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2. 보도제작경위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 “핵폐기물 기사는 누가 쓰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원전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 보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매년 700톤씩 쏟아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입니다. 현재는 각 원전 수조 안에 임시 보관돼 있지만 8년 안에 포화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핵발전소를 26기나 운영하는 동안 단 하나의 고준위방폐장을 만들지 못 한 우리나라, 이 문제는 지역불균형과도 맞닿아있습니다.
원전을 두고 찬반을 다투는 가운데, ‘원전의 그림자’인 핵폐기물 문제는 수면 아래에만 있었습니다. 수도권 언론은 마치 물 건너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대하죠. 실제로 지난해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이슈를 연속 보도하며 이 문제가 심각한 지방소멸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별법은 원전마다 핵폐기물 임시저장소를 짓자고 못 박았습니다. 게다가 참여한 의원은 모두 비(非)원전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죠. 취재 도중 한 국회의원으로부터는 ‘원전 지역이 폐기물도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하지 않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값싼 전기를 나눠 쓰면서 그 위험부담은 지방에 다 떠넘기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핵폐기물 문제는 고리원전 주변 주민 335만 명, 세계 최대 원전밀집 지대인 부산 지역 언론이 반드시 보도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부산MBC 단독취재, 세계 유일의 방폐장 ‘핀란드 온칼로’
세계 최초, 유일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핀란드에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공사에 들어간 방폐장 ‘온칼로’는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코로나19 이후 지난 3년 동안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막아왔습니다. 실제로 핵폐기물이 묻힐 지하 450m 아래의 모습은 전세계 어느 방송사도 촬영한 적이 없는 곳입니다. 지난 5월은, EU의 택소노미 이슈로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이 핀란드 방폐장을 취재하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모든 언론사를 제치고 부산MBC 카메라 앞에 온칼로가 최초, 단독 공개됐습니다.
핵폐기물의 해법은? “보여주는 방법 뿐”
방송뉴스의 가장 큰 힘은 영상입니다. 지금껏 온칼로를 취재한 언론사는 여럿 있었지만 450미터 지하시설까지 직접 내려가 그림을 담아온 곳은 없습니다. 운영사인 TVO측은, 샘플로 만든 지하 100미터 연구시설만 공개하고자 했지만 이번 취재의 목표는 실제 방폐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핀란드는 어떤 조건이기에 방폐장을 지을 수 있었는지, 우리가 방폐장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지? 어려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를 설명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보여주기’였습니다.
6월 말, 취재팀은 온칼로를 4시간에 걸쳐 단독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향후 10만 년 동안 인류가 절대로 접근해서는 안 될, 온칼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직접 들어갔습니다. 10km에 이르는 좁은 터널을 지나 거대한 지하공간이 나오기까지, 안전장비와 전등을 착용했지만 그 규모는 실로 압도적이었습니다. 20억년동안 흔들림 없는 암반에, 지하수가 거의 없는 화강암. 처음 원전 운영을 시작한 1980년대부터 찾아온 그 부지는, 핀란드가 얼마나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 왔는지 몸소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원전은 사채다!”뜨거운 반응
‘10만 년 접근금지, 온칼로를 가다’라는 첫 기사가 방송된 후,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지역방송에선 드물게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원전 산업보다 중요한 핵폐기물 문제를 조명했다는 평이 이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전은 사채다’라는 댓글이었습니다. 값싸고 깨끗한 원전, 하지만 쓰고 나면 필연적으로 돌아오는 대가인 핵폐기물을 ‘사채 빚’에 빗댄 것입니다. 이번 보도는 원자력발전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보다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살아있는 스탠드업으로 현장감을 살리고, 까다로운 폐기물 매립 방식을 쉽게 풀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고 취지대로 방폐장을 심도 있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원전이 얼마나 큰 사회적, 실질적 비용을 떠안고 있는 지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방폐장 건립에 실패한 이유는
방향을 우리나라로 틀었습니다. 우리는 핀란드와 무엇이 달랐기에 방폐장 건립에 실패했는지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해 2번의 사회적 공론화 기구를 만들었던 우리의 과거를 되짚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중도 사퇴한 인물을 만나 파행으로 치달았던 당시의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지역 여론은 무시한 채 월성원전을 더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론화기구가 악용돼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 일부 지역만을 지원대상으로 설정하면서 보상금을 두고 지역민들끼리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 오히려 불신을 키워온 것 역시 큰 문제였습니다.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은 이런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핀란드는 방폐장을‘거부할 권한’을 오롯이 지방시의회에 위임했고 거액의 지방세를 받아 지역 전체를 발전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번 보도는 우리의 논의 역시 ‘지방’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국의 온칼로는 어디에
좋든 싫든 우리는 방폐장을 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취재팀이 온칼로를 섭외할 수 있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한국에 무려 26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방폐장 건립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핀란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을 하나의 수출 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우리 전문가와 정부관계자들은 핵폐기물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공개토론하기 두려합니다. 시작부터 꼬이는 이유입니다.
