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O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의 혼란기에 일어난 여순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이다. 군대의 무장 봉기와 진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희생자들의 규모가 최대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72년이 지난 지금도 여순사건을 잘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관심이 없고, 알더라도 ‘빨갱이들의 반란’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광주 5.18과 제주 4.3 못지않은 피해 규모와 역사성을 갖고 있는데도, 왜 여순사건은 특별법조차 제정되지 않은 채 해결의 단초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걸까. 순천방송국 근무 3년 동안 여순사건을 줄곧 취재하면서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여순사건은 ‘여수와 순천’이라는 작은 지역의 일로만 인식됐기 때문이었다. ‘전라도의 빨갱이들이 정부 수립 이후 일으킨 반란 소동’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70년이 지난 뒤 바라본 여순사건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유족들의 증언, 당대의 기록, 연구자들의 논문에 비친 여순사건은 그런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명칭만 봤을 때 ‘여수와 순천의 사건’을 줄인 말인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와 순천 지역에서 발생한 국군 14연대의 무장봉기와 그 진압 과정으로 그 의미가 제한된다. 그러나 여순사건의 민간인 학살은 전남, 경남, 전북에 걸쳐 광범위하다. 한국 현대사 최악의 학살사건인 6.25 형무소․보도연맹 사건 역시 여순사건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역사적 영향력도 그렇다. 여순사건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반공 국가’로 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부 수립 이후 60년을 ‘여순 체제’라고 부르는 학자가 있을 만큼 여순사건의 정치사회적 영향은 크다.
여순사건 72주년을 맞아 KBS순천방송국이 기획한 <여순 너머의 여순>은 여순사건이 일부 지역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70년이 지나서도 기억하고 재해석해야 하는 일임을 일깨우려고 노력한 보도이다. 여수, 순천, 구례, 산청, 대전... 전국에 흩어져 있는 관련 유족들의 증언을 들었고, 여순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 전편을 분석했다. 다섯 편의 기획보도를 통해 여순사건의 재인식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방송 리포트와 함께 디지털 뉴스도 연재했다.
[여순 너머의 여순 – 여순사건 72주년 기획보도 표제]
<방송뉴스>
①여수 아닌 구례에서...72년 만의 합동 위령제 (10. 19.)
②남도 곳곳이 학살터...민간인 피해 ‘광범위’ (10. 19.)
③잇단 대량학살 불러...비극 씨앗 된 여순사건 (10. 20.)
④반공국가 만든 여순사건, 국가폭력 ‘정당화’ (10. 20.)
⑤여순사건 해결 위해선...“여순 넘어 전국으로” (10. 21.)
<디지털 뉴스>
①여순사건 72년, 여순 ‘너머’를 생각한다
②남도 곳곳은 여순사건 ‘학살터’
③4.3·형무소·보도연맹…여순사건이 부른 죽음들
④현대사 트라우마 여순사건…‘여순 체제’의 그늘
⑤여순사건 해결 위해선 ‘여순’ 넘어서야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특이사항 등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순사건 72주년을 맞아 언론의 보도는 위령제나 추모식에 대한 발생 기사, 여순사건 특별법의 성사 여부에 관한 기사 등이었다. 이런 가운데 <여순 너머의 여순>은 여순사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었으며, 기존의 선행 보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순 너머의 여순>이 여순사건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당장 바꿔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여순사건 72주년을 맞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여순 너머의 여순>이 드러낸 여순사건의 중요성과 전국화의 필요성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움직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여순사건과 관련한 첫 박사학위 논문을 쓴 전문가는 이 같은 점에서 <여순 너머의 여순>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이 같은 방향으로 여순사건을 바라본 보도는 지금까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여순사건의 전국적 의미를 반복하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순 너머의 여순>은 언론이 오랫동안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여순사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의미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사회의 과거사를 꾸준히 취재하고 알렸다는 점에서 공영방송, 지역방송의 역할을 다 했다는 평가도 주어졌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특이사항 없음.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