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 걸쳐 총 84편이 출품되었다. 6·3 지방선거와 중동 전쟁 등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현장을 묵묵히 지킨 기자들의 역작이 다수 출품되어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 이번 수상작은 총 7편으로, 권력 감시와 약자 보호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한 보도들이 이름을 올렸다.
◇취재보도1부문
JTBC 〈고 김창민 감독 사망사건 ‘부실수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영화감독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해 큰 사회적 파급력을 낳았다. 취재팀은 CCTV 영상과 응급실 이송 사진을 입수하고 구속영장 청구서를 비교 분석하여 경찰 초기 수사의 허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피의자 1명만 특정해 수사를 마무리하려던 경찰의 안일을 뒤집어, 결국 피의자 2명 구속과 검찰 전담수사팀 구성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사연 전달을 넘어 가해자들의 불구속 상태로 인한 유족의 2차 피해를 집요하게 짚어냈으며, 현장에 있던 발달장애 자녀의 충격까지 살핀 섬세함도 돋보였다. 수사권 조정 이후 언론이 경찰을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지 보여준 모범적 사례다.
채널A 〈김관영 전북지사 돈봉투 의혹〉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도지사의 현금 살포 의혹을 수 시간 분량의 CCTV 영상으로 포착했다. 취재팀은 영상 공개에 그치지 않고 참석자 20여 명을 추적·교차 검증하여 ‘전액 회수했다’는 해명이 거짓임을 밝혔으며, CCTV 원본 삭제 시도라는 증거인멸 의혹까지 추가 보도했다. 보도 10시간 만에 현직 도지사가 전격 제명되고 수사가 착수되는 등 철저한 사전 검증과 끈질긴 추적이 빛을 발했다. ‘돈 선거’ 구태에 경종을 울리고 지방선거 후보 검증 보도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제보도부문
KBS 〈요양시설, 보험과 거래〉
요양시설이 종신보험에 가입해 공적 재원인 장기요양보험료를 사적으로 빼돌리고, 보험대리점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적 비리를 파헤쳤다. 취재팀은 30여 개의 녹음 파일과 교육 자료를 확보해 검증하고, 요양시설과 보험대리점을 직접 추적해 내부 취재에 성공했다. 공적 재원 운영의 허점과 감시 공백을 구체적 물증으로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보도 다음 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보건복지부가 전국 요양시설 3만여 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발표하는 등 즉각적인 파급력을 증명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겨레신문 〈휴게소의 약탈자들〉
고속도로 휴게소의 고물가 구조 뒤에 숨은 다단계 착취와 한국도로공사 전관예우 카르텔을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했다. 방대한 자료와 현장 취재를 통해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사와 이권 사업체를 장악한 실태를 수치로 입증했다. 20년간 묵인된 전관 특혜를 고발하고, 독자가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는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구축해 호평받았다. 국토교통부의 시정 조치와 대통령실의 전 공공기관 전관예우 점검 지시를 이끌어 내며, 일상의 의문을 탁월한 탐사보도로 승화시킨 모범적인 사례였다.
세계일보 〈사각의 사각〉
그간 영유아에 집중되던 관심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인 12~17세 청소년 방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3개년 판결문을 전수 분석하고 전국 31개 도시의 가정을 방문해 62명을 인터뷰했다. 생생한 내러티브와 날카로운 구조적 분석을 결합해 독자가 개인적 연민을 넘어 제도적 한계를 통찰하게 도왔으며, 사회복지학적 도구인 ‘생태도’로 피해자들의 고립을 시각화했다. 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정보 단절을 짚어내 부처 공동 설명자료 발표를 이끌어냈고, 삭감됐던 청소년안전망팀 예산의 향후 확보 약속을 받아내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기일보 〈시흥 세 살 자녀 살해사건〉
3살 아이를 살해하고 6년간 범행을 은폐한 친모 사건에서 출발해, 아동 보호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낱낱이 드러냈다. 점검 회피, 입학 연기 악용, 수당 부정 수급 등 추가 범행을 연이어 보도하며 보호자 신고에만 의존하는 수당 체계와 아동 확인 절차 부재를 날카롭게 짚었다. 대통령실의 대책 마련 주문, 복지부의 아동 전수조사 및 제도 개선, 여야의 아동수당법 개정안 발의 등 실질적인 법·제도적 변화를 견인한 수작이다.
