니다. 정치 뉴스일 때만 주목도가 높다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보도가 필요한 이유는, 현장의 장면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공권력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경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더 정확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며, 훌륭한 보도들과 함께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신문 김태균 콘텐츠본부장, 김상연 편집국장, 그리고 사진부·정치부·편집부의 선배·동기·후배들께 깊은 감사 말씀 전합니다.
CJ프레시웨이 '수상한 기부금' KB…
CJ프레시웨이 '수상한 기부금'
KBS 황현규 기자
이번 취재는 CJ프레시웨이가 복지시설과 식자재 납품 계약을 맺으면서 “매출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사회공헌처럼 포장된 이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목적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부 시점과 계약 기간이 정확히 겹친다는 일정한 패턴이 드러났습니다.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자체로 기부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부로 지출한 금액을 CJ 측이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되돌려 받는 내부 시스템까지 확인했습니다. 기부금이 커질수록 회사의 이익률이 높아지는, 본래 취지와 정반대의 흐름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식자재값 인상이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르신·어린이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것. 단가가 오르면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 부담은 선택권이 없는 취약계층이 떠안게 됩니다. 이상한 기부는 CJ프레시웨이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하고 있는 관행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CJ프레시웨이를 포함한 다른 업체들도 해당 영업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화가 눈앞에서 시작되는 모습을 보며 감시 보도가 가지는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ESG처럼 선의로 포장된 것들이 실제로 누구에게 이익을, 누구에게 부담을 남기는지 더 집요하게 추적하겠습니다. 이번 보도는 용기를 내준 제보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믿고 목소리를 내 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