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재수생이 세상을 등졌고 친구와 유족이 죽음의 배경을 밝히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에 갔던 19세 여성이 이후 생을 마감했는데, 면접 당시 성폭행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유족과 친구를 찾아가, 아르바이트 면접의 실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고, 숨지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며 흔적을 지우려 했다. 당시 유일한 단서는 친구의 증언뿐이었다. 피해자는 친구에게 단편적으로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유사 성매매 권유가 있었고 실습 명목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초기엔 정확한 면접 시기와 면접 장소조차도 알지 못했다. 피해자의 죽음과 성폭력 사이의 인과관계는 물론,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피해자 지인들은 SNS 등으로 추가 피해자를 모으고 있었고, 함께 제보 내용을 검증했다. 이렇게 확인된 추가 피해자들을 경찰에 넘겼다. 추가 피해자들의 등장은 성폭행 입증 근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면접이 이뤄진 스터디카페와 범행이 발생한 유사 성매매 업소 등을 찾아내 현장 취재를 벌였다.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가해자의 범행 수법을 분석했다. 일련의 과정을 함께 한 취재진은 첫 단독기사에서부터 사건의 실체를 종합적이면서 면밀하게 보도했다.
2. 보도제작경위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교묘하고 비열했던 성범죄 실체 고발
취재진은 아르바이트 미끼 성범죄 사건 단독을 시작으로, 수십 명의 추가 피해자 존재, 교묘했던 성범죄 수법, 제도적 허점과 후속 조처, 공소장 내용 등 일련의 과정에서 대부분을 단독 또는 주도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본보 첫 보도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장기간 사건을 파악하고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초기 사건 보도에서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 발생한 성범죄이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었다. 가해자와의 일정한 합의나 성매매 의사가 있었다는 식의 오해가 우려됐다. 하지만 절박한 심정의 구직자라면 누구나 가해자의 교묘한 꾐에 넘어갈 수 있었다는 게 취재 결과였다.
취재진은 가해자의 집요한 알선 수법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도했다. 사실상 한 건물 내 이동이라고 봐도 무방한 스터디카페와 범행 장소 간 동선을 부각했다. 스터디카페 관계자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면접 당시 대범하고 뻔뻔한 가해자의 거짓말을 고발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10대 후반의 여성들을 집중적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이들이 선호하는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를 유인책으로 삼은 점도 강조했다. 가해자의 치밀한 준비 앞에서, 구직자들이 한순간에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실상을 기사화한 것이다.
실제 범행이 벌어진 업소 현장에 대한 사전 취재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감과 무기력감을 기사에 담았다. 피해자들은 온전한 피해자이며, 범행 당시 어떠한 저항도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특히 범행 직후 피해자에게 돈을 준 행위가 법률적 공백을 악용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을 합의된 일로 가장하고 피해자에게 무기력감을 안기기 위한 계산된 행동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애초부터 가해자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는 범행의 계획성을 지적한 것이다. 범행의 교활함과 잔혹함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쉽게 식지 않았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찾아내다
가해자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가장해 구직자를 업소로 유인한 뒤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취재진은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구조적 문제를 짚으려 노력했다.
첫 보도에서부터 해당 업소가 통신사업자로 등록돼 구인구직 사이트의 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된 점을 지적했다. 이어 사이트가 성매매 알선 광고에 대해선 최소한의 관리를 하고 있지만, 프로필을 보고 연락하는 식의 거짓 구인 수법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보도했다. 고용노동부와 사이트 간 성범죄 관련 사건 발생 여부를 보고하는 체계조차 없었고, 직업안정법에서 규정한 구인구직 사이트의 준수사항은 처벌 규정도 없다는 점 등 온라인 구인구직 시스템의 문제점을 수차례에 걸쳐 광범위하게 짚었다.
