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및 보도제작경위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⑤ 기타( )
■ 멍 자국에 가려질 뻔한 ‘5시간 5초’
8살 아들 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한껏 격앙됐으나, 사실 보내준 사진은 이따금 받는 제보 이상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폭력은 경중을 재지 않고 단죄되어야 마땅하지만, 뉴스는 한정된 자원을 써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는 작업이기에 ‘거리’가 되는지 저울질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손 자국난 허벅지 사진 넉 장과 “교사 짓인 것 같다.”라는 짤막한 제보는 당장 취재 호기심을 크게 자극할만한 재료가 아니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뻔하고 흔한 사건으로 얕잡힐 법했습니다. 실제 제보자는 KBS만 골라 제보한 게 아니었고, 여러 언론사 문을 두드렸습니다.
다만, KBS 취재진은 더 친절히 듣고, 더 자세히 따져 물었습니다. 가벼이 여기지 않고 가능성을 탐구하며 기꺼이 수고했기에 멍 자국에 가려질 뻔한 은밀한 폭력은 고발될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 5시간 5초 분량의 하루 치 수업 녹음 파일에는 제보자마저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심각한 정서학대의 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 ‘애비 전화번호’ 못 외운 게 큰 죄
“정신 나간 XX냐? 애비 전화번호 뭐냐고!”, “납치했는데 쓸모가 없어? 그럼 죽여버리면 돼.” 녹취 속 담임교사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고함쳤습니다. <안전한 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낯선 사람 쫓아가지 않기'를 수업하다 벌어진 일인데, 단지 부모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했다는 게 폭언의 이유였습니다.
교사는 납치범을 교육 소재로 들었습니다. "어린이를 유괴해 돈을 뜯어내려 했는데, 부모 전화번호를 모르니 쓸모가 없다. 그럼 아이를 죽인다." 유괴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해도 논리가 기괴하고 끔찍합니다. 멍 자국에 대해서 교사는 인정했는데, 다만 훈계였다고 했습니다. 급식을 남기는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명은 충실히 다뤘습니다. KBS는 확인된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발생을 다루기에 앞서 KBS는 전문가에게 자문해 이번 사건의 취재 원칙을 정했습니다. ①피해 아동과 접촉하지 않을 것 ②가해자는 직접 대면하고 상관을 통하지 않을 것, 두 가지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지 않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특히, 피해 아동으로 하여금 사건의 주인공으로 각인시키지 말라는 전문가 조언을 따른 조치였습니다.
■ 전문가 4인의 솔루션
<1,031,292>, <5,545>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사 단 한 편의 포털 조회 수, 그리고 댓글 수입니다. 10월을 통틀어 이보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KBS 기사는 두 편에 불과합니다. ‘고창 아동학대’ 단독 보도는 매우 큰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공분에 기댄 추가 고발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보도 후 KBS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례를 진단케 해 치유 솔루션을 내는 작업이었습니다. 4명의 전문가를 섭외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아동학 전공 교수, 아동심리학 박사,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연구자입니다. 피해 아동 보호자 동의를 얻어 사전 정보와 녹취 파일 등을 이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충분한 여유를 주어 사례를 분석하게끔 하고, 심도 있는 진단을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심각한 정서학대를 말하며 각마다 소견을 내고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의미 있는, 더러는 예상치 못한 깊은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해 아동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폭언에 노출된 반 아이들 모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이 아이들 역시 심리 치료할 것을 이 과정에서 약속했습니다.
전문가가 제공한 자료는 정리 작업을 거쳐 피해 아동 보호자에게 전달됐습니다. 피해자의 상처를 단순 소비재 삼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저널리즘의 본령을 고민했던 대목입니다.
■ 벌 받지 않는 정서학대
사회의 결함과 구조의 결핍이 분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전문가는 정서학대야말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발견이 힘들고, 그만큼 반복될 우려가 있으며,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설득력 강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신체학대> 비해 <정서학대>엔 여전히 관대한 구조입니다. 처벌 비율에 잘 드러납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학대 신고 가운데 신체학대로 분류된 490건은 절반에 가까운 47%가 처벌로 이어진 반면, 869건의 정서학대 가해자는 단 27%만 처벌받았습니다.
정서학대를 벌하기 위한 실증적 체계가 미흡해서입니다. 신체학대와 달리 대부분 물리적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점은 정서학대를 벌하기에 불리한 요소입니다. 아동의 불안정한 진술에만 의존하는 정서학대 처벌은 객관적 평가를 위한 방법론이 고민되어야 합니다.
■ 100명 / 10건 = 10명 / 1건
이번 일이 난 곳은 바닷가 시골 마을입니다. 전라북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현황을 살폈습니다. 4곳이 있는데, 모두 도시에 있습니다. 나머지 10개 지역은 센터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식입니다. 드러난 학대 사건에 대응하기 버겁고, 사례를 발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도시에 기관이 몰리고 시골이 소외되는 건 전형적으로 '양'의 논리에 배경을 둔 구조입니다. '아이 많은 곳=학대 잦은 곳'으로 계산한 편의주의적 발상인 셈입니다. 아이 100명 사이에서 발생한 10건의 학대와 10명 사이에서 발생한 1건의 학대는 '무게'가 같다는 점을 간과한 사회의 구조적 결핍입니다. 도시 아이도 시골 아이도 학대는 똑같이 아픕니다. KBS는 교육 기회를 두고 지리적 불평등이 생긴 지는 오래지만, 적어도 폭력에서 구제받을 기회만큼은 모든 아이에게 평등해야 한다고, 기사로 역설했습니다.
