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0), ② 단독기획(0)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계속된 KBS 취재진의 ‘윤상현·함바왕 선거공작 연속보도’는 관련자들의 잇따른 구속에 이어 결국 지난달 이번 의혹의 가장 정점이라 할 윤상현 의원까지도 기소됨으로써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연속보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제작 경위가 어떠했는지, 또 처음에는 타 언론의 관련 보도가 사실상 없었다가 어떻게 보도가 잇따르게 되었는지 등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서술합니다.
9년 전인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함바게이트’의 장본인 유상봉 씨는 이미 1년 전인 2019년 7월 저희 취재진이 직접 만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때는 윤상현 의원 측과의 선거공작이 시작되기 전이었고, 취재진과는 다른 사건으로 만난 것이었는데 어쨌든 그때부터 안면을 트고 인연을 쌓게 되었습니다. KBS와 이번 폭로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입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함바왕 부자(父子)가 윤상현 의원 및 보좌관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여야 경쟁 후보들을 흠집 내는 내용의 진정서와 고소장을 일부러 써줬다는 게 함바왕 유상봉 씨가 저희 KBS 카메라 앞에서 폭로한 내용의 핵심이었습니다.
실제 총선 당시 유상봉 씨의 고소장은 해당 지역구가 있는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윤상현 의원은 전국 지역구 가운데 가장 적은 표차인 불과 171표 차로 4선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선거공작이 실제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를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고 해도, 불과 171표차로 당락이 엇갈렸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매우 남다르고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당시 선거공작의 결과적 최대 수혜자가 윤상현 의원이었다는 점은 명증한 사실입니다.
저희 취재진은 함바왕 유상봉 씨의 폭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전달하는 데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외곽 취재·현장 취재를 통해 검증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핵심 쟁점이라 할 ‘윤상현 의원 본인의 선거공작 개입’을 강하게 의심할 만한 중요한 팩트들을 단독 확인해 하나하나 보도했습니다. 저희가 검증 취재로 단독 확인한 사실들을 요약 열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윤상현 의원은 함바왕을 총선 전 3~4차례 직접 만났고 본인이 직접 동료 의원(민주당 정성호, 김두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함바왕 아들을 사업 관련해서 잘 챙겨달라는 청탁을 했습니다.
▲ 이런 청탁을 토대로 함바왕 아들은 실제 경기도시공사 사장 및 경남 통영시장 측과 직접 만남을 가졌고 사업 논의를 했습니다.
▲ 함바왕 부자가 윤상현 의원 측 도움으로 ‘롯데그룹 관련 3건의 이권’을 따냈다는 것을 저희 취재진이 먼저 외곽 취재를 통해 확인했고, 이것이 경찰에 이른바 ‘범죄수익’으로 포착되었다는 점을 교차 취재해 확인했습니다.
▲ 윤상현 의원의 부인은 신경아 씨로 롯데그룹 故 신격호 회장의 조카입니다. 함바왕 유상봉 부자가 따낸 롯데그룹 관련 3건의 이권은 신경아 씨의 이력과 무관치 않으며 실제 함바왕은 신경아 씨와 지난해 직접 만나 사업 관련 논의를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 윤상현 의원은 함바왕의 법률 자문을 위해 채동욱 변호사(전 검찰총장)를 직접 3자 대면을 통해 소개해줬고, 유상봉 씨의 녹내장 진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연결해주기도 했습니다.
▲ 취재진이 입수한 함바왕 아들과 동료 사업가 사이 오간 수개월간의 전화 녹취 파일(44개)을 통해 함바왕 부자가 윤 의원 측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지역 언론을 활용해 선거공작에 나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단독 보도 이후 함바왕 부자와 윤 의원 측 보좌관 등 3명이 구속되었습니다. 남은 쟁점은 윤상현 의원의 기소 여부였는데, 당초 검찰은 (경찰의 매우 적극적인 입장과 달리) 윤 의원에 대해선 ‘불입건 지휘’를 경찰에 내렸다는 사실도 저희가 단독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사건의 구체성과 핵심 피의자 유상봉 씨가 적극적으로 폭로에 나섰다는 점에서 볼 때 검찰의 이런 태도는 매우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저희들의 보도 이후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의 관련 보도들이 점점 잇따르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이렇게 비판 여론이 제기된데다가 ‘선거공작의 피해 당사자’ 중 한 명이라 할 안상수 후보가 직접 고소에 나섬으로써 결국 검찰은 최종적으로 공소시효를 앞두고 윤상현 의원을 기소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관련자들, 즉 선거공작에 가담한 지역 언론인 등도 함께 구속·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사건의 스케일이 커진 셈입니다.
