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사각의 사각 세계일보
사각의 사각
세계일보 최우석 기자
47곳 중 21곳. 판결문을 역추적해 찾아낸 청소년 방임 가구 중 문을 열어준 집의 수입니다. 나머지 26곳은 끝내 닿지 못했습니다. 대표 사례로 정한 가정에서 취재팀은 오래 머물렀습니다. KTX마일리지가 쌓이는 동안 취재원과 취재팀의 라포르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80시간째 보온 중인 밥솥을 보여줬고, 물이 넘치는 반지하까지 취재팀을 들였습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가족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와 중앙 부처가 놓친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고, 청소년 방임의 실태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주무 부처인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는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보도에 나온 취재원을 후원하고 싶다는 독자, 재능 기부하겠다는 독자의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닫혀 있던 문 안의 사연이 밖으로 나오자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보도에 나오지 못한 가정에는 독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고, 만나지 못한 26곳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판결문 밖의 청소년들은 세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사각의 사각’에 있습니다. 이들을 끌어내는 것은 우리의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립된 가정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방임은 발견하기 어렵고, 이웃의 손길이 방임된 청소년과 그 부모를 제도권까지 이어 줄 수 있습니다. 이번 보도로 모두의 시선이 사각의 사각까지 닿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탐사보도팀에 힘을 실어주신 이천종 편집국장, 팀의 중심을 잡고 후배들을 이끌어주신 백준무 팀장, 당근과 채찍으로 팀원들을 독려해준 이예림 기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김용남 국회의원 후보 ‘차명 대부업 운영 의혹’ T…
김용남 국회의원 후보 ‘차명 대부업 운영 의혹’
TV조선 한송원 기자
"오늘도 크게 소득은 없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자주 오갔던 말입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들이 발표되면서 재산 신고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김용남 후보의 재산신고서에서 작은 의문 하나를 발견했고, 수많은 판결문과 추가 자료, 관계자 등 취재를 거듭한 끝에 '차명 대부업 의혹' 보도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정치부 기자는 매일 현안과 데일리 기사를 처리합니다. 그 속에서 검증 취재를 별도로 이어가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늘 마음속에 새기는 원칙은 '단독 기사 1건 뒤에는 보도되지 않은 99의 취재가 쌓여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취재가 막힐 때면 "이 방향으로 다시 접근해볼까"라든지, "한 번 더 확인해보자"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상은 보도 뒤에 있었던 확인과 검증의 시간, 그 밑바닥을 훑어온 노력을 알아주시고 격려해주셨다는 점에서 더욱 기쁩니다. 앞서 이혜훈 후보자 폭언·갑질 의혹과 장경태 의원 성추행 의혹 취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쉽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그 과정들은 소중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기사에는 기자의 이름이 남지만, 그 시간을 가능하게 한 건 함께한 동료들입니다. 민감한 시기에 '사실 확인'이라는 원칙 아래 취재를 믿고 결단해 준 회사와 데스크, 후보 검증 취재의 시간을 확보해주며 힘을 보태준 정치부 선후배 팀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이 알아야 할 진실을 끝까지 파고들겠습니다.
GTX 삼성역 철근 누락 MBC
GTX 삼성역 철근 누락
MBC 윤수한 기자
짧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삼성역 GTX 공사 현장에서 기둥 철근이 누락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어디인지, 정확히 어떤 구조물을 만드는 공사인지부터 따져보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기둥이 몇 개이고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 그 가운데 어디에서 몇 개의 철근이 빠진 것인지, 하나하나 확인하며 머릿속에 현장의 그림을 그려갔습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현대건설 등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담당자를 접촉해 설명을 듣고, 전문가를 통해 재차 검증했습니다.
그렇게 확인된 사실은 분명했습니다. GTX 승강장 구조물에서 178톤, 2천500개가 넘는 철근이 빠졌고, 감리업체와 서울시 모두 시공사가 먼저 알리기 전까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첫 보도 당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던 서울시는 최근 MBC가 선거 공작을 벌였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보강하면 문제가 없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불안을 조장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추가 안전점검이 진행중입니다.
안전은 누구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엄격해야 하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제때, 있는 그대로 공개돼야 합니다.
<호르무즈 추적보도 - 나무호 피격 무전 입수&g…
<호르무즈 추적보도 - 나무호 피격 무전 입수> 외
채널A 곽민경 기자
“HMM 나무호 기관실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나무호의 긴급 무전 속 선원들의 다급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전쟁 해역에 고립된 우리 선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가’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취재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는 국경을 넘어선 ‘전쟁 해역’이라는 공간적 한계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직접 갈 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고립된 현장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일은 매 순간 시험대였습니다.
하지만 식량 부족과 GPS 교란이라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용기 내어 진실을 들려준 선원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선사, 항해사, 해운업계 관계자들과 밤낮없이 소통하며 쌓아 올린 신뢰는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뤄진 호르무즈 취재는 저희 취재팀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친 바다를 지키고 있는 현지 선원들과 늘 함께였습니다.
