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이혜훈 후보자 부정청약 의혹 CBS
이혜훈 후보자 부정청약 의혹
CBS 양형욱 기자
나라 곳간을 책임지겠다면 적어도 재산 문제만큼은 떳떳해야 하지 않을까. CBS 취재팀은 이혜훈 일가의 재산을 들여다봤습니다.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던 중 이혜훈 장남의 전세계약서상 ‘전세권설정 등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전입신고는 무료인데 수백을 들여 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뭘까. 앞서 던진 두 가지 물음에 답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혜훈 배우자의 청약당첨일을 기준으로 그 가족들의 부동산 일대기를 거꾸로 추적해봤습니다. 그 결과 부양가족 수를 부풀리는 부정한 방식으로 이혜훈의 배우자가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기사를 빨리 쓰고 싶었지만, 차근차근 취재 내용을 팩트체크했습니다. 우리 취재와 다른 얘기를 듣기 위해 서울 곳곳 현장을 누볐고, 이혜훈 본인 해명을 충실하게 들었습니다. 수상의 기쁨만큼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 뜻깊은 취재였습니다. 이혜훈 낙마 후 한 달을 넘기자 정부는 새 후보자를 발표하고, 경찰은 이혜훈의 부정 청약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언론 역시 긴장을 놓치지 말고 본연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겠습니다.
후기를 마치며 기자상 홈페이지에 막내 이름 올려주자며 후기 작성 기회를 주신 준호·민선 선배께 감사드립니다. 이혜훈 검증팀의 취재는 사실 매일 발제를 막아주며 시간을 벌어주는 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국회에서 늘 함께 고생하는 김광일·송영훈 반장과 팀원들, 데스크에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쿠팡, 죽음의 배송 제주CBS
쿠팡, 죽음의 배송
제주CBS 고상현 기자
지난해 11월 경찰과 저녁 먹는 자리에서 고(故) 오승용씨 사고 얘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도내 언론에서 탑차 단독 교통사고에 대해서 기사가 나왔지만, 왜 쿠팡 새벽배송 기사 언급은 없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저녁을 먹다 말고 곧바로 사고 경위에 대해서 취재를 시작하고 기사화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승용씨가 소속된 ‘쿠팡 제1캠프’를 찾아가 동료기사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동료기사들은 하나같이 지난해 여름부터 “기사가 죽어나갈 줄 알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현재의 노동 환경이라면 누구든지 죽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승용씨의 죽음 이면에 ‘과로노동’이 자리했던 겁니다. 취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승용씨는 사망 직전까지 다회차 배송에 주6일 법정 야간근로시간 기준 83.4시간 일해 왔습니다. 노동자 과로사 사건 중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그 배경에는 실시간 배송 압박,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쿠팡이 잇따른 배송기사 과로사 예방 대책으로 없애겠다고 한 것들이지만 버젓이 시행되고 있던 겁니다. 승용씨 사고는 플랫폼 노동의 열악한 구조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승용씨는 어린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쉬는 날에는 가족과 여행을 다녔던 좋은 가장이었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또 한 명의 선량한 시민이 죽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승용씨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열악한 플랫폼 노동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돼 ‘죽음의 배송’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랍니다.
구멍 뚫린 자본시장 한국경제신문
구멍 뚫린 자본시장
한국경제신문 노경목 기자
시작은 한 건의 제보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주식담보대출로 SK증권이 1359억원을 날릴 처지라는 것이었습니다. 면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자금을 집행해야 할 증권사가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거액을 빌려준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이후 저희의 취재는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한 줄씩 써내려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개인적 관계를 고리로 한 SK증권과 무궁화신탁 오너 사이의 주고받기식 거래가 드러났습니다. 금융사와 사모펀드(PEF)가 비슷한 방식으로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다른 변칙 거래들도 함께 취재됐습니다.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을 정점으로 한 관계 금융사들의 연쇄 부실과 비정상적인 SK증권의 소유구조도 단독 보도했습니다. 금융사의 돈을 지배주주가 쌈짓돈처럼 쓰는 한국 금융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네 차례에 걸쳐 200자 원고지 110매의 분량으로 게재된 기사에는 46개 금융사와 PEF, 상장사 등이 등장합니다. 부정적 부분을 전하는 내용인 만큼 사실 관계에 틀림이 없어야 했습니다. 박종관 기자는 난마같이 얽힌 문제를 특유의 돌파력으로 뚫고 나갔습니다. 중요한 고리를 짚어주고 견고한 데스킹으로 기사의 완성도를 높인 조진형 마켓인사이트부장이 없었다면 기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부의 회유 시도에도 지면을 내준 이심기 전 편집국장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오 회장이 무궁화신탁을 인수한 2016년 이후 10년간 일어난 일들을 추적하며 참고한 타사 기사도 적지 않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본시장을 발로 뛰고 있는 언론계 동료들 역시 이 상의 지분을 갖고 계십니다.
