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 맨홀에서 나오지 못한 노동자들…발주처·업체 "책임 없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저녁, 당직 기자가 경남 김해의 맨홀에서 노동자 2명이 숨졌다는 소방본부 보고를 처음 확인했습니다. 20대와 30대 청년들이었습니다. 이튿날, 서둘러 현장으로 갔습니다. 취재진은 4달 전, 김해에서 또 다른 노동자 2명이 숨진 오수관 사망 사고를 취재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유독가스가 꽉 찬 밀폐공간에 들어갈 때는 사고에 대비해 밖에 1명이 현장을 지키고 있어야 하고, 송기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안전 조치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앞선 사고 이후 '밀폐공간 질식 재해 경보'까지 발령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발주처와 원청의 해명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발주처인 경남 창원시는 “오수관 조사 용역이 중단된 상황이었고, 왜 노동자들이 오수관에서 작업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원청과 하청업체도 “작업 지시를 별도로 내린 적 없다”며 이번 사망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렸습니다. 취재진은 사고가 난 용역이 발주된 배경부터, 작업 절차를 지켰는지, 발주처와 업체의 과실은 없었는지, 하나씩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불법 하도급 확인…원·하청에 자회사까지 얽혀
용역 발주 과정부터 들여다봤습니다. 창원시는 6월부터 3달 동안 침수 원인 조사 목적의 1,900만 원짜리 소규모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전자공시를 통해 수의 계약한 업체를 확인했더니, 종업원 800명 규모 대기업이었습니다.
대기업 본사를 직접 찾아 사고가 난 경위를 물었습니다. 답은 숨진 노동자가 자신들의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한 작업이라 전문 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업무지시를 한 업체 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하도급과 관련한 내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며 취재진의 잇따른 질문에는 답을 피했습니다. 창원시 확인 결과, 업체 측에서는 건설기술용역 지침에 따른 표준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계약 승인 신청서도 내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불법 하도급이었습니다.
취재진은 경찰을 통해 노동자들의 소속 업체가 서로 다른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숨진 20대 노동자는 하도급을 받은 A 업체, 30대 노동자는 B 업체 소속이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습니다. 최근까지 사업장 주소가 같았고, 사내 이사 이름이 중복되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였습니다. 결국 원청으로, 원청에서 하청으로, 또 하청에서 자회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발주처가 대기업의 기술과 안전관리 능력을 믿고 용역을 줬지만, 실제 작업은 종사자 50명 안팎의 소규모, 영세 업체가 수행한 것입니다.
원청과 하청, 자회사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사실도 취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사고 직전 사진에는 반드시 둬야 하는 감시인과 작업 안내판이 없었고, 송기 마스크와 공기 호흡기도 현장에 없었습니다. 원청에서 하청, 하청에서 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안전 관리 체계도 무너졌던 셈입니다.
■용역 중단' 속 감춰진 3곳의 작업…안전조치 없어
“용역은 중단된 상태였다.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사전 조사 작업을 했다.” 발주처가 줄곧 내세운 주장입니다. 적절한 안전대책을 마련했고, 용역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은 창원시로부터 용역 과업 지시서를 확보했습니다. 용역이 중단된 것은, 3달짜리 용역의 준공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과업은 모두 8곳이었는데, 이미 두 달여 동안 3곳의 지점을 이미 업체 측에서 조사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3곳을 조사할 때 발주처의 안전 조치는 적절하게 이뤄졌을까? 취재 과정에서 광역 자치단체인 경상남도가 이번 사고 4달 전 일어난 유사 사고 이후 '밀폐공간 질식 재해 방지대책'을 마련해 모든 시군에 내려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방지대책 세부 내용을 들여다 봤습니다. 핵심은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작성해 작업 5일 전 제출하고, 질식 위험을 파악해 지표화하는 '위험성 평가'를 발주처가 실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발주처 감독관은 작업 전 현장에서 안전장비 등을 확인하도록 정해놨습니다. 즉, 안전 관리를 발주처에서 직접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창원시는 특별 대책에 따른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프로그램에는 현장에서 측정한 유해가스 측정결과와 보호구 지급 실태 등을 업체 측으로 받은 뒤에 '작업허가서'를 발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창원시에서 발급한 작업 허가서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창원시는 도에서 지시한 밀폐작업 프로그램도, 위험성 평가도 시행하지 않았다고도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이미 작업이 이뤄진 3곳에 대한 밀폐공간 내부작업 과정에서도, 창원시 감독관은 한 차례도 현장에 나가지 않은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경상남도 특별 대책의 허점도 드러났습니다. 경남도는 첫 사망사고 이후 밀폐공간 18만여 곳 도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실제 현장 조사한 것은 280여 곳에 그쳤습니다.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장소가 아니고, 조사 인력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사고가 난 장소 역시 현장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던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캄캄한 밀폐공간, 도면 없이 작업한 노동자들
KBS는 고용노동부의 현장 검증을 취재한 유일한 언론사였습니다. 검증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1차 산소 농도 측정에서는 0%, 2차 측정에서는 10% 정도로 모두 기준치 이하였습니다. 현장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위험 정보와 안전 조치 없이는 들어가선 안 되는 현장이었던 것입니다.
