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 ② 단독기획(ㅇ),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
“먹돌은 다 사라지고 온통 뻘밭이야.”
어느 날 해녀 삼춘들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과거 먹돌 해안으로 불리던 탑동 바다에 먹돌이 사라져버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팀에게 보여줄 게 있다며 삽을 들고 바다로 나선 해녀들. 함께 들어간 먹돌 바다에는 돌은 사라지고 퇴적물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삽으로 힘겹게 검은 퇴적물을 파내자 암흑 속에 묻혀있던 먹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도동 주민들은 몽돌해안으로 유명한 알작지의 몽돌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주 바다의 '몽돌' , ‘먹돌’은 공유수면 관리법에서 보호받고, 특히 제주특별법에서도 '화산송이'나 '검은 모래' 등과 함께 주요 보존자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한라산에서부터 오랜 시간 굴러내려와 제주만의 독특한 해안 경관을 만들던 몽돌과 먹돌. 왜 사라지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보이는 돌이지만 돌이 사라지면 제주의 오랜 역사와 가치도 사라진다는 생각에 6편의 기획취재를 시작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1) 무분별한 개발에 사라지는 몽돌
내도동 알작지의 몽돌이 사라지고 있는 현장에 집중했습니다. 오랫동안 내도동에서 살아온 지역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특정 지점에서 몽돌이 얼마 동안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규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KCTV제주방송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2021년 알작지 해변 촬영 지점을 2023년 같은 위치, 같은 각도에서 재촬영해 실제 몽돌 유실 여부를 비교했습니다. 촬영 결과 불과 2년 만에 몽돌이 모두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해안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바뀐 물길과 파도가 해안가 더 많은 몽돌을 먼 바다로 보내는 '백 웨이브' 현상을 수중드론을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아 보도했습니다.
2) 비공개 용역보고서 입수…결론 없는 엉터리 보고서 ‘논란’
몽돌 유실 현상에 대한 행정의 원인 규명과 사후 관리, 보존 대책을 점검했습니다.
2015년, 제주도가 위탁한 몽돌 유실 원인 규명 용역보고서를 정보 공개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비공개 처리됐고, 용역 회사마저 사라져 보고서 확보까지 수개월이 걸려야 했습니다.
비공개 처리한 보고서. 입수한 뒤 확인해 보니 해당 용역의 주요 과업이었던 유실 원인 규명은 전무했던 사실이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주변 해안도로 공사 환경영향평가서도 입수해 살펴본 결과 몽돌 유실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사후 관리나 보존 대책은 몽돌과는 무관한 엉터리 대안뿐이었고, 몽돌 유실은 해안 시설물의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행정의 방치와 무관심이 더해진 예견된 인재였습니다.
3) 암흑 속에 갇혀버린 먹돌…생계까지 위협
과거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먹돌 해안, 탑동 앞바다. 해녀들과 함께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해녀들은 삽으로 모래와 진흙을 파내고 그 아래 파묻혀 있던 먹돌을 취재진에게 보여줬습니다.
퇴적물로 인해 먹돌이 사라지자 해조류와 생물이 자취를 감추고, 해양 먹이 사슬이 무너지면서 결국에는 해녀들의 생계까지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태를 수중 촬영을 통해 생생하게 담고자 했습니다.
4) 엉터리 설계로 시작된 비극
해녀들은 먹돌이 사라진 이유를 방파제로 지목했습니다. 탑동 방파제 축조 공사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서와 사후환경영향평가서를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주목했던 건 방파제 설계가 제대로 됐는가였습니다.
보고서와 설계도 분석을 통해 사업 초기 해안선에서 430m 이격해 설치하려던 방파제를 본안 단계에서 80m로 당겨진 점과 추가로 해수 유통구가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350미터나 이격거리가 짧아진 점을 밝혀내 방파제 부실 설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설계도에 나와 있지 않은 추가 유통구의 순폭을 직접 바다로 들어가 측량해 보니 기존 계획된 유통구 폭의 6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설계 오류로 인해 퇴적물이 방파제 안으로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5) 유명무실한 환경영향평가 제도
탑동 방파제 축조 공사 이후 관리를 위해 진행되는 사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상으로는 해양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고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본 현장은 달랐습니다. 지역 방송사 처음으로 보고서를 직접 비교 분석했습니다.
제출된 보고서와 각 조사 지점의 실제 해양 환경을 직접 비교했고, 수질과 퇴적물 등 각종 분석표를 바탕으로 해양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수백 페이지의 보고서를 분석했습니다. 해양 수질, 식생, 해안 토목공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에 기재된 여러 개의 오류 값도 발견했습니다.