2.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이들 가운데 익명 처리 된 인물은 사건 가해자인 담임교사와 피해 아동 보호자, 과거 정서학대를 경험한 이들로 신원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2차 피해 방지 차원에서 익명 처리 상당성이 있음을 밝히며, 취재원의 실체는 분명하고 증언의 신빙성은 상당함을 밝힙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여하
해당 없음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여하
직접 취재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해당 없음
3.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창 폭언 교사 사건’을 통한 아동학대 심층 연속보도는 KBS의 단독취재 결과물입니다. 큰 공분이 뒤따른 사건인 만큼 방송, 신문, 통신 등 대다수 언론 매체가 인용 또는 추종 보도했습니다.
다음은 매체별로 추린 관련 기사 5편
▲ '부모님 전화번호도 몰라?'…초등 1년생 윽박지르며 폭언한 교사(연합뉴스)
▲ “부모 번호 몰라? 정신 나간 XX”…8살 초등생에 폭언한 교사(중앙일보)
▲ “정신 나간 ○○냐?”…8살 초등학생에 폭언한 교사(한겨례)
▲ 초등 1년생 다리에 피멍 들게 하고 폭언한 담임 교사(MBN)
▲ 1학년 초등학생에게 폭언 등 일삼은 교사...경찰 수사(YTN)
4.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 보도 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의 수사 착수를 알렸습니다. 가해자인 교사는 곧바로 피의자로 입건됨과 동시에 직위 해제됐습니다. 경찰은 KBS가 기사로 지적한 바와 같이 피해 아동 사례로 범위를 가두지 않고, 학교 전체에 대한 학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전북교육청도 하루 만에 조치했습니다. KBS에 직접 연락해와 직위 해제보다 적극적 징벌인 업무 배제 조치를 가해 교사에게 내렸음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청 역시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KBS는 자극적인 사건을 단순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구조의 결핍과 사회 인식의 부조리함을 지적했습니다.
5.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KBS의 아동학대 심층 연속보도는 “단순 특종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배경이 된 사회적 문제까지 다뤘다. 특히, 전문가를 통해 현실태를 진단하고 후속대책을 연속으로 보도한 점은 사건 기사의 새로운 전형이 될 만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선정하는 <이달의 좋은 기사상>을 수상했습니다.
KBS는 관련 내용을 취재하고 보도하며 언론윤리강령을 준수했습니다.
6.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BS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보도 당사자의 반론 신청은 없었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62회 전체 총평
이번 362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9개 부문에서 모두 7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두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과했고 최종 회의를 거쳐 수상작 7편이 선정됐다.
10편이 출품돼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취재보도1부문에선 JTBC가 출품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코로나 시대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례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발생 기사 이후 잇단 후속 보도를 통해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의 실태와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 이유 등 관련 문제를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정치권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이끌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 못지않게 심사위원들 사이에 토론이 길어졌던 출품작은 JTBC와 MBC가 동시 출품한 <조성길 북한 대사대리 한국 망명> 관련 기사였다. 수상작 선정의 판단 기준으로서 기사의 속보성과 심층성,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보도의 공익적 가치와 개인 인권의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지만 두 출품작 모두 수상 기준선을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취재보도2부문에서는 연합뉴스가 제출한 <베를린 소녀상 관련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위안부 문제와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한일 간의 문제로 가둬놓지 않고 독일 시민사회 등에 대한 다각적 취재를 통해 전시 여성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선 서울신문의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환매중단 사태로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층 피해자들의 증언으로부터 문제의식을 도출해 여생의 생명줄과 다름없는 노후자금을 노리는 제반 사례들로 확장한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노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기획 기사의 소구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KBS의 <존엄한 노후, 가능한가?>도 고령화 사회에 언론이 주목해야 할 분야를 끈질기게 취재 보도한 수작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늘에 가려진 요양병원 인권 문제를 실태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원인 분석과 개선책 모색으로 이어갔다. 내 부모의 문제이고 나 또한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인 노인 인권 문제를 꺼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정부 당국의 사과 및 개선책 마련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개선 실태에 대한 추적 보도 또한 기대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의 <증발, 사라진 사람들>은 자발적 실종이라는 소재 선정과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는 심사위원들이 많았다. 여러 부문의 협업과 그간 익숙했던 틀을 깨는 시도, 언론사의 인적 물적 투자 등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지역보도부문에서 수작들이 갈수록 늘어간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역 현안을 심층 취재해 보도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은 과거사를 다각도로 추적해 복원하며, 지역의 사건사고를 단발성 발생 보도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끈기 있게 제기하는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제민일보의 <제주 36주된 영아 20만원에 입양...중고거래사이트 게시글 파장>이 그랬다. 1회성 ‘세상에 이런 일이’ 기사로 그칠 수도 있었을 사안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미혼모 지원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이 수상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부산일보의 <살아남은 형제들>도 지역 언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잘 보여준 수작이었다. 보도한 기자는 부산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이 세상에 알려진 1987년 그때, 지역 언론으로서 이를 심층 보도하지 않은 것에 자괴감과 부채 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3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져가는 진실,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사관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깊이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