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해 9월까지 국내 4대 거래소에서의 암호화폐 거래액은 3,584조 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금액인 3,125조 원보다 많았습니다. 국내 암호화폐 이용자는 558만 명에 달하고, 시장가치, 즉 시가총액은 55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한국산 코인’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탈중앙화 코인의 시총 2위까지 올랐던 테라와 루나의 시가총액은 53조 원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암호화폐 시총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지난 5월, 테라‧루나가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루나의 경우 며칠 만에 99.99% 폭락했습니다. YTN 기획탐사팀은 루나 폭락 사태의 현상과 이면을 취재해 폭락의 배경을 알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코인 투자 열풍’의 구조적 배경을 분석해 보도하고자 취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도권’의 세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3년 전, 테라 생태계를 고안했습니다. 권 대표와 함께 일했던 테라폼랩스 전 직원이나 권 대표를 직접 만나본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권 대표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부터 독립된 금융 시스템 구축을 꿈꿀 정도로 똑똑하고 포부가 큰 사람이다. 하지만 매우 독단적이었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탈중앙화 코인을 만들어 국제 금융의 판도를 바꾸겠다던 권 대표는 비판을 외면하며 스스로를 중앙화된 권력으로 만들었습니다. 권 대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낸 테라폼랩스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스스로 사표를 내도록 했고, 시스템 운영에 대한 외부의 질문이나 지적에 대해선 비아냥으로 응수했습니다. 테라폼랩스 내부 관계자는 테라 생태계에 대한 내부 비판이 이어졌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권 대표는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걱정 말라’며 내부 비판을 덮었고, 관련 대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논의하지도 않았습니다.
-99.99, 죽음의 소용돌이
테라 생태계의 주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테라와 루나입니다.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가격을 1달러에 맞추기로 하고, 가격 변동성을 루나라는 일종의 보조 코인이 잡아주는 형식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앵커 프로토콜입니다. 저금리로 테라를 빌리고, 고금리로 예금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은행, 금융 상품입니다. 루나는 ‘스테이블(안정적)’이라는 테라의 핵심 가치를 유지 시켜주고, 앵커 포로토콜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테라 보유의 동기를 부여합니다.
세 가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만 하면 마치 무한동력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급속히 무너질 수 있는 취약 구조이기도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테라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앵커 프로토콜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거나, 루나의 발행량이 늘어 코인 가치가 떨어지면 테라 생태계의 주축인 테라와 루나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됩니다. 지난 5월 초,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했고, 테라 생태계는 사실상 멸망했습니다.
추적
5월 7일, 루나 폭락이 시작됐습니다. 테라 생태계 운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앵커 프로토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테라 매도가 이어졌습니다. 루나 발행량 증가로 루나 가격이 폭락하더니 급기야 마지노선을 넘었습니다. ‘뱅크런’과 코인 가치 하락이 맞물리며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불과 며칠 만에 루나 가격은 99.99% 폭락했습니다.
탈중앙화 가치를 표방했을 뿐, 폐쇄적으로 운영된 테라폼랩스는 여전히 폭락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돈을 잃은 원인을 알 길이 없습니다. 살릴 수 있다며 또 다른 코인을 만든 테라폼랩스에 어쩔 수 없이 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YTN 기획탐사팀은 루나 폭락 사태 당시 테라폼랩스의 자금흐름을 추적한 암호화폐 분석업체와 전문매체를 취재했습니다.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사건의 배경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폭락 직전 테라폼랩스와 같은 암호화폐 계좌를 사용하는 가상지갑에서 테라·루나가 대규모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내부 정보 없이는 불가능한 자금 흐름이었습니다. 단순히 외부 공격에 의한 폭락이 아니라, 테라폼랩스의 자작극에 의한 폭락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권 대표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기에, 취재진은 권 대표를 찾아나섰습니다. 권 대표의 주거지이자, 테라폼랩스 법인이 위치한 싱가포르에 갔습니다. 우선 테라폼랩스 사무실을 찾아다녔습니다. 법인등기상 주소와 소송 문건에 적시된 주소, 인터넷에 공개된 주소 등을 모두 직접 찾아가 봤지만,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테라폼랩스 입주 건물 관계자들은 취재진과의 비공식 인터뷰에서 테라폼랩스가 폭락 직전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말했습니다. 권 대표의 전 사업 파트너들과 이웃들은 최근 권 대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숱한 의혹에도 권 대표는 한국과 미국 수사 당국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사와 규제
