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0 ),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구급차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의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지난 1년간 화제가 된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지역의 의료 문제가 ‘구급차 뺑뺑이’ 혹은 ‘소아과 오픈런’으로 알려지는 동안 정작 의제화되지 못하고 있는 주민의 삶과 고통에 초점을 맞춥니다.
'구급차 뺑뺑이'로 대표되는 기사를 비롯, 의료 인력난과 인프라 문제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오랫동안 불평등을 겪어온 농촌지역 주민들의 고통과 불편은 공론장의 바깥에서 조망받지 못한 채 놓여 있었습니다. 이 보도는 불평등 담론마저 수도권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공론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오랫동안 보건의료현장에서 일해 온 전문가들과 1년에 걸친 논의를 통해 한국과 유사한 환경에서 위기를 돌파한 일본 사례와 비교를 시도한 기사입니다. 지역언론에서 그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도이자, ‘지방 소멸’ 의 위기 속에서 지역언론이 지역사회의 대변인으로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2. 보도제작경위
■ ‘K-방역’ 의 뒤편에
이 보도는 코로나19 시기 농촌지역 주민들의 의료 공백 문제를 취재하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감염 확산 우려가 제기되며 보건소는 확진자 관리와 방역 업무를 전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 방역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주민들의 건강권은 크게 침해받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의료기관인 보건소가 진료 기능을 대폭 줄이면서 졸지에 주민들은 아플 때 찾을 곳을 잃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병원 다니기가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가까이서 이용 가능한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에서조차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큰 고충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런 현실은 코로나19 대응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인 2022년에도 이어졌습니다. 현장에 가까이 가지 않고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농어촌지역 보건소 운영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각 지역을 돌던 어느 날, 소양댐으로 인해 춘천에서도 도심에서 약 1시간이 떨어져 사실상 ‘섬’처럼 존재하는 동면 오항리의 주민들은 문 닫은 북산면보건지소 앞에서 이런 상황을 하나 둘씩 말해주었습니다. 주민들은 병원 다니기가 너무 힘들 뿐 아니라, 수시로 허리와 다리가 아플 때 찾던 보건지소가 운영을 줄이면서 농사를 짓고 잠을 자고 생활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한국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보건소 중심의 ‘코로나 방역’은 평소 병원과의 거리가 멀고 의료접근성이 불편한 지역 주민들의 희생 위에 가능했습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일상회복’ 논의가 시작된 2022년 9월부터 보도 준비에 착수한 배경입니다.
■ 코로나 이후의 지역
2023년, 코로나19 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일상 회복’ 이 시작됐으나 지역은 오히려 또다른 ‘코로나 후유증’을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바로 공공의료기관의 경영난과 의사 인력 수도권 유출, 코로나19 환자 진료만을 전담하던 의료진들의 현장 경험 부족이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 의료기관이 주민들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의료 이용이 어려워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보도가 됐음에도 지역 주민들이 고령화, 지역의 의료 시장 붕괴, 경제적 불평등 등으로 인해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급성질환조차 치료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시스템도 전무하다는 점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취재 현장에서 주민들의 어려움을 들어보면 코로나19 시기 목격했던 농촌지역 주민들의 ‘의료 공백’ 과 코로나19 이후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모두 지역의 의료 시장 붕괴와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겹치며 나타나는 사태였습니다.
