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오늘. 소중한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깁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나와 생떼같은 자식, 친구를 앗아가게 만든 원인을 찾아 헤맵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누가, 어떻게 잘못을 저질러 벌었는지에 대한 답이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사 발생 직후에는 참사 책임자 규명을 둘러싸고 수많은 언론 보도와 진상규명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섰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와 검찰 역시 수사에 임했습니다. 경찰은 538명의 사건 관계자를 조사했고, 24명을 입건한 끝에 지난 1월 23명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참사 직후 진상규명을 위한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송치된 23명 중 12명이 기소됐고, 이 중 6명이 구속 송치됐지만 재판 과정에서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습니다. 심지어 서울 치안을 총괄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9개월이 넘도록 결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참사 당일 모든 경찰을 지휘할 수 있었던, 하지만 신고도 없이 서울을 벗어나 음주를 즐기고 있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가벼운 조사만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유가족들이 거리에 나와 진상규명과 함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KBS는 이태원 참사 1주기 국면이 접어든 상황에서 159명의 삶을 앗아간 비극에 대해 ‘도대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습니다. 사법적 판단에 따른 진상규명이 사법기관의 역할이라면, 국민과 유가족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이면을 들춰내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KBS는 1년 가까이 사법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경찰 수뇌부의 행적을 파헤쳐 참사 전후를 재구성했고, 과연 이들에게 책임이 없었는지를 따졌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공개되지 않았던 경찰청장의 이태원 참사 당일 구체적인 행적 공개
참사 발생 1년이 지나도록 확인된 윤희근 경찰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은 ‘충북 제천의 캠핑장에서의 개인 일정 소화’가 전부였습니다. 윤 청장은 국정조사 등에서 “주말에 개인 일정을 가졌던 것이 뭐가 문제냐”는 취지로 답변하며 구체적인 행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KBS는 그날 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경찰청장의 행적이 과연 온전한 ‘개인일정’으로 규정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지난한 취재 끝에 윤 청장이 충북 제천으로 등산을 함께 동행한 이들이 경찰이었던 사실과 등산에 동행한 총경이 참사 전날 핼러윈 행사와 대통령실 앞 대규모 집회를 언급하며 윤 청장의 대범함을 추켜세운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KBS는 참사 발생이 한창이던 시기, 윤 청장이 참사 보고를 ‘2번’ 놓쳤다는 기존 해명과 배치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기존에 공개됐던 참사 보고 2건을 제외하고도 총 9차례 참사 상황을 중계한 SNS 보고가 빗발쳤지만 한 시간 넘게 답하지 않았던 윤 청장의 행적을 확인한 겁니다.
참사 발생을 뒤늦게 인지해 구조에 집중해야 할 순간에도 윤 청장이 경찰 책임 소재에 대한 정무적 얘기를 나눴던 정황도 파악됐습니다. 뒤늦게 기상해 참사 사실을 알고 서울로 향하던 윤 청장에게 ”경찰이 주도적으로 신속 수사해 구청장급 이상에 안전 책임을 귀책시켜 초기 가닥을 명쾌히 가져야 한다“는 한 통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하자, 윤 청장은 즉각 답변한 뒤 수사본부를 꾸려 지자체, 주최 등 안전조치 책임을 따져 묻도록 하라는 취지의 내용을 대변인실을 통해 언론을 통해 공표했습니다.
희생자가 속출하던 시간엔 청장이 아예 경찰 간부들에게 참사 책임 회피를 해야 한다는 취지 메시지를 보낸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윤 청장은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와 어디선가 책임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신속히 우리청 조치사항이 대통령(V)에게 실시간 보고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휴대전화 메모장엔 ▲주최 측이 없어 경찰이 관리하지 않았고, 이동 통제 근거도 없다 ▲책임 논쟁 때,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장하면 면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참사 소식 접하고 상경 중에도 대통령 동향 파악이 우선됐던 경찰수장
윤 청장의 행적을 취재하면서 참사 수습보다 책임 소재 면피에 그토록 급급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KBS는 참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1시간 동안 윤 청장이 가장 많은 연락을 주고받은 건 김광호 서울청장, 수행경찰관이 아닌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파견 경찰이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윤 청장은 국정상황실 파견 경찰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상황점검회의 내용과 대통령 발언을 실시간으로 듣고, 나아가 지자체 및 주최 측 상대로 안전 조치 책임을 파악하겠다는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습니다. 참사 당시 희생자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사투를 벌이던 시간에 현장 상황 보다 정무적 판단에 집중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시간이 지날수록 은폐된 사실의엄폐는 갈수록 짙어지기만 합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공개되지 않았던 윤희근 경찰청장의 행적을 찾는 게 그랬습니다.
