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재착수
① 단독취재(), ② 단독기획( ), ③ 보도자료 심층기획( ), ④ 제보( ), ⑤ 기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지난 10월 30일 오후, 경찰이 신원미상이었던 26번째 외국인 희생자의 국적 등 인적사항을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저는 외국인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신원 파악을 위해 관련 단체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다행히 우리 마을엔 희생자가 없다, 그런데 인천 쪽에 있다더라”고 알려줬습니다.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대표는 제 전화를 받자마자 러시아 국적 고려인 박율리아나씨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신방부처리(엠바밍) 비용을 포함해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러시아로 운구하려면 1000만원 정도 필요한데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통화는 최초 보도를 포함해 4편의 후속보도를 할 수 있었던 취재의 시작점이었습니다.
2. 보도제작경위 -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주십시오.
지난달 1일 오후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남아 있는 유가족은 고인의 부친인 박 아르투르씨뿐이었습니다. 박씨는 딸의 시신을 같은달 4일 오후 강원도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페리선을 통해 운구할 예정이었습니다.
정부는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에게 위로금과 장례비로 35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서울시 담당자는 수령까지 빨라도 1주일 이상 걸린다고 했습니다. 박씨 유족은 4일 배를 타지 못하면 다시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해 시신 상태를 온전히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박씨는 참사 이튿날 경찰에게 딸의 사망소식을 들은 뒤로 장례일정을 결정하고 돈을 빌리러 다니면서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보였고 더욱이 한국어가 서툴렀습니다. 시신운구, 엠바밍, 기타 비용 등에 항목별로 얼마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 부족한지 설명하기 어려워했습니다.
고인의 친구 방 따찌아나씨를 먼저 취재했습니다. 고려인인 방씨는 참사 이후 박씨를 돕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일 오전 방씨를 통해 박씨가 양로원에서 일하고 있고 박 율리아나씨 수의와 관 구입 등에 200만원 이상 지출했고, 뱃삯 450만원이 필요하다는 걸 영수증 등 자료를 받아 확인했습니다. 또 엠바밍 비용으로 450만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고인의 엠바밍을 맡은 업체에선 1000만원 정도는 들지 않는다고 말할 뿐 정확한 금액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 믿을만하다는 황규성 한국엠바밍 대표에게 엠바밍 비용으로 45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손정진 대표는 박 아르투르씨가 지인에게 200만원을 빌렸다고 말했습니다.
2일 오전에 직접 박 아르투르씨와 통화해보니 미화 5000달러(약 70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정확한 금액은 엠바밍 업체 측에서 추후에 알려준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뱃삯과 엠바밍 비용을 합쳐 900만원이 필요하고 그중 200만원을 지인에게 빌린 상황이라 700만원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박 율리아나씨 사연을 듣고 모금활동을 진행한 타찌아나 프리마코바 러시안 커뮤니티협회(재한 러시아인 단체)회장에게 전화했습니다. 200만원도 채 모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사<‘하나뿐인 딸 이태원서 숨져…"러시아 이송비용만 700만원" 발동동’>를 썼습니다.
박씨 사연을 소개한 기사가 나간 지 3시간 만에 러시안 커뮤니티협회 회장은 후원금이 수백만원 이상 모였다고 전해줬습니다. 러시아대사관이 시신운구 비용을 업체와 직접 협의하기로 했다고도 말해줬습니다. 용산구청에서는 박씨 가족이 신청하는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후원 의사를 밝힌 독자도 여러 명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인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은 “재단 자문위원장인 배우 이영애씨가 후원의사를 밝혔다. 유족에게 운구비용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3시간 만에 일어난 일을 종합해서 후속보도<러 이송비만 700만원…' 배우 이영애·시민들 "이태원 희생자 돕겠다">를 했습니다.
앞선 두 기사가 나간 다음 날인 3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고려인들이 모여 사는 함박마을에서는 박 율리아나씨 추도식이 거행됐습니다. 본래 마을경로당에서 조촐하게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지의 이영애씨 후원 보도 이후 다수 매체가 박씨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추도식은 인근 함박종합사회복지관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시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KBS, 연합뉴스, 중앙일보, 아리랑TV를 포함해 다수 매체가 현장에 취재진을 보냈고 저도 기사<"덕분에 딸과 함께 돌아갑니다"…고려인 희생자, 시민 도움에 운구 해결>를 썼습니다.
추도식이 끝난 뒤 조문객이 드문 시간대에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 유족에게 이영애씨 후원금 1000만원을 전달하는 장면을 포착해 네 번째 후속보도<'1000만원 운구비 지원' 이영애, 고려인 희생자父에 편지…"용서구해" 사과>를 할 수 있었습니다.
3. 취재 및 보도과정의 특이사항 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4. 타 매체 선행보도 여부 및 타 매체의 반향
본지 보도 하루 앞서 연합뉴스가 ‘[이태원 참사] 고국서 눈 감은 고려인…"시신 운구 지원 필요"’란 내용으로 보도했다는 점을 기자상 신청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본지는 박씨의 아버지를 최초 인터뷰했습니다. 사회의 반향을 일으킨 것도 본지 보도 이후부터라고 평가합니다.
