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단독취재>
"풀밭인 상태에서 저희가 밭을 만들어요. 그래서 밭을 만드는 걸 해야지 저희가 맛있는 것 좀 먹고, 그걸 안하면 하루 종일 밥을 아예 못 먹든가.."
취재팀이 만난 위탁가정 아동 A씨의 눈빛은 배신감을 넘어 상실감으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친부모라고 굳게 믿고 살아왔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가정이 그렇게 살아가는 줄 알았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현실은 너무 비참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위탁모는 3명의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맡아 키우면서 아이들의 양육비로 들어오는 돈을 빼내 썼습니다. 매달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돈을 현금으로 인출했습니다. 세 아이의 통장에서 10여 년간 빼간 돈만 4억 원이 넘습니다.
한 집에서 사는 가족끼리 그럴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돈을 찾아서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음식 값을 벌어왔습니다. 집이 이사를 가면서 통학하는데 1시간 이상이 걸리자 위탁모가 버스비를 줬는데, 돈을 아껴 반찬을 사먹기 위해 그 먼 거리를 걸어 다녔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강원도가정위탁지원센터 직원은 성인이 된 아이들이 양말이 다 보이도록 헤진 운동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고 너무 안쓰러워 사비로 운동화를 사주기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위탁모는 아이의 친부에게 대학 등록금을 내야한다며 돈을 갈취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미래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탁가정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것이 두 번 버림받은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 선량한 마음으로 가정위탁을 하고 있는 다수의 어른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사실 확인을 위해 위탁 아동들의 은행 계좌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와 위탁아동의 동의를 받아 아이들의 10년 치 은행 거래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설마 했던 일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4억 원이 넘는 돈은 모두 현금으로 인출됐습니다. 아이들은 취재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야 정부가 자신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 아이의 친부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도 확인하게 됐습니다. 위탁모는 아이들 앞으로 적금을 들겠다며 친부에게 한 달에 20만원 씩 돈을 받아갔지만, 실제로 적금을 부은 적이 없었습니다. 위탁아동은 정부에서 대학 등록금이 전액 지원되지만, 위탁모는 친부에게 대학 등록금도 받아서 가로채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운전면허 학원비와 기숙사 비용 등 이런 저런 거짓말로 받아 쓴 돈이 천만 원이 넘습니다.
취재팀은 여러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위탁모와 연락했습니다. 위탁모는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한 자신만의 훈육 방법이었다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사용한 점을 인정하지만,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며 문제가 생기면 반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지난 세월 얼마나 절망감 속에 살아왔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치단체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였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자치단체는 "아이들이 지원금 존재를 왜 몰랐냐."며 아이들 책임으로 떠넘기기도 했습니다. 자치단체는 가정위탁지원센터 직원들과 아이들이 부정수급 문제를 의논하러 온 자리에서도 회의 근거를 남겨야 한다며 사진 찍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 아동에게 회의 장면 사진을 찍으라고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탁가정에 지원되는 수급비 관리 규정의 허점도 확인됐습니다. 위탁아동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돼 지원을 받는데, 석 달에 한번 씩 수급비 조사를 받는 일반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위탁가정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왔습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위탁가정도 최소 1년에 한번 씩 수급비 조사를 하도록 했지만, 위탁부모가 수급비의 착취나 유용 등의 우려가 없다고 자치단체가 판단한 경우, 점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취재팀은 이를 바탕으로 위탁가정 문제와 자치단체의 태만, 수급비 관리제도의 허점 등을 보도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본 보도는 지역의 한 위탁가정에서 십년 넘게 경제적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동이 있다는 취재원의 제보를 바탕으로 시작됐으며, 아동 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아동과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동의를 얻어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해당 보도는 이전에 타 언론에서 전혀 언급한 바 없습니다. 취재원은 G1방송이 해당 취재와 보도를 해주기를 희망했고, 저희는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이후, 여러 언론매체에서 후속 취재를 위해 위탁아동의 신원에 대해 물어왔지만 아이들의 인권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독자적으로 위탁가정의 문제점과 자치단체의 안일한 태도 등을 단독 보도한 만큼, 방송 매체 등 타사에서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취재팀의 보도 이후, 강원도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선, 도내 모든 시. 군에서 위탁가정 양육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시군 별로 아동보호전담요원이 조사를 하면, 의심 징후가 있는 위탁가정에 대해서는 2차로 도와 시군이 합동점검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번과 같이 20세 이상의 성인이 된 강원도 내 위탁아동 231명에 대한 실태조사도 별도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동안 다 컸다는 이유로 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던 만큼, 상담과 자립지원을 하면서 다른 문제는 없는지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강원도는 또 조사 요원들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보고, 가정위탁지원센터 권역별 간담회를 열고 전문가를 초빙해 양육 상황 조사 실무 교육도 할 방침입니다. 