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O), ② 단독기획(O),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인들 ‘느린학습자’ 시리즈의 시작은 취재 아이템을 찾기 위한 평범한 여느 일상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 7월 한 구청에서 ‘느린학습자 인식 개선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걸 알게 됐고, 느린학습자라는 낯선 명명에 눈길이 갔습니다.
느린학습자보다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건 ‘경계선 지능(인)’이란 표현이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은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는 못 미치는 경계에 있는 이들. 장애인복지 수준에서는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겪고 있을 고충이 궁금해졌습니다. 장애인으로는 등록될 수 없어 각종 복지혜택으로부터도 소외돼있고, 일반 평균의 삶을 살기엔 부족한 지능을 가진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조명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장애인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은 있어왔지만, 경계선 지능인, 즉 느린학습자들이 놓인 사각지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느린학습자를 둔 부모 9명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를 시작으로 4화에 걸친 기획시리즈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교육․복지 사각지대 방치
-“차마 장애 등록은 못해”… 느린 학습자 엄마 눈물
-“10대 땐 실패, 20대 땐 고립…30대엔 은둔형 외톨이 된다
‘느린학습자시민회’를 통해 소개받은 아홉 가족을 상대로 전화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위한 지원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을 찾았다가 “학습을 잠시 중단해서 지능을 지적장애 수준으로 낮추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일화를 전했습니다. 느린학습자와 그 가족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아홉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느린학습자는 전 생애주기를 사각지대 속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다른 아이들과 본인들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고, 실패를 거듭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발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20~30대가 됐을 때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생애주기별로 느린학습자를 위한 사회적 지원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을 전했습니다.
<2>범죄 표적이 된 느린학습자
-호의적 접근 환심 산 후 범행…가스라이팅으로 입막음
-나 알잖아, 믿어도 돼’… 느린학습자 노린 ‘아는 사람들’
느린학습자 자녀를 둔 가족들은 이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가담할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인)가 형사사건 피해로 기재된 최근 10년치 형사사건 유죄 확정 판결문 31건을 분석했습니다. 성범죄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고, 금전 범죄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의 성폭력 및 성매매 실태를 연구한 홍미영 전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박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느린학습자들이 성범죄에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지적했습니다.
본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범죄에 가담하는 사례도 판결문을 통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범죄 이후 제대로 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지적장애인이 피고인인 경우 매뉴얼에 따라 진술조력인 등 절차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지만, 느린학습자의 경우 기본적인 소통은 가능하기 때문에 조사 초기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판별하기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현실을 보도했습니다.
<3>더뎌도 한발씩, 느린학습자
-‘출근인사하는 법’… 좀 느린 정원씨의 눈물겨운 다이어리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를 뿐이야”… 자조모임서 사회성 키우는 아이들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삶을 굳건히 꾸려나가고 있는 느린학습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과 서울시 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직접 만나 취재했습니다.
느린학습자들의 정서적 기반 역시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급에서 소외되는 일이 잦아 소아우울증 역시 많은 느린학습자들이 겪곤 합니다. 느린학습자 부모와 자녀들은 자조모임을 통해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느린학습자에 대한 지원은 지자체 차원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거나, 가족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4>제도 밖 방치된 이방인
-700만명 육박하는 느린학습자, 지원책커녕 용어조차 없다
-독일선 ‘느린 속도’ 교육… 직업학교 등과 연계 자립 도와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아 느린학습자들에 대한 지원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들은 통일된 지칭 용어도 없는 상황에서 개념적으로 규정지어지지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인구의 13.6%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역시 지능지수(IQ) 정규분포도에 따라 계산해 699만명으로 추정할 뿐 이외에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입니다.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 놓여있는 탓에 도움을 필요한 존재임에도 이들에게 제공되는 국가 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초등교육법상 학습부진아를 지원하는 법안으로 학령기의 경계선 지능인들은 관리받을 수 있었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는 연령대의 경계선 지능인들은 스스로 온전히 차가운 현실을 견뎌야 했습니다.
경계선 지능은 그 특성상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제도와 지원의 부재로 적지 않은 수의 경계선 지능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현 상황을 짚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해 온 전문가들 역시 발굴·추적 작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의 상당성여하: 기사에 등장하는 느린학습자와 가족 모두 본인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하였습니다.
② 제보자와의 특별한 이해관계 여하: 별도의 제보자는 없습니다.
③ 직접취재(바이라인), 현장취재(데이트라인) 여하: 기사 바이라인에 올린 기자들은 전부 취재에 참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느린학습자(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심층적 취재 및 보도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자평합니다. 그동안 장애인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여러 보도는 있어 왔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한 사례는 많지 않았습니다. 또 경계선 지능인이 기재된 최근 10년치의 판결문을 직접 전수조사하면서 느린학습자들이 어떤 형태의 범죄에, 또 어떤 상황에서 쉽게 범죄에 노출이 되는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 또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고 자평합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국민일보 보도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경계선 지능으로 상담 및 지원을 받는 느린학습자가 최근 3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느린학습자의 증가 추세에 주목하며 제때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느린학습자 지원센터 확산을 위한 서울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시리즈 보도 이후 느린학습자 학부모로부터 제보를 받아 ‘[단독] 느린 학습자, 교육청 지원 받으려면 난독 치료 포기하라?’(국민일보 10월 31일자)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느린학습자 지원 대상일 경우, 사비를 준다 해도 난독센터에서 난독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제도적 허점 또한 추가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이 기사는 국민일보의 자체평가와 확인을 거쳤으며 언론윤리강령기준을 준수해 작성됐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지원과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모두 없습니다. 기존 출품작이 아닌 신규 출품작에 해당합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