권도형 대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수사 대상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권 대표가 허가 받지 않은 금융상품을 미국인들에게 홍보해 판매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법원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의 소환에 불응한 권 대표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경우, 이는 우리나라 금융 및 수사 당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루나 폭락 사태를 1호 사건으로 수사 중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미국의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권 대표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금융감독원도 루나의 증권성 여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미국 검찰과 함께 암호화폐 범죄 대응에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자산 담보 없는 고수익 보장은 피라미드 사기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의 최근 발언입니다. 코인 트레이더와 전문가들도 테라폼랩스가 사실상 ‘폰지 사기’와 다름없는 금융 상품을 판매했다고 지적합니다. IMF 핀테크 책임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을 확인한 뒤, 국내 법률을 넘어 국제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와 금융 당국도 규제책 마련을 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수년째 자율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정치권과 관계부처들이 루나 폭락을 계기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암호화폐에 적용 가능한 별도의 법률안을 만들지, 기존의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할지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눈물
이혼 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홀로 키우는 30대 남성은 빠듯한 생계와 아이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출퇴근 없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코인 투자를 전업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루나 폭락에 휘말려 가진 돈을 모두 날렸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섬유 업체에서 일하며 세 아이를 키우는 30대 주부는 앵커 프로토콜을 이용했습니다. 평소 안정성을 중시하는 성격이라 주식 투자도 해본 적 없었지만, 1달러에 가격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는 믿을 수 있었던 데다, 연 20%라는 고이율 이자에 끌렸습니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YTN 기획탐사팀이 만난 루나 투자자 대부분은 “초기 수익을 기반으로 테라폼랩스를 신뢰했고, 연일 언론을 장식한 권도형(영어이름:도권) 테라폼랩스 대표를 믿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시중 금리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고금리였지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보통 은행에 예금을 할 때 해당 은행의 ‘예대마진’ 등 건전성을 따집니다. 돈이 필요해 찾아야 할 때 문제없이 찾을 수 있는지 따지는 최소한의 점검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 잣대마저 내려놨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테라 생태계에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뒤늦은 후회가 피해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은 코인 재투자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권 대표가 새롭게 출시한 루나 2.0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코인 열풍’의 숨겨진 이면, 자산 양극화
“공부도 안 하고 도박처럼 투자한 대가다.” 암호화폐 관련 기사에 많이 달리는 댓글 유형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단순히 ‘노름꾼’ 취급하고 넘어가기엔 투자자와 투자액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코인 투자는 이미 젊은 층의 투자 유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피해 규모가 상당히 크고,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암호화폐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근로소득만으로 좁힐 수 없는 자산 양극화를 코인 열풍의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에 비해 임금 상승 폭은 한계가 뚜렷합니다. 젊은 층은 물론, 40-50대 무주택자들은 근로소득만으로는 ‘내집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더 큰 위험을 수반해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에 손을 뻗습니다.
한국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인 현직 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고위험 고수익’인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단순히 투자자들의 도박적 성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근로소득으로는 좁힐 수 없는 자산 격차가 이들을 도박성 강한 투자로 내몰았기에 이들을 탓하고 투자를 막는 방식만으로는 사회적 손실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폭넓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코인 투자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구조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연 20% 이자 보장’이라는 피하기 어려운 유혹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테라폼랩스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일부 익명 처리. 해당 기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취재했으며 기타 특이사항 없음.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루나 폭락 사태가 국제적 이슈였던 만큼 다수의 선행 보도가 있었음
5. 사회에 끼친 영향
암호화폐가 언론의 조명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자 당시 법무부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암호화폐로 수백억을 벌어 퇴사했다는 회사원의 소문을 계기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세제도입 등 규제 필요성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 수익에 손을 대는 순간, 그동안 부정해온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는 역설에 빠졌습니다.
