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O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시작은 사소했다. 지난 7월 말 강원 정선에서 열린 제7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 취재 중이던 스포츠부 부장이 국군체육부대(상무) 육상부 선수들이 대회에 불참한 사실을 인지했다. 해당 팀에는 단거리 국내 신기록 보유자가 있는데도 나오지 않은 게 의아해, 다른 팀 감독들에게 “OOO은 왜 안 나왔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나온 답변 “OOO이 후임병들에게 무슨 가혹행위를 했다는데”. 시작은 이 한 마디였다.
국내 단거리 최고 선수가 전국대회까지 못 나올 정도의 일. 내부적으로 큰 사건이었을 거라 추정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어떤 종류와 수위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알아내고자 했지만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되자 육상계 관계자들은 관련 내용을 함구했다. 국제대회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카르텔이었다.
스포츠부의 취재가 난항을 겪자, 사회부에서 직접 군부대 취재에 들어갔다. 상무 쪽 컨택이 어려워 국방부에 직접 문의하기로 했다. 만약 국방부가 부인하면 더 취재는 어렵겠다 싶었다. 국방부 대변인은 구체적 내용은 알려주지 않으면서도 “현재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일단 상무 육상부 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이 됐다.
하지만 보도를 앞두고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수사 중’ 상황은 체크했지만, 가혹행위 내용과 수위를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빈약한 정보만으로 뭉뚱그려 보도해도 되는가, 상무가 위치한 곳은 경북 문경으로, 경기신문이 담당하는 지역과는 무관한데 굳이 보도를 해야 하는가 등 여러 우려가 내부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보도를 결정했다. “‘수사 중’이라는 팩트는 확인”했고, “비록 우리 관내는 아니지만, 우리마저 보도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다루지 않고 묻힐 것이다”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빈약한 내용 때문이었을까. 첫 보도 후 아무 반응도 찾아볼 수 없었다. 따라오는 매체도 없었고, 심지어 국방부도 조용했다. 상무가 위치한 지역 매체 역시 이 사안에 관심이 없었다. 가혹행위 보도는 이렇게 단발성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보도 이튿날 밤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발신자는 해당 부대 가혹행위 피해자. 그는 경기신문 보도에서 지적한 가혹행위 수위가 ‘단순 얼차려’로 축소됐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즉각 제보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해당 가혹행위는 단순한 얼차려 수준을 넘어서 성희롱까지 있으며, 이는 일회성이 아닌 관행이라는 증언을 듣게 됐다.
경기신문은 이후 피해자, 육상계, 상무 내 현역 부사관 등을 두루 취재하며 총 5편의 보도를 이어갔다. 가혹행위의 수위는 성폭력까지 있었을 정도로 심각했으며, 특정 선임병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감독까지 조직적으로 관여됐고, 상무 내 가혹행위는 오래전부터 반복되는 관행이었으며, 첫 보도 직후 상무 내에서는 제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까지 있었음을 파악하고 보도했다.
그제야 통신사 등 타 매체도 국방부의 입장을 받아 보도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도 시점이 최숙현 선수(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집단 가혹행위) 사건과 맞물리면서, 상무 내 가혹행위는 언론이나 여론의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부대 내 분위기를 전해주던 제보자마저 부대 내 색출 움직임 때문인지 더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도를 멈출 수는 없었다. 군 내부 수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가해자는 마땅한 처벌을 받았는지, 제보자를 비롯해 피해자는 보호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정보는 차단돼 있었고, 더 취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보자와 다시 연락이 닿기를 한두 달 정도 기다렸을 때, 국회 국방위 소속이자 울산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측에서 상무 내 가혹행위를 국정감사 때 다루려 하니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왔다. 경기신문은 해당 의원과 공조해 군에 자료를 요청했다. 혹시나 했던 우려는 역시나였다.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이 받았으며, 가해자 중 일부는 별 문제 없이 전역했다. 심지어 가해자인 감독과 피해자는 분리되지 않고 여전히 한 공간에서 생활했다.
처벌 기준도 종잡을 수 없었다. 최근 10년간 상무 내 가혹행위 수사 결과를 요청해 받아본 결과, 가혹행위 내용이 같아도 처벌 수위가 다른 경우가 있었다. 가혹행위 내용이 외부에 어느 정도로 알려져 이슈가 됐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졌던 것이다. 군의 폐쇄성이 낳은 문제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경기신문은 의원 측과 함께 이 상황을 또 반복하지 않으려면 군(軍)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상무 내 병영 부조리만큼은 스포츠윤리센터와 공조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번 취재는 18년 경기신문 역사에서 처음 있는 특별한 일이다. 그동안 지역매체의 본분은 지역사회의 공기로서, 지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며, 지역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고 배우고, 경기신문은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역할론이 역으로 족쇄이자 면죄부로 작용했다. 공간적으로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거나 넘어서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스스로를 가뒀고, 타 지역의 일에는 “우리 지역이 아니니까”라며 외면하게 했다.
언론은 지역을 가를지 몰라도, 독자는 지역을 가르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든 뉴스 그 자체에 공감하고 분노한다. 모두가 다루는 큰 뉴스가 아니어도, 지역을 떠나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게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상무 육상부 내 가혹행위 보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혹행위 가담자 중 전역을 한 일부는 수사가 민간경찰로 이관됐다. 정당한 처벌을 받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았는지 계속 추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상무 내에서 가혹행위와 인권탄압이 더는 없도록 제도적 변화가 나오게 감시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관내에도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계속 다뤄야 하느냐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한다. 여전히 이 문제는 경기신문이 아니면 그 어느 곳도 다루지 않으니까. 경기신문이 지역매체로서 본래의 소임을 다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지역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뉴스 그 자체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도록 ‘이달의 기자상’으로 격려하고 지지해주길 바란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 가혹행위 피해자와 상무 내 가혹행위가 학습처럼 내려오고 있음을 알려준 현역 부사관과 전역자들을 제외하고는 실명보도함.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 유연석 사회부 차장, 박한솔 사회부 기자, 배덕훈 온라인뉴스 팀장, 오재우 영상기자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가혹행위 구체적 내용과 가해자 중 전 국가대표 선수가 있다는 구체적 내용의 두 번째 보도(7월1일 자) 이후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등이 국방부가 “수사 중”이라는 내용으로 보도. 이튿날 JTBC가 아침 방송에서 단신으로 전달. 같은 날 TV조선은 저녁 종합뉴스에서 리포트로 보도함.
이후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과 공조해 국방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작성한 수사 결과 후속보도(10월14일자)는 이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배포하면서 연합뉴스, 뉴시스, 문화일보, 서울경제 등의 매체가 보도함. 세부 목록은 타 매체 반향 첨부파일 참조.
4. 사회에 끼친 영향
현재까지는 제도 개선으로 이루어진 바 없음.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군체육부대 내 인권침해 등은 군 단독으로 수사하지 않고, 스포츠윤리센터가 신고 접수부터 실태조사 그리고 가해 병사 징계위원회까지 맡아야 한다고 지적.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하며 취재를 진행했음.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 요청은 없었음. 다만 제보자가 첫 인터뷰 시에는 가해자 중 대표선수가 있다고 발언했고, 기자가 이 내용과 이름을 대조해 국가대표 선수라고 보도함. 제보자가 언급한 대표선수의 개념은 전국체전에 출전자 개념이고, 현재로서는 국제대회도 없어 현 국가대표가 아님. 때문에 전 국가대표 선수로 추후 정정함.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