이후 고용노동부와 구인구직 사이트의 후속 대책, 국감 현장, 관련 법 개정 움직임 등 제도적 허점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비중 있게 다뤘다. 보도를 통해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노력이 관심을 받고 지속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법률적 문제점도 보도 대상이었다. 사실상 성폭행임에도 가해자의 교묘한 수법과 ‘강간죄’의 엄격한 기준 적용 탓에 제대로 된 법률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주도적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피해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힘들고, 고통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첫 단독 보도 이후 부산성폭력상담소,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 성범죄 피해를 다루는 전문기관들이 나서서 유족의 법률적 대응을 도왔다. 부산지역 여성단체는 ‘알바성폭력피해사건대책위’를 발족하고, 피해자 측에 대한 법률 변호를 지원하고 있다. 취재진은 시민사회 움직임 역시 상세히 다뤘는데,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현행법의 한계와 피해자 권익 증진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10대 여성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만큼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했고, 예민한 부분의 경우 유족의 입장을 재차 확인해 보도했다. 교활한 범행 수법 등 사건의 실체는 충분히 보도하되, 성폭력 자체를 보도 중심에 놓지 않는 게 전체적인 기조였다.
가장 고민이 컸던 것은 피해 여성의 신상에 관한 부분이었다. 피해자가 사건 직전까지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다는 설명은 범행이 무차별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도 줄일 수 있었다. 반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성실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중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유족과의 협의, 사내 ‘젠더데스크’와의 논의 등을 거쳐 범행의 무차별성을 보여주되, 보도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기사의 방향을 잡았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부산 알바 미끼 성범죄 사건’은 최초 보도 직후부터 국내 주요 매체들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추가 피해자들의 증언부터 사건 경과, 범행 현장 등에 대한 부산일보 기사에 대한 인용도 이어졌다. 타 언론들도 수사 경과, 유족과 시민사회 대응, 국정감사 현장과 후속 대책 등 사건의 파장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부산 스터디카페 성폭행’이라는 제한적 검색어만으로도 첫 보도 이후 260여 건의 기사가 올라온다. 해당 사건을 언급하거나 구인구직 사이트 문제점을 다루는 등 사건과 연관된 기사 전체를 추산하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다. 기사 외에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여러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의 문제점 등 구조적인 문제를 다룬 보도가 늘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주요 타 매체 인용 보도 리스트 별도 첨부
5. 사회에 끼친 영향
①교활한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다. 해당 사건은 가해자의 교묘한 수법, 성매매업소 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으로 심도 있는 취재가 없었다면, 성매매업 종사자의 일탈적인 성폭력 사건 정도로 취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광범위한 범행 규모나 사건의 교활함 등도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경찰발 단순 사건으로 치부됐을 수도 있고, 아예 10대 여성 구직자의 희생을 부른 성폭력 사건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②사회적 공분과 변화의 기회를 이끌었다. 보도 뒤 사건 대책위가 꾸려졌고, 숨어있던 피해자들의 증언이 보도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았다. 법률적 한계에도 가해자의 범행 규모가 상당 부분 드러난 것은, 철저한 수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어졌고, 결국 알바천국 김병섭 대표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③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작됐다. 취재진은 줄곧 사건 보도를 넘어 온라인 구인구직 시장의 구조적 문제 개선을 바랐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주요 구인구직 사이트는 연내 통합신고센터 구축을 완료해 내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이트 자체적으로 처리되던 성매매 알선 의심 신고가 대외적으로 규정에 따라 처리된다. 신고 접근성도 향상된다. 신고와 이후 법적 처벌이 크게 늘어나, 온라인상의 성매매 알선 행위가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관련 개정안을 발의하거나 발의 예정이다. 공고 없는 거짓 구인 활동에 대한 처벌, 성매매 알선 의심 사례에 대한 사이트 측의 신고 의무, 사이트의 준수사항 미이행에 대한 처벌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직자의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개정안들의 공통점이다. 여야 모두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관련 법들의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여 년 전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가 들어선 초기부터 성매매 알선은 사회적 문제였다. 하지만 실질적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사이트들은 수익 구조상 구직자보다 회비를 내는 구인 업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성매매 알선 주체에 대한 적발과 처분에 소극적이다고 분석된다. 장시간 방치된 이 문제는 10대 여성 구직자의 희생 뒤, 이제야 실질적인 개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 윤리 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