인천일보 〈식판경제학〉
거시 지표로만 읽혀온 인천 노후 산업단지 문제를 노동자의 ‘15분짜리 점심 식판’이라는 신선한 렌즈를 통해 바라본 기획이다. 기자가 직접 산단 식당에서 노동자들과 호흡하며 현장의 언어를 생생히 포착했다. 국가산단 가동률 전수 비교와 데이터 분석으로 다층적 신뢰도를 확보했고, 해외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국제적 맥락에서 짚었다. 나아가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발송해 의제화했다. “숫자가 아닌 사람의 문장으로 산단을 쓰겠다”는 의도를 탁월한 문장력으로 구현하여 지역 저널리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고 김창민 감독 사망사건 ‘부실수사’
JTBC 임지은 기자
누군가의 죽음을 보도하며 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저희가 처음 마주한 건 고 김창민 감독님의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장기기증 사연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던 그 이면에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죽음의 이후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왜 피의자들은 구속되지 않았는지, 왜 유족들이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야만 했는지 JTBC는 41일 동안 17꼭지의 보도로 그 배경을 추적했습니다.
강나윤 기자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단독 입수해 사건의 흐름을 처음으로 움직였고 박호연 기자는 초기 수사 당시의 영장 청구서를 확인하며 부실수사를 짚어냈습니다. 양정진 기자는 검찰의 재수사 상황을 끈질기게 따라가며 이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했고 김서하 기자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유족들과 긴 시간을 함께하며 마음을 나눴습니다.
JTBC 사회부 기동팀은 이미 끝난 사건처럼 보이는 일들 앞에서 한 번 더 질문하겠습니다. 누군가의 억울함이 세상에서 너무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한 번 더 뒤돌아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JTBC의 취재를 믿어주신 유족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관영 전북지사 돈봉투 의혹 채널A
김관영 전북지사 돈봉투 의혹
채널A 이준성 기자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시점에 찍힌 전주 한 식당의 CCTV에는 현직 도지사와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서 현금이 오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관영 지사 측은 "대리비 명목으로 빌려준 것이고 다음 날 전액 돌려받았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카메라 너머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차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굳게 닫힌 입을 여는 과정은 고단했습니다. 화면 속 참석자들의 신원을 특정해 끊임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뻔한 해명들이 이어졌지만, 취재 과정에서 쌓여가는 모순을 파고든 끝에 마침내 "돌려준 적 없다"는 한 참석자의 말을 들었을 때 그 쾌감은 잊지 못할 듯합니다.
나아가 취재 과정에서 김 지사 측근들이 식당 사장에게 선거 캠프 직책 등을 제안하며 영상 삭제를 요구한 정황까지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권력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떠한 회유와 부인도 끈질긴 사실 확인 앞에서는 힘을 잃었습니다. 금품 살포 논란 이후 당에서 제명됐다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김 지사는 결국 6·3 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희의 보도가 전북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늘 묻곤 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조금은 그 답을 알 것 같습니다. 화려한 기교보다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진실'을 좇아 묵묵히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더 치열하게 현장을 뛰라는 격려로 알고, 제게 주어진 언론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요양시설, 보험과 거래 KBS
요양시설, 보험과 거래
KBS 이지은 기자
이번 취재는 익숙한 제도 안에 숨어 있는 허점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만 해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이 어떻게 개인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그 과정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 취재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계약 구조는 무엇인지,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하나씩 추적했습니다.
