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마약왕 박왕열 인터뷰 및 후속 JTBC
마약왕 박왕열 인터뷰 및 후속
JTBC 최광일 기자
2021년 1월, 황하나 마약 관련 제보로 시작된 취재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직접 만난 세 명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마약 범죄는 개인의 일탈이나 안전의 문제를 넘어, 한순간에 사회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범죄라는 걸 배웠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조직적 마약 유통 구조를 추적하던 중, 그 정점에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왕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살인 전과로 복역 중이었음에도 국내에 마약을 지속적으로 유통하며 여전히 범죄를 확장하고 있었다.
2023년 4월, 첫 필리핀 현지 취재는 완전히 실패였다. 교도소 접근은 제한됐고, 촬영 역시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지 인맥과 제소자 접촉을 통해 박왕열을 대면할 단서를 쌓아갔고, 수개월에 걸친 시도 끝에 공식 촬영 허가를 받아냈다. 마침내 박왕열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는 살인과 마약 유통을 ‘사업’이라 주장하며, 피해와 죽음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범죄를 합리화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취재진은 그의 발언과 실태를 공개할지 깊이 고민했다. 보도 이후 감수해야 할 위험은 분명했고, 실제로 협박과 위협이 이어지며 신변 보호까지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이 구조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또 다른 피해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보도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3월 박왕열의 국내 송환으로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마약 중독에 무너지고 있기에 언론은 끝까지 악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연된 정의_부장판사 판결문 늑장 송달 KBS제주
지연된 정의_부장판사 판결문 늑장 송달
KBS제주 고민주 기자
법정에서 선고를 듣다 보면, 그 안에는 무수한 눈물과 안도, 절망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는 걸 느낍니다. 판사의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판사는 법정을 찾은 모든 이에게 최대한 빠르고 명쾌한 답을 줘야 합니다.
2월, 한 변호사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선고는 났는데 판결문이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은 끝났지만 판결문을 받지 못해 소송 당사자는 강제집행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늑장 송달로 멈춰버린 당사자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문제는 한 사건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주지방법원에서 근무했던 김모 부장판사는 2년 동안 64건의 판결을 선고한 뒤, 판결문을 한 달이 넘어서야 당사자에게 송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길게는 반년 가까이 판결문을 받지 못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판사들은 우리네 심정을 모른다”는 한 당사자의 말이 오래 맴돌았습니다. 이후 계속 ‘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판결문 송달이 늦어졌는지, 왜 법원은 송달 지연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는지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법원 문턱이 높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복도 촬영조차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촬영기자 고진현 선배의 새로운 촬영 덕분에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채승민 선배, 강탁균 선배 덕분에 취재 방향을 잡고 기사를 더 잘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법원행정처는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더 끈질기게 취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집주인 죽자 “사촌까지 찾아라”…황당한 보증보험…
집주인 죽자 “사촌까지 찾아라”…황당한 보증보험 조건 폐지
SBS Biz 박연신 기자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돈을 더 내면서까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의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서, 이 보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세입자들을 보호해야 할 순간에, 전세보증보험은 오히려 세입자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사망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직접 찾아 상속 포기를 입증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 실무와 동떨어진 행정 편의적 기준으로 인해,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절차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많은 보도가 전세사기라는 범죄 현상에 집중할 때, 저는 제도 내부의 구조적 결함에 주목했습니다. 보증 이행이 중단된 사례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보도를 통해 단기간 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냈습니다. 현장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정책 변화로 연결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역할임을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주거 불안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이번 수상은 SBS Biz가 한국기자협회로부터 받는 첫 번째 기자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쁩니다. 앞으로도 숫자와 거대 담론에 가려진 사각지대를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국내 명문대 ‘학술 용병’ 의혹 연합뉴스
국내 명문대 ‘학술 용병’ 의혹
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학술용병’ 취재가 드러낸 의혹보다 중요한 건 배경입니다. 전 세계 대학을 한 줄 세워 순위를 매기는 산업이 고등교육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여기서 뒤지면 유학생·교원 유치 경쟁에도 밀리고, 기부금도 줄어듭니다. 랭킹이 떨어지면 동문들 압박도 거세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각 부문을 따져 순위를 집계하는 주요 기관은 영국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을 죽이고 살리는 기준이 밖에 있는 셈입니다.
한글로 쓴 논문은 랭킹에 중요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인용 지표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 영어로 쓰면 되지 않나? 취재해보니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훌륭한 영어 논문을 내도 ‘안 보이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취재로 만난 대학 관계자들은 우리 연구자가 글로벌 학계의 네트워크에 들어가 가시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면 피인용 수치를 늘리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금의 ‘랭킹 시스템’에선 연구 자체만큼이나 그걸 홍보하고 글로벌 학계에 유통하는 플랫폼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으로선 내생적 역량 증진보단 외국 학자들을 교두보로 자교와 글로벌 학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구체적 방식이 사회적으로 마땅한지는 별개입니다. 나아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어느새 우리 고등교육의 표준처럼 여기지는 랭킹 중심주의가 바람직한지도 비판적으로 따져볼 문제입니다. 지속적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공청회나 토론회가 열리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내길 바랍니다.
아들의 첫 출근 KBS
아들의 첫 출근
KBS 김지선 기자
19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맨발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회사 문 앞에 주저앉아 단식 농성을 하던 고 박정현씨 어머니의 처연한 그 발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유가족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찰 보고서, 부검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곳곳이 허점이었습니다. 엉터리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회사 책임 없음’,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방송 이후 다시 열린 산재 심의에서 박정현씨의 죽음은 산업 재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망 1년9개월 만입니다. 유가족은 ‘이제 정현이를 하늘나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나, 부실한 정부 조사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첫 출근을 하는 이들이 부디 안전하기를, 더 이상 귀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취재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에 이어서 ‘재래식 언론’이라는 말까지 나온 세상에서 기자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무력감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치지 말고, 더 잘하라는 격려를 담아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주제를 1시간짜리 다큐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촬영기자, 편집감독, 조연출, 리서처, 그래픽감독, 음악감독 덕분입니다. 밤새 고생을 함께 해주신 <시사기획 창> 제작팀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엄마가 바빠서 늦게 오는 날에도 씩씩하게 잘 버텨준 5살 ‘이태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썩은 마대자루 속에 아버지가···&qu…
19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맨발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회사 문 앞에 주저앉아 단식 농성을 하던 고 박정현씨 어머니의 처연한 그 발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유가족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찰 보고서, 부검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곳곳이 허점이었습니다. 엉터리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회사 책임 없음’,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방송 이후 다시 열린 산재 심의에서 박정현씨의 죽음은 산업 재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망 1년9개월 만입니다. 유가족은 ‘이제 정현이를 하늘나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나, 부실한 정부 조사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첫 출근을 하는 이들이 부디 안전하기를, 더 이상 귀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취재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에 이어서 ‘재래식 언론’이라는 말까지 나온 세상에서 기자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무력감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치지 말고, 더 잘하라는 격려를 담아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주제를 1시간짜리 다큐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촬영기자, 편집감독, 조연출, 리서처, 그래픽감독, 음악감독 덕분입니다. 밤새 고생을 함께 해주신 <시사기획 창> 제작팀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엄마가 바빠서 늦게 오는 날에도 씩씩하게 잘 버텨준 5살 ‘이태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