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병기 의원 ‘공천헌금 1억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병기 의원 ‘공천헌금 1억원’ 금품 수수
MBC 김정우 기자
‘1억원 공천헌금 수수’ 보도 이전에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한 의원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원내대표 후보였던 의원의 채용 청탁 정황이 담긴 육성 파일을 입수해 보도하자 수사기관 조사와 불특정 다수의 질타가 이어졌고, 이는 기자 개인을 향한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에 가까운 옳은 보도였나?’, ‘더 나은 방향으로 보도할 순 없었나?’ 이어진 고민 끝에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마지막까지 사실에 가까워지도록 반론권을 최대한 보장하자. 확실한 물증을 입수하자. 그리고 취재원은 확실히 보호하자.
이번 기사는 이런 고민을 거쳐 나왔습니다. 확실한 물증을 입수한 뒤 당사자의 해명을 충분히 담았고, 취재원을 제외한 다수의 관계자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기사에 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전제로 해 노출할 순 없었지만, 다양한 추가 정황 증거들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는 기자 이름으로 남았지만 지난해부터 이번 기사까지 이뤄졌던 모든 취재활동 뒤에는 저의 취재원들이 있었습니다. 작은 계란이 바위를 깨는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끝까지 집요하게 흐름을 놓치지 않고 취재에 임해준 김상훈 선배에게도 감사를 남기고 싶습니다.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후원 파문 중앙일보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후원 파문
중앙일보 정진호 기자
한 취재원으로부터 “통일교에서 더불어민주당에도 후원금 낸 게 있다던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통일교가 교단 자금으로 국민의힘에 정치후원금을 줬다는 혐의로 기소가 이뤄진 이후였습니다. 김건희 특검 보도자료나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어디에도 민주당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의심의 싹이 텄습니다.
의심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특검팀, 수사 당사자, 변호인 등을 광범위하게 접촉했습니다. 후원금을 민주당 누구에게, 누가, 얼마나 전달했는지 한 겹씩 벗겨냈습니다. 통일교와 국민의힘의 정경유착이라는 특검의 프레임이 흔들렸습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본지 보도 이후 기사를 봤다며 법정에서 민주당 정치인과의 관계를 폭로했고,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로 확대됐습니다.
추가 취재로 통일교 내부 관계자 간 통화 녹취록을 확보했습니다. 녹취록엔 여·야 구분 없이 통일교가 정치권과 어떤 식으로 접촉했는지 나왔습니다. 후속 보도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건은 이제 신천지까지 포함한 합동수사본부로 넘어왔습니다. 이후 특검이 또 진행될지도 모릅니다. 훌륭한 선후배·동료들과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끝없이 의심하면서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비위 뉴스타파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비위
뉴스타파 강혜인 기자
한때 저희 보도는 대중의 외면 또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왜 이 시기에 이런 보도를 하느냐”, “저쪽 당에는 더 심각한 사람들이 많다”, “A정치인이 훨씬 더 문제다”.
언론이 추구해야 할 공익적 목표가 ‘타이밍’을 꼭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공익이 다른 공익보다 우선하는지, 그렇다면 왜 그러한지 스스로 질문해봤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알면 취재하고, 취재되면 보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꿋꿋이 보도했습니다. 그게 살아있는 권력, 갓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모든 보도가 대중의 욕망을 실현할 수는 없습니다. 언론이 할 일이 그 욕망을 실현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병기 의원은 그에게 위임됐을 뿐인 권력을 남용했습니다. 아무리 보도해도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그가 수오지심을 갖거나, 합당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길 기대해봅니다.
끝으로,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켰을 때,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손가락이 아닌 달을 직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 손가락을 들 테고 그 힘으로 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테니까요.
그래도 되는 죽음은 없다 - 부산구치소 ‘집단 폭행 살…
그래도 되는 죽음은 없다 - 부산구치소 ‘집단 폭행 살인’
부산일보 김준현 기자
그래도 되는 죽음은 없다.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죽음도 마찬가지다. 부산구치소에서 20대 청년이 다른 재소자들에게 맞아 죽은 것 같다는 제보를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최소 일주일 이상 폭행당했다. 교정당국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건 당일 교정 공무원 3명이 500명에 달하는 재소자를 관리했고, 의료진은 주말이라는 이유로 상주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보도 후 검찰이 보완 수사에 나섰고, 결과는 교정당국의 미흡을 넘어 ‘무능’을 보여줬다. 피해자가 앞서 한 차례 폭행당해 방을 옮겨온 게 추가로 밝혀졌다. 교정당국은 그 사실을 일선 근무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기본적인 건강 상태 파악도 생략했다. 취재 내내 이 보도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다. 사건을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또 범죄를 저질렀네’라고 여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적 시스템이 붕괴한 현장에서 인권이 유린된 사건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웠던 순간도 있지만, 가해자들이 살인 혐의로 기소될 때까지 언론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다.