양육 상황을 점검할 때는 위탁 가정이 지원금 사용 실태도 함께 점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경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위탁아동 수급비 편취와 학대 혐의에 대해 자치단체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최근 강원도가정위탁지원센터와 자치단체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수급비 사용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피해 아동과 위탁가정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가정을 잃은 아이들을 선량한 마음으로 보살펴야 할 위탁가정의 의무와 책임을 버리고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위탁가정의 문제점을 파헤친 취재물입니다. 해당 위탁가정의 양면성은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은 것은 물론,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다수의 위탁가정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가정위탁 제도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가정과 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한 뉴스 가치가 있다고 자평합니다.
특히, 위탁가정제도의 허점을 들춰 제도 개선의 기틀을 마련하고, 불법을 저지르고 아이들을 경제적으로 학대한 위탁가정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이끌어냄으로써 이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 가는 언론의 순기능에도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과 관련자들의 이의 제기, 반론신청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3회 전체 총평
383회 이달의 기자상에 6편이 선정됐다. 이례적으로 심사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아깝게 수상의 영예를 놓친 작품이 많았고, 보도 내용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상작 6편은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재보도 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윤 대통령 사적 수행·사적 채용 논란> 보도는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는 수작이었다. 우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논란을 처음 구체적 물증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단순히 ‘얻어걸린’ 기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취재원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집요함, 과정에서의 사내 취재 정보 공유와 협력, 기사 출고의 신속함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수상한 불법 외환거래> 보도는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접근하기 힘든 취재 영역을 꽤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특종을 만들어낸 노고가 우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첫 보도로 인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연이은 언론의 인용·추격 보도로 은행 외환 영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고, 나아가 국회와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논의까지 이뤄지는 등 사회적 반향이 큰 점도 가산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신문의 <살아있는 김용균들> 보도는 여러 면에서 울림이 큰 기사였다. 우선 산재 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 적지 않은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아니면 부상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산재 기록과 삶을 진정성 있게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목소리 높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정된 신문 지면에 갇히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온라인을 겨냥해 충분하고도 다양한 기사를 생산해낸 의도도 좋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 CBS <몰락한 재벌 회장의 재기 자금 추적기> 보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재벌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팩트로 확인하기 위해, 회생계획안 입수에서부터 주거지 이전 확인까지 꼼꼼하면서도 집요한 취재를 했다. 고의 재산 은닉으로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기사로 보도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사가 많은 인용·추적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이달의 기자상을 차지하기에 넉넉하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광주, 춘천, 경남, 전주 MBC 등이 힘을 모은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 보도는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수상했다. 정보공개 청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치인 125명이 선거비용 230억 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점도 충실히 다뤄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용도 신선했고, 완결성도 높은 ‘깔끔한 기사’라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경기일보 <청년농부 잔혹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귀농 귀촌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청년 농부라는 주제를 한정하고, 이들이 왜 농촌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 대책 등 15편의 연속 기사를 통해 솜씨 좋게 풀어냈다. 경기도 사례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전국 농촌의 문제점이 잘 투영됐다는 점에서도 높은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