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 0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엄청 위험한 일이죠.” 강원도 홍천의 산림청 사업장에서 일어난 중대재해를 취재하던 중, 현장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다소 의아했습니다. ‘아주’ 위험한 일이라면, 사람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걸까. 그즈음 홍천의 국유림에서는 매년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었고, 이제는 제게도 임업 현장의 중대재해는 연례행사처럼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임업 재해를 다룬 다른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사고 소식을 알리는 단발성 보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자르다 다치거나 죽는 일은 특이할 것이 없다는 듯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또다시 이런 비극적인 소식을 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지, 해결책은 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일하다 죽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보도제작경위
[기획보도1] “40도 급경사지가 일터”(2023.10.02.)
임업 재해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림청의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재해 현장이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40도에 달하는 급경사지.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무너져 내리는 경사진 흙바닥을 수 톤에 달하는 굴착기 한 대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옮기다가 25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운전자는 결국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취재 결과, 산림청 주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더 있었습니다. 불과 2년 사이 강원도 내 산림청 주관 사업장에서만 5명이 죽었습니다. 이에 민주노총 강원본부는 북부지방산림청을 ‘올해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했습니다. 발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잇단 재해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겁니다.
강원도 노동자 만 명당 사망자 수는 0.84명으로,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서울보다 강원도 노동자가 일하다 죽을 확률이 5배나 높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그 이유를 벌목과 같은 고위험 업종에서 찾았습니다. 이런 임업 재해의 현황과 심각성을 첫 번째 리포트에서 전했습니다.
[기획보도2] 병원까지 2시간, “골든타임 놓친다”(2023.10.03)
산업재해를 막는 것만큼, 재해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의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임업 현장은 산속 깊은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산업 현장보다 구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임업 현장에서는 그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이 발주한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재해조사의견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소방서 취재를 종합해 임업 재해 현장 구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결렸는지 조사했습니다. 무려 2시간이 넘게 소요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어떤 피해자는 병원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또, 사망자의 대다수가 ‘나홀로 작업’ 중 사고를 당하고 뒤늦게 발견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기획보도 두 번째 리포트에는 구조만 빨리 이뤄졌어도 살릴 수 있었을 안타까운 생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기획보도3] 산림재해 안전비용으로 “안전모도 못 사”(2023.10.04)
그동안 임업 재해 보도는 발생을 알리는 단발성 보도에 그쳤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현장의 이야기는 듣기 힘들었습니다. 기획보도 세 번째 시간에는 현장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산림청 주관 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현장 관계자는 ‘안전 비용’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사업마다 책정된 안전비용이 너무 적다 보니,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맞추기 어렵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로 산림청은 사업마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합한 금액의 1.85%를 안전 비용으로 책정하고 있었습니다. 건설 현장 안전기준 가운데 가장 낮은 기준으로, 임업현장의 특수성은 반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산림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수년째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안전 장비조차 맞출 수 없다면, 재해를 막기 위한 부가적인 조치들은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그 열악한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기획보도4] 사망자 '고령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2023.10.05)
산림청에 발주 사업장의 재해 현황을 청구했습니다. 그런 자료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관계자를 취재하던 중, 산림청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주 사업장의 재해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자료를 특정해 정보공개를 재청구했고, 한 달이 다 돼서야 겨우 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확인해 보니, 불과 1년 반 사이에 산림청 주관 사업장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이 100여 명에 달했습니다. 그 가운데 90명 가까이가 비정규직이었습니다. 게다가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사망자 대다수의 연령이 50대와 60대로 드러났습니다. 고령, 비정규직 사상자 빈발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까지 안전 관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산림청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네 번째 리포트에서는 노동자 안전에 무책임한 산림청의 이런 태도를 꼬집었습니다.
[기획보도5] 임업재해 예방..작업현장 미리 알려만줘도..(2023.10.06.)
[기획보도:기자출연] 임업재해, 그 이유와 대책은?(2023.10.06.)
오랜 시간 구조 활동을 한 소방관은 임업 재해 구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작업 장소와 간단한 내용만이라도 미리 알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아무런 이정표 없이, 재해 현장을 찾아가야 하는 구조대원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또, 산업 현장의 안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2인 1조 작업의 중요성과 충분한 안전 비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임업 전문 인력 육성과 기계화 등 재해를 줄일 방법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전국에서 본격적인 벌목이 시작되고 또다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즉시 필요하고 가장 현실적인 조치들만 모아 정리했습니다.
[기획보도6] 강원도의회, 임업현장 안전 대책 마련한다(2023.10.26.)
이번 국정감사 결과, 최근 5년 사이 지역별 임업 재해 현황이 드러났습니다. 전국에서 발생한 임업 재해 5천 건 가운데 5분의 1 이상인 1천여 건이 강원도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체 면적의 80%가 산림인 강원도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런 특수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임업 현장의 안전을 위한 별도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임업 현장의 위험성을 알린 춘천MBC 보도 이후 강원도의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지부진한 산림청과 지자체의 대책을 기다리지 않고, 조례로 임업 노동자의 안전을 우선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한 북부지방산림청도 강원도의회의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을 리포트로 알렸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산림청 사업을 주로 수행하는 사업장 관계자를 익명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번 보도로 인해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기획보도에 등장하는 개별 임업재해 사례가 ‘사건사고’ 영역에서 앞서 보도된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기획보도는 단발성 보도로만 다뤄진 임업재해 영역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강원도의회는 춘천MBC 보도 이후 임업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조례 마련에 착수했고, ‘강원권역 임업 재해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이번 보도에 근거한 안전 관리 매뉴얼을 현장에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원도 산업재해 전반을 다루는 ‘강원지역 안전보건 협의체’에서는 강원도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임업 재해 분야를 분리해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한 북부지방산림청도 도의회의 대책 마련과 실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임업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강원도는 서울보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을 확률이 5배나 높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그 이유로 임업을 꼽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임업 재해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관계기관도 재해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에서 찾곤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보도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임업 현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밝혀냈습니다.
춘천MBC 보도 이후 강원도의회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잇단 재해에도 이렇다 할 대책조차 세우지 않는 지자체와 산림청에 앞서, 지역 의회가 먼저 조례를 만들어 임업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에 발주 사업장에서 재해가 빈발하는 산림청도 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하다 죽어도 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오랜 시간 비판받아 왔지만, 임업 현장의 부조리는 높다란 나무 사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보도는 사람들의 관심이 머물지 않는 소외된 현장을 세상에 알리고, 대책까지 이끌어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