앞으로는 해법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원전 지방마다 스리슬쩍 임시 저장소를 짓고, 다음 세대에 핵폐기물을 그저 떠넘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취재팀은 국회의 특별법 추진을 추적 취재하며 감시하고, 방송사 여론조사와 공개토론를 통해 지방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모든 취재는 부산MBC 취재팀이 진행했습니다. 취재원, 제보자와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단독 기획취재물로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부산 지역 기획 방송 이후, MBC본사의 협업 요청으로 MBC 뉴스데스크 심층보도물 ([집중취재M]"10만 년 봉인" 세계 유일 방폐장 핀란드 온칼로에 가다 https://youtu.be/c1iKtfikHj4) 이 방송되었으며 앵커와의 스튜디오 대담 (32년 허송세월 우리는 왜 방폐장에 실패했나? https://youtu.be/-QsA93vlYbs)를 통한 추가 방송이 이뤄졌습니다. 원전과 방폐장 문제를 전국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였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현재 여야 모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본 보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산MBC를 통한 지역 소통을 요청하는 등 지역 여론수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원전의 그림자 핵폐기물’을 주제로 연중보도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사실만을 확인해 보도했으며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방송영상 기획취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3회 전체 총평
383회 이달의 기자상에 6편이 선정됐다. 이례적으로 심사위원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갔다. 아깝게 수상의 영예를 놓친 작품이 많았고, 보도 내용 또한 훌륭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상작 6편은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취재보도 1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윤 대통령 사적 수행·사적 채용 논란> 보도는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는 수작이었다. 우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말로만 떠돌던 사적 수행 논란을 처음 구체적 물증을 통해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단순히 ‘얻어걸린’ 기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취재원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사실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해 나가는 집요함, 과정에서의 사내 취재 정보 공유와 협력, 기사 출고의 신속함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의 <수상한 불법 외환거래> 보도는 경제보도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접근하기 힘든 취재 영역을 꽤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특종을 만들어낸 노고가 우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첫 보도로 인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실시하고, 연이은 언론의 인용·추격 보도로 은행 외환 영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고, 나아가 국회와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논의까지 이뤄지는 등 사회적 반향이 큰 점도 가산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겨레신문의 <살아있는 김용균들> 보도는 여러 면에서 울림이 큰 기사였다. 우선 산재 사고를 다룰 때, 사망자가 나와야 ‘이야기가 되는’ 기사로 취급하는 언론 관행에 적지 않은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아니면 부상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죽음과 맞먹는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산재 기록과 삶을 진정성 있게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목소리 높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정된 신문 지면에 갇히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온라인을 겨냥해 충분하고도 다양한 기사를 생산해낸 의도도 좋았다.
기획보도 방송 부문 수상작 CBS <몰락한 재벌 회장의 재기 자금 추적기> 보도에도 박수를 보낸다. 재벌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팩트로 확인하기 위해, 회생계획안 입수에서부터 주거지 이전 확인까지 꼼꼼하면서도 집요한 취재를 했다. 고의 재산 은닉으로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 기사로 보도의 완성도를 높였다. 타사가 많은 인용·추적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이달의 기자상을 차지하기에 넉넉하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광주, 춘천, 경남, 전주 MBC 등이 힘을 모은 <선거비 미반환 정치인 추적> 보도는 지역 취재 보도 부문에서 수상했다. 정보공개 청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치인 125명이 선거비용 230억 원을 내지 않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사실도 심층적으로 다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점도 충실히 다뤄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용도 신선했고, 완결성도 높은 ‘깔끔한 기사’라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
지역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경기일보 <청년농부 잔혹사> 보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귀농 귀촌을 다룬 보도는 많았지만, 청년 농부라는 주제를 한정하고, 이들이 왜 농촌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문제점, 대책 등 15편의 연속 기사를 통해 솜씨 좋게 풀어냈다. 경기도 사례가 중심이 되긴 했지만, 전국 농촌의 문제점이 잘 투영됐다는 점에서도 높은 공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