■ 지방 소멸 시대의 강원도, 주민 건강·돌봄을 묻다
본보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현장 전문가들과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을 연구하는 교수, 현장 의료진은 물론 이·통장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 대표, 지역 주민들과 수 차례의 논의를 거듭한 결과 강원특별자치도 주민들의 건강·돌봄 실태 뿐 아니라 이를 지역불평등, 한국의 보건의료 정책 차원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해 지방정부와 보건당국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의 일치를 봤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대안이 가능할까 고민하던 중, 한국과 유사한 환경에서 다른 결과를 내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심층 탐구해 한국을 분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공공병상 비중이 낮은 나라지만 공공병원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중심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1970년대 경제성장 이후 도쿄로 물자와 인력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치'를 이뤄냈습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의료시장 붕괴가 동시에 나타나는 2023년 한국이 일본 각 지역의 사례를 분석하며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건강돌봄 체계를 검토할 수 있다고 여긴 이유였습니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의 자매도시인 일본 돗토리현의 사례는 본보는 이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획취재지원사업을 신청,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후 이 취재의 취지에 공감한 전문가, 지역 공공의료계 관계자들이 각 기관에 자발적으로 각자의 견학 예산을 신청, 취재팀이 꾸려졌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그동안 수없이 나왔던 ‘지역의료 위기’ 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자는 의도의 기사인 만큼 구성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러나 암환자 혹은 소아환자 등 사회적으로 그 중증도를 인정받고, 관심이 집중되는 환자 집단과 달리 의료 이용의 필요성조차 인정받지 못해 온 고령 농촌 만성질환자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각 시·군 이장, 주민대표, 농민, 보건소와 협력해 돌봄과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찾았습니다. 흔히 중앙언론에서 지역 불평등을 보도할 때 ‘지역을 떠나는 사람’ 에 집중하나, 실제로 지역에는 ‘떠날 수 없는 사람’ 들이 다수 존재하고,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은 의료와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적절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내 각 농촌지역 지자체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사례를 유형화해 최종적으로 주민 5명의 병원 이용 상황을 기술했습니다. 취재는 실명 보도를 전제로 이뤄졌으나 주민들에 대한 낙인을 고려해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해외 취재의 경우 강원특별자치도청,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각 기관에 취지를 설명한 뒤 공문을 발송하고, 취재 협조를 얻은 뒤에는 직접 각 기관과 이메일, 전화를 통해 소통했습니다. 일본 각 기관 입장에서도 지역 언론사가 직접 보건의료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지역의 힘을 키우고 지방자치 과제의 일환으로 보건의료 문제를 바라보려는 취지에 공감, 깊이 있는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바이라인에 기재된 기자 1인의 현지 직접 취재와 전, 후 자료조사, 추가 인터뷰를 통해 보도물을 완성했습니다. 특별한 제보자는 없으며 특정 인물과의 이해관계 역시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지역 주민들이 의료 이용이 어려워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보도가 됐음에도 지역 주민들이 고령화, 지역의 의료 시장 붕괴, 경제적 불평등 등으로 인해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급성질환조차 치료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시스템도 전무하다는 점을 알린 보도는 이 시리즈가 처음입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후속보도가 어려운 점, 지역 의료 문제와 관련해 ‘화제’ 되는 영역은 보다 단순하고 시급한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반향보다는 전체적인 논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후속적인 제도개선 등이 이루어진 사정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보도는 여러 보건·의료계 관계자 등에게 읽혔고, 지역 의료 구상이 실제로 지역에 거주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의 시각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이 기사에서 주장한 지역 의사 유치를 위한 의과대학의 지역학생 비율 상향,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위한 지역 거점병원의 책임성 강화 등은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지역 필수의료 대책에도 포함됐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의 준수여부까지 포함시켜 자체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역 불평등’ 담론과 ‘지역 보건의료 위기’ 론이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 취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습니다. 바로 그동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지역 불평등’ 담론이 지역을 대상화하거나, ‘취약’한 집단으로 낙인찍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결국 보도는 지역 불평등 문제는 주민 자치와 정치의 문제라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오래된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해결할 주체는 주민들 자신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주체적으로 지적할 집단도 지역언론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기사는 '개발' 혹은 지역을 낙인찍는 담론으로는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없다는 시각을 제시해 많은 주민들과 의료계, 정책 현장 관계자들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동안 학술과 전문가들의 논의 가운데서도 지역 주민들의 의료 이용에 대한 불편이 과소평가됐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자치와 정치의 길이 필요하다는 논의의 장을 열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 밖의 중복 지원은 없었으며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