이민, 사람이 온다 중앙일보
이민, 사람이 온다
중앙일보 이영근 기자
이민은 사람이 오는 일입니다. 한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입니다.” 인력 확보를 넘어 사회통합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주와 영암, 부산, 홍천 등 도합 4000㎞가 넘는 출장을 이어가며 저희는 이민이 한국 사회에 놓인 기회이자 부담이라는 복합적인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채운 이주노동자, 10개 국적의 이주배경청소년을 맡은 교사, 생활 갈등으로 고개를 젓는 원주민, 제도에서 배제된 장애 이주민까지. ‘받아들일지 말지’가 아니라 ‘이미 구성원이 된 이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를 질문해야 하는 이민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했습니다.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기업가 젠슨 황과 셰프 안성재는 가족 이민자이자 중도입국청소년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자리 잡은 두 이민자의 신화는 치열한 ‘허슬’로 이룬 개인의 성공담으로 소비되곤 합니다.
취재를 하며 저는 두 사람의 서사에 제가 아는 얼굴들을 겹쳐보았습니다. 같은 출발선에 선 한국의 중도입국청소년에게는 비슷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지,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등장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지 묻게 됐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민시대, 선택받는 나 라>, 등 여러 기획을 통해 이민 의제를 꾸준히 공론화해왔습니다. ‘통합의 가치를 중앙에 두다’는 슬로건처럼, 이번 기획 역시 사회통합이라는 질문을 정면에 놓고자 했습니다. 끝으로 표류하던 기획이 난파하지 않도록 단단한 닻을 내려준 윤정민 캡과 데스크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2.29 여객기 참사’ 구조적 원인 규명 추적 SBS
‘12.29 여객기 참사’ 구조적 원인 규명 추적
SBS 하정연 기자
2024년 12월29일, 참사 당시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를 출입하던 담당 기자였습니다. 무려 179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너무나 빠르게 관심에서 멀어진 참사, 각종 개선책은 내놓으면서도 정작 책임에 있어서는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둔덕, 사고조사기구의 독립성 문제 같은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는 덮어둔 채, 어느새 화살은 새 떼와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식의 책임 전가로 보였습니다.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사고조사기관의 허점을 지적하는 일에는 그만한 노력과 고민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구조적 문제는 더 명확하게 드러났고, 취재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항공사고조사기관 NTSB 전직 위원장과 조사관들을 인터뷰하는 등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여 간 관련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 이후 유족들을 가장 괴롭히는 감정이 ‘죄책감’이라고 말합니다. “거기 가는 것을 내가 말렸어야 했다”, “그날 일정을 조정했더라면?” 어떻게든 그 죽음을 막았어야 했다는 결론을 내고 가혹할 정도로 자신에게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죽음을 막았어야 했다”는 끝없는 자책과 성찰은 유족들의 몫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취재에 임했습니다.
“콘크리트 둔덕은 규정 위반”이라는 국토부 장관의 한 마디를 듣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나 오래 걸릴 일이었나 싶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기까지는 아마 더 길고도 지난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게 남은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유령회사 믿고 700억 투입..지방 산단의 민낯 목포M…
유령회사 믿고 700억 투입..지방 산단의 민낯
목포MBC 박혜진 기자
이번 보도는 군공항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로 받기로 한 MRO센터 설립 계획을 설명하는 정보성 기사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예정 부지가 이미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도 3년째 비어 있는 산업단지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취재 방향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겉으로는 ‘지역 미래 산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부실한 기업 검증과 행정 판단, 그리고 반복된 특혜 의혹이 얽혀 있었습니다.
특히 입주 예정 기업의 실체를 확인하는 과정은 이번 취재의 핵심이었습니다. 사업계획서와 재무자료, 의회 회의록을 대조하며 사실관계를 하나씩 확인했고, 현장 취재를 통해 기업이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가 관련 정황을 인지하고도 사업을 강행한 흔적을 확인함으로써 지방 산업단지 정책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폭로했습니다.
‘특화산업단지’라는 주민들이 듣기에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돼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동네 구멍가게 보다도 못하게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수백억원의 예산이 바로 투입될 수 있다는 사실에 취재진 조차도 충격이었습니다. 현재 특화단지는 여전히 방치돼 있지만, 정부는 사실을 모르는지 이곳에 또 수백억원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제 ‘산단’이 지자체장의 공약성,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번 보도는 특정 사안을 넘어서, ‘지방 산단’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돼 온 예산 집행의 관행과 검증 시스템의 실효성을 묻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남은 의혹이 해소되고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때까지 후속 취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