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동서고가로 철거? 결정된 건 없었다(3월)
부산 동서고가로를 철거한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처럼 지역에 떠돌았다. 고가로와 접한 기초지자체에서는 철거가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취재에 들어가 보니, 결정된 것은 없었다. 이르면 2030년 이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도로)가 개통하고, 이후 중복 구간인 약 7km의 도로 기능이 폐지된다는 것밖에는 정해진 게 없는 상태였다. 대심도 도로 사업 역시 아직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 단계일 뿐 실시협약, 교통영향평가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도로 기능이 사라진 뒤 남은 고가를 공원화 하자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3월 '2040 부산공원녹지 기본계획안 수립 시민공청회'에서였다. 2019년에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동서고가로와 관련해 '철거 또는 공원화'를 검토했지만, 당시에는 '철거'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가 시민공청회에서 구체적인 공원화 아이디어가 처음 제시됐다.
부산시는 부산항 북항에서 낙동강까지 이어지는 '녹지 회랑'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서고가로를 녹지축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열렸다. 가능성에 힘을 불어넣은 건 부산의 환경단체인 '부산그린트러스트'였다. 이 단체는 '부산동서고가로 하늘숲길 포럼' 출범에 앞서 세미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손쉽고 간단한 방법인 철거 대신, 시민들이 원하는 공간에 대해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었다.
동서고가로 활용에 대한 시민운동이 시작된다는 내용을 단독 기사로 알렸고, 세미나 현장을 취재해 다양한 가능성과 시민 의견을 담아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이후 기획 시리즈 준비에 착수했다.
◎공원화 시민운동 시작 단독보도, 그 후(5월)
부산그린트러스트의 공원화 제안을 다룬 단독 보도가 나간 뒤 타 언론사의 후속보도가 잇따랐지만, 그때뿐이었다. 공원화와 철거의 장단점을 면밀히 비교, 분석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본격적으로 수렴하는 언론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산일보> 기획취재부는 심층 취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 5월 쟁점별 찬반 입장을 2개 지면에 걸쳐 보도했다. 철거를 원하는 주민들이 많은 고가도로 인근 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공원화가 도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의견도 폭넓게 취재해 지면에 담았다. 이후 다른 언론사들은 ‘철거 vs 공원화’라는 본보의 보도 논지를 그대로 이어 찬반 대결 구도의 유사 기사를 쏟아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무료도로 왜 폐지하나? 전문가도 몰랐던 사실
취재진은 부산시 관계자, 시민단체, 전문가, 인근 주민들과의 수차례 만남과 취재를 통해 동서고가로를 둘러싼 시민 요구가 다양하고 정보 격차도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철거를 원한다던 인근 주민 중 일부도 유료도로인 대심도 도로 개통 후에도 무료도로인 동서고가로를 그대로 이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비싼 요금을 내는 대신 기존 도로를 쓰고 싶다는 요구였다.
유료도로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산시의 행정을 질타하는 교통 전문가도 있었다. 기사에는 유료도로가 생겨도 무료도로인 고가를 남겨서 이용하면 안 되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부산시에 이 같은 시민 의견을 전달했지만,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보장을 위해서 중복 구간의 도로기능 폐지는 불가피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미 국토부, 부산시, 민간사업자는 고가의 노선 폐지에 합의를 하고 제3자 공고를 낸 상태라는 것이다. 지역 전문가들마저 이 같은 합의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어 부산일보 보도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며 황당해했다. 철거할 것이냐, 활용할 것이냐를 결정하기에 앞서 시민들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의 다양한 활용 방안 제시한 아이디어 콘서트(7~8월)
부산시는 동서고가로의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고가도로의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심도 도로 개통이 2030년 이후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앞서 하이라인의 고가 선로를 공원으로 재생시킨 미국 뉴욕시의 사례에서는 공원화까지 10여 년이라는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부산시의 도시계획이 지자체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 결정과정을 거쳐 수립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거버넌스(협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이었다.
기획취재부를 중심으로 한 부산일보 기자들은 지자체가 앞장서 공론의 장을 열지 않는다면, 지역 언론이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랫동안 인근 주민들의 조망권과 일조권을 침해해 온 고가를 철거하는 것 외에 어떤 활용방안이 있을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으로 ‘아이디어 콘서트’를 개최하기로 했다. 행사 준비를 위한 스터디 모임을 7월에 가진 뒤 8월에는 ‘도시건축포럼B’와 함께 콘서트를 진행했다. 지역 건축가, 학계 전문가, 서울에서 활동 중인 영국인 건축가까지 여러 참가자들이 다양한 스케치를 통해 상상력을 펼쳐보였다.