취재진은 노동자들이 밀폐공간 위험정보를 제대로 알고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창원시에 사고가 난 구간의 도면이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만든 지 오래된 오수관이며, 김해시와의 경계에 있어 김해시가 도면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김해시에서도 도면을 관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주처와 인근 자치단체 모두 도면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고, 결국 노동자들은 오수관의 기본적인 구조도 파악하지 못한 채 한 치 앞을 알기 힘든 지하공간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진은 밀폐공간 지침을 만든 전문가를 만나 도면의 중요성에 관해 물었습니다. 전문가는 밀폐공간 작업에서 공기를 얼마나 불어 넣을지 계산하기 위해서는 도면이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작업 범위를 산정할 때도 없어선 안 될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취재진은 노동자들이 도면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현장에 들어갔고, 결국 발주처가 안전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가로 보도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살인자' 밀폐공간', 사고 막을 대책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진은 밀폐공간 환기의 중요성을 시청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안전보건공단이 운영하는 교육원에 실험 공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밀폐공간을 가정해 만든 투명한 공간에 유독가스를 불어넣고, 얼마나 많은 공기를 불어야 안전한 공간이 되는지 실험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두 가지 환기 방법 가운데 급기가 더욱 효율적이라는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방송을 통해 알렸습니다. 또, 송기 마스크 착용과 산소농도 측정, 재해자 구조 때의 안전조치 등 노동자들과 업체들이 간과할 수 있는 안전 절차들을 알기 쉽게 전달했습니다.
KBS 창원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밀폐공간 또 2명 질식 사망…중대재해법 적용 검토(2023. 9. 27)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3907
2. [단독] 원·하청 책임 회피…“불법 하도급 조사”(2023. 10. 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7070&ref=A
3. “밀폐공간 전수조사”…‘말뿐인’ 특별대책?(2023. 10. 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7815&ref=A
4. ‘사고 오수관’…위험성 평가도 없었다(2023. 10. 12)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0667&ref=A
5. 도면도 없는 사고 오수관…“생명과 직결”(2023. 10. 16)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4375&ref=A
6. 밀폐공간 사고 막으려면…“감시인·감독 필수”(2023. 10. 3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06554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연합뉴스]'김해 오수관 사망 사고' 용역업체, 창원시 협의 없이 재하도급(10.10)
-[경남도민일보]김해 오수관로 사망사고…용역업체 불법 하도급 확인(10.9)
-[연합뉴스]민주노총, '김해 오수관 사망 사고' 용역 발주한 창원시 고발(10.18) 등
5. 사회에 끼친 영향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발주처인 창원시가 노동자들을 보호할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창원시와 창원시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입니다. 고발의 근거가 된 것은 KBS의 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창원시 담당 공무원이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아 사전에 위험 요소를 찾아내지 못했고, 최소한의 안전조치인 밀폐공간 프로그램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고발 증거로 제출됐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보도 이후 대책도 잇따랐습니다. 경상남도는 밀폐공간 특별 대책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공무원들이 밀폐공간 작업 때 반드시 현장에 나가 작업 절차와 안전 장비 착용 여부를 직접 감독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또, 밀폐공간 담당자 1.300명을 대상으로 작업 프로그램 작성법 등을 순회 교육하기로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해당 보도는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외부 지원이나 보도 당사자의 반론신청, 언론중재위원회에의 피신청사항 등은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