방파제 공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요 지점과 항목별로 조사하도록 한 사후환경영향평가가 실제로는 제대로 된 조사 없는 오류투성이였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정확한 경위를 듣기 위해 평가 업체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는 아예 사라져 입장을 듣기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 업체 관계자는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환경부 문의 결과 이런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따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6) 제주의 환경영향평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지자체에 평가 권한을 이양할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선도적 위치에 있는 제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학계와 환경단체,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제주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바뀌어야 할 구체적인 방향과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취재원의 상당성여하
보도 준칙에 따라 사전 동의를 통해 모든 취재원들에게 취재 경위를 설명하고 초상권 등 취재 동의를 얻었고,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전 심의위원의 경우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했습니다.
④ 기타 특이사항 여하
각종 해안 개발을 하면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서와 비공개 용역보고서 등을 입수하고 이를 분석, 이해하는 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 등에서의 문제점을 듣기 위해 전 심의위원들을 만나기까지 오랜 시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과거 촬영된 자료와 비교해 변화한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전문가를 통해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 의문 제기가 아닌 정확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고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수중드론과 고화질 수중촬영을 통해 보고서와 다른 해양 실태를 보여줬고, 그래픽 작업과 특수렌즈를 활용해 어려운 보고서의 내용을 최대한 쉽게 전달했습니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규 뉴스 보도 이후 7편의 기획뉴스를 ‘뉴스멘터리’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해 방송했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몽돌과 먹돌의 유실, 탑동 방파제 부실 설계,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와 엉터리 조사 의혹 등을 직접 취재 촬영해서 문제점을 추적하고 방송한 선행 보도는 없었습니다.
YTN에서 KCTV 제주방송이 보도한 몽돌 유실 기사를 전국 방송으로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 YTN “파도치면 샤르릉 기타 소리가 났어요” … ‘사라지는 제주 해안 몽돌’ (2023 10 14 / 유튜브 조회수 1.1만 회)
5. 사회에 끼친 영향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진행 부서인 제주도 환경정책과 강명균 과장은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현재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와 사후 관리 조례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내년까지 조례 통합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변경협의 대상 기준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현재 조례통합과 환경영향평가 기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그동안 환경단체나 마을 주민, 해녀들이 의혹만으로 제기했던 해양 시설물과 몽돌, 먹돌 유실과의 인과관계를 수개월 간의 현장 수중 촬영과 자료 분석, 심층 취재를 통해 지역 언론사 처음으로 규명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 인터뷰와 자문을 받아 보도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고 개선 방안을 찾도록 대안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유실 원인과 유실 규모조차 알지 못하고 대책 없이 방관한 행정 등 관련 기관의 안일함과 무책임을 꼬집었고 후속 조치로 환경영향평가 관련 조례 개정 등 제도 개선과 제주 천연자원 보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낸 기획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전 취재를 통해 취재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상권 동의를 구했으며 언론윤리강령 기준을 준수했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제주도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98회 전체 총평
제39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9개 부문에 75편이 출품됐다.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출품작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취재보도 2부문에서는 디스패치의 <“남현희 예비신랑은, 여자”…전청조, 사기전과 판결문 입수 外>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펜싱 스타 남현희씨와 전청조씨의 결혼 발표 인터뷰 이후 수많은 후속 기사가 나왔는데 디스패치의 보도는 여타 기사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에 가십에서 출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기 피해를 막은 보도라는 것에는 심사위원 사이에서 큰 이견이 없었다. 취재가 충실했고 디스패치가 관련 보도에서 선정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것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농민신문의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와 한국일보의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가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 보도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전통주를 장기간에 걸쳐 조명했다. 전통주에 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까지 잘 발굴해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한국적인 평범함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가장 적절한 시기에 기사로 보여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 보도는 수상작으로 선정되기까지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소재를 대형 기획으로 의제화하면서 적절한 재미까지 빼먹지 않았다. 악취를 ‘환경오염’으로만 보지 않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공해’로 확장해 해석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MBC의 ‘이태원 참사 1년, 1만2000쪽 수사기록 분석’ 보도가 선정됐다.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여러 매체에서 기획보도가 많이 나왔는데 MBC 보도는 그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참사 이후 덮인 사실을 드러냈다. 약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언론이 놓쳤던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끌어냈다. 여전히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많은 언론들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보도이기도 했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강원도민일보의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 보도가 수상했다. 올해로 준공 50년을 맞은 소양강댐은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토대가 됐지만 강원도민의 눈물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2만 명에 가까운 강원도민들이 댐 건설로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 빛과 그림자>는 반세기가 지난 뒤에도 이를 잊지 않고 댐 건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기사로 보여줬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의를 해야 했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비교 ‘깐깐하게’>는 SBS의 프리미엄 콘텐츠다. 무료이긴 하지만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기사다. 현재 많은 언론사가 ‘유료화를 전제로’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독자들이 보기 어려운 유료 콘텐츠가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 보도는 아직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로그인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또 공공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관이 할 일이지, 언론의 본령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280만건 비급여 진료비 전수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우리동네 비급여진료비 ‘깐깐하게’>가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