도로 기능을 다한 고가도로에 트램을 도입하자는 의견부터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고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방식의 하나로 한편에 주말농장을 조성하는 방안 등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서울·뉴욕·파리… 고가 공원화 현장 취재(9월)
취재진은 동서고가로의 미래를 공론화를 통해 찾아보기로 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국내외 도시재생 사례를 직접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 9월 시민단체 관계자, 전문가와 함께 서울로7017 현장을 찾아 부산에 적용할 수 있는 고가 공원의 장점과 한계 등을 취재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과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현장을 방문해 시민 인터뷰도 진행했다. 단순히 국내외 사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부산의 경우 공원화와 철거에 드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 시민들이 우려하는 교통이나 안전문제 등은 없을지 부산시와 전문가들의 취재를 통해 확인했다. 그 결과 동서고가로의 안전등급은 B로 양호하고, 내진 보강 공사도 돼 있어 보행로나 자전거도로,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없다는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최근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를 개설하고 있다는 변화의 움직임도 전했다.
◎총 8회의 기획기사… 첫 공론화 회의도(10월)
이 같은 현장 취재를 종합해 지난 10월 총 8회의 기획기사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를 연재했다. 특히 10월 19일에는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지역 주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을 초청해 첫 공론화 회의도 열었다. 회의는 고가도로 철거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와 활용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각각 발제를 한 뒤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을 전문가들을 통해 해결하고, 주민설명회를 비롯해 부산시 주최의 공론화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공적 토론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 언론사가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부산일보>의 시민단체 공원화 제안 보도 이후 지역 언론사는 물론 중앙지 등 여러 언론들이 해당 이슈를 다루기 시작했다. 대부분 철거냐 공원화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는 취지의 보도였고, 일부에서는 부산진구와 사상구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주민들이 철거를 원한다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이슈가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전문가 인터뷰나 토론을 진행한 지역 방송도 있었다.
[연합뉴스] 부산 부산진구 "동서고가로 철거해야…공원 활용 안 돼"(3월 16일)
[국제신문] 동서고가 구조물 철거냐 공원화냐…폐쇄 구간 활용안 두고 갑론을박 (3월 17일 3면)
[부산MBC] 동서고가로 폐쇄 구간 철거·공원화 의견 갈려 (3월 17일)
[노컷뉴스] "철거? 공원화?" 폐지 예정 동서고가로 개발 방안 두고 이견 (3월 17일)
[한겨레] 철거냐 세계 최장 공중공원이냐…14㎞ 부산 동서고가 운명은? (4월 26일)
[B tv 부산뉴스] '동서고가로 철거 vs 공원화' (5월 24일)
[한국일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산 도심 가로지르는 건물 10층 높이 동서고가로… 철거 대신 공원? (5월 26일 19면)
[헬로TV] 이슈토크/ 부산 동서고가도로 공원화 vs. 철거 (6월 17일)
5. 사회에 끼친 영향
부산시와 부산연구원은 동서고가로와 관련한 시민여론 수렴을 위해 향후 여론조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와 사상구가 자치구 주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바 있으나 시민 전체 의견을 묻는 체계적인 여론조사는 아직 실시된 바 없다.
또 부산시는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성공할 경우 행사 개최지인 북항 2단계 재개발지역의 진입도로 역할을 하게 될 동서고가로 우암고가교 구간과 관련해 대체도로 조성 등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동서고가로 전 구간 활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공원화를 제안했던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오는 23일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준비위원회 주최로 시민,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부산시의회 후원으로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역의 중요한 이슈임에도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동서고가로 향후 활용 문제를 ‘판도라의 상자’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 민감한 이슈를 <부산일보>가 본격적인 논의의 장에 올려놓았고, 이를 통해 거버넌스의 첫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동서고가로 기획과 관련해 사내에서는 지역 언론이 해야 할 아젠다 제시, 정확한 정보와 공론의 장 제공 등 바람직한 기획기사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도시계획, 도로계획의 패러다임을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보행,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PM)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의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들이 직접 고가로 인근 현장을 찾아 주민 목소리를 들어 반영한 것은 물론, 각 구청의 추천을 받은 주민 대표들을 시민 토론회에 초청해 공론의 장에서 발언할 기회를 준 점도 의미가 있다. 국내외 현장 취재와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시민들이 동서고가로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건축가, 학계 전문가 그룹과 함께 아이디어 콘서트를 열어 여러 대안을 제시한 점도 호평을 받았다.
7. 기타 고려사항
본 기획은 서울, 뉴욕, 파리 국내외 현장 취재와 관련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 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