이번 취재가 남긴 값진 가르침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도 그 어떤 장벽 앞에서도 지치지 않고, 더 치열하게 현장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와 사회적 파장 추적 광…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와 사회적 파장 추적
광주CBS 김한영 기자
이번 취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일 국립5·18민주묘지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온 직후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커피를 주문하려고 스타벅스 앱을 켰을 때였습니다. 앱 화면에는 5월18일 행사가 ‘탱크데이’로 표시돼 있었고, 그 옆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곧바로 노트북을 열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저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었습니다. 최초 보도 이후 정치, 사회, 경제 등 여러 영역에서 함께 사안을 들여다봐 준 조시영 선배, 정유철·한아름 기자를 비롯한 광주CBS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취재하며 후속 보도를 이어가 준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5·18은 광주만의 기억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역사입니다. 그 기억이 폄훼되거나 가볍게 소비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 역시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은 격려이자 앞으로 더 책임 있게 취재하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작은 단서 하나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지역의 아픔과 시민의 목소리를 성실하게 기록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드뱅크 상록수 약탈금융 실태 경향신문
배드뱅크 상록수 약탈금융 실태
경향신문 김경민 기자
제도권 금융사는 포용금융 차원에서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장기연체채권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자발협약 ‘새도약기금’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포용금융을 내세운 금융사의 이면엔 수익을 위해 23년간 취약차주를 상대로 고강도 추심을 이어가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배드뱅크 상록수는 시간이 지나며 ‘죽기 전까지 놓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명높은 추심회사로 변질됐습니다. 그렇게 고강도 추심을 통해 쥐어짠 수익은 상록수 주주인 은행과 카드사에 수백억원대의 배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상록수의 추심이 이뤄진 23년은 긴 세월입니다. 상록수 출범 당시 차주의 과반을 차지했던 20·30 청년은 중년이 됐고, 그간 급여와 통장 등이 압류되며 가정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보도 당일, 금융사들은 ‘약탈금융’이라는 비판에 일제히 상록수 청산에 합의하면서 11만명의 차주들이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늦게나마 끝이 없던 추심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다행이지만, 금융사가 포용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자발적으로 가장 오래된 연체채권인 상록수 채무를 새도약기금에 매각했어야 합니다. 금융사가 외치는 포용이 위선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서울신문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서울신문 명종원 기자
성착취는 한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갑니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엮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가해자보다 자신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삶을 포기하려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임에도 가해자의 절반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됐습니다.
온라인 그루밍과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을 알려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고.
피해자와 피해를 당한 자녀를 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들이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건 전국 각지에서 아이들 곁을 지키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지원센터 활동가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이들을 돕는 이들, 제도 개선을 위해 힘쓰는 전문가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보도 이후 성평등가족부는 지원센터 인력 확충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방지 대책과 피해 지원 강화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육감 당선인들도 관련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서연이 그 남자의 차에 탔을 때, 룸미러에는 갓난아기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서연은 그걸 한참 뒤에야 알아챘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화면 앞으로 다시는 그런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산불 카르텔 SBS
산불 카르텔
SBS 배여운 기자
조달청 나라장터에 쌓인 산림사업 입찰 데이터가 이 보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산불 복구 현장 한두 곳의 부실시공쯤으로 짐작했지만, 사업장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대신 6년치 낙찰 자료를 통째로 펼쳐 놓고 보기로 했습니다.
산림청 예산이 사상 처음 3조 원을 넘어 복구에만 해마다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데도 산불은 잦아들기는커녕 더 크고 사나워지는 역설, 그 답이 개별 업체의 실수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깔린 구조에 있을지 모른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한자리에 모으자, 따로 떼어 보면 멀쩡했던 업체들이 같은 전화번호와 같은 대표 아래 줄줄이 엮여 있는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한 몸인 회사들이 여러 법인을 앞세워 낙찰 확률을 끌어올리는 확률 게임을 벌이고 있었던 겁니다.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보면, 법인이 있어야 할 자리엔 수십 년째 한자리를 지킨 동네 미용실이 있거나 반송 우편만 쌓인 빈 사무실이 남아 있었습니다.
산불 현장을 옮겨 다니며 사업만 따낸 뒤 사라진다고 해서 업계가 '메뚜기'라 부르는 업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살아남는 마지막 고리는 자격증 대여였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규모를 말하지 못했던 관행을 실제 수치와 업체로 끄집어냈다는 데 작은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보도 이후 정부는 문제를 인정했고, 산림청은 지자체와 함께 산림사업법인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보도가 짚은 카르텔의 징후들이 그대로 정부의 점검 기준에 담긴 것은 무엇보다 보람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상을 일이 끝났다는 표시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합니다.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지금도 제보 메일에는 ’조사는 요란했는데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들어옵니다. 적발은 됐지만 가벼운 처분에 그친다면, 회사를 없앴다 다시 만드는 이 게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단속의 칼이 무뎌지는 순간 카르텔은 언제든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정부의 후속 조치가 말로만 그치는 건 아닌지, 처벌이 실제로 구조를 바꾸는지 끝까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지금도 또 다른 '산림 카르텔'의 실체를 좇아 후속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 번의 보도로 무너질 구조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데이터로 묻고 현장에서 확인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겠습니다.
내가 먹은 김, 어떤 물로 만들었나 목포MBC
내가 먹은 김, 어떤 물로 만들었나
목포MBC 서일영 기자
이번 취재는 전화 한 통에서 시작했습니다. 김 공장에서 수천 톤의 농업용수로 마른김을 만들고 있다는 한 농민의 제보였습니다.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서는 증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고, 주민 누구에게나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이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데이터도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취재는 현장을 확인하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배관을 따라 걷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장과 행정을 찾아가 하나씩 사실을 검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개별 민원처럼 보였던 문제는 산업 성장에 비해 뒤처진 제도와 관리 체계가 만든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정부의 첫 전수조사가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전남 지역 마른김 공장 3곳 중 1곳이 농업용수를 사용하고, 지하수를 사용하는 공장의 절반 이상이 용수 수질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은 국민 반찬이자 세계인이 함께 소비하는 먹거리입니다.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생산 과정 역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기준 위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단 한 사람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끝까지 확인하는 과정이 사회를 움직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