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네팔에서 온 16명 중 14명이 사라졌다
네팔에서 온 외국인 14명이 돌연 사라졌습니다. 계절근로자로 입국해 전남 고흥의 김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로 네팔 복귀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무단이탈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하더라도 한 꼭지 리포트로 다루면 충분한 사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 후 흔히 있는 뉴스였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바꾼 건 지방자치단체인 고흥군이 받게 됐다는 정부의 제재 조치와 이에 따라 예상되는 농․어가 전체의 피해였습니다. 법무부 측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겠다며 운영 지침에 따라 1년간 계절근로자 배정 대상에서 고흥군을 제외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계절근로자 관리와 무단이탈 책임을 자치단체에만 묻는 구조가 의아했습니다. 첫 집중보도에서는 계절근로자 무단이탈과 정부의 페널티가 적정한지 따져봤습니다.
■자치단체 MOU를 민간인이…‘사기’ 당한 자치단체
한 차례 집중보도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보도는 후속 취재 과정에 민간인 브로커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각 자치단체는 계절근로자들을 들여오려면 우선 외국의 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어야 합니다. 법무부가 무단이탈 방지책 가운데 하나로 운영 지침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필수조건입니다. 고흥군도 “주한 네팔대사관을 통해 MOU를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흥군이 네팔의 한 자치단체와 맺은 MOU는 정체가 불분명한 민간인 신분의 한국인과 네팔인 브로커가 주도한 것이라는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고흥군은 해당 민간인의 말에 속아 네팔대사관을 통해 이뤄진 MOU라고 믿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고흥군이 사기를 당한 겁니다.
■브로커 먹잇감 된 계절근로제…국내외 ‘먹이사슬’ 대해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민간인이 국내외 자치단체 사이의 MOU 체결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를 취재하면서 시군을 돌며 영업하듯 계절근로자 MOU 업무를 대신 하고 있는 이른바 브로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브로커의 실태를 취재․보도하는 연속보도 과정에 해외 현지 교민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이를 통해 허술한 MOU 체결 과정과 국내외 브로커의 돈벌이 수단이 돼버린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등 제도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56%의 비밀’ 계절근로제 실태보고 목록>
[집중취재] 외국인 계절근로자 14명 잠적…5개월째 소재 불명(7월 5일 7시, 9시 뉴스)
[집중취재] 외국인 노동자 잠적은 지자체 책임?…1년간 불이익 논란(7월 5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민간인이 MOU 개입…고흥군 속았다(7월 25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절반이 무단이탈…전국이 ‘몸살’(7월 25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보증금으로 무단이탈 방지?…실효성 의문(7월 26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외교 마찰’ 입국 무산…피해는 농가 몫(7월 26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브로커 돈벌이 전락…현지에서도 ‘제동’(7월 27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외국인 계절근로 개선…정부 주도 필요(7월 28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출연] 56% 무단이탈…외국인 계절근로자 ‘공존’ 방안은?(7월 28일 7시, 9시)
[연속보도] 매달 수수료 요구…계절근로자 모집 현지 안내문 입수(8월 2일 7시, 9시 뉴스)
[연속보도] 국회, 계절근로제 대책 촉구…정부, 개선 방안 추진(8월 3일 7시, 9시 뉴스)
■‘MOU부터 무단이탈까지’ 문제는 시스템!
취재팀이 가장 먼저 주목한 건 운영 시스템이었습니다. 계절근로자들을 들여오는 지자체는 대부분 행정력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농어촌 군(郡)단위입니다. 전국 70여 시·군 공무원들은 정보가 전혀 없는 해외 자치단체들과 ‘알아서’ ‘능력껏’ MOU를 맺어야 합니다. 마땅한 외국 자치단체를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는 법무부 주도로 1년에 두 차례 시․군의 계절근로자 배정 인원을 확정해주고, 최소한의 출입국 업무만 맡을 뿐입니다. 근로자 무단이탈을 막는 것도 자치단체의 몫이었습니다. ‘자치단체 페널티’ 문제를 가장 먼저 다룬 이유입니다.
■국내도, 현지도 브로커 판친다…첫 확인 보도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의 계절근로자 수요를 외면할 수는 없는 시․군들. 문제와 책임은 모두 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 그 틈을 파고든 건 브로커였습니다.
자치단체에 접근하는 국내 브로커 수는 상상을 넘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법무부가 시․군 배정 인원을 확정하는 순간 본격화됐습니다. 각 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이 시기에 각각 30~40여 명의 브로커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국내 브로커의 존재와 이들의 돈벌이로 전락해버린 계절근로제 상황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시․군 담당 공무원들의 입을 통해 확인한 겁니다. 사업 추진 방법이 막막한 일부 공무원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해외 브로커들의 구체적인 활동 방식까지 확인한 것은 1주일간의 연속보도 이후 해외에서 들어온 제보를 통해서입니다. 국내 자치단체에 ‘무보수 봉사’하겠다던 브로커들은 현지에서 배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네팔에서는 계절근로자 선발 대가로 5백만 원~1천만 원의 수수료를, 필리핀에서는 계절근로자들에게 입국을 위해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는 별개로 매달 수입 가운데 30만 원씩 떼가는 구조였습니다. 국내외 브로커가 판치는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보도입니다.