지난 5월 99.99% 폭락한 한국산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는 제도적 과도기에 중요한 기점입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대상이 생긴 이상 규제의 칼을 들이댈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YTN 기획탐사팀은 루나 폭락의 전조 현상이 있었던 점을 취재해 보도한 뒤, 테라폼랩스에 대해 먼저 규제의 칼을 빼든 미국의 소송 문건을 입수해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될 법적·제도적 논쟁의 쟁점을 미리 분석했습니다. 특히 권 대표의 소환조사를 놓고 벌어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테라폼랩스의 소송 문건,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문건을 확보해 탐사보고서 기록 방송 전에 주요 내용을 뉴스 리포트 형식으로 단독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취재진은 암호화폐에 대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과 국내 동향을 다루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의 신중하고도 동시다발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수의 리포트 뉴스와 탐사보고서 기록 방영은 검찰과 금융 당국의 반응을 이끌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루나의 증권성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고, 법무부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및 검찰과 함께 암호화폐 범죄 대응에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취재진은 탐사보고서 기록 <–99.99, 폭락의 이유>를 통해 폭락 사태의 현상을 분석하고, 수사 및 규제 상황을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코인 열풍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 구조적인 배경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석 달 동안 전국에 있는 피해자들을 만나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들었습니다. 큰 피해를 보고도 또다시 코인 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무력감을 차분히 담아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업자와 전업 코인 트레이더, 블록체인법학회장, 대학교수, 국제기관의 암호화폐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간의 격차 심화 등 코인 투자의 구조적 배경을 짚었습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 증식 속도, 그래서 결국 ‘내집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려운 투자자들이 코인 시장으로 내몰린 건 아닌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암호화폐 거래는 365일, 24시간 이뤄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투자자들은 고수익을 위해 기꺼이 고위험을 감수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암호화폐에 손을 댑니다. 전국 곳곳의 공장지대에서는 막대한 양의 전기를 먹는 채굴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취재진은 탐사보고서 기록 <–99.99, 폭락의 이유>를 통해 암호화폐가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돈의 흐름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과 코인 개발자의 책임 있는 자세, 합리적 규제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YTN 기획탐사팀은 루나 폭락 사태의 직접 원인을 밝히기 위해 후속 취재 중입니다. 암호화폐 보안 업체를 통한 지갑 분석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부 공격 혹은 자작극 등 여러 의혹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후속 보도에 전념할 것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YTN 기획탐사팀은 지난 석 달 동안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투자 피해 사례를 찾았고, 현상 아래 감춰진 구조적 모순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취재진은 한국기자협회 및 YTN의 윤리 강령을 충실히 지켰습니다. 탐사보고서 기록 ‘-99.99 폭락의 이유’는 보도국장과 취재에디터, 영상에디터, 편집에디터가 참석한 시사회를 거쳐 방송됐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해당 없음
회차 심사평
제383회 전체 총평
383회 이달의 기자상에 6편이 선정됐다. 이례적으로 심사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아깝게 수상의 영예를 놓친 작품이 많았고, 보도 내용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상작 6편은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재보도 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윤 대통령 사적 수행·사적 채용 논란> 보도는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는 수작이었다. 우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논란을 처음 구체적 물증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단순히 ‘얻어걸린’ 기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취재원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집요함, 과정에서의 사내 취재 정보 공유와 협력, 기사 출고의 신속함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수상한 불법 외환거래> 보도는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접근하기 힘든 취재 영역을 꽤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특종을 만들어낸 노고가 우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첫 보도로 인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연이은 언론의 인용·추격 보도로 은행 외환 영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고, 나아가 국회와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논의까지 이뤄지는 등 사회적 반향이 큰 점도 가산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신문의 <살아있는 김용균들> 보도는 여러 면에서 울림이 큰 기사였다. 우선 산재 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 적지 않은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아니면 부상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산재 기록과 삶을 진정성 있게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목소리 높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정된 신문 지면에 갇히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온라인을 겨냥해 충분하고도 다양한 기사를 생산해낸 의도도 좋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 CBS <몰락한 재벌 회장의 재기 자금 추적기> 보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재벌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팩트로 확인하기 위해, 회생계획안 입수에서부터 주거지 이전 확인까지 꼼꼼하면서도 집요한 취재를 했다. 고의 재산 은닉으로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기사로 보도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사가 많은 인용·추적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이달의 기자상을 차지하기에 넉넉하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광주, 춘천, 경남, 전주 MBC 등이 힘을 모은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 보도는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수상했다. 정보공개 청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치인 125명이 선거비용 230억 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점도 충실히 다뤄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용도 신선했고, 완결성도 높은 ‘깔끔한 기사’라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경기일보 <청년농부 잔혹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귀농 귀촌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청년 농부라는 주제를 한정하고, 이들이 왜 농촌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 대책 등 15편의 연속 기사를 통해 솜씨 좋게 풀어냈다. 경기도 사례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전국 농촌의 문제점이 잘 투영됐다는 점에서도 높은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