첫 기사를 쓴 지난해 9월부터 치열하게 취재하고 보도했다. 교정 체계가 더 촘촘해진다면 황망한 죽음은 줄어들 거란 믿음으로 기사를 썼다. 머리를 맞대며 기둥이 되어준 이우영 선배, 물심양면 지원해준 이현우 편집국장과 강희경 사회부장, 김준용 캡께 감사를 드린다.
당신이 잠든 사이 세계일보
당신이 잠든 사이
세계일보 정세진 기자
지난해 9월, ‘새벽 청소차에 매달려 일하던 환경미화원 사망’이라는 단신을 접했습니다.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도 수없이 반복돼 온 환경미화원의 고질적인 사고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환경미화원의 산재 사고는 빈번했지만, 이들을 사람의 이야기로 다룬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취재팀은 환경미화원의 유족과 주변 인물을 직접 찾아 흩어진 사실 조각들을 모았습니다. 집요하게 수집한 사실을 기반으로 내러티브 기법을 차용했습니다. 한 편의 리얼리즘 소설처럼 독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주 6일, 밤과 낮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경미화원의 작업 현장도 동행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의 심박 수, 수면 패턴 정보 등 생체 데이터와 위치기반시스템(GPS) 정보를 일주일간 수집했습니다. 야간 노동이 신체 리듬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했습니다.
3개월간 원인과 해결책을 취재하며 확인한 문제는 제도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환경미화원들은 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소방관처럼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로서 마땅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헌트: 치매머니 사냥 동아일보
헌트: 치매머니 사냥
동아일보 홀로 사는 문영식(가명·77)씨의 기억은 끊겨 있습니다. 취재팀은 수차례 문씨를 만났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가 자신의 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해 휴대전화에 적어 두는 치매 노인이기 때문입니다. 문씨는 우연히 길에서 만나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휴대전화 개통을 도와준다는 여성에게 신분증을 맡겼다가 대포폰이 개설돼 통장 속 돈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의 휴대전화엔 여전히 ‘빚 독촉’ 전화가 오곤 합니다. 기억은 휘발됐지만 감정은 남아서, 문씨는 울먹이며 “죽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합니다.
치매 노인들의 자산을 노리는 사냥은 어디선가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를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들과 입증할 데이터, 담당 부처의 부재를 핑계로 그 실태는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를 막을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문씨의 불행은 우리가 애써 이 문제를 외면해 온 대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팀이 보도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이 전한 기록과 기억 덕분입니다. 그들이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는 마음 하나로 자신들의 비극을 고백했습니다. 이번만큼은 ‘치매머니 사냥’을 막을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취재는 내내 실패하길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팀 동료들과 데스크, 회사 선후배들의 격려가 있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광역의회를 바꾸다 지방의회…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 광역의회를 바꾸다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민선자치 30주년을 맞은 2025년. 지방자치는 일상화됐지만, 지역 정치의 최전선에 있는 지방의원의 공약은 공개 의무도, 이행 관리 체계도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은 이 구조적 한계를 ‘지역 현안’이 아닌 ‘전국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경기일보·광주일보·영남일보·충청투데이는 유권자의 알 권리가 제약되고 지방정치의 책임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권역을 넘어 공동 취재에 나섰다. 수만 개에 달하는 현직 지방의원 공약을 수집·분류·검증 등 전수 조사해 공약 이행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 이후 여러 광역의회가 의원 공약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홈페이지 개편에 나섰고, 주요 정당들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 공천 과정에 공약 이행 실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부처와 선거 관련 기관·단체, 각종 시민사회단체 역시 해당 사안을 조명하고 있다. 공약을 선거 이후 사라지는 약속이 아닌, 임기 내내 검증돼야 할 책임의 영역으로 되돌려놓는 전환점이 마련된 셈이다.
이번 기획은 지방자치의 핵심이 권한의 확대가 아니라 책임의 이행에 있다는 점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방의원 공약 추적단은 공약 공개를 ‘선택’이 아닌 ‘기본 책무’로 인식하게 만든 계기이자, 지역 언론이 주도한 공약 검증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자부한다.
본회의 중 김남국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인사청탁하는…
본회의 중 김남국 대통령실 비서관에게 인사청탁하는 문진석 의원
뉴스핌 윤창빈 기자
예산안이 통과되던 그날 문진석 의원은 폴더 형식의 스마트폰을 당당히 펼치고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메시지는 누가 봐도 명백한 인사청탁성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김남국 비서관의 답장까지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한 시간 이상을 더 기다렸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김 비서관의 ‘훈식이형 현지누나’ 답장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메시지가 담긴 사진의 파급력은 거대했습니다. 김남국 비서관은 사퇴했고 문진석 의원은 사과했습니다. ‘법정시한을 지킨 예산안 통과’, ‘12·3비상계엄 1주년’의 뉴스가 무색할 정도로 파장이 컸고, 거의 모든 방송사 및 신문사, 통신사 등에서 제 사진을 인용했습니다.
이번 취재로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인사청탁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취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뉴스핌과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한국기자협회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권력의 뒤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묵묵히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