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디스패치 김소정 기자
‘펜싱 레전드’ 남현희가 깜짝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예비 신랑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벌 3세’ 전청조. 두 사람은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펜싱 교육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청조? 재벌 3세? 혼외자? 남자? IT사업? 승마? 펜싱? 교육사업? 그 무엇 하나 명쾌하지 않았습니다. 기시감이라고 할까요? 마치, 전준주(낸시랭 전 남편)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청조를 수소문했습니다. 그에 대해 의심할 무렵, 피해자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강화도, 제주도, 곤지암, 원주 등을 돌며 수십 명의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피해자들의 자료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전청조는 상황에 따라 성별을 달리하고 수법을 바꿨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남현희라는 ‘날개’까지 단 상황이었죠. 그 과정에서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폭력 사건까지 알게 됐습니다.
전청조의 실체를 밝혀야 했습니다. 과거 범죄 기록을 확인, 그가 사기 전과자라는 사실을 먼저 알렸습니다. 이후, 신변잡기를 쫓는 대신 추가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어, 남현희 조카(중2) 폭행 사실을 접했습니다. 미성년자 폭행 혐의를 고발했고요. 밀항 관련 통화 내용을 입수, 도주 우려를 알렸습니다. 이는 전청조 긴급체포로 이어졌습니다. ‘남현희 펜싱 아카데미’ 성폭력 사건의 전말도 보도했습니다. 남현희는 이 성폭력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는 전청조와 먹고 여행하고 쇼핑하며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펜싱 학원 피해 학생 학부모의 말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돈은 복구할 수 있지만 우리 딸의 상처는 치유가 될까요?”라는 말. 전청조의 실체와 남현희의 방관을 밝혀야 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농민신문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농민신문 박준하 기자
한국에선 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어렵습니다. 술 한 잔에 금세 도타워지는 우리네 관계가 그렇죠. 그러다 문득 자주 가던 식당 냉장고에 전통주가 단 한 종류도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외국산 주정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 외국산 홉으로 만든 맥주, 그리고 외국산 쌀,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가 그렇죠.
왜 우리네 식당엔 정작 우리술이 없을까요? 기획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전통주가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안 됩니다. 식당을 100군데는 넘게 돌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언론이 전통주를 다루던 탐방기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산업 관계자의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전통주를 해악이나 사치재인 술로 보는 게 아니라 소중한 역사·문화유산, 우리농산물 소비를 통한 식량주권 이바지 효과,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환경적 요소 등 여러 관점에서 바라봤습니다.
기사 특성상 용어, 주종, 세법 등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요구됐습니다.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게 도움이 됐고, 실제로 누룩을 만들어 우리술을 빚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험 가운데 청년 양조인, 오래 전통을 지키는 명인, 토종쌀 생산자, 전통주 마니아 등 1%의 시장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보도 이후, 국정감사에서 전통주 관련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함께 고생한 지유리, 서지민, 황지원 기자가 아니었다면 기사는 못 나왔을 겁니다. 더불어 부족한 기사를 끝까지 지원하고 응원해준 회사 선후배 동료들과 전통주 업계 종사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기사가 전통주와 우리농산물, 우리문화에 관심을 불러오길 희망합니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한국일보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한국일보 윤현종 기자
‘안 될 거예요’라며 고개 젓던 취재원이 ‘정부도 전국단위 악취 민원과 실측결과를 통합한 지도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들고 있다. 지자체와 부처 간 자료 공유를 가능케 할 어떤 법근거도 없기 때문’이라고 귀띔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길이 보였습니다. 전국 200여개 지자체에 하나하나 연락해서 5년간 악취 민원과 그 민원에 대응한 실측결과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안 될 거예요’의 연속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민-악취배출사업자-공무원 3자의 이야기를 듣자는 포커스그룹인터뷰를 준비할 땐 조사의 난도 때문에 ‘어렵겠다’는 업체 측 반응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16만 건에 달하는 악취 민원 및 실측자료, 그리고 피해 주민, 담당 공무원 등의 이야기가 담긴 6만 자 이상 스크립트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악취방지법 관련 판결문을 들고 하동, 보성, 제주 등 각지 사례를 모으며 행정의 난맥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일본에선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가고 있는 제도와 인적 인프라를 살폈고, 악취문제가 환경파괴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인지한 네덜란드의 정책과 기술도 조명했습니다.