자료를 확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점차 드러난 것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습니다. 제도의 빈틈과 영업 관행, 그리고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맞물리면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해당 방식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가 얼마나 오랫동안 관행처럼 자리 잡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평가를 해주신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긴 시간 함께 고민하고 취재를 이어온 동료 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자신의 불이익을 걱정하면서도 문제를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이 없었다면 이 보도 역시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보도 이후 제도 개선 논의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확인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습니다. 보도 이후의 변화와 후속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끝까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휴게소의 약탈자들 한겨레
휴게소의 약탈자들
한겨레 박준용 기자
왜 휴게소 음식은 비쌀까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에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전국 휴게소 음식 가격과 휴게소 운영사의 수수료, 한국도로공사의 임대료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후 입점 업체 점주들을 만나고, 도로공사와 운영사 관계를 추적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결제한 돈이 입점 업체로 바로 가지 않는 구조, 운영사들의 물품 대금 장기 미지급 문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희생은 무거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고, 왜 오랫동안 방치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도로공사 전관 취재로 이어졌습니다. 취재 결과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휴게소 운영사와 관련 사업에 광범위하게 재취업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높은 임대료와 다단계식 운영, 전관 재취업이 어떻게 휴게소 물가를 끌어올리는지 데이터로 검증했습니다. 결국 운영사 갑질, 전관 카르텔, 고물가 문제는 하나의 불공정 구조로 연결돼 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휴게소의 높은 물가였고,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납품 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일부 불합리한 계약도 개선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굳어진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취재팀은 앞으로도 휴게소가 누구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의 부담을 키우는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계속 지켜보고 취재하겠습니다.
시흥 세 살 자녀 살해사건 경기일보
시흥 세 살 자녀 살해사건
경기일보 김도균 기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아이가 성인으로 커가는 과정에 주변, 나아가 사회 모든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흥 세 살 딸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범행 이후 6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친모는 자신의 자녀를 살해한 후 공범의 조카를 자신의 딸이라 속였고, 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은폐해 왔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며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현 제도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초기 사건에 중점을 둔 취재는 국가의 아동학대 예방 체계의 허점으로 확대됐고, 작은 무관심들이 쌓여 만든 제도적 허점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보도 이후 정부와 국회 등에서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이번 보도가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아동살해와 범행 은폐의 구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미래가 담보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됐으면 합니다.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론화한 맹점이 실제 개선으로 이뤄져 현장에 적용되는 순간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끝으로 사회의 무관심 속에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세상의 무관심에 싸워나가겠습니다.
식판경제학 인천일보
식판경제학
인천일보 정혜리 기자
“저랑 밥 한 끼 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
올 초부터 산업단지 식당을 돌며 노동자들에게 수없이 건넨 질문입니다.
남동과 부평, 주안산단 골목들에선 ‘구내식당’ 혹은 ‘매점’ 등의 이름을 붙인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철저히 이방인 같은 제가 빠르게 밥 한 술 뜨는 노동자들에게 대화를 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분 남짓으로 짧은 휴식을 방해하는 듯해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단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숫자와 통계를 앞세우는 대신 산단을 채우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노후 산단이 처한 현실과 결핍을 짚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툼한 작업복 점퍼를 입은 이들 사이에 식판을 들고 앉았습니다. 사람들은 식판 위 잡채를 뜨며, 또 식사 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며 ‘진짜 산단’ 풍경을 들려주었습니다. 흔했던 야근과 저녁 식사가 사라지고, 젊은 세대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정년을 넘긴 숙련공이 현장을 지키며, 공장이 떠난 자리에 새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말까지. 식판을 사이에 두고 오간 건 산단을 관통하는 생생한 증언이었습니다. 그렇게 <식판경제학>은 한 끼 식사 속에 담긴 산단 경제의 온도를 따라갔습니다.
산단을 누비며 함께 고민하고 발로 뛴 선·후배 동료와 인천일보 식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기자와 식판 앞에 마주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준 산단 노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식판경제학>이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산단과 산단 노동자들의 미래 식판에 유의미한 재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