KBS 취재진은 유상봉 씨가 왜 이런 고백을 하고 있는가 하는 폭로 동기 등도 다각도로 분석해 <뉴스9>에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했고, 영상 보도만이 아닌 여러 디지털 텍스트 기사로도 사건의 전후 맥락을 소상히 담았습니다. <뉴스9> 영상물과 디지털 텍스트 기사 모두 이번 기자상 출품 자료로 첨부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공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보도라 대부분 실명 처리했고, 함바왕 유상봉 씨도 실명 인터뷰였습니다. 보도과정의 특이사항이나 문제점은 없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저희들의 단독 보도 내용들 모두 선행 보도 없었습니다.
저희들이 이번 선거공작 연속 보도를 처음 시작한 시점이 7월 중순이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보도할 때는 아무래도 폭로자의 증언이나 저희들의 단독 확인 사실들을 다른 언론에서 동시에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많은 언론이 동참하기는 힘들었고, 오히려 윤상현 의원 측 해명이 ‘의원실발 뉴스’로 더 많이 소개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보도 한 달 뒤인 8월 중순 MBC <피디수첩>에서 동일한 사안을 50분 동안 다뤘고, 서로 방송사가 달랐지만 저희 취재진과의 협업 속에 기존 KBS 취재 내용을 상당량 담아 이슈화했습니다. 그 뒤 경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관련자 3인방의 구속이 있었고, 이때부터는 사실상 모든 신문·방송 매체들이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부터 뉴스의 ‘발생적 성격’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선거공작 관련 뉴스가 사실상 모든 매체에서 다뤄졌고 저희들의 단독 취재 내용도 상당히 많이 소개되었기에 이번 기자상 출품 과정에서 따로 타 언론 기사 리스트를 첨부하지는 않았습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결국 윤상현 의원을 포함해 모두 9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저희들이 문제제기했던 지역 언론인들도 9명 가운데 포함됐습니다. 이번 선거공작 의혹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윤상현 의원이 최종적으로 기소된 데에는 저희들의 연속보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감히 자평합니다.
특히 경찰의 거듭된 반발에도 윤상현 의원에 대해 ‘불입건 지휘’를 내린 검찰의 기이한 행태를 단독 취재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저희의 기사들이 피해 당사자의 직접 고소를 불러왔으며, 결국 이 같은 관련자들의 추가 움직임과 비판적 여론의 압박 등에 의해 검찰이 자신의 의아스러운 결정을 스스로 뒤집고 추가 혐의자들까지 찾아내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 드리고 싶습니다.
기소된 윤상현 의원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저희들이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인터뷰 및 취재 결과물을 제공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고 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선거 국면에서 통상적으로 많은 고소·고발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KBS 취재진이 단독 보도한 ‘선거공작’은 그 내용 측면이나 ‘죄질’ 측면에서 여타 사건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전 정부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린 4선 중진 의원이 깊숙하게 연루되었다는 점, 2011년 이른바 ‘함바게이트’의 장본인이 직접 공작에 참여하고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낱낱이 폭로했다는 점, 해당 지역구 선거가 불과 171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렸다는 점, 그들이 획책한 공작 행위가 여야 의원을 넘나들며 작동했고, 결국 민의를 상당히 왜곡했다는 측면에서 그러합니다.
취재진은 윤상현 의원 본인이 직접 선거공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다각도의 현장 취재를 통해 밝혀냈고, 경찰의 의견을 묵살한 검찰이 이례적이고 의아스러운 결정을 한 데 대해서도 끈질기게 취재해 비판적으로 점검했습니다.
기획보도의 성격상 처음에는 타 언론의 보도가 사실상 없었지만, 결국 윤상현 의원의 기소는 물론이고 관련자들의 잇따른 구속, 그리고 타 언론사들의 후속 보도까지 모두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기자상 출품작으로 응모합니다.
6.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