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 착수 및 보도제작 경위 ⑤ 기타
2020년 10월8일 오후 11시45분, ‘남구 신정동 삼환아르누보 화재’라는 울산소방본부의 안내 문자가 출입기자 단톡방에 떴다. 잠시 후 울산 남구청에서 보낸 ‘남구 0000아파트 화재 발생, 아파트 주민들은 속히 대피바랍니다.’는 재난 문자가 날아왔다. 벌써 사회적관계망(SNS)에서 불길이 치솟는 장면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면 작업(일~목)이 없는 금요일 심야에 벌어진 대형 화재. 온라인 송고가 가능한 뉴미디어부가 우선 취재키로 하고, 단톡방에서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화재 현장과 가까웠던 뉴미디어부 정수진 기자가 11시52분 휴대폰으로 촬영한 첫 영상을 올린 후, 미디어부 기자 전원이 현장과 회사로 출발했다. 김지은 신섬미 최영진 정수진 심현욱기자가 현장 취재를, 이남동 기자가 회사에서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채널을 통해 사진과 영상을 송고하기 시작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본격 취재가 이뤄진 때는 화재 최초 발생(11시07분께)에서 40여분 가량 지난 시간이었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건물 외벽을 태운 초기 화재가 휩쓸고 간 건물 곳곳에서 2차 화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 동원된 고가 사다리차는 건물의 절반 높이에 미치지 못했고, 화재 초기부터 부는 강풍 탓에 소방용수를 뿌리는 것조차 힘겨웠다. 건물내부로 투입된 소방관들은 여전히 한집 한집 수색하며 인명구조를 하고 있었다. 일부 소방관들은 입주민들과 함께 건물 안전구역과 옥상으로 대피해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화재는 2차, 3차로 이어졌다. 한 가구가 다 타기 전에 이웃집으로 옮겨 붙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수백 명의 피해 입주민들과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보도도 난관에 부딪혔다. 거의 같은 화재 장면이 반복되면서 SNS를 통한 속보 전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새벽 2시20분 소방당국의 두 번째 현장브리핑부터 실시간 방송(유튜브 채널을 통한 스트리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실시간 방송이 필요한 재난에 해당하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울산매일신문 뉴미디어부는 그동안 울산 웅촌 대형산불, 태풍 ‘마이삭’ 등의 재난 발생 때 유튜브 채널(UTV)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진행해 지역 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실시간 방송을 통해 수 천명의 시민들과 시시각각 변하는 재난 상황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지역 재난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화재 현장이었다. 시민들에게 즉시적으로 알려야 하는 재난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화재현장 주변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수 백명의 입주민들과 일반 시민들, 방송과 SNS 등을 보며 뜬눈으로 안타깝게 현장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시민들을 위해 실시간 방송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벽 2시20분부터 시작된 스트리밍 방송은 오후 12시 10분까지 10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심현욱 최영진 신섬미 김지은 기자가 차례로 휴대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각자 2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후 화재 진행 전 상황은 물론 소방당국의 현장브리핑과 울산시장, 행안부장관, 소방방재청장의 현장 방문 모습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나갈 수 있었다. 밤새 화재 진압에 투입돼 녹초가 된 소방관들의 모습과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모습도 편집 없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심야시간 시작한 생방송인데도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시 시청자가 한때 2,200명에 이르렀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주상복합 등 대규모 건축물의 부실한 소방대책, 건축 외장재의 위험성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밤새도록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대원들에 대한 격려 글도 많았다.
특히 울산시장과 피해 입주민들과의 간담회 실시간 방송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울산시의 준비되지 않은 시혜성 대책 발표와 피해 입주민들의 무리한 요구 등에 시청자들이 공분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시청자들의 항의성 댓글이 쏟아졌다. 부담을 느낀 울산시와 패해 입주민들이 영상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사실 보도’인 이상 내릴 이유가 없었다.
뉴미디어부의 실시간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격려도 잇따랐다. 생방송은 모두 휴대폰 카메라로 이뤄졌다. 현장에서 기자가 직접 손으로 들고 하는 방송이다보니 화면 떨림이 많았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화재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감사하다”는 댓글도 달렸다. 방송장비를 확충하라며 후원금을 보내온 시청자도 있었다.
실시간 생방송에 참여하지 않은 부서원들은 화재 현장 모습은 물론 울산시 등 소방당국의 대처상황, 울산시민들의 현장 지원, 피해 입주민들의 동향 등에 대한 입체 취재를 통해 다양한 영상콘텐츠를 제작해 지면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송출할 수 있었다.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 실시간 / 편집본 영상 보도 목록
순번 일 자 구분 제 목 방송시간 조회수
1 10월9일 실시간 (LIVE)울산남구 주상복합 화재현장 21분17초 13,965
2 10월9일 실시간 (LIVE)울산화재 상황 논스탑 풀영상 9시간11초 99,510
3 10월9일 실시간 (LIVE)울산시장 피해주민 화재현장 간담회 1시간22분 88,202
4 10월9일 실시간 (LIVE)울산 남구 화재현장 소방당국2차 브리핑 6분30초 1,839
5 10월9일 실시간 (LIVE)울산 남구 화재현장 소방당국3차 브리핑 5분06초 2,080
6 10월9일 편집 (울산화재)목격자 인터뷰“꽝소리가 들렸어요” 2분51초 5,867
7 10월10일 편집 (울산화재 사망자‘0’)문 대통령도 언급한 소방당국의 대처법 1분12초 5,142
8 10월11일 편집 (울산화재)15시간 불길 속 살아남은 고양이의 기적 1분44초 6,954
9 10월12일 편집 (울산화재)호텔 숙박 악플에 두 번 우는 피해 주민들 2분24초 1,303
10 10월13일 편집 (울산화재)연기 흡입한 반려동물 무료 치료한 동물병원 3분22초 1,572
* 실시간 방송 누계 : 10시간 53분 11초, 실시간 누적조회수 :21만1,463회 (이상 11월4일 기준)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실시간 보도로 타 매체의 선행보도는 없었다. 다만 실시간 방송 전 방송과 통신사의 화재발생과 관련한 상보는 있었다.
실시간 방송 후 다른 매체들의 후속 보도와 영상 공유 요청이 많았다.
조선, 중앙 등 일부 중앙지와 방송사 등이 실시간 영상(송철호 시장과 피해주민 간담회 등)에 담긴 내용을 발췌해 보도했고, 일본 후지TV에서도 실시간 영상 공유 의뢰가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지역 재난 보도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고, 대형 건물의 화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 것으로 판단된다.
행정안전부 등의 기관에서 대형 건물 화재의 진행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실시간 영상을 화재 사건 기록 및 자체 교육 자료로 활용하겠고 사용 요청을 해 이에 응했다. 대형 건물의 화재 진행 매뉴얼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 확인여부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다.
6. 기타 고려사항
해당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