후속보도를 한 달간 계속했습니다. 단순히 그간 덜 다뤄진 취재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피해까지 일으키는 감각공해는 누구나 납득할 검증-해결이 필요하다는, 당연해 보이는 명제를 끄집어낸 결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이 고생한 이현주 기자, 오지혜 기자,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임소형 부장, 김영화 뉴스룸 국장, 그리고 본 기획의 단초에서 함께 고민해 주신 이영창 부장께 말로 다 하기 힘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태원 참사 1년, 1만2천쪽 수사기록 분석 MBC
이태원 참사 1년, 1만2천쪽 수사기록 분석
MBC 나세웅 기자
왜 159명이 목숨을 잃게 됐을까. 왜 예방하지 못했을까, 왜 112 신고를 놓쳤을까. 또 피해는 왜 이렇게 커졌나. 파행으로 진행된 국정조사로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형사기록에 어떤 ‘팩트’가 담겨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일찌감치 팀원들과 사건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대다수는 MBC 기자에 대한 잇단 수사로 자신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다행히 보도 취지에 호응해준 의로운 취재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사기관은 강제 수사로 방대한 물증을 확보합니다. 대신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팩트’를 재구성합니다. 팀원들과 상의한 원칙은 이렇습니다. 기록에 압도되지 말고 우리가 질문한 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언론의 시각으로 수사기관이 놓친 부분을 발견하자. 할 수 있다면 기록의 ‘여백’을 취재로 메워보자. 그러려면 공들여 꼼꼼히 기록을 살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신고자 진술 조서를, 신고처리 문건과 일일이 대조해 새로운 팩트를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영향도 밝혔습니다. 특히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주요 책임자의 면피성 진술은 반향이 컸습니다. 기록엔 112에 신고해 “헬프미”를 외친 외국인들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생존자와 유가족을 수소문했고 그간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던 이들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왜 참사가 발생했는지, 인파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보도를 이어가던 중 취재 기자가 다른 보도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부당한 일입니다. 열악한 취재 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동료 기자들 덕에 좋은 보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남은 의문들, 계속해서 함께 취재해 나가겠습니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강원도민일보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강원도민일보 오세현 기자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댐 건설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 법 개정 움직임까지 이끌어낸 보도로 지역언론의 역할을 다한 사례이다. 언론을 중심으로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지역언론의 존재의 이유를 증명한 경우이기도 하다.
소양강댐이 들어선 지 50년이 됐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당시 2만명에 가까운 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 양구와 인제는 하루아침에 육지 속 섬이 됐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났다. 댐은 지역사회를 지우고 지역을 나누고 물과 관련한 새로운 갈등을 초래했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을 맞아 댐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보도는 크게 수몰민의 애환, 지역 단절, 수리권 재해석으로 구분된다. 수몰민 50여명을 만났고 댐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사례와 논문 10여개를 통해 입증했다.
10개월간 보도 이후 국회에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국회의원은 ‘물값 제대로 받기 4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주민과 댐 주변 주민 보상을 강화하고 유역관리기금을 만들어 물관리 재원으로 사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자체들이 주도적으로 물을 관리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허영 의원 측 입장이다. 강원도민일보 보도로 연결된 춘천시의회와 충주시의회는 전국 댐 소재지 시군구의회 협의체 구성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내년 출범을 목표로 댐 주변지역 규제 해소와 활성화 방안을 함께 찾고 주민지원사업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 등에 협력한다.
10개월에 걸친 장기 기획을 이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해 준 강원도민일보 편집국과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SBS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SBS 배여운 기자
올해 초, 동료와 이야기하다 요즘 20·30대 여성이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를 찾아다닌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병원 가서 맞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물정 모르는 대답부터 나왔죠. 사실 병원 갈 일이 없다 보니 비급여 진료비 제도를 몰랐던 겁니다. 가다실9 가격이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병원을 찾아다니기 위해 블로그 정보를 검색하고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비급여 진료비를 이미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의사 관련 단체 항의로 가격 비교가 어렵게 돼 취지와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데이터저널리즘의 역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못하는 가격 공개를 언론이 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코드를 짜고 비급여 진료비 데이터 280만 건을 수집했습니다. 실태는 놀라웠습니다. 15분 떨어져 있는 거리에도 가격 차이는 16배, 20배, 100배까지 났거든요. 해당 병원을 찾아가 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9월 정부의 비급여진료비 정기조사를 앞두고 가격을 낮추는 행태를 꼬집은 것도 성과였습니다.
보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게 한 인터랙티브 ‘깐깐하게’였습니다. 이번 분석으로 얻으려 한 건 가격 정보공개였거든요. 기획부터 개발까지 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지역과 비급여 항목만 선택하면 동네에서 가장 저렴한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됐고요. 특히 매주 가격 정보를 심평원에서 가져와 업데이트하는 데 신경 썼습니다. 1회성으로 끝나는 인터랙티브가 아닌 앞으로도 계속 스브스프리미엄 마부작침팀은 투명한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해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