■정부 무단이탈 방지책 실효성도 검증
제도 시행 5년차. 브로커의 개입, 그리고 입국 ‘수수료’에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민간인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운영 지침이 이를 방증했습니다. 민간인 개입에 따른 무단이탈 대책으로 정부가 마련한 개선책은 ‘현지 귀국 보증금’ 제도. 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자국민을 잠정적 무단이탈자’로 본다는 데 대해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또 귀국 보증금 조항을 MOU에 포함했다고 하지만, 실제 국내 자치단체가 이를 확인할 길은 없었고, 보증금을 내고 왔다는 계절근로자들의 무단이탈도 반복되는 실제 사례를 확인, 보도함으로써 보증금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했습니다.
■무단이탈의 ‘악순환’…이유 있었다
취재가 마무리될 때쯤 지난해 입국한 계절근로자들 가운데 잠적한 비율인 ‘무단이탈 56%’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제도 운영 전반이 자치단체에 떠맡겨진 구조, 그 틈을 노린 국내외 브로커들의 활동, 착취에 가까운 수수료, 그 돈을 채우기 위한 무단이탈과 불법 체류. 어쩌면 이번 기획보도는 이 뻔한 구조를 일일이 확인해 먹이사슬의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이었는지 모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계절근로자의 무단이탈로 피해를 입은 농어가를 직접 돌거나 각지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관련 외국인 등을 수소문해 만나며 이번 사안을 취재했습니다. 취재원들은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되 당사자들이 원하는 경우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특히 해외 현지에서 보내온 한인들의 제보도 있었지만, 당사자 요청에 따라 전화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는 대신 자막 처리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그동안의 관련 보도는 대부분 무단이탈 발생 상황만을 전하는 데 그쳤습니다.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 실태와 브로커들의 활동 방식, 먹이사슬 구조까지 전반을 다룬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7월 5일 첫 보도 이후 전국에서 각 지역 상황을 담은 관련 보도들이 이어졌습니다. 또 전라남도가 정부에 건의하기로 한 개선안 내용은 계절근로자 배정 소식과 함께 지역의 대다수 매체에서 다뤄졌습니다. 네팔 현지 언론도 취재팀이 다룬 자국민의 무단이탈 소식을 전했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안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농식품부는 개선책 필요성에 공감하며 법무부와 관련 논의를 하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첫 발을 뗐습니다. 법무부는 각 시군에 ‘브로커 개입 금지’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전라남도를 비롯한 전국의 자치단체들도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인력도입 전담기관 설치를 골자로 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국회 계류 중) 국회 통과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외국인 계절근로제도 운영상 허점과 이 과정에 개입하는 국내외 브로커의 실태 및 돈벌이 구조까지 심층보도해 제도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문제로 다뤄지는 데 그칠 수도 있었던 사안을 두고 취재인력이 취재기자 2명, 촬영기자 2명뿐인 지역국 환경에서도 전국 농․어가의 인력난과 계절근로자 제도 개선을 위한 심도 있는 기획을 했다는 자체 평가도 있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3회 전체 총평
383회 이달의 기자상에 6편이 선정됐다. 이례적으로 심사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아깝게 수상의 영예를 놓친 작품이 많았고, 보도 내용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상작 6편은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재보도 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윤 대통령 사적 수행·사적 채용 논란> 보도는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는 수작이었다. 우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논란을 처음 구체적 물증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단순히 ‘얻어걸린’ 기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취재원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집요함, 과정에서의 사내 취재 정보 공유와 협력, 기사 출고의 신속함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수상한 불법 외환거래> 보도는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접근하기 힘든 취재 영역을 꽤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특종을 만들어낸 노고가 우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첫 보도로 인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연이은 언론의 인용·추격 보도로 은행 외환 영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고, 나아가 국회와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논의까지 이뤄지는 등 사회적 반향이 큰 점도 가산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신문의 <살아있는 김용균들> 보도는 여러 면에서 울림이 큰 기사였다. 우선 산재 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 적지 않은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아니면 부상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산재 기록과 삶을 진정성 있게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목소리 높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정된 신문 지면에 갇히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온라인을 겨냥해 충분하고도 다양한 기사를 생산해낸 의도도 좋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 CBS <몰락한 재벌 회장의 재기 자금 추적기> 보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재벌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팩트로 확인하기 위해, 회생계획안 입수에서부터 주거지 이전 확인까지 꼼꼼하면서도 집요한 취재를 했다. 고의 재산 은닉으로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기사로 보도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사가 많은 인용·추적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이달의 기자상을 차지하기에 넉넉하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광주, 춘천, 경남, 전주 MBC 등이 힘을 모은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 보도는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수상했다. 정보공개 청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치인 125명이 선거비용 230억 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점도 충실히 다뤄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용도 신선했고, 완결성도 높은 ‘깔끔한 기사’라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경기일보 <청년농부 잔혹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귀농 귀촌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청년 농부라는 주제를 한정하고, 이들이 왜 농촌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 대책 등 15편의 연속 기사를 통해 솜씨 좋게 풀어냈다. 경기도 사례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전국 농촌의 문제점이 잘 투영됐다는 점에서도 높은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