취재진은 몇 개월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던 자료들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잊혀진 수사팀에도 뒤늦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기소된 12명의 재판과 수사 기록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의아해했습니다. ‘이제와서 왜 이걸 묻느냐’는 핀잔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뒤늦은 취재’의 취지에 공감한 익명의 취재원들이 윤희근 청장의 행적이 ‘객관적’으로 기록된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료들을 살펴보길 며칠째, 취재팀은 윤희근 청장의 행적을 밝히는 데 걸림돌은 자료의 부족함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수많은 자료를 분석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윤희근 청장을 불송치했고, 그렇게 경찰 수장의 행적을 알리는 객관적인 자료들은 분석되지 못한 채 그대로 캐비닛에 놓여 있었습니다.
취재진은 ‘미완의 수사’를 진행하자는 마음으로 자료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 하나하나를 대조했습니다. 이들의 대화가 ‘어떤 의미’인지 참사 당일 다른 기록과 일일이 맞춰봤습니다. 참사 당일 윤 청장과 함께 있었던 사진 속 인물들을 수소문하고, 당시 상황을 직접 물었습니다. ‘수사’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수사 전문가들을 찾아가 자료의 법적인 의미도 물었습니다. 지난한 작업이었습니다. 보도를 약속한 참사 1주기가 다가오고 있어 마음은 급했지만, 어느 때보다 더 사실확인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야 법적인 책임에서 이미 벗어난 경찰 수장에게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선행보도 또는 타 보도에 관한 표절여부도 체크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매체 선행보도는 없었습니다. KBS가 보도한 △윤희근 경찰청장 구체적 행적 및 동선 △윤 청장 참사 직후 책임소재 논의 △윤 청장의 대통령실 동향 파악 등 경찰 수뇌부의 참사 당일 행적을 검증한 모든 기사가 단독 보도입니다. 해당 보도 내용이 등장한 국감장에서 윤 청장의 인정과 사과, 답변 등이 지상파 방송, 종편, 뉴스 전문 채널은 물론, 일간지와 통신사에서 모두 추종 보도됐습니다.
■타 매체 보도 주요 목록
"이태원 참사 당일 보고 11차례…경찰청장 수사하라"(SBS 10월 26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책임회피 위한 수사 지시 안 했다"(연합뉴스 10월 26일)
“구청장급 이상에 귀책시켜야” 이태원 참사 직후 메시지···윤희근 “기억 안 나지만 대통령·장관은 아냐”(경향신문 10월 26일)
이태원 참사 때 윤희근에 ‘책임 소재’ 문자 보낸 ‘윗분’ 누구?(한겨레 10월 26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 위한 수사 지시 없었다"(YTN 10월 26일)
5. 사회에 끼친 영향
“1년 전을 돌이켜보면 당시에 있었던 여러 가지에 대해서 아쉽고, 제가 그때 당시에 스스로 회한이 드는 게 사실이다. 입이 열 개라도 유족들이나 그때 당시 희생된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지난달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행적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어렵게 꺼낸 답변입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윤희근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행적이 KBS 뉴스9 톱 뉴스로 잇따라 나오면서, 국정감사에서 윤 청장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참사 인지 전 보고를 받은 횟수가 2번이 아닌 11번이 맞는지, 당일 구체적인 행적 및 책임소재 관련 문자를 보낸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간 자신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고 개인일정이라고 버텼던 윤 청장이 관련 질문들에 대해 모두 사실관계가 맞다고 인정한 순간입니다.
이태원 유가족들도 KBS의 보도에 기대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윤 청장은 왜 참사 당일 8시 30분까지 음주를 했는지, 왜 2번이 아닌 11번의 연락을 받지 못했는지, 그리고 참사를 인지한 뒤엔 왜 구조보다 지자체를 향한 수사 기획에 집중했는지 집회를 열어 성토했습니다.
윤 청장의 실토에도, 유가족의 성토에도 국가기관의 추가 조사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KBS의 보도를 통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배경이 한 단계 더 드러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당장 구체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한꺼풀의 은폐를 벗겨내고 ‘그날’의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언론윤리강령기준에 따라 보도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여부, 보도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이 있으면 이를 언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