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O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중 선택 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으리으리한 집들이 많은 서울 평창동과 한남동은 단지 부자 동네라고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별난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높다란 담장 안에 전시장을 따로 둔 집들이 많았던 겁니다.
숨겨진 전시장의 존재가 드러난 건 한 단독주택 담장에 내걸린 플래카드 때문이었습니다. “공사비를 지급하라”며 공사업체가 집 주인을 상대로 1년 넘게 유치권 행사 중이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공사가 늦어 손해를 봤다고 집주인이 고소하자 업체가 맞고소했다는 겁니다. 특이한 건 집 안에 전시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적 다툼의 발단도 전시장이었습니다.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궐 같은 단독주택 내부에 행정서류에만 표시되는 ‘전시장’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그냥 집인데 건축 허가는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문화 및 집회시설’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전시회 한 번 연 적도 없습니다.
공개도 안 할 거면 그냥 집을 짓지 왜 전시장을 지었을까요?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고급주택에 부과되는 무거운 취득세를 피하려고 집 내부에 전시장을 둔 것입니다.
일반적인 주택을 취득하면 집값의 1 ~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취득세로 냅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무거운 세금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면적이 331제곱미터 즉, 100평을 넘거나 건축물가액은 9천만 원,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인 주택을 취득하면 원래 내야 할 세율에 8%포인트를 더 붙여 9 ~ 11%의 세금을 물립니다. 일종의 사치성 재산으로 보는 겁니다.
그런데 전시장을 지으면 그만큼의 면적이 주택 면적에서 제외됩니다. 건축법상 주택과 전시장이 서로 다른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은 넓게 짓고, 고급주택 기준을 피해 세금은 조금만 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현장에선 더 놀라운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도대체 전시장이 왜 집에 필요한 것이냐’ 묻는 취재진에게 어느 전시장 주택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른데도 가보세요, 이 근방이 다 전시장인데..”
취재팀은 780만 개에 달하는 서울시 건축물대장에서 ‘문화 및 집회시설’, ‘전시장’, ‘기념관’, ‘박물관’ 등이 혼재된 주택을 추려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면적과 건축물가액, 공시가격이 고급주택의 기준에 해당하는 집 40채를 다시 분류했습니다. 이후 일일이 찾아다니며 실제로 전시회가 열린 적은 있는지 무엇을 전시하는지 확인했습니다. 관할 구청에도 건축담당이나 세무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점검한 사실이 있는지, 단속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취재했습니다. 꼬박 2달이 걸렸습니다.
집주인은 대부분 기업회장, 재벌일가, 전직 국회의원, 소설가, 디자이너 등 유명인사와 재력가였고 예상대로 이들 주택에 있는 전시장은 외부에 공개하는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MBC 기획취재팀은 이렇게 전시장을 내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꼼수 외에도 고급주택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취재했습니다.
고급주택 과세 기준 자체가 [면적, 공시가격, 건축물가액]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 보니 이 가운데 하나만 미달해도 고급주택에서 제외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취재팀은 2015년 이후 서울의 아파트와 빌라 매매 내역 55만 3천 건을 전부 추적해 거래 가격이 가장 높지만 고급주택이 아닌 경우, 반대로 거래가격이 가장 낮지만 고급주택으로 분류된 경우 등을 파악했고,
고급주택의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저가주택의 취득세율이 고가주택보다 무거워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실제로 서울 한남동의 수십억짜리 공동주택은 면적 기준에서 1제곱미터 정도가 모자라 3%의 세금을 냈습니다. 반면 공시가격 9억 원을 조금 넘긴 서울 서초동의 한 빌라는 11%의 취득세를 냈습니다. 가격 차이는 2~3배가 나지만 세율은 오히려 저가 주택이 높은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수백억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도 지은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건축물가액 조건에 미달해 고급주택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행정안전부에 공식 질의를 통해 이런 심각한 조세왜곡 현상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고급주택 제도의 불합리한 기준을 인식하고 있으며 지방세법 시행령을 바꿔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집주인들은 모두 익명 처리했습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불합리한 고급주택 과세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공익적 가치가 높지만,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한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 영상 편집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일반 공중이 통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담장 안을 들여다본 영상은 사용을 자제하였습니다.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전시장 등 문화 및 집회시설을 통해 고급주택의 무거운 취득세를 회피하는 사례, 그리고 불합리한 고급주택의 기준 때문에 벌어지는 조세왜곡 현상은 MBC의 최초 보도입니다.
4. 사회에 끼친 영향
MBC 보도 이후 건축법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일반 공중(公衆)이 이용하지 못하는 주택 내 전시장은 문화 및 집회시설이 아니며 승인 취소도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또한 지자체가 이를 판단 근거로 삼아 단속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지방세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월 4일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기준에서 건축물 가액조건을 폐지하고 현재 6억 원인 공시가격을 9억 원으로 상향시키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바뀐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되며 내년 1월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행정부처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아울러 불합리한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 낸 것입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취재 과정과 모든 보도에서 언론 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MBC는 취재로 확보한 데이터를 전부 인터랙티브 사이트에 공개함으로써 시청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 또한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