배우 이영애씨는 저에게 한국장애인재단을 통해 후원의사를 밝혔습니다. 저는 후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재단과 박씨 아버지의 다리역할을 해줬습니다. 이영애씨 후원 의사를 최초 보도하면서 이후 거의 모든 매체가 이영애씨 후원 소식과 박 아르투르씨 사연을 보도했고 후원문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5. 사회에 끼친 영향
외교부에서는 1주일 걸리던 외국인 희생자 위로금 지급을 3일 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국인에게 실비 지급하던 장례비와 위로금 등을 해외운구 등 사정을 감안해 외국인에게는 3500만원 전액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용산구청도 박씨 유족이 신청 즉시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보도 전 소극적이던 러시아대사관은 총영사를 위로금 접수 현장에 보내 관련 서류 등 발급과 접수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합니다. KB국민은행은 손정진 대표를 통해 박씨 유족에게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알려왔습니다. 100여명의 시민이 박 아르투르씨 계좌로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박 아르투르씨는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박씨의 시신을 무사히 운구할 수 있었습니다. 심규언 동해시장과 하병규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이송 과정에 직접 나와 유족을 격려했습니다. 심 시장은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했고 경찰은 경기 의정부에서 강원 동해항까지 시신운구 차량 선두에 경찰차를 배치해 운구를 도왔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태원참사 외국인 유족의 입국과 출국을 위해 항공편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20년 가까이 고려인 지원 단체를 운영한 손정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대표는 “무엇보다도 고려인이 잊혀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과 우리의 슬픔을 한국 사회가 함께하고 있다고 느낀 동포들이 많았다”며 “(본지 보도가) 고려인들이 잊힌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일깨워줬다”고 했습니다.
6. 자체평가 및 소속사확인여부
특이사항 없습니다.
7. 기타 고려사항
특이사항 없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87회 전체 총평
제387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에 84편이 출품됐고 이 중 5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1편씩 나왔다. 취재보도 1부문(정치·사회)에는 11개 부문 가운데 평소처럼 가장 많은 21편이 출품됐지만 이례적으로 수상작이 없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연합인포맥스의 <흥국생명,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시장 신뢰 하락> 보도가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5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연합인포맥스 보도 이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다. 평판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흥국생명의 재정 상태에 대한 의구심부터 외화 조달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부터 채권시장은 큰 타격을 받아온 데다 싱가포르거래소에 올라온 ‘공시’를 기사화한 작품에 상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흥국생명의 경우 금액이 워낙 컸고, 보도 이후 당사자와 당국의 움직임까지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시사IN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가 선정됐다. 화물차 약 4만대의 방대한 샘플을 분석해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시간과 공간을 꼼꼼하게 살펴본 이 기사는 ‘데이터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화물차 기사를 24시간 이상 동행 취재하며 데이터에 ‘현장’을 더했다. 데이터를 통해 현장의 포인트를 끄집어내고, 현장을 취재한 뒤 데이터에서 다시 특이점을 찾아내는 선순환을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화주와 정부 입장은 언급 없이 화물차 기사의 시각에서만 기사를 작성했다’ ‘일상에서 불편을 겪는 국민 고충도 다루지 않았다’는 반론 속에 난상토론이 이어졌지만 ‘현실 자체를 아주 잘 보여줬다’ ‘생생한 기사로 탁상공론식 자료에 힘을 붙였다’는 평가가 더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 대구경북취재본부의 <봉화 광산 매몰사고 221시간>이 수상했다. 만 9일 5시간에 걸친 구조 과정 내내 매몰된 두 광부의 가족 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내는 등 끈기 있게 현장을 지키며 구출된 광부의 인터뷰까지 성사시킨 점이 돋보였다.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한라일보가 출품한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보도가 호평을 받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제주의 강우패턴 변화와 지하수 오염에 주목한 이 보도는 지하수 오염원이 유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숨골(용암이 굳을 때 생긴 틈)을 파고들었다. 도내 전문가들과 취재팀을 구성해 숨골을 찾아 다녔고, 집중호우 시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지표수를 채취해 수질을 분석했다. 그리고 오염된 지표수가 숨골로 유입된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의 지하수 오염 실태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 사례까지 추적, 분석하며 후속보도까지 꼼꼼하게 챙긴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보도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참사가 앗아간 가족… 이 순간 함께 있다면> 보도가 갑론을박 끝에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겨레신문은 유가족들에게 받은 희생자의 생전 사진을 한국인의 연령별 평균 주름량, 얼굴색 등의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활용한 ‘3D 나이 변환 기술’을 통해 현재의 얼굴로 바꾼 뒤 대역 모델과 가족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이 얼굴을 합성, 현실에서는 찍을 수 없는 가족사진을 완성했다. 의도는 좋지만 ‘보도’와는 거리가 있다, 사진보도 부문이 아니라 기획보도 부문에 출품했어야 했다는 등의 반론이 있었지만 ‘창의적인 일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사진보도의 영역을 넓혔다’ ‘유족에 위로를 줬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처: 한국기자협회(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2912)